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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은혈록
작가 : 실라인
작품등록일 : 2017.12.14

비일상적인 일 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그래. 내 일상은 그 누구도 부수지 못 한다!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금액이었다.

어느 날. 평번하던 소년의 인생이 뒤바뀌어 버렸다.
세계의 그림자. 그 속에서 새로운 이레귤러가 된 소년은 오늘도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

 
25. 성지순례(11)
작성일 : 17-12-16 20:28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4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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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사람마냥 원래대로 돌아온 백윤현을 보며 나는 실의에 빠졌다.

 ‘산 넘어 산인가. 회심의 일격이었는데….’

 지금의 내게 남은 것은 말 그대로 갑옷 하나뿐이다.

 다운 레이는 그야말로 무지막지했다.내가 한소윤을 살리기 위해 급히 움직인 나머지 조준이 약간 엇나가지만 않았더라면 백윤현을 완벽하게 삼켜버릴 수 있었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대가도 만만치 않았는데, 바로 은혈과 기력의 소모량이다.

 다운 레이의 숙련도가 낮아 세심한 컨트롤이 불가능했던 나는 지금 입고 있는 갑옷을 제외한 모든 은혈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걸로 부족해서 체력과 기력까지 모조리 빨려들어갔다.

 스윽.

 나는 레이크를 다시 한 번 백윤현에게 겨눴다.

 이판사판. 이대로 싸우나 포기하나 마찬가지지만 혹시 모를 가능성이 있으니 블러핑을 쳐본 것이다.

 최대한 멀쩡한 척, 행여나 칼끝이 흔들릴까봐 온 몸에 힘을 꽉 주고 백윤현을 노려봤다.

 그 블러핑이 통한 걸까? 백윤현은 양손을 들어 올리고 항복의 제스쳐를 취했다.

 “여기까지 하자고.”

 나는 그 모습에 괜히 한 번 더 빈정거렸다.

 “일을 벌여놨으면서 그냥 도망가시려고?”

 그러나 도발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백윤현은 내 말에 귀여운 동물을 본 사람처럼 피식거렸다.

 “허세 부리지 마. 투구로 얼굴을 가리면 뭐해? 행동에서 다 나타나는 걸.”

 끙.

 언젠가 본부장님한테서 한 번 들었던 말을 다시 듣게 될 줄이야.

 ‘서유진도 그렇고, 내가 그렇게까지 알기 쉬운 성격인가? 어쨌든. 블러핑인 걸 알고 있으면서 왜 빼려는 건데?’

 “계속 싸우면 당연히 내가 이기겠지. 그런데 너희 두 명과 내 생명을 걸고 도박을 하기엔 내 몸이 너무 비싸서 말이야. 셈이 안 맞아.”

 화르르륵!

 내 생각을 읽은 건지 친절하게 답해준 백윤현의 팔에서 검은 불꽃이 솟아올랐다. 마치 주인인 백윤현을 잡아먹으려는 듯 불꽃은 어깨를 넘어 목까지 난폭하게 진군했다. 하지만 백윤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목에 붙은 불꽃을 대충

  털어내더니 우리에게 작별을 고하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역시 밤은 싫다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에 보자고”

 “…….”

 한소윤은 귀기가 서린 눈으로 백윤현이 사라진 장소를 아무 말 없이 노려봤다.

 가족의 원수와 평화 협정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는 분함 때문인지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고개를 돌리며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폈했다. 말만 사라졌다하고 기습을 가해올 수도 있었으니까.

 그 정도로 강한 놈이 굳이 이런 번거로운 짓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혹시 모르지.

 얼마간 주위를 둘러본 나는 더 이상 백윤현의 기척도 모습도, 그 어떠한 흔적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갑옷을 해제했다. 내 발을 묶고 있던 검은 불꽃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그 남자는 정말로 여길 뜬 것 같았다.

 더 이상 경계를 유지하는데 의미를 찾지 못 한 나는 이제 다른 문제를 해결할 차례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괜찮아?”

 내 질문에 나무에 기대어 힘겹게 서 있던 한소윤은 더듬거리며 말했다.

 “괜…. 찮아.”

 되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네.

 나는 붉다 못해 검어지는 피로 온 몸을 도배한 한소윤에게 급히 다가가 스마트워치를 보여주며 물었다.

 “이거 맞지? 긴급회복스펠.”

 “…응.”

 한소윤에게 검증까지 받은 나는 스마트워치를 조작해서 긴급회복스펠을 발동시켰다.

 비싸다고 들었는데 막지 않은 걸 보면 역시 괜찮지 않았나보다.

 서민아를 치료할 때와 마찬가지로 연하늘색 빛무리가 한소윤의 상처부위로 스며드는 걸 확인한 나는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아….”

 힘들다.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기력이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두 쥐어 짜인 느낌이다. 손가락도 까닥하기 싫고, 눈동자도 굴리기 싫었다. 그저 눈꺼풀을 닫고 이대로 잠들고 싶은 욕망만이 가득했다.

 생애 처음으로 몸과 정신의 에너지 잔량이 제로인 날을 맞이한 나는 가까스로 시선을 옮겨 한소윤을 바라봤다.

 어째서 여기 있어? 민아랑 서유진은 어디가고? 어떻게 알고 왔어? 통신이 아직도 안 되는데 밖이랑 연락이 가능해? 등등의 많은 질문이 떠올랐지만 지금 가장 묻고 싶은 걸 내 입에 담았다.

 “방금 그 사람. 도대체 누구야?”

 ‘아 이런.’

