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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청천무가: 푸른 하늘에 노랫소리 들리지 아니하고,
작가 : TeamVariation
작품등록일 : 2017.11.30

靑天無歌
Present by Variation

방대한 발타 연대기의 시작에 어울리는 동목 대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물간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
Variation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명품 판타지를 제공해드립니다.

 
제 3 장: 천율기 (6)
작성일 : 17-12-17 08:47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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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능력 없는 방계는 일반 민들보다 못한 삶을 영위하곤 한다. 천율기의 아버지가 그러했다. 가진 것이라고 천가 성을 쓴다는 높디높은 자존심 뿐이었다. 양곡은 직접 재배할 농지가 없어 천가에서 내려주는 쌀이나 받았다. 기술도 아는 게 없어 한량처럼 하루를 보내곤 한다. 먹을거리가 떨어진 겨울에 옷을 받아 해주거나 밖으로 일을 나가는 어머니를 못마땅하곤 했다. 그는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는데, 큰 사람은 중앙으로 간다.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선 공부를 해야 한다. 책을 읽고 외우고, 사리에 밝아야 한다. 그러나 율기가 보기엔 아버지란 인물은 삼시에 술에 취해 있거나, 지과 열매 달인 물에 몽롱한 상태였다.

 

  소일거리에 재능이 있었다면, 기본학교만 졸업하고 일찍 어미를 도왔겠다. 안타깝게도 천율기의 손은 작고 길기만 하여 쉽게 다쳤고, 여린 몸은 조금만 고되도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쓰러졌다. 형제자매는 많기만 해서 육 남매의 막내였다. 큰 언니와 오빠에게 얼마 안 되는 지원이 다 갔고, 이도 저도 아닌 율기는 못마땅한 딸이었다. 일찍 시집이나 가 입이나 줄이라 그런 소리를 들었다.

 

  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건 자존심 밖에 없었다. 어느정도 독기도 있었다. 처음에 책을 잡은 이유는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쪽에는 예상치 못한 재능이 있었다. 천율기는 배운 것을 잊지 않았고, 더 나아가 더 배웠다. 어느 순간 또래들의 수준을 벗어났다. 큰 언니가 중급학교를 겨우 진학했을 때 율기는 중급학교를 건너 뛰고, 상급학교로 진학했다. 큰 오빠는 중급학교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렇게 율기는 아버지의 희망이 되어있었다. 그것이 기분 좋은 건 아니었다. 아버지의 희망과는 별개로 욕심이 생겼다. 천율기는 그때 까지만 하더라도 재능으로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여러 선택권이 주어졌다. 교육계 쪽으로 나아가거나, 군부로 향하거나, 혹은 천부로 진출할 수도 있었다. 천율기는 처음부터 천부인이 되겠다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방계 출신이라는 점이 자신의 발목을 잡을 게 뻔 하였다. 마찬 가지 이유로 군부도 꺼려졌고 교육계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율기는 처음엔 상단을 꾸려 돈을 벌고 싶었다. 그러나 주가량을 만나게 되었다.

 

  상급학교 시절에 천율기는 의외로 뭇 남성들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외모도 나쁘지 않았고, 재능도 뛰어난 데다가 다른 이들과는 달리 차가운 성정이 나름 매력이라고. 율기가 이성에게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워낙 그런 쪽으로 수줍음이 많기도 하였고, 무엇보다 그녀의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었다. 주가량을 좋아하게 된 건 순간에 방심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아직 꽃답던 어린 시절이었고, 때마침 따뜻한 날씨였고, 그래서 바람이 불어 반해버린 것이다. 처음엔 구슬 같은 미소가 마음에 들었다. 제법 다정한 손길이 따스했다. 귀찮다면서도 차마 손을 뿌리치지 못하는 모습이 좋았다.

