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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청천무가: 푸른 하늘에 노랫소리 들리지 아니하고,
작가 : TeamVariation
작품등록일 : 2017.11.30

靑天無歌
Present by Variation

방대한 발타 연대기의 시작에 어울리는 동목 대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물간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
Variation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명품 판타지를 제공해드립니다.

 
제 3 장: 천율기 (7)
작성일 : 17-12-17 08:48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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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아련에게 초청장이 왔다. 생소한 인물이다. 천율기라 봉인된 봉투를 보며 아련은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율기라는 인물을 모르지 않았어도, 개인적인 친분은 전무 하였기 때문이다. 불편한 마음에 무시를 할 수도 없는 인사여서 불쏘시개로 쓸 수도 없다. 벽아련은 사람을 불러 외유를 준비했다. 율방에겐 말하지 말아야한다는 직감이 들었다.

 

  천율기가 벽아련을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일종의 경고 비슷한 것을 위해서이다. 율기가 금문을 죽이는 무리수를 둬서 벽아련을 가모로 만들려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벽아련 때문이 아니라 벽가라는 그녀의 배경 때문이다. 아련이야 아무런 이점이 없는 평범한 여자에 불과하였다. 아니, 오히려 평범보다 못하다. 어디까지나 조약에 발이 묶인 볼모 처지였으니. 천율방에게는 벽가의 재력을 핑계로 설득하였으나, 그리 관심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녀는 오히려 벽가가 가지고 있는 중앙에의 영향력에 집중했다. 천율기는 세계의 정상에 서고자 한다.

 

  방계촌에서는 외진 곳, 숲의 초입 쯤에 경관과 어울어져 마치 있는 듯 없는 듯. 은밀한 공간이 있다.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울어 작은 못에 파문을 일으키고, 비가 내리면 구름이 끼어 향만 남긴다. 비은당(비은당). 현판은 이름난 자공(字工)이 쓰고, 유명한 목공이 다듬었다. 이것은 원래 후계에게 내려지는 별장으로 사용되었는 데, 이례적으로 전대 가주가 천율기에게 하사하였다. 모르는 자는 찾기도 힘들어 미로 같이 자란 고천송들 사이에서 굶어죽기 직전 발견되기도 한다. 벽아련은 율기가 보낸 마차를 타고 가도를 따라 왔다. 일전에 보지 못한 풍경이다. 신기하기도 하고 낯설다. 이곳은 지열이 있어 외부보다 조금 따뜻하다고 한다. 땅이 폭신하다.

 

  벽아련은 사람을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대문이 열리자 별천지다. 한 쪽에 투명한 벽으로 만들어진 집이 한 채 있는데, 안에는 고향에서 보던 꽃들이며, 풀이 있어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정원엔 기암과 멋들어지게 꺾인 고천송이 있다. 방은 정갈하게 꾸며져 있다. 과함이 없고, 단정한 것이 꼭 제 주인을 닮았다. 안에는 아무도 없고 빈 걸상만 있다. 벽아련은 기다리라는 말을 따라 손가락만 두드린다. 천율기가 물론 대단하기는 하나, 자신도 어디서 못나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 없다. 겁먹을 이유가 하등 없었다. 아마, 가모가 된다고 하니 환심을 사려 보자고 하는 것이겠지. 그리 생각하자 조금 여유가 생긴다. 문이 열리며 율기가 들어왔다.

 

  천율기는 인사도 한 체 만 체, 책상위에 널려진 서류 더미를 몇 개 살피고 등을 기대어 편히 앉았다. 멀다. 훑어 보는 눈이 마치 아랫사람 대하듯 한다. 천율기는 듣던 대로 아름답다며 인사를 건넨다. 듣자 하니, 상급학교에도 진학하였다 그러던데 전공이 무엇이었는가 묻는다. 벽아련은 통치학을 전공했다. 천율기 또한 통치학을 전공하였는데, 벽아련 보다는 수년 앞 서 있었다. 알게 모르게 눈치를 주는 천율기에게 벽아련이 목례를 하며 예의를 갖추었다.

 

  “가주께 소식은 들었습니다. 청혼을 하셨다고. 축하 드립니다. 상천부장의 자리에 앉겠네요. 그 자리는 실력만으로는 절대 오를 수 없는 곳인데.”

