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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푸른 장미 세 송이
작가 : 최너구리
작품등록일 : 2017.11.1

네가 여기에 존재하는 이유는 단 하나야.
푸른 장미 가시덩쿨에 갇힌 너의 전생을 바꾸는 일.
그게 네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 이유.
도망치려고 발버둥 치지 마.
도망가려고 하면 할 수록 가시덩쿨이 너의 숨통을 조이게 될테니까.
살고 싶다면 전생을 바꿔.

 
푸른 장미 13
작성일 : 17-12-17 09:24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7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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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굳게 닫은 입을 그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열지 않았다. 대화의 주제를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아까 상황에 대해 물었다.

 

 “그러는 너야말로 왜 남의 이름 바꾼 것에 대해 말해.”

 

 이번만큼은 순순히 넘어가지 못하겠다. 꼭 설명을 들어야 했다.

 

 내가 강한 의지를 보이자 서준의 입 밖으로 먼저 나온 것은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닌 깊은 한숨이었다.

 

 “하아.”

 

 “......”

 

 “여기는 모든 이름이 외자야.”

 

 “그래서 뭐.”

 

 “여기 법이 이름이 꼭 외자여야만 해.”

 

 어이없어.

 

 어떻게 사람 이름이 꼭 외자여야만 해? 내가 사는 시대에서 보면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내가 사는 시대에서는 외자이던, 두 자, 세 자이던 상관없다. 그런데 여기는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다라... 내 표정이 똥 씹은 표정이 되어버렸다. 나를 보고 있는 서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나도 생각하면 어이없기는 한데 어쩔 수 없어. 외자가 아니면 갖은 오해를 받고,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할 거야. 그냥 지옥에서 사는 거지. 그게 여기의 법이고, 순리야.”

 

 무슨 법이 그러냐고, 네가 나한테 장난치는 거 아니냐고 따지며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입은 열리지 않았다. 서준은 꽤나 진지한 낯빛으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여기서 네 진짜 이름 함부로 말하고 다니지 말고... 만약 이름을 물으면 이제부터 영이라고 말해.”

 

 “......”

 

 서준의 말에 반박할 게 없었다. 입을 꾹 다물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서준이 나를 생각해주는 것은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부탁할 점이 있었다. 그가 나에게 혼란을 주기 전에 먼저 얘기를 해주는 거... 그러므로 혼란에 빠지지 않게 해주는 것을 부탁하고 싶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충분히 대화할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도 서준은 나에게 어떤 말 한마디도 안 해주었다. 해준다고 쳐도 내가 질문을 해야 만이 답을 해주었다.

 

 그것도 엄청 대충.

 

 그러니 이번에 서준이 나에게 계속 물어오면 나도 대충 얼버무릴 것이었다. 나도 당한 만큼 그도 답답했으면 했다. 생각을 정리하고, 다짐을 한 후에 서준을 바라보았다. 서준은 다시 나에게 물어왔다.

 

 “이제 말해 봐. 무슨 얘기했어?”

 

 “그냥 뭐... 옷에 대한 얘기.”

 

 가 아니라 네 걱정하는 수한 아저씨 말 들었지.

 

 뭔가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아 거짓말을 했다. 서준은 나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며 고개를 푹 숙이고, 서늘한 목소리를 귓가에 흘렸다.

 

 “거짓말을 해도 참...”

 

 뭐야? 알고 있었어?

 

 뜨끔하고 가시에 찔린 느낌이 났다. 아까 내가 예상했던 것들은 그냥 내 생각이었을 뿐이었다. 모두 다 알면서 나를 떠본 것이었다. 서준 앞에 있는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을지 모르겠다.

 

 괜히 입술을 짓이겼다. 서준은 고개를 다시 들었다. 그리고 날이 선 눈매로 나를 잡아먹을 듯이 째려보았다. 붉은 입술이 움직였다.

 

 “아저씨도 믿지 마. 그리고 거짓말할 생각은 꿈에서도 하지 말고 옷이나 골라.”

 

 “잠깐만, 왜 아저씨도 믿으...”

 

 서준의 발걸음이 커튼으로 향했다. 그리고 잘 쳐진 커튼을 거두고 나가버렸다. 내 말을 듣지도 않고 말이다. 옷들이 많이 있는 곳에 나 혼자 우두커니 남겨졌다. 허한 이 공간에 끝까지 하지 못한 말만 울렸다.

 

 “...면 안 되는 데...”

 

 잘 쳐져 있는 커튼이 나의 말을 막았다. 한참을 신발을 바라보다가 옷가지들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착잡한 마음과 화나는 마음이 뒤섞여 옷을 고르기 힘들었다.

