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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두 세계 이야기
작가 : 한니발렉터
작품등록일 : 2017.12.10

문명세계에서는 꼬맹이 현상금 사냥꾼, 카슨 더 키드,
야만세계에서는 백년에 한번 나올 위대한 전사, 웅크린곰.
두 세계의 이야기.

 
Intermission : 두 일기
작성일 : 17-12-17 00:43     조회 : 376     추천 : 1     분량 : 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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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termission 01 : 보어인 이주자, 짐 보웬스의 일기

 

 그동안 워낙 바쁘고 경황이 없어서 무려 일 주일이나 일기를 빼먹었다. 트란실피나 식민지 개척 이래 최대 사건의 생생한 목격자이면서 기록을 게을리 하다니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후일 내 일기가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보어인들의 북쪽 대이주 사건’의 일차사료로 쓰일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앞으로는 기록에 철저하겠다고 다짐하며, 신에게 채찍질 다섯 대를 바쳤다. 질 좋은 말의 꽁지털로 만든 채찍으로 등을 피가 나도록 내리쳤으니 신께서도 만족하셨을 것이라 믿는다.

 일주일 전에 우리 가족의 포장마차는 대이주 행렬의 1차 집결지로 정해진 산티아나에 도착했다. 정말 가슴 벅차고도 놀라운 풍경이었다. 수백, 어쩌면 천여 대가 넘는 포장마차가 수만 마리가 넘는 가축과 함께 드넓은 대지에 퍼져 있었다. 나는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포장마차를 본 적이 없으며, 그렇게 장대한 광경도 본 적이 없다. 우리가 이 대륙의 역사를 바꾸고 있는 것이며, 나는 그 현장에 있는 것이다. 태어나서 이런 가슴 벅찬 일을 직접 경험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다.

 히스파니아의 왕족인 아라곤께서 200명의 개척자들을 이끌고 이 땅에 상륙하신 이래, 우리는 고귀했던 첫 개척자들의 삶의 방식을 신에 대한 신심만큼이나 충실하게 유지해 왔다. 옛 선현께서 말씀하신 대로, 농사보다 더 생산적이면서 즐거우며 자유인에게 적합한 일이란 없다. 우리는 우리만의 넓고 비옥한 토지를 가지고 그곳에 밀을 재배하고 가축을 풀어 키우면서 살아 왔다.

 농장이 넓고 서로 간에 교류할 일이 없으니 바로 이웃 농장에 사는 사람 얼굴 보기도 쉽지 않다. 우리는 사람보다 소와 양을 더 많이 보며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자신의 땅에서 소박하게 가축과 작물을 키우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만인의 수도원에서 내려주신 가르침을 충실하게 따르며 살아가는 길이다. 우리는 신심 깊은 농부들이며,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커먼웰스놈들은 그렇지 않다. 놈들은 농부라기보다는 장사꾼이며 장사꾼이라기보다는 도둑놈들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꾸고 써 왔던 우리들만의 언어를 무시하고 트란실피나의 공용어를 커먼웰스어로 지정했다. 지금껏 자유로운 농부로써 오직 신 앞에서만 종이었던 우리들을 하인처럼 부리려 하고 정기적으로 세금을 내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와 어떤 합의도 거치지 않았다.

 놈들은 우리의 땅에 지배권을 행사하겠다는 근거를 히스파니아의 왕과 맺은 조약에서 찾는데, 웃기는 일이다. 황금왕좌에 앉아계신 고고하신 임금님께서는 이역만리 트란실피나의 사정에 어떠한 신경을 써주지도 않았다. 신심 없고 잔인한 원주민들과 싸우는 데에 왕실이 총알 하나라도 보태준 것이 있었는가. 원주민들과 싸워본 자라면 알겠지만 그들은 잔혹할 뿐 아니라 비열하기까지 한 자들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농장을 습격해 가축을 빼앗아갈 뿐 아니라 여인과 아이 할 것 없이 모조리 난도질을 하고 머릿가죽을 벗겨 간다. 나는 원주민들에게 당한 여섯 살 여자아이의 시신을 본 적이 있다. 순수한 영혼에게 놈이 저지른 짓을 신께서 지켜보고 계셨다면, 그 야만적인 놈은 사후에 지옥의 기름 솥에서 평생 튀겨지리라.

