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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화에 관하여
작가 : 펭윙
작품등록일 : 2017.11.3

21세기,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이시대에 갑자기 오래전 모습을 감췄던 신들과 악마들이 나타난다. 인류와 함께 악마들과의 마지막 전쟁을 준비하는 신들과, 신들을 굴복시키고 인류를 타락시키려는 악마들의 마지막 이야기


 
첫 전투(5)
작성일 : 17-12-16 23:14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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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마는 자신의 뿔과 코를 날아오는 창들을 향해 휘둘렀다. 그러자 창들은 어느새 거센 바람에 방향을 바꿔 역으로 천사들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황급히 몸을 피하고, 미처 피하지 못한 천사들은 창을 맞고 힘없이 땅으로 떨어졌다.

  "미카엘, 더 이상 먼 거리에서의 공격은 무리입니다!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해요!" 아즈라가 하늘에서 소리쳤다. 미카엘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았다.

  "저희들이 시간을 끌겠습니다. 근원은 이 사람들과 원천을 찾아서 천자마를 무찔러주세요." 

  미카엘이 넋이 나간 국정원 요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시엔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미카엘을 바라봤다.

  "아무리 너희들이라도 저 자는 무리야. 일단 잠시 물러나자."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숨을 곳도 없습니다. 원천도 아직 못 찾았고, 무엇보다 저 자를 저 상태로 두면 근원께서 그렇게 아끼시는 사람들이 많이 다치겠죠."

  "..."

  "걱정 마세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제가 근원보다 더 강합니다. 부디 힘을 되찾으셔서 저희와 사람들을 도울 수 있길 바랍니다."

  미카엘은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 다른 천사들과 함께 천자마에게 돌진했다. 그를 말리지 못한 시엔은 천사들이 혈투를 벌이고 있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국정원 요원들에게 말했다.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나를 도와줘. 원천을 찾아야 저 마귀를 완전히 무찌를 수 있어. 부탁해."

  시엔의 말에 기 요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요원들과 자리에서 건물 잔해를 뒤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까 시엔의 마지막 공격으로 건물의 상당수가 먼지가 되어 날아가서 수색하기가 수월해 보였다. 요원들이 헬멧의 랜턴을 키고 주변을 수색하고, 보우도 도우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다리에 힘을 잃고 다시 풀썩 쓰러졌다. 그런 보우를 시엔이 부축해서 바닥에 눕혔다.

  "넌 좀 더 쉬고 있어. 지금 네 상태로는 더 움직이면 안 돼."

  "하지만 당신도..."

  보우는 만신창이가 된 시엔을 보고 걱정을 멈출 수 없었다. 시엔은 그런 그에게 애써 웃음을 보이며 안심시켰다.

  "걱정 마. 난 아무리 다쳐도 안 죽어. 난 신이잖아."

 시엔은 보우를 안전한 곳에 눕혀놓고 원천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들쑤셨다. 온몸에서 크고 작은 고통이 느껴졌지만 더 지체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치기에, 그녀는 잠시도 쉴 수가 없었다.

  천사들은 폭주를 멈추지 않는 천자마와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아무리 거센 공격을 해 천자 마는 전혀 지친 기색 없이 매섭게 공세를 퍼붓고 있었다.

  "적어도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게라도 해야 해! 여기서 조금만 더 벗어나도 바로 사람들이 사는 곳이야!"

  미카엘은 계속해서 천사들을 다그쳤다. 그러나 이미 반 이상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 아무것도 못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남은 천사들 마저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미카엘은 시엔 쪽을 바라봤다. 요원들과 시엔이 분주히 주변을 뒤지고 있었지만 겉보기에는 아직 원천을 찾기에는 한참 남은 것 같았다.

  "미카엘! 뒤에!"

  아즈라의 소리에 미카엘은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이미 그를 향해 돌진한 천자마의 코는 강하게 미카엘의 얼굴을 강타했고, 그는 중심을 잃고 바닥에 떨어져 휘청거렸다.

  '갈수록 우리는 점점 약해지고, 저들은 강해진다. 지금 이 병력으로는 무리야.' 미카엘은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모든 천사들에게 소리쳤다.

  "이제부터 저놈은 내가 상대한다! 반은 물러나서 나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빨리 원천을 찾아!"

  "미카엘, 그건 안돼요! 지금 당신 혼자서는 위험해요!"