 

 누군가는 자신을 걱정해주고 있는데, 걱정을 받는 사람은 정작 나에게 그 누군가를 믿지 마라... 참으로 이상한 상황이었다. 헛웃음 섞인 한숨을 입 밖으로 토해내며, 옷을 고르는 것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진열이 되어있던 옷들은 정말 예쁜 옷이 많았다. 하지만 차마 내가 입을 정도의 옷은 없었다. 나에게 너무 어울리지 옷들이 여기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아무거나 골라야 하나 하고 낙담해하고 있는데 제일 무난한 옷을 찾았다.

 

 내가 발견한 옷의 블라우스는 거리에서 보았던 사람이 입고 있던 블라우스랑 비슷한 느낌을 풍겼고, 같이 있는 검정 치마는 발목에 닿을락 말락 한 길이였다.

 

 내가 여기서 본 옷들 중에 제일 무난했다. 지금까지 본 옷은 색은 예쁘지만 입으면 뭔가 색이 죽을 것 같은 것들과 너무 화려했다. 하지만 이 옷은 익숙하고 평범함의 끝을 달리고 있는 옷이었다. 그렇기에 이 옷을 입기로 했다. 한쪽 구석에 있는 탈의실로 옷을 가지고 들어가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입고 보니 걸려있는 학교 교복이 눈에 밟혔다. 이런 옷을 입어야 할 이유가 굳이 있을까, 여기 있는 사람들의 옷차림과 비슷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데 그 의문은 어느새 어딘가로 사라진지 오래였다. 아까처럼 도망자 신세는 되지 말아야하기에 입어야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나는 민연을 구할 때까지만 이런 옷을 입는 것이고, 갈때는 내 교복을 입을 수 있다는 자기 암시를 걸었다. 걸려있는 교복을 집어 들고 가게로 나갔다.

 

 가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카운터에서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서준과 수한 아저씨가 비밀리에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다. 서준의 옷차림은 단정했다. 그의 눈동자와 반대되는 색깔인 푸른 계열의 블라우스, 검은 긴 바지에 검은 넥타이까지 사원증만 걸어주면 회사원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옷차림이었다. 나

 

 는 허공에서 교복을 접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나의 인기척을 느끼고 시선을 내 쪽으로 옮겼다.

 

 나를 바라보던 서준은 얼이 빠져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자 수한 아저씨가 약간의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쁘구나... 그런데 령이랑 분위기가 닮은 느낌이...”

 

 “령이요?”

 

 그건 또 누구지 하고 서준을 바라보는데 그의 표정이 종잇장 구기듯 구겨져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바로 몸을 틀어 등을 보였다. 그리고 잠긴 듯한 낮은 음성이 들렸다.

 

 “안 닮았어요.”

 

 “그런가...”

 

 민연이랑 닮은 거는 꿈속에서 마주한 것으로 아는데, 령은 또 누구지?

 

 궁금한 점이 머릿속을 지배하려 할 때 다시 서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자.”

 

 짧고 단호한 말이었다. 그리고 온기라고는 느낌을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그런데 어딘가 슬픔에 찬 목소리였다. 가만히 그를 바라보던 수한 아저씨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지내던 방은 그대로니 일단 편하게 쉬고... 거기 올라가는 건 조심해라.”

 

 “그럴게요.”

 

 서준은 이번에도 나에게 어디를 간다고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뒷모습만을 보여주고, 들어왔던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어제부터 자기 멋 대로인 그에게 욕을 읊조렸다.

 

 “저런 씨...”

 

 주먹을 들어 서준이 나간 문을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바로 아차 했다. 그러고 보니...

 

 수한 아저씨가 보고 있었지...

 

 고개를 살짝 돌려 수한 아저씨의 표정을 살폈다. 수한 아저씨는 폭력적인 나의 모습에 놀라지 않고, 인자한 미소를 유지한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주먹을 내렸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원래 저 이러지 않아요...”

 

 “오늘 처음 보지만 아니라는 건 알아. 그리고 영의 마음 모두 이해해. 준이가 워낙 말이 없어 답답할 거야. 그래도 준이 좀 이해해주길 바랄게.”

 

 “네... 아, 그리고 옷 감사합니다.”

 

 “천만에. 조심히 가라.”

 

 “네. 안녕히 계세요.”

 

 그의 표정이 잠깐 슬펐다. 하지만 애써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 같았다. 웃는 얼굴로 나와 인사를 했다. 나도 그에 맞게 웃으며 인사하고 나왔다.

 

 내가 나가자마자 서준은 기다렸다는 듯이 걸음을 옮겼다.

