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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마피아게임
작가 : 맨온파이어
작품등록일 : 2017.12.17

제한된 공간에서 시작한 마피아 게임은 모두가 죽어서야 끝이 난다.

영국의 추리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모티브를 따온 살인극. 살인과 살인 사이의 연결고리를 통해 긴장감은 더욱 커져만 가고 모두가 죽었을 때 당신은 범인이 누구인가 확인하기 위해 다시금 책장을 앞으로 넘기게 될 것이다.

 
에필로그
작성일 : 17-12-17 14:05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1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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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logue-고백

 

 

 이곳에서 그 계획을 몇 번이나 떠올리며 다짐했었는가.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곧바로 찾은 곳은 다름 아닌 방동저수지였다. 한낮의 저수지는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햇살을 머금은 물결이 바람에 따라 조금씩 일렁이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끝이 나버렸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오빠는 역시나 화가 난 상태겠지? 아무도 날 용서하지 않을 거란 걸 잘 알아."

 

 지수는 고개를 숙인 채 애꿎은 흙바닥만 구두 굽으로 짓이기고 있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복부에 통증이 밀려왔지만 참을 만 했다. 붕대를 몇 바퀴나 감아서인지 오히려 숨쉬기가 불편했다.

 

 "그래도 내가 한 행동에 후회는 없어. 그 사람들은 분명 죄 값을 치러야 했으니까. 물론 나 또한 제멋대로 심판을 했으니 언젠간 벌을 받겠지. 아무래도 죽어서도 오빠를 만나긴 힘들겠구나."

 

 지수는 씁쓸한 웃음을 짓더니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을 하나 집어 저수지로 던졌다. 돌은 단 한 번도 튀기지 못하고 그대로 물속으로 사라졌다. 한차례 물결이 일고난 뒤 잔잔한 바람이 지나가면서 지수가 입고 있던 검정색 블라우스가 나풀거렸다.

 

 "아무리 봐도 물수제비는 나랑 코드가 맞지 않는 거 같아. 오빠가 몇 번이나 알려줬는데 성공한 적이 없는 걸 보면."

 

 어린 시절, 아빠와 손을 잡고 이곳에 처음 왔었다. 아빠는 소개해줄 사람이 있다며 돌을 던지고 있는 소년을 가리켰다. 나보다 키가 훨씬 더 큰 소년은 야구 모자를 쓴 채 돌 던지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동훈아 이리 와 봐. 저번에 얘기했던 여동생이야. 지수라고 해. 지수야 인사해야지."

 

 무엇이 그리도 어색했는지 난 아빠 등 뒤에 숨어서 얼굴만 빼꼼 내밀었다. 소년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으며 웃어보였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가까워졌고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을 때 오빠와의 관계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내가 다섯 살 때 아버지는 어머니와 이혼하셨대. 당시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을 앓고 계시던 어머니는 양육권을 빌미로 매달 생활비를 요구하셨고 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승낙하고 마신 거야. 아버지는 어떻게든 날 데리고 가시려고 했지만 그 손을 놓아버린 건 나였어. 제 정신이 아닌 어머니를 두고 갈 수는 없었던 거야."

 

 결국 아빠는 새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가 바로 나였다. 오빠와 나는 같은 아버지를 둔 이복 남매였다. 같은 핏줄의 두 명은 끈끈한 동질감으로 깊은 우정을 키워나갔다.

 

 아버지는 건축가셨다. 다양한 건축물을 직접 디자인해서 지으셨고 그 현장에 우리 남매를 데리고 다니셨다. 공사 현장은 우리의 놀이터였고 그곳에서 오빠와의 추억을 늘려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남매에게 비극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11월 초겨울, 인생의 터닝 포인트인 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뭐?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하셨다고?"

 

 내가 향한 곳은 병원 응급실이 아닌 장례식 장이었다. 사고현장에서 즉사했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눈물이 앞을 막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누군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만 일어나. 이제부터는 네가 가장이야. 문상객들 맞을 준비 해야지."

 

 오빠는 삼일장을 치를 동안 단 한 번도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마지막 날 발인과 운구, 화장까지 모든 장례절차를 끝내고 나서야 오빠는 눈물을 보였다.

 

 "우리 아버지 좋은 곳 가시라고 기도해 드리자."

 

 오빠와 나는 서로를 껴안고 오랫동안 울었다. 눈물이 다 마를 즈음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 오빠가 다니는 대학에 지원할거야. 전공도 같은 걸로."

