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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영웅환상곡
작가 : 하이아라키
작품등록일 : 2017.7.6

태생1성의 흑수저 영웅이 세레이아스 세계의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기까지의 대 서사시!!

 
#10 흔들리는 신념
작성일 : 17-12-17 11:54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9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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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흔들리는 신념

 

 마츠는 그루지아에서 복귀한 뒤로 몇 달째 머릿속이 내내 복잡했다.

 왕국 정규군 소속으로 특수 정예 부대 블랙라벨의 대장을 맡아 온 오랜 시간이 마치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처럼 그렇게 느껴질 정도로 매 시간 매 수초가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마츠는 그런 원론적인 물음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져대고 있었다.

 한참을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마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인상을 구겼다. 얼마 동안이나 이렇게 생각에 골몰했는지 그를 비롯해 주변 인물들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도 그는 루칸길드를 통해 초월족의 마지막 후손을 보호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사실이 발각되면 즉각 처형에 회부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지만 마츠는 그러한 자신의 결정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알란이 죽기직전에 그에게 했던 이야기가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그것은 그야말로 또 다른 전쟁의 싹이 될 소지가 충분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 이상의 비극이 될 여지가 더 컸을 것이다.

 초월족의 마지막 후예 그 사내야말로 진화의 비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알란은 그렇게 이야기 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왕국에 퍼져있는 타락한 영웅족의 잔당들이 오랜 세월 동족들을 숙청해 오면서도 놓지 않고 있었던 7성 진화의 망상이 그야말로 현실이 될 수도 있을지 몰랐다.

 마츠는 길드 루칸 역시 진화의 비밀을 좆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래도 마츠는 이 일을 대행함에 있어서 루칸 길드가 최적이라고 판단했다.

 반란군으로 즉시처형 대상에 오른 인물들 중 일부가 이미 루칸 길드와 안면이 있었기 때문이었기도 했지만 길드장인 카인 루소에 대한 개인적인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행히 초월족의 마지막 후예는 반란군 기지로 무사히 배달이 된 모양이었다.

 마츠는 다시한번 크게 심호흡을 했다.

 자신의 행동이 국가에 대항하는 반역 행위라는 사실에 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그 때 문을 두두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집무실 문이 열렸다.

 정갈한 복장에 고품스러운 안경을 쓰고 인상이 세련된 중년의 사내가 예의를 한껏 갖추고 들어왔다.

 

 "대장님! 특무대로부터의 호출입니다. 지난 번의 임무 실패와 관련해 몇가지 질의가 있을 겁니다."

 

 중년의 사내는 블랙라벨의 일정을 비롯해 모든 부대업무를 담당하는 주무관 이었다.

 마츠는 다시금 머리가 복잡해 지고 있음을 느꼈다.

 

 "네 알겠습니다. 주무관님"

 

 중년의 사내는 그 말을 듣고는 예의를 갖춰 몸을 돌린 후 집무실을 나갔다.

 

 특무대가 관할하는 의회실은 블랙라벨의 별관 본부에서 조금 떨어서 성내 본관 위층에 위치해 있었다.

 사실, 말이 의회실이지 일종의 취조실이나 다름없었다.

 명목상 감찰 업무를 주로 하는 특수기관인 만큼 취조 관련 일이 꽤나 많았다.

 

 마츠는 성내를 걸으면서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취조를 받거나 처분을 두려워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의 결정이 앞으로 블랙라벨과 대원들 그리고 나아가 국가와 가족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 알 수 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평생을 군에 몸담으면서 왕국에 헌신하신 아버님의 신념과 그 뒤를 이어 마츠 스스로로 일생을 헌신하고 있었던 터였기에 그러한 두려움이 보다 컸던 것이다.

 성내 정문을 돌아 위층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지나쳐가며 경례를 했다.

 블랙라벨은 디서퍼즈, 즉 특무대 산하에 편성되어 있었지만 정규군에 배속되어 있던 관계로 독립적인 활동이 가능한 특수 부대였다.

 임무의 중요도와 그 수행률덕에 군 내 를 비롯해 왕성 내에서도 평판이 좋은 편에 속해 있었다.

 특히나 마츠는 그 명성또한 자자해 어린나이에도 존경 받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던 터였다.

 

 마츠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의회실 안으로 들어섰다.

 주무관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그는 의회실 옆 면에 일련의 자료를 들고 서 있었는데 조금은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몇 걸음을 옮겨 배석된 좌석에 앉자 그제야 미리 도착해 좌석에 앉아 있던 라벨3조의 조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정면 단상에 익숙한 자가 서 있었다.

