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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백년야행
작가 : 소금소금
작품등록일 : 2017.12.16

인수는 작가지망생이다. 매번, 자신의 소설이 공모전에서 입상하지 못하는 것에 괴로워했고, 그 이유를 신선하지 못한 이야기 탓으로 돌렸다. 어느날, 인수는 포장마차 주인과 술을 진탕 마신 후, 집으로 돌아가던길에 술기운을 빌려 귀신이 나온다는 산에 들어가게 된다. 인수는 산 한가운데에서 머리에 사슴과도 같은 뿔이 달린 여자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을 '노루'라고 소개했으며, 세상에는 인간들이 보지 못하는 '아소'라는 존재들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인수가 글을 쓴다는 것을 알고 이제 곧 시작될 '백년야행'에 인수를 초대한다. 작가로서 소재에 굶주려있던 인수는 백년야행에 참여하기로 결심했고, 자신과는 전혀 다른 존재들의 이야기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훗날 인수가 완성한 여러 이야기 중, 조각나비에 관한 이야기이다.

 
조각나비편(9)
작성일 : 17-12-17 01:15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4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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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침소리와 동시에 테네바가 하네의 이름을 외치며 일어났다. 급히 옆을 보니 하네가 몸을 웅크린 채 기침을 내뱉고 있었다. 테네바가 하네의 얼굴을 보았다. 하네의 입가에는 기침을 하면서 나온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이마와 뺨에는 식은 땀이 맺혀있었고, 안그래도 뽀얀 피부가 아예 창백하게 변해있었다. 테네바는 하네의 상태를 확인하자마자 급히 물 주머니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주머니의 입구를 하네의 입가에 대고, 마시기 편하도록 한 손으로 뒤통수를 받쳐주었다.

  “하네, 오빠 여깄어.여기, 물이야. 천천히 마셔. 응?”

  “콜록, 응…….”

  테네바는 손가락으로 하네의 입가를 문지르며 조심스레 물 주머니를 기울였다. 하네는 마른 입술을 적시며 조금씩 들어오는 물을 받아 삼켰다.하네는 한 모금 마실때마다 입을 오물거리며 조금씩 숨을 골랐다. 그런 하네의 모습에 테네바는 입술을 깨물었다.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건 지켜보는 것 밖에 없었다. 하네가 머리맡을 보니 첫 기침에 많은 피를 토했는지 넓게 스며든 피얼룩이 있었다. 건조한 바닥은 잠깐 사이에 하네의 생명을 빨아들였다. 그탓에 하네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고 눈가의 붉은색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테네바는 고개를 들어 천장의 구멍을 바라보았다. 아직 새벽이 옅게 남아있는 이른 아침이었다. 두 사람의 옆에선 다 타버려 까맣게 변한 장작들만 있을 뿐이었다. 테네바는 원망스러웠다. 어젯밤 남몰래 빈 소망을 배신당해서? 아니었다. 테네바는 하네가 아프단 것을 알고 있었다. 6살이라는 어린나이에 사막에 던져진 아이의 몸이 건강할리가 없었다. 어린시절의 테네바는 하네의 기침이 그저 흙먼지 탓인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그저 자신이 마실 물 한 모금을 하네에게 더 건네주고 말았다. 하지만 테네바가 15살이 되었을 때, 11살이던 하네의 기침에 피가 섞인 것을보고 그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 때부터였다. 하네를 위해 미친듯이 일을 하기 시작했다. 몸에 좋다는걸 구하기위해 죽을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어른들의 만류에도 사냥에 참여하고, 족장의 눈에 잘보이려 더러운 일도 나서서했다. 그렇지만 하네의 몸은 시간이 갈수록 약해져만 갔다. 하네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데 세상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것이 원망스러웠다. 간헐적으로 기침을 토하며 물을 넘기는 하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이 세상에 남은 유일한 가족이다.

  잃을수는 없었다.

  일그러진 테네바의 얼굴을 본 하네는 물 주머니를 슬쩍 밀었다. 그리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괜찮아. 한두 번 이러는 것도 아니잖아 오빠.”

  “……그래도. 미안하다. 내가…내가 조금만 더.”

  “괜찮다니까….”

  하네가 손을 들어 테네바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테네바는 작고 여린 동생의 손길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하네는 억지로 이를 드러내며 크게 웃었다.