 

 오빠는 신중히 생각해 본거냐고 재차 물었지만 내 생각에 변함은 없었다. 오빠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줄걸 약속했지만 우리의 관계는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신입생인 내가 받을 다소의 관심과 집중이 걱정스럽다고 했다.

 

 "안녕하십니까!! 영문과 10학번 신입생 윤지수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성본 변경 신청으로 엄마의 성을 따왔다. 결국 오빠와 나는 누구의 의심도 받지 않고 캠퍼스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당시 학회장이던 오빠가 하는 일이라면 두 손 걷어 올리고 참여했기에 자연스럽게 선배들과도 가까워졌다. 영문과 친목도모 모임인 <제인오스틴>에 가입하게 되었고 학과 마지막 축제인 학술제에서 자문역할을 맡았다.

 

 "오빠, 요즘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안 좋아 보여. 학술제 때문에 부담돼서 그래?"

 

 학술제를 앞둔 중요한 시기에 오빠의 표정이 갈수록 나빠졌다.

 

 "지난주에 혜나한테 헤어지자고 했어. 더 이상 내 감정을 숨길 수는 없어. 계속해서 억지로 만나는 건 혜나한테도 몹쓸 짓이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억지로 만나다니? 서로 좋아해서 만나는 거 아니었어?"

 

 오빠와 혜나 언니는 학과 안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중적인 공식커플이었다. 모두의 축복 속에서 사랑을 이어나가던 커플이 하루아침에 깨지고만 것이다. 더구나 이별의 사유가 나로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어지는 오빠의 한마디 앞에서 난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사실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선재야. 정선재."

 

 무슨 말이든 해주고 싶었지만 내 입은 자물쇠라도 달린 듯 쉽게 열리지 않았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가만히 오빠를 안아주는 일뿐이었다. 오빠의 흐느낌은 그대로 전달되어 내 가슴 한구석까지 와 닿았다. 사회통념상 금기시 된 사랑을 하고 있는 소수인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오빠가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오빠 마음이 정 그렇다면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어떤 대답이 돌아오든 그건 더 이상 오빠의 영역이 아니야."

 

 내 말에 용기를 얻은 오빠는 선재오빠에게 솔직히 털어놓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싸늘했다. 이미 혜나언니 때문에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선재오빠는 상대의 마음을 비웃으며 갈가리 상처를 냈다.

 

 "학술제만 끝나면 곧바로 학회장 자리를 내려놓을 거야. 내가 사라지는 게 모두에게 도움이 될 거 같아."

 

 오빠는 슬픔과 외로움을 이겨내며 학술제를 끝마쳤다. 난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주기 위해 늘 오빠 주위를 맴돌았다. 학술제가 끝나고 뒤풀이 장소에서도 분위기는 숙연했다. 겉으로는 다들 껄껄거리며 웃고 있었지만 뒤에서는 주연 배우들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결국 1차만 끝나고 각자 집에 가는 길에 오빠에게 한통의 문자가 왔다. 갑자기 오빠의 표정이 바뀌더니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재한테 문자가 왔어. 오늘 꼭 해야 할 중요한 얘기가 있데."

 

 그 순간 오빠의 얼굴에 희망이 스쳐지나가는 걸 보았지만 모른 척했다. 난 오빠를 떠나보내고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서 무언가를 망설였다. 뭔가 안 좋은 예감이 계속해서 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대로 집에 가면 후회할 것 같은 느낌에 무작정 택시를 탔다.

 

 학교로 다시 돌아온 나는 학과 건물 앞에 서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 언뜻 보인 실루엣이었지만 한눈에 오빠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러나 선재 오빠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애타게 기다리는 오빠의 모습이 안쓰러워 다가가려는데 걸음이 멈췄다.

 

 갑자기 저 멀리서 불빛이 켜지더니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불빛은 빠른 속도로 커져만 가더니 제 속도를 죽이지 못하고 그대로 오빠를 잡아먹어버렸다. 비명소리가 목 위까지 차올랐으나 간신히 손으로 입을 막았다. 부들거리는 몸을 벤치 옆에 숨긴 뒤 믿을 수 없는 상황을 주시했다.

 

 "형!! 미쳤어요? 정말로 치면 어떡해!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돼."

 

 구형 그랜저의 조수석에서 내린 가영은 이성을 잃은 듯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그러나 운전석에서 내린 남자는 생각보다 태평해보였다.