 마실리아에 히스파니아에서 파견한 총독이 주재했다지만 그 자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나 했던가. 그저 마살리아의 돼지 같은 상인들과 교류하면서 배를 채우기에 급급했다. 만인의 수도원께서 약속하는 천년왕국이 도래한다면 불지옥에 떨어질 파렴치한 자이다. 그런 자가 종이쪼가리에 펜으로 사인 몇 번 했다고 무엇이 달라지는가. 히스파니아가 커먼웰스와의 반도전쟁에서 패배했다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한가. 우리는 여전히 우리일 뿐이다.

 놈들이 우리와 대화하지 않겠다면 우리도 놈들과 대화하지 않겠다. 허여멀건한 커먼웰스놈들과 더 이상의 타협은 없다. 듣기로는 삼분지 이 정도의 사람들은 도시에 남아 커먼웰스인의 종으로 살아가기를 선택한 모양이다. 앞으로 노예로써 살아갈 그들의 운명에 애도를 표한다. 우리는 신께서 약속하신 땅을 찾아 다시 떠날 것이다. 영웅 아라곤께서 바다 한가운데에서 신의 계시를 받아 이 땅에 상륙하셨듯, 우리는 언제나 길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지금 나는 덜컹거리는 우마차의 뒷칸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길이 좋지 않아 흙먼지 때문에 눈이 따갑고 재채기가 계속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이 잘 써지니 참으로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의지가 없으면 아무리 편안한 환경에서도 써지지 않지만, 의지를 가지니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쉽게 써내려져 간다. 어쩌면 이 글을 통해 신께서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우리 가족, 더 나아가 우리 이주대열도 의지를 잃지 않는다면 비바람이 몰아치고 태풍이 불어와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야만인 따위가 우리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 우리는 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자들이다. 신이 우리를 보호하신다.

 

 - 신의 충실한 종인 짐 보웬스, 1854년 3월 21일

 

 

 

 # Intermission 02 : 새벽별의 일기

 

 안녕, 메리. 나의 문명인 친구.

 요즘 너무 일이 많아서 너를 보러올 수가 없었어. 주술사 할머니가 나보고 이제 애들하고 그만 놀러 다니고 주술사 교육을 받기 시작하랬거든. 보통 주술사가 될 기질이 있는 사람들은 내 나이쯤 되면 다 시작하다나. 그런데 난 내가 주술사 기질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태어날 때부터 차기 주술사로 낙점되었나 봐. 그것도 그냥 주술사가 아니라 ‘신성한 늑대 여인’이라는 주술사로.

 이게 어떤 건지는 모르겠어. 할머니가 워낙 과묵하셔서 꼭 필요한 게 아니면 설명을 안 해 주시거든. 뭔지 물어봐도 나중에 알게 된다는 말만 하셔. 다만 할머니가 내 피부색과 관련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아마 나처럼 새하얗게 태어난 여인들은 모두 ‘신성한 늑대 여인’이 되는 교육을 받나 봐. 내가 하얗게 태어나고 싶어서 하얗게 태어난 것도 아닌데 웃기는 이야기지.

 내 이야기는 너도 재미없을 거고 나도 별로 하고 싶지 않으니 다른 이야기나 하자. 웅크린곰 이야기는 어때? 모든 전사들의 우상, 씨족의 방패, 부족의 창, 최연소 전투 추장 후보자,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전사....칭호가 많기도 하지. 전투할 때만 쓰는 전투이름도 벌써 다섯 개나 된다고 들었어. 본인이 이것들을 다 외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변 사람들이 우상화하는 웅크린곰과 내가 아는 웅크린곰은 꽤나 다른 사람이야.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맨날 퍼 자는 행위를 수련이라고 생각하고, 관리하기 귀찮아서 전리품 나눠주는 걸 관대하다고 하며, 할 말이 없어서 앉아만 있는 걸 인내심 있다고 하거든. 아, 승리행진이나 머릿가죽 춤에 귀찮아서 참여 안 하는 것은 겸손하다고 하더라.

 글쎄. 내가 볼 때 웅크린곰은 그냥 게으른 거야. 진짜 겨울잠 자는 곰 같지. 덩치만 딥다 커가지고 평소에 하는 건 잠 자는 것밖에 없으니. 하지만 난 그런 웅크린곰의 모습도 마음에 들어. 귀엽잖아?