  "그러니 빨리 원천을 찾아야지! 어차피 때로 달려드나 나 혼자 달려드나 가망이 없는 건 마찬가지야! 원천에는 내가 보관해둔 힘도 있다. 보우가 그걸 꺼내주면 나도 능히 저 마귀를 처단할 수 있을 터!"

  미카엘은 칼을 단단히 쥐고 천자 마를 향해 달려들었다. 천자마는 그를 향해 더욱더 뿔과 코를 휘두르며 완전히 제압하려 했다. 그녀의 코는 너무나도 거대했지만 움직임은 인간의 모습일 때 속도 롤 능가했고, 그녀의 뿔 또한 거대했지만 어떤 칼보다도 날카로웠다.

  미카엘은 그녀의 공격을 겨우 피하면서 더 가까이 그녀에게 접근했다. 공격이 통하지 않자 천자마는 영력을 이용해 미카엘을 압박했다. 그녀가 발을 한 번 구르자 땅이 갈라지고 틈에서 수많은 마귀들이 나와 미카엘을 향해 달려들었다. 천사들이 미카엘을 도와 마귀들을 막으려 했으나 그 수가 너무나도 많아 역부족이었다.

  '이럴 줄 알고 천사들을 더 모아 급습을 하려 했건만, 일이 단단히 꼬였다.'

  미카엘은 자신의 주의로 최대한 마귀들이 몰려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마귀들이 코앞까지 닥쳐오자 그는 칼로 강하게 땅을 내려쳤다. 그러자 그와 천사들을 가로막던 마귀들이 단숨에 공중에 떠올라 바둥바둥 몸부림을 쳤다. 미카엘은 칼을 휘돌러 마귀들을 천자마 쪽으로 날렸다. 천자 마는 눈살을 찌푸리고 날아오는 마귀들을 인정사정 없이 밟아 뭉개고 코로 내리쳤다.

  "이 미련한 것들! 저놈은 예전의 천사장이 아니다! 멍청하게 후일을 도모한답시고 힘을 봉인해서 지 주임의 앞가림도 못하는 것이란 말이다! 어서 저놈과 천사들을 짓밟아!"

  갈라진 땅 틈에서는 더 많은 마귀들이 올라왔고, 미카엘은 더욱더 심각해진 상황에 골치가 아팠다. 미카엘은 아즈라를 불렀다.

  "너희들은 저 마귀 놈들이 근원과 사람들에게 접근 못하도록 막아. 저놈은 이제부터 나 혼자 상대한다."

  아즈라는 그를 말리려 했으나 이미 결심을 굳힌 그의 표정을 보고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다른 천사들과 함께 시엔을 보호하러 갔고, 미카엘은 가만히 자신에게 달려오는 마귀들과 천자마를 바라봤다.

  "이제 너도 깨달았나 보지? 지금 네놈들 상태로는 내 털 끝 하나 못 건드린다는 것을. 하긴 네놈의 주인도 날 어쩌지 못했는데 하물며 어떻게 네가 나를 무찌르겠는가!"

  미카엘은 천자 마의 비아냥을 무시한 채 땅에 내리꽂은 칼을 다시 집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다시 천자마를 향해 돌진했다.

  "결국 오늘 네 삶을 포기하고 싶은 건가? 참으로 무지하기 짝이 없군."

  천자마는 모든 마귀들에게 미카엘을 공격하도록 명령했다. 그 사이 수가 더 많아진 마귀들은 매서운 속도로 한꺼번에 미카엘을 향해 달려들어 정신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천자마는 흡족한 미소로 고군분투하는 미카엘을 내려다보았다. 미카엘의 모습은 마귀들에게 파묻혀 점점 더 희미해져갔다. 지금 천자 마에게 보이는 것 이를 악물고 있는 미카엘의 얼굴뿐이었다. 천자마는 미카엘을 한심하다는 듯이 내려다보다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미카엘은 마귀들의 공격에 아무런 대응도 안 하고 계속해서 천자마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피부에는 점점 더 많은 상처가 생기고 옷은 계속해서 찢어졌지만, 그는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저놈이 또 무슨 짓을 꾸미려고...!'

  천자마는 발을 바닥에 내리쳐 칼바람을 일으켜 다가오는 미카엘을 저지했다. 거센 바람이 날카롭게 미카엘의 몸을 쑤시고, 온갖 고통이 미카엘을 덮쳤지만, 미카엘은 애써 견뎌가며 전진을 계속했다. 그는 그의 몸을 붙잡고 있는 마귀들의 무게와 시간을 끌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지고 더욱더 속도를 내 천자마의 바로 앞까지 달려왔다. 천자 마는 인상을 찌푸리고 코로 바닥을 향해 내리쳤다.

