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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마피아게임
작가 : 맨온파이어
작품등록일 : 2017.12.17

제한된 공간에서 시작한 마피아 게임은 모두가 죽어서야 끝이 난다.

영국의 추리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모티브를 따온 살인극. 살인과 살인 사이의 연결고리를 통해 긴장감은 더욱 커져만 가고 모두가 죽었을 때 당신은 범인이 누구인가 확인하기 위해 다시금 책장을 앞으로 넘기게 될 것이다.

 
마지막 희생자
작성일 : 17-12-17 13:59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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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장. 마지막 희생자

 

 

 "말도 안 돼. 난, 난 범인이 아니야!!"

 

 뒤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유희는 실성한 것처럼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펴보았다. 갑자기 나타난 수조의 은신처는 어디일까. 찾았다. 화장실 환풍기 옆 천장에 커다란 공간이 보였다. 정확히 타일 네 개가 떨어져 나간만큼의 크기였다. 그리고 밑에 놓인 타일 네 개는 거짓말처럼 하나로 붙어 있었다.

 

 "비밀의 문은 다락방에만 있는 게 아니었어. 이 곳 화장실에도 숨어 있던 거야. 분명 저 통로도 2층 혜나가 있던 방으로 이어질 거야. 범인은 다락방이 아니라 화장실을 이용했어. 여자라도 A자 사다리를 이용하면 이곳을 통해 위로 올라갈 수 있지."

 

 모든 상황이 정리됐다. 경찬은 날 범인으로 확신하고 있었지만 이곳 화장실에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분명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던 도중 비밀 통로를 눈치 챘을 것이다. 네 개의 타일만 하나로 합쳐져 있는 걸 수상하게 여긴 그는 변기를 밟고 올라가 떨리는 마음으로 타일을 분리했다. 그리고 그 실체를 확인한 결과.

 

 타일 위에 놓인 수조가 엎어지면서 경찬의 얼굴을 덮쳤다. 상당량의 황산이 경찬의 경구를 통해 들어갔고 곧 기도화상으로 이어졌다. 그 순간, 경찬은 진범을 확신하고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반드시 진범을 밝히고야 말겠다고 다짐했으리라.

 

 "말도 안 돼. 나는 정말로 모르는 사실이야. 저런 통로가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난 혜나를 죽이지 않았는데?"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며 계속해서 부인하는 유희의 손을 잡고 2층으로 올라갔다. 문제의 방으로 다시 들어간 뒤 방바닥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락방과 비슷한 홈을 발견했다. 나는 유희를 남겨둔 채 다시 화장실로 내려와 비밀의 문을 강하게 밀었다. 역시나 다락방과 마찬가지로 태엽이 돌아가며 서서히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비밀의 문이 완전히 열리고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희와 눈이 마주쳤다.

 

 "이래도 인정 안할 거야?"

 

 유희는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짓더니 모든 걸 체념한 듯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사인이었다.

 

 "이 모든 상황이 내가 범인이라고 말하고 있네. 그래 맞아. 내려가서 모든 걸 얘기할게."

 

 그녀는 축 처진 어깨로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왔다. 그러나 그녀가 향한 곳은 화장실이 아닌 현관문이었다. 그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직감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문을 열고 뛰쳐나간 유희는 비바람 치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기다려!! 거긴 안 돼. 유희야!!"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만 한다. 이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단 한 사람마저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난 전속력으로 유희를 쫒았다. 어느 덧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경계의 시간에 접어들며 주변 사물들이 하나 둘씩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저 멀리 보이는 유희와의 간격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비바람을 헤치며 추격전을 펼치던 남녀는 갈림길을 맞게 되었다. 앞서가던 유희는 망설임 없이 우측을 선택했고 나 역시 그녀의 선택을 존중했다. 그러나 얼마못가 유희는 멈춰서고 말았다. 낭떠러지를 앞에 둔 막다른 길에 접어들고야 만 것이다.

 

 "이제 그만 포기해."

 

 마치 호러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여자를 쫒던 남자도 멈춰선 채 최후의 통첩을 날렸다. 보통의 영화에서는 남자가 살인마, 여자가 주인공이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녀는 연쇄살인을 저지른 현행범이었다. 어떻게든 자백을 받아내 의문의 미스터리를 풀어내야만 했다.