 

 "호명하면 대답하세요. 우라이 슈라, 아수 진, 흐어 메이, 그리고 후안 마츠 모두 모이셨죠?"

 

 지난 임무에 파견된 라벨3조의 조원들과 라벨의 대장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이도록 한 것은 특무대로써도 지금까지 유례가 없던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모든 조원이 대답을 마친 뒤 조금의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야 마츠가 호명에 응했다.

 

 그리고 지리한 시간이 이어졌다.

 작전의 개요 확인 부터 그루지아에 있었던 수 개월간의 기록을 모두 확인하고서야 지난 몇 개월간의 모든 취조가 끝이 났다.

 슈라와 진, 메이 등 레벨3조의 모든 대원들은 취조 후 자리를 뜨며 마츠의 등을 쓰다듬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의회실을 빠져나가자 단상에 있던 인물이 입을 열였다.

 특무대를 비롯해 정규군 소속인 블렉라벨과 국왕경호대인 익스퍼트까지 실리즈를 제외한 모든 특수부대의 작전 계획을 수립하고 임무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그였다.

 마츠는 그에게 있어 더욱 특별한 인물이었다.

 

 "일단, 지난 임무 실패는 매우 유감스럽네, 자네가 실패할 것이라고는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심히 염려스러워, 더 할말은 없나? 마츠"

 

 "없습니다."

 

 "알겠네, 이번 작전은 기밀작전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작전이었네, 성공했으면 좋았을테지만 천하의 블랙라벨도 실수란 할 수 있는 법이지"

 

 "그런 말씀 마십시요."

 

 마츠는 수행관의 질문에 뼈가 있다고 생각했다.

 

 "좋아, 더 이상의 취조는 없을걸세, 파악하지 못한 제자의 행방에 대해서는 다른 경로를 통해 수소문을 진행중이야. 물론 블랙라벨은 이 이상 관여하지 않을 걸세."

 

 마츠는 잠시 침묵했다.

 

 "알겠습니다. 임무 실패에 대한 징계는?"

 

 "그 문제 말인데, 의회 전체의 결과는 무기정직으로 나왔지만, 내가 손을 좀 썼네. 정직 후 연락을 기다리면 곧 라벨로 복귀하게 될거야. 당분간 아버님께 가 있도록 하게."

 

 마츠는 쓴 웃음을 지었다.

 차라리 잘 된 일인지도 몰랐다.

 어찌되었던 자신의 신념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얻은 셈이었기 때문이었다.

 슈라와 진, 그리고 메이에게는 미안했지만 그들은 이미 정신적으로 충분히 단련된 정예요원이었으므로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마츠는 기다릴 것도 없이 집무실로 돌아와 짐을 챙겼다.

 그리고 곧바로 목적지를 정했다.

 어쩌면 마츠는 이미 그의 새로운 신념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

 마츠는 임무 수행을 하지 않고 제타의 수도를 나선 것이 언제였는지 생각해 보았다.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너무 오래도록 일에만 몰두해 있었는지도 몰랐다.

 임무는 쉴새없이 하달되었다.

 제타는 알만 대륙 내 가장 강한 군사력을 확보한 대국이었지만 그 힘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첩보 활동을 펼쳤다.

 블랙라벨은 그 선봉에 서 있었다.

 마츠는 순간 피식하고는 웃어 버렸다.

 왜 갑자기 웃음이 터졌는지 그도 잘 알지 못했다.

 

 비치지방은 수도에서 남쪽으로 한참을 내려가야 했다.

 한 때는 비치지역을 중심으로 수도를 재편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을 만큼 비치 지방은 사람이며 동물이며 모두가 살기에 좋은 그런 지역이었다.

 도력장치 연구에 있어 요르만 왕국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제타왕국 역시 도력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편이었다.

 

 수도에서부터 타고 온 이 도력운송 수단은 편리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다만 도로가 잘 포장되어 있는 곳까지만 운행했기 때문에 비치 지방까지 한 번에 갈수는 없었다.

 마츠는 중간에 운송수단에서 내려 비치까지 도보로 이동을 했다.

 말을 빌려 타고 갈 수도 있었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마츠는 어느 한 순간 갑자기 바뀌어 버린 자신의 삶이 꽤나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아시면 노발대발 하실 걸 알았지만 결국 인생은 스스로의 것이 아닌가.

 마츠는 또 한번 쓴 웃음을 지으며 길을 걸었다.

 

 어느샌가 비치 인근까지 도달해 있었다.