 

 아직도 골목에는 사람 한 명 찾아보기 힘들었다. 골목의 끝으로 보이는 곳으로 계속해서 걸었다. 골목을 빠져나와 어딘가로 향하는 서준의 뒤를 따라갔다.

 

 골목을 빠져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건물 앞에 멈췄다. 그리고 익숙하게 문에 손을 올려두었다. 그러자 닿은 부분에서 불꽃이 일렁이더니 잠겨 있던 문이 열렸다.

 

 서준은 열린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안에는 한 사람이 생활하기에 알맞은 크기의 방이었다. 익숙하게 방안을 돌아다니는 그를 보아 이 방의 주인은 서준인 모양이었다.

 

 편하게 앉아있는 서준에게 질문을 하고 싶은 게 생겼다. 그래서 그의 맞은편에 있는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그리고 그와 눈을 최대한 마주치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수한 아저씨도 믿으면 안 되는 거야?”

 

 “어.”

 

 “왜?”

 

 서준의 붉은 눈동자가 불을 연상케 했고, 활활 잘 타는 불에 물을 부운 것처럼 붉은 눈동자가 일렁였다. 잠시 동안 우리는 말없이 서로에게 시선을 두었다. 낯선 이 방 안에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서준은 잠시 머뭇거리는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다가 고개를 돌려 등을 보였다. 그리고 낮은 음성을 방안에 흘렸다.

 

 “사람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몰라. 그 사람이 비록 지금은 착할 수도 있지만 불리한 상황이 오면 타락한 천사가 될지 누가 어떻게 알아.”

 

 쓰린 말 한마디가 내 머리를 가격했다. 머리가 띵했다. 서준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애초에 서준이 이런 성격인지 몰랐던 것처럼 수한 아저씨도 뒷면에 어떤 모습을 감추고 있을지 모른다. 그 점을 깨닫자 서준에게 할 말을 잃었다.

 

 씁쓸함의 결정체와 다를 것 없는 서준의 뒷모습만을 바라보았다. 여기 와서 참으로 서준의 얼굴보다 뒷통수를 더 많이 보는 것 같았다.

 

 내가 말을 하지 않자 이상한 낌새를 느낀 서준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구슬픈 옆모습이 내 눈동자에 가득 채웠다. 붉은 입술이 움직였다.

 

 “그러니까 아저씨도 믿지 마. 그리고 잠깐 여기 있어.”

 

 나를 두고 방을 나가는 서준의 뒷모습이 척연했다. 고개를 숙이고 그가 나가기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머리를 덮는 느낌이 났다.

 

 다시 고개를 들어보니 머리 위를 덮은 것은 손수건이었다. 불나비가 그려져 있는 하얀 손수건이었다. 코끝에 서준의 체향이 스쳤다.

 

 서준은 붉으면서 푸른 꽃을 피운 손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손목에 손수건 둘러. 그거면 너한테 풍기는 민연의 기운을 조금이나마 줄일 거고... 그 멍도 얼추 가려질 거야...”

 

 “응...”

 

 “그 대신 너, 손수건 잃어버리지 마라.”

 

 “알았어...”

 

 의외로 챙겨주는 모습에 이상한 기분을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서준은 다시 나에게 등을 보이고 들어왔던 문을 통해 나가버렸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머리 위에 있는 손수건을 내렸다.

 

 아끼는 손수건 인지 꽤 세월을 함께한 느낌이 느껴지는 손수건이었다. 역시 여기는 뭔가 내가 사는 시대와 다른 느낌이다. 서준이 주고 간 손수건을 길게 접어 손목에 질끈 묶었다. 붉고 푸른 꽃이 손수건으로 가려졌다. 보이는 멍이 사라지자 왠지 통증도 덜어하는 듯했다.

 

 손수건을 바라보다가 구석에 위치한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거울에는 평소의 나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내가 있었다. 입어보지도 못한 옷이라 그런지 낯설었다. 나는 어색함에 애꿎은 옷만 매만졌다.

 

 이렇게 입어본 건 처음이다...

 

 옷을 살피다가 목 부근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목에 걸려있는, 찬란한 빛을 뽐내는 목걸이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옷에서 손을 떼어내고 푸른 유리 조각을 매만져 보았다. 푸른 유리 조각은 눈물 모양과 유사했다. 손에서 푸른 유리 조각을 굴리는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두통에 미간에 굴곡이 만들어졌다. 이마에 손을 짚어 왜 이런 두통이 느껴지는지 찬찬히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고, 머리만 더 지끈 거렸다. 점차 바닥에 무릎이 닿고, 나는 결국 알 수 없는 두통에 눈을 감아버렸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며 안정을 찾아가려 노력했다.