 

 "대체 왜 죽인 거야? 우리 모두 친구였잖아."

 

 순간 질문의 주체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분명 유희의 입에서 나온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아직도 그녀는 속죄할 마음이 없는 듯 인간의 밑바닥 끝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건 네가 할 질문이 아닌 거 같은데? 오히려 그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변을 들려 줬음 좋겠는데 말이야. 왜 죽인건지, 또 어떻게 죽인건지."

 

 그녀는 비에 젖은 머리를 한번 쓸어 올리고는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내가 죽였다고 생각해? 이렇게 단 둘이 있는데 굳이 끝까지 탐정인 척을 하는 이유는 뭘까?"

 

 유희는 한층 더 차가워진 눈빛으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도망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낭떠러지 밑으로는 비를 먹고 불어난 물살이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지금 내가 얘기하는 논점은 내가 범인인가에 대한 진위여부가 아니라 오빠의 정체와 관련된 내용이야. 경찬오빠가 죽기 전 얘기한 결정적인 증거가 뭐라고 생각해?"

 

 결정적인 증거. 순간 또 다시 몸이 움찔거렸다. 마치 왕따라도 당한 것처럼 나만 모르고 있던 그 증거란 무엇일까? 분명 지수조차 나를 미심쩍은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셋만 공유하고 있던 극비정보가 있으리라. 그러나 그 정체에 대해서 정말로 감조차 오지 않았다.

 

 "오빠가 담배를 태우러 나간 사이, 그러니까 경찬오빠가 먼저 들어왔을 때 지수는 칼을 들고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어. 경찬오빠는 좋은 말로 몇 번이고 달래보았지만 지수는 꿈쩍도 하지 않았어. 그때 경찬오빠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더니 진범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어."

 

 역시나 화근의 시작은 경찬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날 범인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아까 혜나가 죽은 방에서 발견된 소주병 기억하지? 오빠는 언뜻 보고 넘겼지만 그 병 안에는 결정적인 증거가 들어있었어."

 

 병 안의 증거. 경찬이 굴러다니는 소주병을 들어 보인 장면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는 소주에 초점을 맞췄을 뿐 병 안의 어떤 것과 관련해서는 일체 언급도 하지 않았다.

 

 "언뜻 본 바로는 병 안에 담배꽁초가 들어있던 거 같은데? 혜나가 태우다 버린 거 아니야?"

 

 "정답. 병 안에는 담배꽁초가 들어있었어. 총 세 개의 담배꽁초가 들어있었지. 두 개는 평소 혜나가 피우던 던힐 1mg. 그리고 한 개는."

 

 유희는 하던 말을 잠시 멈추고 내 얼굴을 살폈다. 그 다음에 어떤 말이 나올지 생각해보라는 듯 여지를 주고 있었다.

 

 "오빠가 즐겨 피우던 말보르 레드. 여자가 태우기는 버거웠는지 장초 그대로 남아있었어. 이제 기억나지? 함께 있었잖아. 우리 모두가 잠든 시간에."

 

 말도 안 되는 우격다짐이었지만 누군가가 만들어낸 증거로 인하여 정선재가 범인으로 설정되었다. 그 사실을 공유한 세 사람은 날 끊임없이 의심했지만 결국 모두 죽고 유희만 남았다.

 

 "그 시간을 복기해볼까? 술에 취한 혜나는 담배가 떨어지자 방 밖으로 나왔어. 우리는 모두 잠에 빠져 있었고 오직 한 사람만 눈을 뜨고 있었지. 오빠는 비밀의 통로를 이용할 생각이었지만 뜻밖의 전개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어. 말 그대로 무혈 입성한 오빠는 성문을 굳게 잠그고는 혜나에게 담배를 건넸어. 마지막 남은 담배였지만 포기할만한 가치가 충분했거든. 혜나는 담배가 입에 맞지 않자 소주병에 털어버리고는 이제 그만 나가달라고 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거야. 범인은 손쉽게 범행을 저지르고 문을 열어 놓은 채 제자리로 돌아와 자는 척 눈을 감았어."