 하루 정도 거리에 도달했지만 마츠는 이 즈음에서 야영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밤도 깊었고 허기도 진터라 더 이상 걷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도력운송장치 덕에 말을 이용했을 때 보다 몇 배 빠르게 도착한 터라 생각보다 여유가 있었다.

 미리 연락을 취해 일정에 무리는 없었지만 늦는 것 보다는 빠른게 나았다.

 시골길을 따라 걷고 있던 마츠는 야영을 위해 산 능선을 따라 무작정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어차피 쉴 것이라면 최대한 편한 곳에서 쉬는 것이 나았기 때문이다.

 

 야영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었다.

 비치 지방은 숲이며 호수며 갈대 밭이며 어디든 충분히 무성했다.

 마츠는 산 중턱 숲 속에서 제법 평탄한 곳을 찾아 자리를 만들었다.

 주변에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대충 모아 그럴듯하게 모닥불 모양을 만든 뒤 주머니에 상시 가지고 다니는 조그마한 도력장치로 불을 붙였다.

 주변이 삽시간에 환해지더니 날벌레들이 모여들었다.

 벌레들은 또 벌레대로 괜찮았다.

 작전을 펼칠 때 마다 수 없이 해오던 야영이지만 매번 서툴어 보이는 것은 어쩌면 그 만의 매력인지도 몰랐다.

 아무리 능숙하게 도구를 다뤄도 그가 하면 어딘지 모르게 어설퍼 보였다.

 날벌레들이 불 주변에 몰려들어 일부는 죽고 일부는 마츠를 괴롭혔지만 개의치 않는다는 듯 그저 씁쓸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마츠는 등짐에서 작전식량을 몇개 꺼냈다.

 집무실에 쌓아 둔 것을 대강 챙겨왔는데 운이 좋게 고기 제품 위주로 담아 온 모양이었다.

 작전 중 가볍게 끼니를 때우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긴급식량 같은 것이었는데 먹기 편하게 줄을 당기면 부풀어 올라 즉석으로 조리가 되는 것이 특징이었다.

 대부분은 열 없이도 조리가 가능해 편리하게 사용했다.

 보통 하나를 먹지만 오늘은 작전 시기도 아니라 무리해서 두 개나 뜯어 냈다.

 마츠는 먹으면서 생각했다.

 

  '이게 이런 맛이었나? 생각보다는 별루였군'

 

 끼니를 때우는 용도로만 사용했던터라 여유롭게 맛 따위를 음미해 본 적이 처음이었다.

 마츠는 이번에도 헛웃음을 내 뱉었다.

 적당히 배가 부르자 잠이 쏟아졌다.

 제타의 중부 지방은 특별히 겨울이라고 부를 만한 계절이 없을 뿐더러 밤과 낮의 기온차도 심하지 않아 숙영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그래도 침낭은 필수였다.

 날벌레를 비롯해 독성이 강한 벌레들이나 곤충들에게서 조금이라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마츠는 등짐에서 침낭을 꺼내 바닥에 깔고는 안으로 들어가 눈을 붙였다.

 금새 잠이 들 것만 같았는데 무언가 불안했던 모양인지 쉽게 잠에 빠져들지 않았다.

 오랜 외지 임무를 통해 다져진 촉이라는 것이 발동 된 것인지 심기가 묘하게 불편해졌다.

 

  '쥐새끼 몇 마리가 있나본데, 이런 시골 산등성이에 무슨 이유인거야'

 

 마츠는 조용히 침낭에서 빠져놔와 모닥불을 정리했다.

 대략 서 너 명 즈음 되 보이는 무리들이 능선 아래쪽에서 올라 오고 있는 것 같았다.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일반인으로는 볼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최대한 은신한 채 인기척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마츠가 아니었다면 알아챌 수 없었을 것이었다.

 

 마츠는 녀석들이 어쩌면 영웅족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전혀 그럴 이유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이 곳에 얼마 남아있지도 않은 영웅족이 나타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츠는 기습을 위해 자세를 낮추고 은폐가 가장 유리해 보이는 덩굴 하나를 찾아 뒤로 숨었다.

 아마도 불빛을 확인했으므로 마츠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채면 더욱 더 경계하여 움직일 것이 뻔했다.

 기습하려면 그 전에 하는 것이 더 확실했고 당연했다.

 

 마츠는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그렇게 한 치의 미동도 없이 날을 세우고 있었다.

 드디어 적으로 간주할 수 있을 만한 녀석들이 마츠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제 잠시후면 빈 숙영지를 발견할 것이다.