 

  결국 언니와 오빠는 결혼을 했다. 나름 괜찮은 집안으로 가게 되어 한동안 아버지 입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우스개 소리로 이 사람이다 싶으면 자빠뜨리고 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주가량 친구를 학생회의 빈 자리를 조건으로 구워삶아 자리를 마련했고 밤중에 얼큰하게 취한 채로 가량이 자신의 침대로 들어섰다. 취한 와중에도 다정한 남자가 마냥 좋기만 하여. 아픈지도 모르고 지나갔다. 다음날, 발이 손이 되라 비는 가량 앞에서 흘린 눈물 몇 방울로 가약을 맺게 되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주가량의 집안은 꽤나 명문가 였다. 시아버님은 공부에 영 뜻이 없던 아들과 달리 예비 며느리의 학력을 보며 이게 웬 굴러온 복이냐며 예뻐 하셨다. 천율기는 그때서야 비로소 본 받을 만한 사람을 만난 듯 했다. 천율기는 교육자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다. 언젠가 시아버지를 따로 뵈어 의견을 물었다. 시아버지는 그녀를 만류했다.

 

  주세훈은 어찌 교육자가 되려 하느냐 물었다. 천율기는 대의를 위해서라 하였다. 세훈은 교육은 대의를 위함이 아니다 하였다. 그래서 만인을 위해서 입니다. 역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천율기가 묻기를 교육은 무엇을 위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까? 교육은 단지 미래에 대한 투자에 불과하다. 교육은 당장의 무엇을 바꾸는 대의가 아니며, 현 세대의 만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네가 만민을 위해 대의를 펼치고자 한다면, 그래서 시대에 변화를 주고자 한다면 너는 정치를 해야 한다. 천율기는 천부로 진출하기로 진로를 결정하였다.

 

  주세훈은 제자 중 천부에서 일하는 사람을 소개 시켜주었다. 천율기 생각보다 뛰어난 경력을 쌓아왔다. 마치 계획된 일이었던 것처럼. 율기는 재녀로 소문나 있었고, 생김새도 모나지 않았다. 냉한 모습은 전문적이라 포장이 되었고, 학생 의장을 도맡아 지도력까지 검증 받았다. 주세훈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는지, 천율기는 천부로 들어가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맘때쯤, 아버지가 불러 고천천가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고천천가회는 말만 그럴싸하지 사실상, 능력 없는 방계들이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모임이다. 천율기야 자식 된 도리를 지킨다 하면서 방문하였는데, 그곳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있었다. 천율방. 그때 처음 만났다. 아버지는 인사를 시키며 후계라 하였다. 천율기도 잘 알고 있었다. 율방은 기본 학교시절 선후배 관계로 만났었다. 맘에 드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어린 것이 오만한 모습을 보이는 것 하며, 방계라고 아래로 보는 것도.

 

  역시나 천율방은 아는 체도 하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술만 퍼먹을 뿐이었다. 아버지는 뭐가 그리 좋은 지 방실거리며 웃기만 한다. 빈자리를 채우던 천율방이 슬쩍 빠져나가고 아버지는 천율기를 끌고 다니면서 동네방네 인사를 시켰다. 다 쓸모 없는 인사들이다. 차고 있는 완장은 어디 계주네, 회주네 하지만 결국 제들끼리 하는 소꿉장난에 지나지 않았고, 다만 이들이 위안 삼는 것은 가주에게 닿아 있는 끈이었다. 천율기는 그 덕을 톡톡히 보았다.

 