 

 그러다 한 영상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 * *

 

 서준은 집을 나오자마자 익숙하게 거리를 거닐었다. 거리에는 여전히 병사 외에는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아직도 자신과 김소영을 찾아다니는 병사들을 마주하게 되면 고개를 숙여 자신의 얼굴을 숨기고 걸음을 옮겼다. 병사들은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고 서준을 지나쳐 갔다.

 

 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속으로 토해내며 검은 탑으로 걸음을 옮겼다. 검은 탑 주변에는 아까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아직 병사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서준은 고개를 내저으며 가게에서 수한이 한 얘기를 떠올렸다.

 

 “탑 뒤쪽에 있는 개구멍에는 병사가 없을 거야.”

 

 그때 서준은 수한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무뚝뚝한 서준의 모습이었지만 수한은 엄청난 걱정을 했다. 그래서 서준을 말리려 했다.

 

 “준아, 안 가면 안 되는 거냐? 거기 잘못해서 걸리면 다시 네가 그 탑에서 못 나올 수 있어.”

 

 “괜찮아요. 그럴 일이 없을 거니까요...”

 

 “몇 년 전처럼 못 나올 수도 있는데 정말 괜찮겠어.”

 

 진심 어린 걱정에 서준은 그의 말을 들을까 하고 고민을 했지만 서준의 생각은 확고했다. 꼭 그 탑에 가겠다고 말이다.

 

 짧은 사이에 아까 말했던 기억을 떠올린 서준은 바로 탑의 뒤쪽으로 갔다. 수한의 말처럼 뒤에는 병사를 찾아보기에는 어려웠다. 담을 둘러보며 수한이 말한 개구멍을 찾았다.

 

 푸르스름한 담의 색깔에 묻혀 잘 보이지 않을 법한 회색의 문이 서준의 붉은 눈동자에 들어왔다. 성인 남성 한 명이 들어가기에도 힘든 문의 크기에 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며 그 문을 열었다. 그리고 기어서 탑의 담을 넘어 들어갔다.

 

 담 너머에는 사람의 인기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조용한 분위기였다. 서준은 주위를 살피다가 탑 안으로 들어갔다. 담의 입구를 제외하고 다른 곳은 경비가 허술했다.

 

 캄캄한 탑 내부에 서준은 손을 활짝 폈다. 그러자 손바닥에 꼬마 불이 생겼다.

 

 작은 불빛이기는 했지만 서준의 앞을 환하게 비춰주었다. 밝아진 복도를 지나 병사가 두 명 서있는 문을 발견했다. 심상치 않은 문 너머에는 민연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서준은 주먹을 쥐어 꼬마 불을 껐다. 꼬마 불이 사라지고 어둠이 그를 덮었고, 그 어둠 뒤로 자신의 존재를 감췄다.

 

 캄캄한 주위를 계속 살피는 병사들 뒤로 간 서준은 일단 한 명을 목 부근을 팔로 내리쳐 기절 시켰다. 풀썩하는 소리에 또 다른 병사가 서준이 서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서준과 눈이 마주친 병사는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도, 도련님...”

 

 서준은 한 명밖에 되지 않는 병사에 여유를 부렸다. 검지를 입술에 맞붙이고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쉿...”

 

 병사는 입에 지퍼를 채운 것 마냥 입을 다물었다. 서준은 자신에게 빌빌대는 병사를 우습게 생각하다가 그 병사도 아까 기절 시킨 병사와 똑같은 모양새를 만들었다.

 

 병사들은 바닥을 나뒹굴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할 만큼의 잠에 빠져 버렸다. 서준은 병사를 기절 시킬 때 내리쳤던 팔을 쓰다듬다 안으로 들어갔다.

 

 굳게 닫힌 문 너머에는 서준의 예상대로 민연이 있었다. 죽은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누워있는 민연을 본 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흘렸다.

 

 “당신은 뭐가 편해서 이렇게 누워있는 거야?”

 

 “......”

 

 서준의 질문에 역시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곱게 누워있는 민연은 약간의 움직임도 없었다. 서준은 그제야 시체한테 따지고 있던 자신의 모습이 우했다는 것을 깨닫고 실소를 터트렸다.

 

 “허, 바보같이...”

 

 “.......”

 

 “내가 당신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을 데려올 거야. 그러니 살아난 다음에 보자고. 당신에게 따지고 싶은 게 많아.”

 

 살벌한 말 한마디를 남기고 홀연 그 방을 나가버리는 서준이었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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