  “헤헤, 오빠. 나 먹고 싶은게 있다.”

  “뭔데. 오빠가 다 해줄게, 말만해.”

  테네바의 말에 하네는 가슴 앞에 손을 모아 손가락을 비비더니 조심스레 눈을 치켜들며 말했다.

  “어제 먹었던, 굳은 말 젖. 그거 좀만 더 먹으면 힘내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 줄게, 대신 물 조금만 더 마셔, 몸에 들어간 먼지 빼려면 물을 마셔야돼 알겠지?”

  “이젠 목 안마른데…….”

  “빨리.”

  단호하게 말하는 테네바를 보며 하네는 어쩔수 없다는 듯 물 주머니에 손을 가져갔다. 입맛을 한 번 다시더니 몇 모금 꿀꺽꿀꺽 넘기고선 나 잘했지하는 표정을 지었다. 테네바는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천막 구석으로 향했다. 굳은 말 젖을 담은 주머니를 들고와 어제의 배는 될법한 양을 그릇에 짜낸뒤 하네의 앞으로 건냈다.

  "흥~흥흥~흐음~."

  "……허, 참……."

  하네는 어젯밤처럼 그릇을 받아들자마자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고, 어지간히 좋은지 콧노래도 불렀다. 정신없이 먹는 와중에도 이따금 테네바를 바라보곤 미소짓고 먹기를 반복. 그 모습에 테네바는 방금까지 아팠던 아이가 맞는지 헷갈렸다. 행여, 자신의 걱정이 과해 환상을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미소짓는 하네의 얼굴에 가려 일부만 보이는 바닥의 핏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아픔도 잊은 채 그릇을 깨끗이 비운 하네가 빙그레 웃었다.

  “오빠는 내가 아프면 뭐든지 다 들어줘.”

  “…….”

  하네는 검지 손가락을 볼에 가져다 대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럼 그냥 계속 아파 버릴….”

  “그만.”

  테네바가 낮은 목소리로 하네의 말을 잘랐다. 하네는 갑자기 분위기가 변한 테네바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테네바는 굳은 표정으로 하네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네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장난이야……. 오빠…….”

  “장난이래도, 그런 소리는 다시는 하지마.”

  “……응. 미안.”

  차분히 말하고 있었지만 테네바는 지금 몹시 화가나 있었다. 하네는 너무 어려서 자신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자각하지 못했다. 자신이 하네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얼마나 걱정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라서, 어리니까, 항상 그렇게 이해했지만 이것만은 안된다. 테네바는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만 꼼지락 대는 하네에게 말했다.

  “하네, 오빠는 하네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항상 노력하고. 하네도 알지?”

  “……응.”

  하네는 시선을 자신의 손끝에 둔 채 대답했다.

  “하네는 내 하나뿐인 가족이야. 가족이 계속 아파버린다고 말하면 오빠가 화가 나겠어 안나겠어?”

  “……화나.”

  “그렇지? 하네, 장난으로라도 아프겠다는 말 하지마. 알았지?”

  “응……. 이젠 안할게.”

  “후……그래.”

  종종 테네바에게 혼난 경험은 있지만, 아이들이란 혼날 때마다 자신에게 훈계하는 상대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그것은 하네역시 다르지 않았다. 하네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자신의 손만 만지작 거렸다. 잠시후 한 차례 몸을 떨더니 하네의 허벅지에 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테네바는 그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기에 잠자코 지켜보았다. 하네는 자신이 울면 금방이라도 테네바가 달래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말 없이 지켜보기만하자 이윽고 집이 떠나가라 울음을 터트렸다.

  "흐,흑. 으아앙, 오빠가, 오빠가 나한테! 엉엉엉.”

  아예 고개까지 들고 소리내 울기시작한 하네는 눈물이 멈추지 않는지, 아래팔로 눈가를 비볐다. 한쪽 소매가 눈물로 축축해질 무렵,하네는 여전이 눈가를 가린 채 무릎으로 기어와 테네바의 품에 안겼다.

  “흑,흑.미안해, 미안해 오빠 이제 안할테니까…흑, 화내지마. 응?”