  가주를 처음 만나게 된 건 대홍제 때였다. 축제 마지막날 상천당에서 열린 잔치에 참석하게 되었고, 아버지가 앞으로 데려 나가 가주를 만나게 되었다. 자신의 경력으로는 중앙회의엔 참석할 수가 없어 한 번도 본적 없는 가주는 생각보다 평범해 보였다. 백발이 군데에 있고, 세월은 이기지 못해 늘어난 주름살이며. 가주도 자신과 같이 붉은 피가 흘렀다. 가주는 소문이 무성한 ‘고천의 재녀’를 이리 만날 수 있어 영광이라며 농을 건넨다. 천율기는 몸 둘 바를 모르는 척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가주는 흡족한 기색을 모이면서 천율방을 불러 앉혔다. 들어보니 둘은 동기라고 하던데. 이런 인연이 더 있을까 하였다. 천대령이 율방에게 사사로이 8촌 누이가 되니 가족과 같이 지내라 하였다. 곁에 두고 중히 쓰며, 너의 모자람을 채우도록 하라. 천율기에게는 후계가 자네와는 달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가족의 정을 앞세우지 말고 쓴 말을 뱉고 곧은 길로 갈 수 있게 도우라 명한다. 아버지는 영광도 이런 영광이 없다며 연신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천율기도 별 수 없이 허리를 깊게 숙이며 인사를 드렸다. 천율방의 비릿한 숨이 머리 위를 눌렀다.

 

  억울하기도 하다. 자신이 이곳까지 오기 위해선 인고의 세월을 버텨야 했고, 수 없는 노력이 있었다. 그런데 약속될 줄 알았던 미래는 그저 핏 줄 하나 잘 타고난 철부지 어린애의 밑창에 막혀 있었다. 같은 천씨일 진데 누구는 직계라는 이유로 노력없이 꼭대기에 앉을 수 있고, 나는 방계라는 이유로 갖은 노력을 다해도 그 밑자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율방은 오만할 수 있었던 것이고. 자신은 무시 받아야 했던 것이다.

 

  “그리 하겠습니다. 후계의 곁에서, 가주가 되어서 까지. 가족, 동기를 넘어 동지로 발돋움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너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겠다. 난 야속한 운명마저 비틀고, 너의 수족마저 좌지우지할 힘을 가지겠다. 너는 단지 내 앞에서 내 손짓에 따라 춤을 추는 인형이니. 그래 그것으로 만족한다면 내 머리를 내어주겠다. 천율기는 맹새했다.

 

  천율방이 마지막으로 입당하며, 미루었던 정기중앙회의가 개회한다. 천율기는 개회 선언문을 읽고 의장석 바로 밑에 앉았다. 전장이다. 눈이라도 깜빡이면 금세 혀가 잘리고 말 것이다. 양회는 대놓고 갈라서 앉아 대치 상황에 놓여있었다. 시작은 각 부서의 세수 사용금액에 관한 보고의 건이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물고 뜯어도 모자랄 사항이 아무런 탈도 없이 넘어갔다. 천율기는 이 때를 놓치지 않고, 꽤나 중한 사항 여럿 통과시켰다. 그것이야 부차적인 이익일 따름이고.

 

  “지난 간부회의에 이어, 상천이부장의 건강상태가 우려되는 바 이는 고천 전체의 미래에 큰 암운이요, 나아가 동목의 평화 유지에 있어 큰 걸림돌일 따름입니다. 이에 이번 회의를 통해 향후 가모의 거취와 고천이 나아가야할 향방에 대해 의논하고자 하니, 의원들은 기탄없이 의견을 말해주시길 바랍니다.”

 

  요설백각주 자유원이 제의한다. 긴장감. 전장 직전의 말들이다. 투레질을 하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 천율기는 때때로 이런 고요함을 즐기곤 한다. 이 감각은 이질적이다. 모든 신경이 한 점으로 수렴되었다가 팽창하여 결국 발산된다. 사방으로 열기가 뻗어 나가며, 잠재된 분노를 건드리고, 서로의 뒤통수를 치기도 하고, 어리석기 만한 낭만을 비웃는다. 결국 지켜냈다 생각하던 희망은 바람 앞의 촛불일 따름이라. 후. 하고 불기만 하여도 쉽게 꺼져버리고 만다.

 

  천율기는 이를 테면 도공이다. 자기를 잘 빚어 가마에 앉히고 불을 때운다. 활활 타도록 장작을 집어 넣는다. 안에선 부서지고, 깨지며 잘 빚은 하나만 남을 것이다. 그것은 천율기의 것이 된다. 조한이 앞으로 나선다. 흐름은 쥐고 있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Write Legends. Variatio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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