 

  마치 외모덕에 올라갔으니 몸을 판 것과 무에 다르냐는 듯. 천율기의 시선엔 경멸이 가득 담겨있었다. 애초에 천율기는 벽아련 같은 인사를 좋아하지 않았다. 무엇 하나 제손으로 일군 것 없이 타고난 팔자로 그릇 가득 밥을 먹는 자들. 꼭 제 아버지와 같은 이들. 그들의 공통점은 제 탓이라곤 없다는 것이다. 천율기는 이들을 ‘기생충’에 비유하곤 했다. 벽아련도 그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예. 천율기 공께서는 결코 오르시지 못하는 자리라고, 다들 안타까워하지요. 만일 천공께서 상천부장에 자리에 앉게 되면 태평성대가 찾아올 거라 하던데. 천공도 아쉽겠습니다.”

 

  벽아련의 성격도 만만치 않았다. 그녀 또한 상급학교에 진학한 인재였고, 학교에서 여러 잡설로 인해 단련되어 있었다. 천율기는 같잖음에 피식 하고 웃었다. 지겹도록 들어온 말이라 상처 하나 남지 않는다. 잘 몰라 그러는 것이다. 곧 가족이 될 터인데, 하나부터 천천히 가르쳐 주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벽가 아가씨는 큰 착각을 하고 있는가 봅니다. 설마 가주가 당신에게 빠져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고. 단지 배경 때문에 이리 사리분별을 하지 못한다 하기엔 너무 얕고, 혹여 그 자리가 제 윗줄이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상천부장. 좋은 자리이지요. 북쪽의 최정상 아닙니까? 그런데 절벽 꼭대기에 올라 간다고 세상을 다 가진 것은 아니지요. 고천은 이 천율기. 내 손아귀에 있습니다. 당신이야 손도 대지 않고 고향으로 보낼 수도 있고, 마음만 먹으면 가모로 만들 수도 있다는 거지요. 그러니까, 아가씨. 이 자리는 당신께 잘 보이려고 이 천모가 어렵사리 만든 자리가 아니라, 천부에 입성하려는 데 인사하러 오지도 않는 당신을 꾸짖으려고 부른 자리입니다.”

 

  천율기가 빙글거린다. 벽아련은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긴긴 세월을 독기 하나로 버텨왔다. 그녀가 바라본 것은 신기루가 아니다. 실재하는 것이었고. 곧 내 것으로 만들 것이다. 천율기 정도야 장애물 정도라 생각했다.

 

  “천공께서 참 큰일 날 소리를 하십니다. 가주께서 들으시면 좋다 하시겠습니다. 능력이 출중하시어 그리 착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마는 글쎄요 어디까지나 천공은 신하 된 입장에서 가주께 따라야함이 사리에 맞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위계는 어디에 있는 겁니까? 혹시 오랜 전통의 천가가 시정잡배만도 못한 것은 아니겠지요?”

 

  “고향에서는 버림받고 고천에서는 볼모와 다름없어 몇 년이 조용했던 분이 참 건방지십니다. 아무래도 벽가에서 오냐오냐 키우는 가 봅니다. 인형이면 인형답게. 옷을 주면 그 옷을 입고, 먹여 주면 입만 벌려 받아 먹으시지요. 주제에 맞지 않게 행동하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천율기의 눈이 형형하게 빛난다. 이건 진심이다. 벽아련도 귀가 있었다. 금문. 그 무섭던 사람이 말 한 번에 향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범인은 고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천율기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 노려보기만 할 뿐 더 이상 말을 않는 벽아련에게 천율기는 이제 대화를 나눌 자세가 되었냐 물었다.

 

  “중혼의 가법상 아가씨는 상천삼부장의 직위를 받을 겁니다. 중혼이라는 제도지요. 아가씨는 아무것도 할 필요 없습니다. 이미 벽가 쪽에 연락을 취해 놓았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상황입니다. 아마 반대측은 천목십약을 걸고 넘어질 겁니다. 아가씨가 생각하는 것 보다 그것이 가지고 있는 구속력은 고천이고, 중앙이고 매우 큽니다만. 뭐 이것이야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할 겁니다.”