 

 "조용히 해!! 일단 차 뒤쪽에 싣자. 우릴 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

 

 선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둠 속의 눈을 경계했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듯 금세 평화를 되찾았다.

 

 "일단 실었다고 쳐요.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려고요?"

 

 가영은 손톱을 깨물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방동 저수지로 갈 거야. 돌을 묶어 거기에 집어 던지면 아무도 몰라."

 

 가영은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땅에 발길질을 했다.

 

 "형 진짜 살인자가 되려는 거야? 이건 명백한 살인이야!! 시체 유기라고!!"

 

 "네가 안 하면 나 혼자라도 할 거야. 차만 빌려줘. 설령 누군가에게 들키면 이 모든 죄는 나 혼자 안고 간다. 손톱만큼도 걱정할 필요 없어."

 

 한참이나 욕지거리를 내뱉은 가영은 뒷문을 열더니 선재의 범행을 돕기 시작했다. 둘은 힘을 합쳐 뒷좌석에 동훈을 던지고는 재빨리 문을 닫았다.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는 건 선재의 몫이었다. 조수석 문이 닫히기 전까지 주위를 살피던 선재는 가영에게 빠른 출발을 명령했다. 구형 그랜저는 급발진을 하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현장에서 사라져버렸다.

 

 "말도 안 돼. 이건 뭔가 잘못됐어."

 

 그러나 혼잣말은 무의미했다. 나는 사라진 차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학교 정문 앞 대기 중이던 택시에 올라타서는 급하게 목적지를 말했다.

 

 "방동저수지로 가주세요."

 

 택시기사는 내 목소리에서 조급함을 느꼈는지 좀처럼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빠른 주행을 이어나갔다. 자정을 넘은 시간에 어지간한 신호등은 모두 점멸등으로 바뀌어 있었다. 제한속도를 한 번도 지키지 않은 결과,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 직전 먼저 사라진 차의 행방을 찾을 수 있었다.

 

 "아저씨, 차량 전조등 좀 잠깐 꺼주세요."

 

 택시기사는 조금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룸미러를 보았지만 이내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오직 엔진소리만 어둠 속에서 끌끌거릴 뿐 완벽한 정적이 찾아왔다. 난 택시비 이상을 지불하고는 거스름돈을 받지 않았다. 기사는 만족스런 얼굴로 주머니를 뒤지더니 무언가를 내밀었다.

 

 "아가씨, 이 시간에 여기까지 들어오는 차는 없어. 이따가 볼일 다보고 이 번호로 연락 줘요. 내가 콜택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모실게."

 

 나는 명함을 받아들고는 택시에서 내렸다. 초겨울 밤 저수지가 뿜어내는 추위는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어둠 속 저 멀리서 뿜어대는 불빛이 내 몸을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그들은 낚시꾼 행세를 하듯 바람막이를 걸친 채 휴대용 랜턴으로 저수지 이곳저곳을 비추고 있었다.

 

 "이쯤이 좋겠는데?"

 

 저수지의 한 중앙을 가로지르는 가교 위에 선재가 서 있었다. 그는 수심을 알아보는 듯 낚싯대로 수면 위를 찍어보았다. 몸을 숙여 끝까지 넣었는데도 바닥이 닿지 않는지 손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일단 시체 먼저 이쪽으로 옮긴 뒤에 돌을 묶자."

 

 두 남자는 살인이 제법 익숙해지기라도 한 듯 발 빠르게 움직였다. 가교 위에 눕힌 동훈의 허리에 선재가 로프를 묶기 시작했다.

 

 "멍하니 서있지만 말고 저쪽에 가서 무게 좀 나가는 돌이나 바위를 들고 와."

 

 가영은 아무 말 없이 선재가 시키는 대로 임무를 수행했다. 이제 같은 배를 탄 이상 더 이상의 불협화음은 만들 필요가 없었다. 낑낑거리며 돌을 굴려온 가영은 거친 숨을 내몰아쉬었다.

 

 "사람이 들 수 있는 무게가 아니에요. 이거면 수면 위로 떠오를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선재는 나쁘지 않다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로프 한쪽을 돌에 칭칭 감았다. 이로써 시체와 돌이 연결되었고 마지막 작업인 입수만 남겨놓았다.

