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청천무가: 푸른 하늘에 노랫소리 들리지 아니하고,
작가 : TeamVariation
작품등록일 : 2017.11.30

靑天無歌
Present by Variation

방대한 발타 연대기의 시작에 어울리는 동목 대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물간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
Variation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명품 판타지를 제공해드립니다.

 
제 3 장: 천율기 (5)
작성일 : 17-12-17 08:44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489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죽음은 누구에게나 초라하게 다가온다. 생전이 화려했든, 평범했든. 어떻게 생각하면 나름 공평하다고도 생각되었다. 금문의 집은 조용하기만 하다. 팽우덕과 비고 같은 자들이야, 소문에 진위를 밝혀야 한다며 노발대발 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마음대로 될 일인가? 아무 곳이 아니라 맹풍각에서 나온 말이다. 물론 염방은 믿지 않았다. 너무 공교롭기 때문이다. 금문이 하필이면 꼭 그날 심부름하던 시동에게 음심을 품었고, 그 유와라는 여자애는 하필이면 예천당 소속이었고, 하필이면 맹풍각에서 천율기를 대면 하던 때에 혀를 씹고 죽었다. 조금 단순화할 필요가 있었다.

 

  “힘 겨루기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운연이 조심스레 의견을 꺼내 본다. 명두천이야 관심이 전혀 없고, 꼴 보기 싫던 인사가 비명에 죽으니 내심 기분 좋아하는 기색이다. 염방이 조의를 표하기 위해 방문하지 않았더라면 어디 유곽에 가 술판을 벌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조한은 알아 볼 것이 있다며 나오지 않은 상태였고. 믿을 만한 이는 운연 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러나 운연의 식견은 너무 짧았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다. 운연이라면 능히 상급학교에 진학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을 텐데.

 

  “아무래도 차기 가모 후보자를 두고 경쟁이 붙은 것 같습니다. 알다시피 정천회는 꽤 오랫동안 금문과 천율기로 이분되어 있지 않습니까? 천율기가 이번 기회에 정적도 제거할 겸 수를 부린 게 아닐까요? 금문이 죽게 되면 그를 대신할 인사도 없는 것도 그럴 듯 하고요.”

 

  그러니까. 염방은 도대체 그 후보자가 누구기에 천율기로 하여금 이런 무리수를 던지게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조한은 무언가 눈치를 챈 모양인데. 요 며칠간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조짐을 느껴 확인하러 다니는 중일 것이다. 별수없이 명두천에게 물었다.

 

  “자네는 어떤 이가 후보라고 생각하는 가?”

 

  명두천은 전혀 생각해 본적 없다는 표정이다. 아무래도 정천회 인사와 관련된 자가 아니냐고 대답한다. 그러고보니 천율기 그 작자에게도 과년한 딸이 있던 것 같은데. 혹여, 천율기가 자신의 딸을 밀었고, 금문이 그를 반대하고 나서 이리 된 것이 아닐까 하면서 깨달었다는 듯 손뼉을 마주친다. 염방이 한 숨을 쉬면서 천율기가 가주의 사촌 누이라는 사실이 상기 시켜주었다. 명두천은 그것이 무에 문제가 되냐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보다 못한 운연이 저쪽으로 끌고 간다.

 

  명두천이 머쓱한 얼굴로 돌아와 생각이 짧았다 하였다. 그때, 조한이 조심스럽게 무리로 들어온다. 옷에 미처 털지 못한 먼지가 들러붙어 있는 것이 이리 저리로 돌아다닌 모양이다. 염방은 크게 반기며 혹 알아낸 것이 있는지 물었다.

 

  “맹풍각주가 전해 온 건데, 조사를 더 이상 실행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답니다. 유와라는 아이가 생전 조사에서 명확한 진술을 견지하였고, 천율기 또한 관련 사항에 전혀 무관한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다만, 강간 미수에 관하여 목격자도 없는 외딴 곳이었고, 금문의 권위 때문인지 그저 쉬쉬하고 넘어가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한이 몸을 숙인다. 여기까지는 대외적으로 공표할 사실이고, 정천회 쪽의 인맥을 이용해 알아온 바, 그 전날 예상대로 가모 후보자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로써 저들이 중혼을 주장할 것은 확실하고, 가모 후보자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천율기가 추천한 인사를 금문이 맹렬히 반대하였다고 한다.

 

  “미흡한 소견인데. 아무래도 금문이 천율기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지양했기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천율기의 딸인 천이지라 생각합니다.”

 

  명두천이 눈을 크게 뜨고 염방을 바라본다. 염방은 귀를 의심하면서,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 물었다. 조한의 눈은 흔들림이 없었다. 근친혼은 엄격히 금지되는 것인데 어찌 천율기가 가주의 장모가 될 수 있겠는가 한다.