 그러고 보니 최근에 있었던 이상한 일이 생각나네. 언제부턴지 모르겠지만 난 웅크린곰을 볼 때마다 조금 불안했어. 사람이 뭔가를 억지로 꾹꾹 눌러 참는 것 같아 보였거든. 그래서 주술사라도 만나러 가라고 해 보니까, 갑자기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본 거야. 처음 봤을 때는 정말 소름 돋는 눈빛이었어. 전설 속에 늑대가죽 두르고 떠돌아다니는 살인귀인 ‘가죽 떠돌이’가 내 눈앞에 있는 줄 알았어. 당장이라도 날 덮쳐서 통째로 삼켜버릴 그런 눈빛 있잖아. 꿈에 나올까봐 무서웠지.

 그래서 주술사 할머니에게 물어봤어. 남자가 그런 눈빛을 하면 도대체 무슨 의미냐고. 그러자 할머니가 웅크린곰이 남자로써의 본능을 자각하기 시작한 거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이제 그에 걸맞는 짝을 지어줘야겠다고 하더라고. 도대체 무슨 헛소린지 알 수가 없어서 친한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까, 반색을 하더라. 그 양반 목석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면서. 은근슬쩍 자기 딸이 혼기가 다 찼는데 내가 다리를 놓아줄 수 없냐고 물어보더라고. 내 참.

 결국 애들한테 물어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어. 그런 쪽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친구가 몇 명 있거든. 막 배를 잡고 웃길래 내가 화가 나서 추궁하니, 남자의 그 눈빛은 다름 아닌 성욕이래.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당황했어. 날 그런 눈으로 봐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거든. 근데 생각해 보면 사랑이라는 것은 결국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하는 거잖아. 몸은 나에게 끌리는 걸 확인했으니 이제 마음만 확인하면 되는 거지. 그러면 주술사 할머니가 말하는 ‘신성한 늑대 여인’이고 뭐고 다 때려 치고 웅크린곰의 천막에서 충실히 내조할 자신이 있는데 말이야.

 음. 하여튼 웅크린곰을 보고 있으면 대단해. 이번에도 영역을 침범한 와시추들에게 쓴맛을 보여줬거든. 벌써 요 한 달 사이에 씨족에 길이 남을 이야기를 두 개나 만든 셈이지. 하나는 ‘크로우족 열 명을 죽인 전투’, 두 번째는 ‘열 넷의 와시추를 죽인 전투.’ 아쉽게도 빌라가나 한 명은 도망쳤대. 난 그 사람이 사무엘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어. 나중에 부락에 방문하면 한번 물어볼 생각이야.

 하지만 이상한 게 있어. 대승을 거두고 온 당사자가 풀이 죽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원래 웅크린곰이 게으르기 짝이 없어서 돼지도 내가 다 치고 양도 내가 다 몰고 감자도 내가 다 캐고 말도 내가 다 먹이고 하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특히 심해. 계속해서 ‘내가 아니었다.’ ‘내가 아니었다.’ 이런 소리나 하면서 허공만 바라보는데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니? 혹시 매우 불길한 징조라도 본 것일까? 말이라도 속 시원하게 하면 해석이라도 해 줄 텐데 절대 입을 열지 않으니 답답할 수밖에.

 그래. 그러고 보니 너도 절대로 입을 열지 않는구나. 하지만 네가 조금이라도 말할 수 있었다면 너에게 이런 비밀을 모두 털어놓지도 않았을 거야. 있잖아, 글이라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지 않아도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나중에 들춰보면 다시 기억할 수 있으니까. 안타까운 점은 이렇게 좋은 걸 우리 부락 사람들은 모른다는 거고 (사실 관심도 없지만) 흐뭇한 점은 이렇게 좋은 걸 나만 안다는 거야. 생각해 봐. 글을 아는 사람이 많아져서 내가 너에게 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이 훔쳐보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니? 생각만 해도 기분 나쁘지? 나도 그래. 그러니까 난 이 비밀을 나만 간직하기 위해 문자와 글의 좋은 점에 대해서 입도 뻥긋하지 않을 거야. 부락원들이 계속 어둠 속에서 살도록 나와 함께 위대한 신비에게 빌자. 아니면 너희들 신에게 빌던가.

 그럼 안녕, 메리. 나중에 또 보자.

 

 -너의 야만인 친구 새벽별이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Ulyss 18-02-01 16:26
 
* 비밀글 입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한니발렉터 18-02-02 21:46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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