 

 "널 죽인 건 우발적인 내 실수지만 이 결과에 대해 후회하진 않아. 어쩌면 애초부터 널 죽이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용기가 없었는지도 몰라. 오늘 술기운을 빌려 살인을 저질렀지만 용서는 빌지 않을 거야. 죗값은 죽은 뒤에 치를게. 미안하다. 잘 가라."

 

 선재는 죽은 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는 돌을 밀어 물에 빠트렸다. 거대한 물결이 솟구침과 동시에 동훈은 돌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함께 물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

 

 "설마 가교 위를 지나가는 사람에게 발견되진 않겠죠?"

 

 "걱정하지 마. 보면 알겠지만 녹조가 잔뜩 낀 저수지야. 더구나 저수지 개발공사 중이라 토사까지 떠밀려 왔어. 진흙투성이 저수지에 빠지면 한치 앞도 볼 수 없거늘 이 위에서 본다고 뭐가 보이겠어? 그보다 아직 할 일이 남았어. 지금부터는 증거를 완전소멸 해야 해. 여기서부터 네 차 안, 그리고 학과 건물 앞까지 다시 되돌아가면서 눈에 띌 만한 증거를 모두 지울 거야. 그중 가장 중요한 건 아마 혈흔이 되겠지?"

 

 나는 손으로 입을 막은 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상황을 지켜보았다. 분노와 울분 때문에 어깨가 가늘게 떨렸지만 소리가 새어나가는 것만큼은 가까스로 막아냈다. 어쩌면 그 순간부터 내 복수는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자수를 권유해볼 생각 따위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법의 심판에 맡기기에는 그 절차와 처벌이 두려웠다. 법은 온전히 피의자의 편에 서 있었다.

 

 "고의가 아닌 실수로 인한 사고사. 더구나 초범인 걸 감안하면 기껏해야 징역 몇 년 살다 나올게 뻔 하자나? 분명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뻔뻔하게 잘 살 텐데 그 꼴을 어떻게 지켜봐?"

 

 난 햇볕을 맞으며 천천히 가교 위를 걸었다. 그리고 오빠가 떨어진 그곳 앞에서 멈춰 섰다. 이곳에서 오빠는 거대한 돌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그날 밤의 기억이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일렁이는 바람이 따뜻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난 6년간 계획을 세웠어. 그리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같이 수정했어. 조금 더 치밀하고 완벽하게 성공시키고 싶었거든. 다행히 제인오스틴은 계속해서 유지됐고 거짓말처럼 가영오빠가 오빠의 빈자리를 대신해서 들어왔어. 아마 선재오빠의 외압이 있었겠지. 같은 배를 탄 공모자니까. 이로써 여섯 명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 진거야."

 

 난 제인오스틴 쪽에 무게를 두고 계획을 세웠다.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개개인의 성향과 습관을 파악했고 그에 맞는 죽음의 덫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출사표는 6주년 정기모임 겸 여행날짜에 맞추어 던졌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단독으로 범행을 성공하기란 불가능했다. 반드시 조력자가 필요한 상황. 그러나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살인을 돕겠는가. 그때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한 컷의 그림이 있었다.

 

 "치명적인 사랑은 사람을 파멸로 이끈다. 그날 내가 본 정선재의 얼굴은 악마와 닮아 있었어."

 

 누군가가 나를 미치도록 사랑하게 만들면 결국 내 편이 되지 않을까? 그 해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오래전부터 내게 호감을 품고 있던 남자. 강경찬. 경찬오빠의 마음은 예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지만 뭔가 선뜻 내키지 않았다. 일단은 남자에 대한 관심도 없었지만 동훈오빠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 오빠만 보고 커온 내게 이상형의 기준은 훨씬 더 엄격했다.

 

 "경찬오빠한테 살인계획을 얘기하는데 걸린 시간은 사귀고부터 딱 일주일 뒤. 짧은 시간이지만 그의 몸과 마음을 오직 나만 바라보게 만들었다고 확신했거든. 지금 생각하면 엄청난 모험이었지만 결국엔 사랑의 명목아래 내 편으로 만들었어."

 

 경찬오빠는 살인계획에 참여하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그건 책임소재를 염두에 둔 자기 방어기제였다.

 

 "살인은 돕겠지만 내 손으로는 절대 못 죽여. 그리고 딱 세 명만 죽이는 거야."

 

 그는 본인 손으로는 죽일 수 없다며 정색을 했지만 내가 요청한 살인도구들을 정확하게 배달해주었다. 보건소에서 일하는 경찬오빠에게 몇 가지 금지물질을 구하기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난 오빠로부터 청산가리와 코카인, 그리고 프로포폴등을 인계받았다.

