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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너무나 특별한 소녀
작가 : 최윤슬
작품등록일 : 2017.11.5

'이대로 아무런 일도 없이 삶이 끝날지도 몰라.'
만사가 무기력한 열여덟 수연에게 너무나 특별한 찬별이 다가온다.
그들의 친구 프랑소와까지, 세 사람의 너무나 특별한 성장담.

 
-29화- 뜻밖의 은신처
작성일 : 17-12-17 13:43     조회 : 312     추천 : 0     분량 : 3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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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뜻밖의 은신처

 

  수연과 찬별은 새벽같이 서둘렀다. 곧 날이 밝으면 은희가 감쪽같이 사라진 딸 때문에 충격에 빠질 것이고, 잠옷 차림으로 동네를 사방팔방 뒤지고 다니기 전에 이곳을 떠야했기 때문이었다.

 

  “음, 그래도 우리 엄만 절대 잠옷 차림으론 안 나올 걸. 화장까지 마치고 나올지도 몰라. 어쩌면 귀걸이도 하고.”

  “이 와중에도 농담이 나옴?”

  “농담 아닌데......”

 

  두 소녀는 졸린 눈으로 방문을 열다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수민이 골골 코를 골며 침대에 너부러져 있었다. 소주병은 원래 있던 침대 밑에 수연이 밀어 넣어두었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서 현관문을 닫은 후 수연과 찬별은 후우, 한숨을 쉬었다.

 

 

  새벽 5시 반. 세상에 이미 반짝반짝 아침이 내려앉아 있었지만 사람들이 깨어나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가자.”

 

  씻지 않은 것이 조금 찝찝했지만 서둘러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만남의 장소는 동네에서 몇 정거장 떨어진 곳의 24시 까페였다. 수연과 찬별은 커피와 베이글을 주문하고서 집에서 챙겨온 세면도구로 양치질을 했다. 폼클렌징 샘플로 대충 세수도 마치고 자리에 돌아오니 프랑소와가 도착해있었다.

 

  “에휴, 이런 걸로 아침이 되겠어?”

 

  종이 쇼핑백에서 락앤락을 꺼내는 프랑소와를 보며 찬별이 박수를 쳤다. 뚜껑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유부초밥과 과일이 옹기종기 담겨있었다.

 

  “우와! 무슨 소풍 온 것 같아.”

 

  찬별이 헤실헤실 웃었다. 수연은 주변을 살피며 조용히 말했다.

 

  “까페는 외부 음식물 반입 안 돼요.”

  “아!”

 

  프랑소와는 난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집 아니면 프리다 살롱만 오가는 몸이니 이런 것을 잘 알 턱이 없었다. 찬별은 뚜껑을 또각또각 닫으며 밝은 얼굴로 말했다.

 

  “날씨도 좋은데 야외에서 먹지 뭐!”

 

 

  근처를 한참 걸어서 공원 비슷한 곳을 찾은 셋은 벤치에 앉아 벼룩시장을 깔고 도시락을 꺼냈다. 까페에서 산 베이글과 커피까지 함께하니 그럴 듯한 피크닉 분위기가 났다.

 

  “박찬별의 성공적인 가출을 위하여!”

 

  찬별이 호기롭게 커피 잔을 들어 올렸지만 누구도 호응해주지 않았다. 찬별은 입술을 삐죽인 뒤 혼자 꿀꺽꿀꺽 커피를 마셨다.

 

  천사의 방문이 예정된 것처럼 화창한 아침이었다. 잠시간 아침 먹는 일에 집중하던 세 사람의 침묵을 프랑소와가 깨트렸다.

 

  “생각해봤는데.”

 

  잠시 뜸을 들이던 프랑소와는 손등으로 입술을 닦고 말을 이었다.

 

  “찬별이가 가있을 만한 곳, 있어.”

 

  수연과 찬별이 동시에 외쳤다.

 

  “어딘데요?”

 

 

  프랑이 말한 곳은 수연과 찬별에겐 너무나도 뜻밖이었다. 하지만 이미 연락을 해 양해를 구해두었다며, 그곳만큼 적당한 곳은 없을 거라는 프랑의 말엔 분명 설득력이 있었다.

 

  “너, 프랑이 저렇게 확신에 차서 말하는 것 본 적 있어?”

 

  찬별의 말에 수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그들은 조금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지하철을 타고 미아역으로 이동했다. 미아동의 한 아파트가 그들이 방문할 곳, 찬별을 당분간 의탁할 곳이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한강 수면 위로 빛이 잘게 부서졌다.

 

 

  “어서 와요.”

 

  활짝 웃으며 문을 열어주는 완준을 보고 수연과 찬별은 숨을 헉, 들이마셨다. 구리빛 피부에 눈이 서글서글하니 커다란 그는 머리색까지 노랗게 물들인 것이...... 주변에서 흔히 봐왔던 어른의 모습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일찍 올 줄 알았으면 집 청소 좀 해둘 것을.”