  하네가 자신의 품에 안긴 채 눈물을 흘리자 테네바가 하네의 머리를 끌어안아줬다.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섞인 눈빛으로 하네를 바라보며 등을 토닥였다. 그렇게 하네는 테네바의 품에 안겨 훌쩍였고 테네바는 그때마다 하네의 등을 토닥여줬다.

  이윽고 하네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자, 테네바는 하네의 볼을 잡아 올리며 하네의 얼굴을 보았다. 눈가는 울음 탓에 아예 새빨갛게 변해있었고, 창백해졌던 피부도 다행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만 눈물 콧물로 얼룩진 얼굴 탓에 영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기에 테네바는 웃음을 터트렸다.

  “……풋, 푸하하하하하!”

  "……?"

  테네바가 자신의 얼굴을 보고 웃기 시작하자, 하네는 급히 양손을 자신의 얼굴에 가져다 대었다. 볼은 눈물이 잔뜩 묻어 번들거렸고, 콧잔등엔 끈적한 콧물이 가득했다. 하네가 얼굴을 붉혔다.

  “왜, 왜 웃어! 오빠때문에 이렇게 된거잖아.”

  "키키킥, 내가 울렸어? 네가 혼자 운거지. 나는 오빠로서 당연한 부분을 지적한것 뿐이란다 동생아."

  "이, 이이익……!"

  얼굴이 새빨개진 하네가 조그만 손을 말아쥐고 테네바의 가슴팍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하네의 힘은 또래 아이들에 미치지 못했고, 그런 하네의 주먹질에 테네바가 고통을 느낄리가 없었다.

  “아이고, 아이고 오빠 죽는다.”

  “그러라고 때리는거야!”

  하네의 주먹질은 간지러운 수준이었지만, 테네바는 일부러 바닥에 엎드리며 죽는 시늉을했다. 내심 하네가 걱정을 해주길 바랬건만, 하네도 그런 장난에는 안 속는지 테네바의 위로 올라가서 주먹을 끊임없이 내리 꽂았다. 테네바는 그렇게 있는힘껏 얻어맞으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화가났던건 사실이지만, 결국 하네를 걱정해서 한 말이다. 행여 상태가 많이 안좋아졌을까 걱정했는데, 보아하니 무사히 넘어간 것 같았다. 또한, 하네의 실수 역시, 영리한 아이이기에 아마 다시는 이런일이 없을 것이다. 테네바는 얼굴만 양손으로 가린 채 상반신 곳곳에 쏟아지는 주먹 세례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생각했다.

  잠시 후, 제풀에 지친 하네의 주먹질이 잠잠해졌을 무렵, 테네바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어보이며 얼굴을 가린 손을 치웠다. 하네는 지쳤는지 양 팔을 늘어뜨린 채 콧김을 내뿜고 있었다. 눈빛에는 여전히 못마땅한 기운이 가득했는데, 지쳐버린 자신이 원망스러운지 아랫입술만 깨물었다. 그 모습에 장난기가 돈 테네바가 얄밉게 말했다.

  “어이구, 시원하다. 다 때렸어?”

  “이익…!”

  하네가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나 테네바를 발로 툭툭 차기 시작했다. 이번엔 얼마나 가려나? 테네바는 하품을 했다. 양팔에 이어 양다리, 테네바는 이참에 동생에게 안마나 받아보려는 심정으로 은은한 미소를 띤 채, 몸을 돌려 엎드렸다.

  예상대로 얼마안가 하네는 제풀에 지쳐 쓰러졌고, 테네바는 슬그머니 일어나 하네를 안아들었다. 팔다리에 힘이 모두 빠져버린 하네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테네바가 자신의 품안에서 씩씩거리는 하네에게 미소를 한 번 지어주고 말했다.

  “그나저나 하네, 오늘 이동하는 날이잖아? 곧, 방향잡는 작업을 시작할텐데 어때? 보러갈래?"

 

 
작가의 말
 

 처음엔 각혈로 알고있었는데, '객'혈이더라구요... 초고 써놓은걸 복사해서 여기 올려두고, 한번 읽어가면서 즉석 퇴고를 했는데, 시간이 너무 모자라서(마감 2일 전에 공모전의 존재를 알았어요.) 정신없네요. 하필이면 일요일에는 다른곳에 한나절 정도는 가있어야 하니...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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