 

 지금까지가 경찬이 주장한 ‘정선재 범인설’의 실체였다. 범인인 나는 애초부터 다락방과 화장실에 있는 비밀의 문을 모두 알고 있었고 트릭을 위해 교묘하게 사용했다. 그리고 이제 민유희만 죽이면 길고 길었던 살인 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

 

 "뭔가 오해를 하고 있어. 아까 밖에서 경찬이 내게 담배를 건넸어. 모두의 담배가 동났지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담배라며. 2층 방에서 주었다는 그 담배는 혜나꺼였어. 애초에 혜나는 담배가 부족하지 않았고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어. 제발 지금 살아있는 사람의 말을 믿어줘. 어떻게 하면 내가 범인이 아니란 걸 증명할 수 있을까?"

 

 "이미 너무 늦었어. 생각해보니 애초부터 이 펜션으로 결정한 사람도 오빠였잖아. 맞지?"

 

 분명 최종결정은 내가 내렸다. 그러나 몇 개의 펜션을 놓고 사전투표가 열렸었고 나를 포함한 다수의 인원이 이곳을 찍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더구나 제일 처음 펜션의 후보리스트를 작성한 사람은 지수였다.

 

 "아마 사람들이 다른 곳을 뽑았어도 오빠는 분명 이곳을 고집했을 거야. 어차피 최종 결정권자는 오빠니까."

 

 유희는 더 이상 내 말을 듣지 않으려는 듯 양 손으로 귀를 막았다. 답답한 마음에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위태롭게 뒷걸음질 치는 모습에 제자리에 멈춰 섰다. 억울한 마음에 몸이 점점 더 뜨거워지는 걸 막을 길이 없었다.

 

 "좋아. 그럼 아까 경찬이가 죽기 전 범인으로 널 지목한 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

 

 경찬은 누가 범인이냐는 내 질문에 손가락으로 문 쪽에 서 있는 유희를 가리켰다. 그때 당황하던 유희의 표정이 눈앞에 선했다.

 

 "그건 날 범인으로 지목한 게 아니야. 나한테 물어보라고 가리킨 거지."

 

 그녀는 마치 사이비종교에 빠진 열혈신자처럼 주위의 말은 전혀 듣지 않았다. 굵은 빗방울이 그녀의 머리를 적시고 내려와 입고 있는 트레이닝복 마저 모두 젖어버렸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일단 펜션으로 돌아가서 다시 얘기하자. 여기 계속 서 있으면 감기 걸리겠어."

 

 몸에서 한기가 돌기 시작했다. 새벽녘 강하게 퍼붓는 빗줄기는 계절과 상관없이 일정체온을 떨어뜨리기 충분했다. 쏟아지는 빗방울 때문에 시야도 점점 더 좁아지고 있었다. 어떤 돌발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는 시점에서 빗방울은 한 방울 조차 치명적이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여기서 이런다고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어."

 

 나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앞으로 옮겼다. 그러나 겁먹은 유희는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순간적인 스퍼트를 내서 한순간에 유희와의 간격을 좁혔다. 이제 팔만 뻗으면 유희를 잡을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온 순간, 갑자기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꺄악!! 살려줘!!"

 

 뒤꿈치가 나무뿌리에 걸린 듯 뒤로 넘어진 유희는 낭떠러지 쪽으로 구르기 시작했다. 난 몸을 날려 손을 뻗어보았지만 너무 늦었다. 절벽 아래로 사라진 유희는 보이지 않았고 내 손은 허공만 움켜잡고 있었다.

 

 이렇게 유희마저 사라져 버렸다.

 

 "이럴 순 없어......... 이건 말도 안 돼."

 

 난 엎드린 채로 어깨를 떨며 울음을 터트렸다. 오랜 시간 참아왔던 눈물이 결국 터지고 만 것이다. 함께 놀러왔던 일행 모두가 죽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 같이 죽기 전 내가 범인이라며 몰아세웠다.

 

 결국 살아남은 건 범인으로 낙인찍힌 나 한 명뿐이었다. 더 이상 날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알 수 없는 공포감이 밀려왔다. 진범이 있다면 왜 나를 죽이지 않았을까? 혹시 죽이지 못한 걸까? 난 1차로 경찬을 진범으로 확신했고 2차로 유희를 의심했다. 그러나 결국 둘 다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

 

 "끄악!!"

 

 빗소리를 뚫고 한 남자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그건 혼자 살아남은 죄책감과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공포감이 뒤섞인 울음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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