 

 "수단은 모두 마련했으니 현장실사를 가봐야겠지?"

 

 우리는 이번 여행의 목적지로 낙점 받은 펜션을 미리 방문했다. 정확히 말하면 두 번이나 방문했다. 첫 방문 시는 펜션과 주변경관 전체를 둘러보며 동선을 파악했다. 펜션 근처 통행로와 양 갈래길, 그리고 어느 쪽이 막다른 길인가까지 철저하게 파악했다. 두 번째 방문 때는 펜션 내부에 모든 장치를 세팅해 놓았다. 다락방 내에 휴대용전축과 사다리를 준비해두었고 문에다 자물쇠를 달아 놓았다. 여러 화학물질들은 밀폐용기에 담아서 화장실 양변기 물탱크 안에 숨겨 놓았다. 각 층의 비밀통로를 경찬오빠에게 처음으로 공개했다. 넋이 나간 오빠는 정체에 대해 구체적으로 캐물었지만 웃음으로 대충 때우고는 대답을 미뤘다. 몇 번이나 시뮬레이션을 돌려봤고 마침내 결전의 그날이 찾아왔다. 그렇다면 제인오스틴 멤버가 방문한 날이 횟수로 따지면 세 번째인데 어떻게 펜션지기는 우리 커플을 알아보지 못했을까?

 

 "너의 메이크업 기술은 그야말로 아트야!!"

 

 당시 메이크업 아티스트 과정을 준비하고 있던 나는 변장술이란 분야에 큰 매력을 느꼈고 다채로운 변장으로 우리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탄생했다. 게다가 변장술은 나의 죽음을 연출할 때에도 큰 공헌을 했다. 목둘레에 교살 흔적을 새겨놓았고 왼쪽 손목에는 칼자국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준비한 혈액 팩을 터트리면서 또 하나의 살인이 완성되었다.

 

 "제일 처음 죽는 건 가영오빠야. 그 다음이 혜나언니."

 

 난 죽음의 시작을 마피아게임으로 정했다. 경찬오빠와 일종의 룰을 정해 놓았다.

 

 "다들 술이 어느 정도 취할 무렵, 내가 나무젓가락을 돌릴 거야. 오빠가 사회자를 맡게 되고 계획이 시작되는 거야. 일단 시민으로 가영오빠와 혜나언니, 그리고 나를 지정해. 마피아는 선재오빠와 유희언니가 되겠지. 이번 게임의 목적은 시민의 패배야. 오빠와 내가 힘을 합치면 결국 4대 2의 싸움이기 때문에 시민은 절대 이길 수 없어. 결국 시민이 벌주를 마시게 되겠지."

 

 모두가 담배를 태우러 밖으로 나간 사이 난 화장을 고치는 척 홀로 나와 전화기 선을 끊고는 종이컵 중 하나에 청산가리를 넣었다. 그리고 일종의 표식을 남겨놓았다. 시민의 패배가 공표되는 순간, 자연스럽게 그 잔을 건넨 사람은 나였다. 가영오빠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 잔을 마시고 난 뒤 숨이 끊겼다.

 

 "다락방 안에 휴대용전축이 시간에 맞춰 울릴 거야. 누군가가 그곳을 열고 들어가 우리가 설치한 거울을 발견하는 순간. 그 시점을 기준으로 남은 이들의 공포감은 극에 달하겠지. 그 타이밍에 난 수면제를 탄 커피를 권유할 거야. 모두가 잠든 사이, 다음 희생자가 발생합니다."

 

 내가 커피에 탄 수면제는 일반 수면제가 아니었다. 프로포폴의 전구체인 포스프로포폴을 커피에 풀어 뜨거운 물과 함께 섞으면 경구로 투여가 가능했다. 이는 짧게나마 완전히 정신을 잃게 할 수 있는 효과가 있었다. 나는 독을 확인하는 척 가장 먼저 커피 잔을 들었다. 물론 그곳에는 온전히 카페인만 들어 있었다.

 

 혜나언니는 2층으로 올라가는 옵션을 선택했고 나는 미리 준비한 사다리와 1층의 비밀통로를 이용해 교살을 마쳤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선재오빠의 주머니에서 꺼낸 담배를 두어 번 들이마신 뒤에 술병에 넣어 놓았다. 마지막으로 방문은 잠그지 않음으로써 비밀통로에 대한 힌트를 남겨주었다.