  “아니에요, 너무 일찍 와서 죄송해요.”

 

  프랑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셋이서 돈을 모아 사온 과일 박스를 내밀었다. 완준은 젊은 사람들이 뭘 이런 것을 사왔냐고 호들갑을 떨며 그들을 방석이 놓인 거실로 이끌었다.

 

  “자, 이 차 좀 들어봐요.”

 

  완준이 직접 담근 유자청으로 만든 아이스 유자차가 각자의 티코스터 위에 한 잔씩 놓여있었다. 주황색 방석을 하나씩 차지하고 앉은 다음으론 결국 침묵의 시간이 찾아왔다. 아무리 사교성이 뛰어난 찬별이라 해도 이 경우는 조금 어색했는지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눈치만 살폈다. 프랑도 수연도 미소만 짓고 있었지 말이 없었던 탓에, 결국 또 완준이 입을 열어야 했다.

 

  “그러니까 그 가출했다는 주인공이......?”

 

  완준이 수연과 찬별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찬별이 번쩍 손을 들었다.

 

  “폐를 끼치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씩씩한 찬별의 대답에 완준은 호탕하게 웃어젖혔다.

 

  “하하하, 혹시 아버지가 군인이셔?”

 

  찬별이 그제야 씩 웃으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방위 출신이신 걸요.”

 

  모두가 비로소 깔깔 웃었다. 분위기가 덕분에 말랑말랑 부드러워졌다.

 

 

  “그러니까, 저 분이 최이로 시인님의 룸메이트라는 거죠?”

 

  찬별의 질문에 프랑이 조금은 미적지근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완준이 마트로 장을 보러 간 후 거실에는 수연과 프랑소와와 찬별뿐이었다. 중년 남자 두 사람이 생활하는 거실에선 낯설지만 기분 좋은 냄새가 났다. 주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깔끔하고 온화한 인테리어였다.

 

  “네이버에 검색하면 나온닷. 연극배우셔.”

 

  수연과 찬별은 스마트폰으로 완준을 검색해본 후 우와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한껏 멋을 낸 흑백의 완준이 ‘잘생긴 표정’을 짓고서 수연과 찬별을 노려보고 있었다.

 

 

  수연은 낭독의 밤에서 봤던 최이로 시인과 김완준이란 배우는 완전히 반대되는 타입의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 최이로 시인이 고요한 달이라면 김완준 배우는 이글대는 태양 같고, 최이로 시인이 차가운 실버라면 김완준 배우는 뜨거운 골드 같다고.

 

  “서로 달라서 친해지신 모양이지.”

 

  찬별이 그렇게 말했을 때엔 수연도 수긍할 수 있었다. 수연과 찬별 역시 너무나 다른 소녀들인 것이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온 최이로 시인까지 모두 한 집에 모이자 분위기가 놀랍도록 시끌시끌해졌다. 완준이 사온 족발을 놓고 둘러앉은 식탁엔 수시로 웃음꽃이 만발했다. 둘만의 생활에 권태감(그것이 싫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을 느꼈던 두 남자에게 새 식구의 등장은 반갑고 신선했던 것이다. 게다가 찬별처럼 싹싹한 아이가 새 식구라면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짜로 딸 하나를 얻은 기분인데?”

 

  맥주를 홀짝이던 완준이 기분 좋은 얼굴로 말했다.

 

  “그럼 둘 중 누구 딸이지?”

 

  쫄깃살을 새우젓에 찍으며 이로가 묻자 찬별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빠가 둘인 걸로 하면 어떨까요?”

 

  완준과 이로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좋겠다! 와하하!”

 

  낯선 아저씨들 앞에서 넉살좋게 농담을 던지고 웃는 찬별이 수연은 신기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아무리 프랑소와의 소개로 오게 되었다지만, 남자들만 있는 집에 찬별을 그냥 둬도 괜찮은 걸까?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찬별의 은신처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프랑소와는 그렇게 말했다. 수연이 남자만 둘이 사는 집에 찬별을 떨어뜨려놓은 것이 신경이 쓰인다고 솔직하게 말한 것이다. 프랑은 재차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선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니까, 뭐.”

 

  눈을 굴리며 알쏭달쏭한 말을 했을 뿐이었다.

 

 

  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 수연과 프랑을 보며 찬별은 귀찮은 표정을 지었고 완준은 집에 생기가 돈다면 즐거워했다.

 

  “집에선 거의 혼자 있는 시간이 길었거든.”

 

  완준은 공연이 없을 때엔 집안일을 돌보고 있다고 했다. 주요 수입은 이로가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에 가사라도 도맡아야 마음이 편하다면서.

 

 

  수연은 마음속으로 그들이 꼭 ‘부부’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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