  "다 부질없는 짓이야! 모든 걸 포기하고 무(無)로 되돌아가라!"

  미카엘은 자신의 머리 위로 다가온 천자마의 코를 옆으로 피하고 그대로 그녀의 코에 올라타 머리 위를 향해 올라갔다.

  그녀는 머리를 휘둘러 미카엘을 떨어트렸으나, 미카엘은 재빨리 그녀의 상아를 붙잡고 다시 머리 위로 올라타 몸에 마귀들을 매단 채 이마 위로 뛰어올랐다. 천자 마는 어느새 자신의 이마 위에 떠오른 미카엘을 보고 급히 코를 그를 향해 휘둘렀다. 미카엘은 코를 피하고 칼을 두 손으로 꽉 쥔 채 칼날을 그녀의 이마를 향해 겨눠 그대로 내리꽂았다.

  "사악한 마귀는 대천사의 권능을 받들고 지옥으로 돌아가라!"

  미카엘은 이마에 꽂은 칼을 그 상태로 돌렸다. 그러자 칼이 꽂힌 곳에서 빛이 나더니 이내 천자마의 몸 이곳저곳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 이놈이! 힘도 되찾지 못한 네가 어떻게...!" 미카엘의 칼에서 나온 빛은 점점 더 커져 제육천으로 통하는 입구를 만들어내고, 그 입구에서 거센 바람이 불어 마귀들과 천자마의 조각들을 빨아들였다.

  마귀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바람에 이끌려 빛으로 빨려 들어가고, 천자마 또한 다리를 바닥에 고정시켜 버티려 애썼지만 그녀의 몸이 조각나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미카엘은 끝까지 그녀의 머리 위에서 칼을 쥐고 있다가 힘이 빠진 채 바닥에 떨어졌고, 천자 마의 몸에는 더욱더 금이 많이 생겨 조각이 나 하나씩 빛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심한 놈! 마지막 힘을 짜내 이 사단을 내고야 마는구나! 난 제육천에서 다시 힘을 키우면 되지만 네놈은 이제 영원히 고통을 받으면서 살게 될 것이야!"

  천자마는 빨려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미카엘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미카엘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 빨려 들어가는 천자마를 바라보며 썩소를 날렸다.

  "멍청한 년... 천사에게 저주가 통할 줄 알고..."

  미카엘은 힘이 빠진 채 이내 고개를 숙이고, 천자마는 이제 단단히 바닥에 고정시킨 다리마저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 거의 모습을 감추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라! 더 많은 마귀들이 깨어나 네놈들과 인류들을 파멸로 이끌 것이다! 결국 끝에는 절망만이 존재할 것이야!"

  천자마의 마지막 절규를 끝으로 그녀의 흔적은 모조리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자취를 감추고, 미카엘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몸을 겨우 추슬러 거친 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일단은 일을 마무리 지었군. 이제 원천만 찾으면 다시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니...'

  그런데 미카엘이 안도의 숨을 내쉴 때, 빛 속에서 다시 천자마가 일으킨 연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미카엘처럼 부상을 당한 천사들을 휘감아 빛 속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미카엘이 깜짝 놀라 하늘을 바라보니, 진작에 사라졌어야 할 빛이 여전히 밝게 빛난 채 제육천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 넣고 있었다.

  '어째서...! 이제 문이 닫혀야 하는데...!'

  미카엘의 속마음을 읽기로도 한 듯 빛 너머 천자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생각 없이 달려들더니 결국 일을 그르치는구나! 네놈의 불완전한 힘으로 나만 제육천으로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는가? 이대로 물러나기엔 아까우니 네놈과 네 동료들이 같이 가줘야겠다!"

  천자마의 연기는 여러 천사들을 휘감은 채 제육천으로 끌어들이고, 곧 미카엘 쪽으로 날아와 그를 지옥으로 데려가려 하고 있었다.

  '문을 닫을 때 필요한 영력을 생각 못한 내 불찰이다. 결국 이렇게...'

  이미 지칠 때로 지친 미카엘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채 눈을 질끈 감았다. 결국 이렇게 끝나는구나, 하고 낙담하고 있을 때, 그는 자신에게 연기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그는 감았던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더니, 이내 절망감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의 앞에는 그 대신 연기에 휘감아진 시엔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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