 

  천율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빙 돌아 벽아련 앞에 섰다. 적어도 벽아련 보다는 한 뼘은 작은 키다. 그런데 이 위압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눈빛에도 무게가 잔뜩 실려 있다. 벽아련은 지나온 삶의 무게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아가씨, 하나만 명심하십시오. 아까 했던 말과 같이 이 고천은 저의 것입니다. 제 뜻대로 모든 것이 돌아갑니다. 혹여 가모가 되었다고, 고천을 주름잡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버리십시오. 천부는 아가씨의 생각만큼 만만한 곳이 못됩니다. 저는 아가씨의 든든한 아군이 될 수도, 최악의 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눈 뜨고 잘 보십시오. 가주가 못했던 걸 이 천율기는 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얼굴이 빛나는 것만 같다. 벽아련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만 질끈. 깨물었다.

 

  천율기가 정기회의 전 찾아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한가 물었다. 천율방은 알아서 좋을 것이 없다 생각했다. 그래도 진행과정을 알아야 한다며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율방은 관심이 없었다. 자신만만한 천율기의 표정이 거슬린다. 그리고 과연 자신이 저 얼굴을 꺾을 수 있을까 생각한다. 천율방은 천율기를 처음 본 날을 똑똑히 기억한다. 방계 출신이라며, 학교의 뛰어난 인재라고 소개 시켜준 학장이 있었다. 천율기는 그 뻣뻣한 몸으로, 그때 또한 냉소적인 미소로, 가볍게 목례만 해왔다. 고천을 이끌어갈 재목의 인재. 그 명명이 율방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나를 위해 일할 사람이다. 그렇게 보려 하여도 주위에서 비교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고천천가회에 방문했을 때. 자랑거리가 된 그녀의 모습은 외면하고 싶기만 했다. 비굴하게 웃으며 손바닥을 비비는 제 아비와 달리, 꼿꼿한 허리가 자꾸 눈에 거슬렸다. 그래도 방계. 어차피 등용하지 않으면, 그녀의 노력은 환원 받지 못할 것이다. 지도자가 예정된 운명이 보기엔 쓸데없는 짓거리였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천율기는 자신이 아닌 전대 가주를 공략했다. 어머니 눈에 들어 중한 자리에 앉고, 세수 개혁의 실패로 알게 모르게 피해 받은 민들을 위해 여러 공약을 실천했다. 지금만 해도 인지부 민들은 자신보다 율기에 열광한다.

 

  그 지옥 같은 시선들에게 벗어나려고, 염방의 누이와 성혼했다. 세력을 만들어 보기도 하였고, 공작을 통해 가진 힘을 빼앗았다. 그러나 천율기라는 벽은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그것이 쉽게 포기하게 만들었나 보다. 천율방은 뛰어나지는 않아도, 평균 이상은 된다 스스로 평가했다. 돌아가는 꼴이 자신에게 유리하지는 않아도 율기의 손을 잡고 눈을 감는 이유는 어쩌면, 만에 하나. 저 얼굴이 비틀리는 꼴을 볼 수 있겠다는 가능성. 단지 그거 하나 뿐이다.

 

  “뜻대로 하겠네.”

 

  그래서 지금은 원하는 대로 고개만 끄덕인다. 단 한번 모든 것을 뒤집을 기회가 오게 된다면, 그때 저 번지르르한 면상에 깊은 칼자국을 내겠다. 그리 다짐한다.

 

  “인지일부장 겸임 진운각주 조한 발언하겠습니다. 지난 초동 아흐레에 상천이부장은 후계 천이리를 출산하였습니다. 이는 축복받아 마땅한 일이나, 후계가 맹안을 타고난 이유로 상천이부장은 지탄을 받으며, 지금까지 상천당 처소에 사실상 유폐되어 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허나, 지금까지 조사로 후계의 장애가 상천이부장의 건강상의 문제로 야기되었다는 것을 증빙하지 못하는 바. 모든 것을 상천이부장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못한 일입니다. 이에 진운각에서는 이를 위례라고 판단, 상천이부장의 유폐를 즉시 철회해 줄것을 요청합니다.”

 

  이것은 잘 짜인 연극에 불과했다. 결말은 정해져 있었고, 어떤 이에겐 비극으로, 어떤 이에겐 기회로, 그리고 천율기에게는 마땅히 그러 해야 할 맺음이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Write Legends. Variatio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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