 찰나의 순간 마츠는 기회를 재고 있었다.

 재고 또 잰 뒤에 드디어 마츠는 결단을 내릴 모든 준비를 마쳤다.

 

 적은 모두 세 명이었고 체력, 반사신경에 일가견이 있을것이며 분명히 군사 훈련을 받았을 것이다.

 마츠는 그렇게 간주했다.

 그리고 그 순간 마츠의 오른손이 블랙라벨의 상징과도 같은 무기 '스워드난'에 올라가 있었다.

 

  '지금이닷'

 

 마츠는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튀어 나갔다.

 마치 끝까지 움츠리고 있던 맹수가 먹잇감을 낚아 채기위해 달려 나가듯이 그 보다 더 용맹스럽고 날카롭고 빠르게 적들을 향해 튀어 나갔다.

 

  '헛'

  '칵'

  '읍'

 

 둔탁한 타격소리와 함께 각기 다른 세 마디의 신음소리가 짧게 흘러나왔다.

 그 중 두 명은 실신했고 하나는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마츠는 남은 한 명의 뒷 목을 빠르게 확인하고는 머리를 들어 올려 이번에는 얼굴을 확인했다.

 예상 밖으로 곱상한 얼굴에 살짝 당황했지만 정신을 잃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것들이 몇 가지 더 있었다.

 마츠는 곧바로 쓰러진 두 녀석과 똑같이 맞춰 입고 있던 제복 윗단에 써 진 마크를 확인하고는 드디어 입을 열어 질문을 던졌다.

 

  "자 아무말도 하지말고 묻는 말에 고개만 끄덕여라. 알았나?"

 

 마츠는 스워드 난을 1단으로 줄여 그녀의 목에 가져가 대고는 더욱 더 짙게 깔린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디서퍼즈(제타국 특무대) 소속이 맞나?"

 

 그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스워드난이 목을 찔러오자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에 남아있는 특무대원이 더 있나?"

 

 이번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츠는 심호흡을 하고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비치에 잠복한 이유가 초월족 첩보와 관련이 있나?"

 

 그녀는 마지막 질문에는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다.

 마츠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도록 했다.

 그녀는 강압에 못이겨 돌리고 있던 고개를 바로 해 자신을 압박한 사내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녀의 동공이 점차 커지더니 굳게 닫고 있던 입을 조심스레 열었다.

 

 "당신은..마..츠? 왜 이곳에"

 

 마츠는 스워드 난을 치우고 그녀에게 말했다.

 

 "대답해라. 초월족과 관련있는 작전을 수행중인가?"

 

 "그것은 극비다. 결코 말할 수 없다."

 

 마츠는 마지막 수단을 사용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칫, 특무대원에게 블랙라벨의 고문기술을 사용하게 될 줄이야. 그 고통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군."

 

 그녀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리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자결을 시도하기 위해 입을 다물었지만, 마츠가 허용하지 않았다. 마추는 순간적으로 옷 자락을 찢어 그녀의 입에 쑤셔 넣었다.

 

  '윽윽'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공포, 두려움 그리고 허망함이 모두 뒤 섞인 눈물이었을 것이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이상 자신과 부대원들이 결코 살아남을 수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더 이상 극비를 발설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블랙라벨의 고문은 죽음을 갈구할 만큼 고통스러운 것이다. 지금이라도 대답한다면 고통 없이 죽여주겠다."

 

 그녀의 눈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는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츠는 그녀의 입에서 곧바로 옷가지를 잡아 뽑았다.

 

 "그래서 작전결과는?"

 

 그녀는 이번에는 서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츠는 등줄기에 땀이 흘러 내리고 있음을 느꼈다.

 다행히 그녀는 진심으로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그래도 마츠는 무언가 일이 잘 못 되어 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이미 모든 정보가 세어 나가 작전이 수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마츠는 지난 몇 달간의 갈등이 초래한 이 사태를 자책하고 있었다.

 반란군 총사령관 에레시크가 이 모든 사태에 최선의 대응을 가져갔길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마츠는 스워드 난을 이용해 그녀와 기절한 두 대원의 숨통을 고통없이 끊어 내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제타왕국을 상대로 스스로 전쟁을 선포한 꼴이 되었다.

 그러나 마츠는 그런 생각따위 할 겨를이 없다고 생각했다.

 

 마츠는 빠르게 몸을 날려 반란군 기지를 향했다.

 아무도 아니 최소한 몇몇 인물은 절대 죽거나 납치 되지 않았어야 했다.

 마츠는 누적된 피로도 잊고 더욱 빠르게 몸을 날렸다.