 

  “가례에 따르면 가주를 기준으로 그 세대의 8촌 까지 방계로 인정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게 천가의 현 세대 족보입니다. 천율기는 21대 가주 천하중의 딸 천세희의 증손녀로 가주와 8촌 사이입니다. 다시 말해, 천율기의 딸 천이지는 천가의 방계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현재 천이지는 고천 천가의 성을 사용하는 바. 아버지인 주가량의 성을 따르게 되면 가법상 근친혼이 아니게 됩니다.”

 

  조한은 직접 챙겨온 가계도를 작게 펼쳐 놓고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곁에서 강제가 가례를 필사 해온 쪽지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운연은 조한의 흰자만 보였다. 명두천은 그러려니 한다 쳐도 염방도 주의 깊게 듣는 모습이 이상하기만 하다. 이건 너무 억지스럽다. 작위적이다. 그보다 더 큰 진실이 숨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인지인부장은 천율기의 세력 증강을 우려한 금문이 극구 반대에 나섰고, 그의 반론을 꺾을 수 없던 천율기가 금문을 죽였다? 이렇게 주장하시는 겁니까? 너무 작위적인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십니까? 가법에 어긋나지 않다는 것은 그렇다 치고. 천가는 예부터 외척의 난립을 막기위하여 당대 가모의 핏줄은 일부장 급에 오르지 못하였습니다. 천율기가 가주의 장모가 된다면, 자연스레 일부장 직위를 내려 놓아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그렇게 까지 탐나는 자리일까요?”

 

  운연이 핏대를 세우고 조한에게 맞선다. 소리가 커지는 바람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곳은 정천회의 영역이다. 싸움으로 번져서 좋을 것이 없었다. 염방은 운연을 달래며 어두를 돌린다.

 

  “자자. 진정들 하시오. 이곳은 조의를 표하는 곳이지 의논을 하는 곳이 아니지 않소. 그리고 섣부른 판단은 하지 맙시다. 일단, 저들이 중혼으로 의견을 몰겠다는 걸 안 것으로도 큰 수확이외다. 인지이부장의 말씀처럼 우리는 그저 가주를 믿고 기다리면 되는 것이요.”

 

  전과는 달리 씩 웃는 게 무언가 모를 소식이라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명두천이 머리를 들이밀며 뭔일인가 물었으나, 대문에서 천율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조용해진다. 천율기의 발소리만 정적 위로 오른다. 그 그림자를 본 팽우덕이 예가 어디라고 들어 오냐. 기어코 칼을 꺼낸다. 천율기는 홀로 온 것이 아니다. 뒤 켠에서 따르던 귀신 같은 게 팽우덕을 쳐낸다.

 

  “내 아끼던 아이가 죽었고. 그 책임이 평공에게 있다 생각하지만. 나서지 않음은 그 아이의 마음 때문이다. 혹여 내게 짐이 될까? 혹여 윗사람에게 피해가 될까 생각하여 유와는 스스로 생을 져버렸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목숨은 없으니, 나는 제 목숨을 흙보다 못하게 날린 유와를 원망한다. 그런 만큼 평공이 밉다. 그러나 시비를 가리기 전에 내 정치적 스승이자, 시대를 풍미한 사람을 기리기 위해서 왔다. 그러니 불만은 이후 제기해 주길 바란다.”

 

  기어코 눈물 한 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함께 온 주가량은 묵묵히 수건을 꺼내어 건네었다. 천율기는 천천히 관으로 가 깊게 인사를 하고 한 켠에 자리를 잡았다. 금문은 굳게 다문 입술을 열지 못했다.

 

  유와의 장은 예천당 식구들이나 몇몇 모여 치뤄졌다. 천율기가 잠깐 들려서 꽃신 하나를 넣어주고 활활 타 하늘로 올라갔다. 재를 모아 절벽위에 올라서 양지 발라 사철 풀이 난 곳에 땅을 파, 뿌렸다. 유와는 생전에 하늘을 동경하였다. 입버릇처럼 고천을 떠나지 못함은 천공께 받은 은혜도 있지만. 그보다 높고 맑은 하늘이 꼭 제 것 같기 때문이라고 혀를 빼물며 말하곤 했다. 씁쓸하기만 하고 싱숭생숭하기도 하여, 두고 내려오는 길에선 초지(初地)가 보인다.

 

  금문은 이런 저런 말이 많아도, 시대를 풍미했던 인간이었다. 그의 마지막은 격에 맞게 치뤄져야 했다. 종례(終禮)가 끝난 관은 초지로 옮겨진다. 북으로 난 대로를 따라 관은 천천히 나아갈 것이다. 율방은 능천대에 올라 제서(際書)를 읽는다.