 

 "선재가 비밀통로를 눈치 챌까? 설령 눈치 채더라도 우리한테 득 될 게 있어?"

 

 경찬오빠는 우려를 표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비밀통로와 상관없이 일단 선재오빠는 유력한 범인으로 몰릴 확률이 높았다. 소주병을 발견하는 건 경찬오빠의 역할이었고 그 안의 담배를 언급하는 순간 범인은 선재오빠로 일단락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락방 내 비밀통로는 발견되었고 예상대로 범인은 남자들로 압축되었다.

 

 "분명 선재오빠는 오빠를 의심할거야. 하지만 걱정 하지 않아도 돼. 우리에겐 결정적인 증거가 있으니까. 다음으로는 내가 죽게 될 거야. 그전에 모두를 잠재우려면 또 다른 수면제가 필요하겠지?"

 

 나는 미리 제조해둔 담배를 내밀었다. 수면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코카인과 수면을 돕는 항히스타민 계열의 약성분을 섞어서 만든 담배였다. 경찬오빠는 그 담배가 혜나언니의 유품인 양 자연스럽게 선재오빠에게 전달해주었다. 유희언니는 내가 탄 커피를 한잔 더 마셨고 모두가 또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여기서 오빠의 역할이 중요해. 오빠가 가장 먼저 일어나서 내 경동맥을 짚고는 사망선고를 내려야 해. 그리고 그 순간부터 선재오빠를 범인으로 몰기 시작하는 거야."

 

 경찬오빠는 유희언니에게 미리 말해둔 결정적인 증거를 빌미로 삼아 선재오빠를 범인으로 몰았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반전이 남아 있었다.

 

 "선재오빠에게 1층에 있는 비밀통로를 공개해. 그럼 오빠는 자연스럽게 범인의 후보에서 제외될 거야. 결국 범인은 유희언니로 몰릴 거고 오빠는 중재적인 입장에서 상황에 맞게 대처만 하면 돼."

 

 경찬오빠는 내가 시키는 대로 화장실로 향한 뒤 비밀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내가 미처 말하지 못한, 아니 말하지 않은 변수가 오빠의 얼굴을 덮쳤다. 사실 오빠 몰래 어둠의 경로로 구입한 황산을 수조에 가득 담아 비밀의 문 위에 올려놓았다. 이것 역시 애초부터 내 머릿속에 있던 계획의 일부였다.

 

 "증오의 대상은 선재오빠와 가영오빠 뿐이었어. 그런데 날이 갈수록 동훈오빠의 죽음에 개입한 사람이 더 있다는 걸 알게 됐지. 일단 이 사건의 화근이 된 혜나언니. 선재오빠에게 질투심 이상의 증오심을 심어줬어. 물론 그것이 고의가 아닐지언정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동훈오빠의 죽음에 크게 한몫했지. 그리고 유희언니. 혜나언니 옆에서 쓸데없는 용기를 불어넣음과 동시에 동훈오빠를 몇 번이고 설득한 장본인. 결국 커플탄생의 1등 공신은 유희언니였어. 마지막으로 경찬오빠. 오빠는 이 사건과는 무관할 정도로 연결고리가 전혀 없었어. 다만 나와 함께 모든 계획을 공유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어. 이 대대적인 살인계획은 나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싶었거든."

 

 눈을 감고 죽어있던 나는 경찬오빠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마음 한구석이 아렸지만 참아야만 했다. 모든 벌은 죽어서 받겠노라고 몇 번이고 다짐하며 이빨을 꽉 깨물었다.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은 두 명뿐이었고 유희언니는 내가 시킨 대로 집밖으로 도망쳤다. 분명 양 갈래 길에서 우측을 선택했을 거고 낭떠러지를 맞이했으리라.

 

 "언니. 만약 마지막까지 살아남게 되면 무조건 밖으로 도망쳐요. 혹시 갈림길이 나오면 우측으로 가야 산책로로 이어져요. 한 사람이라도 살아남아야 이 사건의 진신을 밝힐 수 있어요."