 

 마츠는 해가 중천에 떠서야 반란군의 오두막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무일도 없길 바라며 오두막 문을 열어젖혔다.

 

 순간 날카로운 칼이 매섭게 마츠에게 내리 쳐졌다.

 마츠는 가볍게 피하고는 안으로 파고 들었다.

 이내 사태를 파악한 마츠는 덤벼드는 두 사내에게 블랙라벨의 표식을 보여주었다.

 

 사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마츠를 향해 공손히 인사했다.

 

 "어떻게 된 일이오?"

 

 마츠가 물었다.

 

 "첩보가 입수되었습니다. 일단 특무대에서 손을 쓰기 전에 사령관님과 주요 인사들은 이 곳 기지를 떠났습니다."

 

 마츠는 크게 한숨을 몰아 쉬었다.

 

 "일단, 은거지도 들키지 않은 것 같고, 밤새 특무대의 수색이 있었던 거 같은데 그건 어떻게 된건가?"

 

 사내들은 이 질문에는 머뭇거렸다.

 마츠는 약간의 시간을 더 기다려주었다.

 

 "그게~"

 

 사내는 한 번 더 망설이더니 마츠의 눈빛을 확인하고는 말을 이었다.

 

 "사령관님께서 절대 발설하지 말라는 당부가 있으셨는데"

 

 마츠는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만에 하나 무엇 하나라도 잘 못 되면 모든걸 전부 잃는 수가 있어, 어서 말해보게."

 

 사내는 마지못해 이야기를 했다.

 

 "반 년전 루칸 길드로부터 후예를 양도 받은 시기 저희는 우연찮게 카르곤의 언덕 아래 환영의 숲에서 바윗물을 마시고 실신한 왠 젊은 청년 하나를 구해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총각이 과거 실리즈의 교관으로 있던 부토 어르신을 찾고 있었어요. 그래서 사령관 명으로 청년을 그에게 양도했습니다. 그리고 반 년간 예의 주시를 했습니다. 아마도 사령관은 그 시기동안 그 청년에게서 무언가를 발견한 모양이에요. 반드시 그를 반란군에 합류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반란군 첩보원으로부터 특무대가 초월족의 마지막 후손에 대한 행방을 수소문 해 반란군의 계획이 일부 드러났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후로 본거지를 변경한 것도 그 이유에서였습니다만, 여튼 그와 동시에 부토 어르신이 영웅족을 보호하고 있다라는 첩보가 특무대에 흘러들었다는 것도 확인이 되었던 겁니다. "

 

 사내는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사령관은 특무대로부터 청년을 지켜야 한다면서 사전에 특무대의 이동경로를 파악했어요. 아마 선발대를 격파한뒤로 기지 수색이 더 거칠어 지고 야간 수색까지 진행된 거 같아요. 그리고는 본대가 부토 어르신의 오두막으로 향했다는 첩보를 받고 곧장 그곳으로 떠나셨습니다. 하지만 마츠 선생님은 그곳으로 오시면 안된다고 하셨어요. 절대 정체가 탄로 나서도 안되고 특무대장에게 죽어서도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마츠는 심장이 떨렸다.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다.

 초월족의 후예 그리고 반란군 모두 그 정체를 노출시켜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듣도보도 못한 청년 하나 때문에 역사를 새로 써야 할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던 반란군 사령관이 그 소중한 목숨을 걸고 있었다.

 

 "이 멍청한 사령관 같으니라고 에레시크 당신 혼자 절대 캘거드를 당해 낼 수 없단말이야."

 

 마츠는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는 오두막을 뛰쳐나가 묶어 놓은 말 한필을 끌어 내 올라 타 전력으로 부토의 오두막을 향해 내 달렸다.

 특무대장이 이끄는 본대에게 선발대가 격파되었다는 사실이 접수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게다가 수색조까지 마츠에게 살해 되었으니 그 소식도 곧 전해질 것이다.

 특무대장이 부토의 오두막을 먼저 향한 것은 상대해야 할 사람이 실리즈의 전설적인 무술교관이자 검술의 달인인 알리수스 부토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이유가 아니었다면 캘거드가 굳이 일개 영웅족 하나 때문에 그 곳을 방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츠는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편했다.

 마츠의 신념은 이제 흔들리는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그의 신념은 이 순간 새롭게 태어났다.

 이제 마츠는 제타를 적으로 돌리고 스스로 새로운 신념으로 무장했다.

 모든 것이 되려 명확해진 느낌이었다.

 부디 늦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마츠는 거칠게 말을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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