 

  “모월 모일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이는 능히 하늘을 넘어설 자요, 만민의 귀감이다. 생전의 업이 하늘에 닿아 만개의 계단을 올라서 그 위로 올라서리라. 고인의 이름은 금문이요, 새로이 태어날 이는 금문이라. 모월 모일 북천각에게 명하니. 문을 열라. 금문은 하늘 위로 올라가리라. 금문은 북으로 나아가라. 그 끝에는 광명만이 있을 테니. 문을 열라. 금문은 하늘 위로 올라가리라. 금문은 북으로 나아가라. 그 끝에는 영광만이 있을 테니. 문을 열라. 금문은 하늘 위로 올라가리라. 금문은 북으로 나아가라. 그 끝에는 평화만이 있을 테니.”

 

  초지에 가득 울린다. 관이 상여 위로 오른다. 북으로 나아간다. 한 걸음에 미련을 버리는 것이다. 두 걸음에 인연을 버리고, 마지막 세 걸음에 모든 증오를 버린다. 다시 반복하고 그렇게 북으로 간다. 한참을 먼 길. 금문은 아주 천천히 계단을 오르는 것이다. 나아가면 그가 업무를 보던 인지당이 나온다. 그의 죽음은 더 이상 죽음이 아니기에 모두가 축복을 내린다. 박수 소리가 가득하다. 인지당을 지나면 한참을 더 가 천각이 나온다. 결코 열리지 않는 문은 탑 머리 끝까지 열렸다. 상여가 그 사이를 통과한다. 저 멀리 절벽 사이로 길게 길이 나 있다. 아직 금문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천율방은 곁에서 의연하게 서있는 천율기를 보았다. 그 뒤로 보이는 검은 아지랑이가 두렵다. 율방은 사기가 꺾이는 느낌이다. 물론 금문이 자신에게 걸림돌이 될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런 결말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천율기를 처음 만났던 순간과 같은 감정이다. 그때도 또 지금도 율방은 저 벽을 넘어설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천율기는 장례식을 보면서,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다. 그것은 홀가분하다는 감정이 아니다. 시원섭섭한 감정도 아니다. 안타까움도 아니고. 작은 성취감에 불과하다. 그의 몸짓엔 어떤 미안함도 없었다. 케케묵은 호승심도 없었다. 그녀는 죽어서 하늘을 뛰어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생각한다. 돌아선 눈에 현판이 들어온다.

 

 能天似堂

 

  능히 하늘과 같아지고 결국 뛰어넘으라. 천율기는 자신이 고천을 집어 삼키고 결국 천하 위에 홀로 설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녀는 실현시킬 만한 재능이 있었고, 자만하지 않았으며, 때를 기다려왔다. 이제 기다림은 끝났다. 천율방을 지나쳐 내려오는 천율기의 위로 태양만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Write Legends. Variation입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청천무가!

 

 지금 Facebook에서 Team.variation을 팔로우 하시면 더 다양한 소식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작품 설정 변경으로 인한 내용 변경 2017 / 12 / 8 637 1 -
공지 Variation 인스타그램 업데이트 안내! 2017 / 12 / 4 648 1 -
공지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신비한 발타사전… 2017 / 12 / 4 627 1 -
공지 청천무가와 묵일영 2017 / 11 / 30 781 4 -
20 제 3 장: 천율기 (End) 2017 / 12 / 17 342 0 5188   
19 제 3 장: 천율기 (8) 2017 / 12 / 17 289 0 5005   
18 제 3 장: 천율기 (7) 2017 / 12 / 17 278 0 5057   
17 제 3 장: 천율기 (6) 2017 / 12 / 17 305 0 4726   
16 제 3 장: 천율기 (5) 2017 / 12 / 17 262 0 4894   
15 제 3 장: 천율기 (4) 2017 / 12 / 14 288 1 5205   
14 제 3 장: 천율기 (3) 2017 / 12 / 14 277 0 5124   
13 제 3 장: 천율기 (2) 2017 / 12 / 13 292 1 5073   
12 제 3 장: 천율기 (1) 2017 / 12 / 12 269 1 5099   
11 제 2 장: 벽아련 (End) 2017 / 12 / 11 290 1 5003   
10 제 2 장: 벽아련 (5) 2017 / 12 / 10 287 1 5010   
9 제 2 장: 벽아련 (4) 2017 / 12 / 10 283 1 5055   
8 제 2 장: 벽아련 (3) 2017 / 12 / 8 287 4 5028   
7 제 2 장: 벽아련 (2) 2017 / 12 / 6 270 5 5033   
6 제 2 장: 벽아련 (1) 2017 / 12 / 6 279 5 5029   
5 제 1 장: 염방 (End) 2017 / 12 / 4 306 4 5033   
4 제 1 장: 염방 (4) 2017 / 12 / 3 317 4 5079   
3 제 1 장: 염방 (3) 2017 / 12 / 2 329 4 5129   
2 제 1 장: 염방 (2) 2017 / 12 / 2 353 4 5047   
1 제 1 장: 염방 (1) 2017 / 11 / 30 623 4 502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