 

 식칼을 들고 유희언니와 단 둘이 대면하고 있을 때 유언처럼 남긴 한 마디. 결국 난 죽음을 맞이했고 언니는 내말에 강한 확신을 가졌으리라. 선재오빠는 내가 정한 모범답안대로 유희언니를 쫓아 집밖으로 나갔다. 그 사이 난 자리에서 일어나 죽은 자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이 모든 죄는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사람이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

 

 "사실 선재오빠를 끔찍이도 죽이고 싶었어. 오빠를 죽인 직접적인 범인이니까. 그런데 바꿔 생각하니 이렇게 쉽게 죽어버리면 너무나 허무할 거 같은 거야. 그 사람이라면 훨씬 더 오랫동안 고통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이 말에는 오빠도 동의하지?"

 

 저수지 깊은 곳에 잠든 오빠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날의 일은 모두 잊기라도 한 듯 잔잔한 바람을 맞으며 낮잠을 자는 걸까.

 

 선재오빠는 펜션으로 돌아와 잠들었고 나는 몸에 새긴 변장을 지운 뒤에 내가 죽었던 곳을 깨끗이 정리했다. 그리고 펜션지기가 나타날 때쯤 지문조작에 성공한 칼을 들어 스스로 복부를 찔렀다. 엄청난 고통이 전해졌지만 오빠가 느꼈을 고통을 떠올리며 몇 차례 더 자해를 가했다. 죽지 않을 정도의 창상을 남긴 채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내 모습이 얼마나 끔찍했을까. 펜션지기는 두 눈이 휘둥그레져 곧바로 경찰에 연락을 취했다.

 

 "아, 깜빡할 뻔 했다. 톰 아저씨는 여전히 잘 계시더라. 오빠의 안부를 전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 오빠가 죽었다는 걸 알면 몹시 슬퍼하실 테니까."

 

 제일 처음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서 숙박을 제안한 사람은 나였다. 경찬오빠와 몇 명이 표를 더했고 결국 이곳으로 최종 결정이 났다. 감회가 새로웠다. 아빠가 지은 집에서 복수극을 펼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쿵쾅거렸다. 이 설렘은 아빠의 손을 잡고 오빠와 함께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느낌과 같았다.

 

 "우와!! 되게 크다!! 정말로 아빠가 이 집을 지은 거야?"

 

 어린 시절, 내 눈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커보이던 그 집에서 우락부락하게 생긴 아저씨가 나왔다. 그는 자신을 아빠의 절친한 친구인 ‘톰 아저씨’라고 소개했다.

 

 "꼬마 숙녀 분. 오늘 하루 이곳에서 즐거운 추억을 쌓길 바랍니다."

 

 오빠와 나는 커다란 집 안에서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자유를 만끽했다. 그때 아빠가 신기한 걸 보여준다며 우리를 다락방으로 데리고 갔다.

 

 "이건 톰 아저씨한테는 비밀이야. 우리만 알고 있어야 해. 알았지?"

 

 곧 비밀의 문이 열리고 우리는 입이 쩍 벌어졌다. 아빠는 1층에도 비밀의 문이 있다며 다음에 또 왔을 때 보여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그 후로 톰 아저씨의 행방이 묘연해졌고 이곳에 다시 올 일은 없어졌다. 언뜻 듣기로는 톰 아저씨가 부인과 사별하고 자취를 감췄다는 것 같았다. 우리의 놀이터는 그렇게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곳. 그곳은 개인주택이 아닌 펜션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톰 아저씨’는 여전히 그곳의 주인이었지만 내 얼굴을 알아보진 못했다. 난 이곳을 죽음의 성지로 정하고 모든 계획의 초점을 이곳으로 맞췄다.

 

 "잠시 뒤 ‘톰 아저씨’도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할거야. 아저씨가 설치한 CCTV에 어떤 영상이 찍혔고 결정적인 증거로 제출됐다고 하더라. 먼저 가신 아빠마저 내 계획을 도우셨다는 생각이 들어. 물론 오빠는 이 말에 절대적으로 동의하지 않겠지만 난 그렇게 믿고 싶어."

 

 모든 속 이야기를 털어놓으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그러나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였다.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한 나는 오빠에게 작별인사를 고했다.

 

 "지금부터 진범을 법적으로 벌하러 갈 거야. 모든 심판이 끝나면 다시 와서 얘기해 줄게. 그때까지 푹 쉬고 있어."

 

 등을 돌려 가교를 내려가는데 문득 한차례 강한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잠시 동안 내 걸음을 멈춰 놓았지만 오래 잡진 못했다. 난 속으로 오빠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뒤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한 여름의 태양이 가장 높은 곳에서 내 앞길을 비춰주고 있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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