 그리고 곧바로 후회했다.

 생각해보니 한소윤에겐 가족의 원수다. 그걸 물어보다니 세심하지 못 했다.

 하지만 한소윤은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는지 딱 세 글자로 심플하게 답했다.

 “적이야.”

 “…그래.”

 이런 애였다는 걸 잊은 내가 바보지.

 한소윤이 그 말을 끝으로 설명 없이 입을 다시 앙 다물자 나는 참지 못 하고 추가 질문을 던졌다.

 “그 둘은? 이미 갔어?”

 서민아는 의학에 발을 두지 않은 내가 봐도 빠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위험할 게 분명한 중상이었다.

 “응.”

 분명 나는 백윤현과 마주치기 전까지 이 산으로 출입할 수 있는 유일한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서민아나 서유진이 나를 지나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다른 곳으로 간 건가? 뭐 됐고.

 “너는? 왜 같이 안 가고.”

 날 따라 온 건데?

 “…….”

 한소윤은 내 물음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사실 답은 그럭저럭 예상 된다. 자의든 타의든 방금 직전까지 감정의 굴곡을 가파르게 그린 신입을 혼자 내버려둘 수는 없었겠지.

 한참을 그렇게 조용히 있던 한소윤이 돌연 내게 물었다.

 “나갈 거야?”

 “이 산을? 당연하지.”

 “…….”

 거 농담 한 번 안 먹히네.

 한소윤의 불안함 섞인 시선이 내 두 눈을 똑바로 직시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나는 고개를 돌려 먼 곳을 쳐다보며 말했다.

 “…글쎄.”

 솔직히 말해서 팀에 불만은 그다지 없는 편이다.

 딱 하나 문제점이라 말 할 수 있는 서유진의 폭언도 사실 교육 방침이라 생각하면 억지로라도 받아드릴 수는 있다.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지만 그렇게 내가 납득하면 된다는 거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게 괜히 나온 말이 아닌 만큼 괜히 옮겼다가 서유진보다 더 한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말이다.

 애초에 내 경우는 특이 케이스라 마음대로 팀을 변경할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옮긴다고 말했는데 윗선에서 거절하면 관계만 더 껄끄러워지겠지.

 그렇지만.

 “옮길 수 있다면 옮길 거야.”

 나는 한소윤에게 내 입장을 덤덤하게 밝혔다.

 이미 서유진과 내 사이에는 균열이 일어났다. 수습하기 위해선 어느 한쪽이 굽히고 들어와야 되지만, 지켜본 바 서유진은 그럴만한 인간이 되지 않았다.

 결국 이쪽이 다가서야 하는 건데 그건 결국 서유진이 스스로의 과격함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을 열어버리게 만드는 꼴이고 훗날 같은 사태를 반복하게 될 뿐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게 아니라 홍수가 나 잠겨버리겠지.

 지금까지 나는 전투 훈련도 위마 관련 공부도 온 힘을 다해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자신이 정한 한계선까지가 아닌 그 이상을 추구하면서까지 노력을 해왔다.

 물론 서유진의 입장에선 내 노력의 결과가 ‘고작’으로 보였을 수 있겠지.

 그래도 그건 정말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다. 스스로에게 맹세하건데 조금의 나태함도 들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서유진은 그런 건 당연하다며, 오히려 부족하다고 언제나 폭언을 일삼았다.

 부하의 심리상태나 감정, 한계와 능력을 파악해 그에 걸맞는 방식으로 이끌어주지 못할망정 강압적인 강요만 반복하는 하는 최악의 상관인 것이다.

 장담컨대 그건 절대 좋은 상관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 사람을 다루는 연장이 부족하다는 건 무능하다는 반증이다.

 앞서 구관이 장관이라 말했지만, 이미 최악인데 최악으로 변해봤자 어차피 본전이다.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으나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쪽에서 오지 않는 이상 말이야.”

 그래도 혹시 모르기 때문에 나는 붙이지 않아도 될 뒷말을 애매모호하게 덧붙였다. 한소윤은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일단 숲에서 나가는 게 선결 과제지. 가자.”

 그럭저럭 체력도 회복 했고 껄끄러운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도 않았기에 나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섰다.

 

 

 

 

 산을 빠르게 타고 내려온 우리는 나와 서민아가 처음 도착했을 때와 똑같이 주차되어있는 검은색 리무진을 발견했다.

 “다, 다, 다녀오셨습니까?”

 지원팀 요원은 왜인지 당황하면서 나를 반겼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긴급상황이었으니 저렇게 당황하는 것도 어쩔 수 없겠지.

 서유진과 마주칠 일도 없겠다 나는 느긋한 마음으로 리무진에 올라탔다.

 “넌 안 타?”

 나는 가만히 서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한소윤에게 물었다.

 “수습 할 게 있어.”

 “어떻게 돌아가려고?”

 “같이 온 지원팀이 있어.”

 “아. 그래.”

 하긴. 서유진과 함께 온 만큼 당연히 그쪽에도 지원팀이 붙었겠지.

 근데 그럼 굳이 여기까지 따라올 필요는 없지 않았나?

 어쨌든 뭘 수습하는지 몰라도 괜히 모르면서 나섰다가 짐 취급 받는 것도 뭣하기에 나는 알았다며 한소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럼 조심히 가.”

 고개를 끄덕이는 한소윤을 보며 차문을 닫자 지원팀 요원이 왜인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운전석에 탑승했다.

 나는 그 의미를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온 몸을 엄습하는 잠의 기운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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