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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은혈록
작가 : 실라인
작품등록일 : 2017.12.14

비일상적인 일 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그래. 내 일상은 그 누구도 부수지 못 한다!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금액이었다.

어느 날. 평번하던 소년의 인생이 뒤바뀌어 버렸다.
세계의 그림자. 그 속에서 새로운 이레귤러가 된 소년은 오늘도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

 
24. 성지순례(10)
작성일 : 17-12-16 20:26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3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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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타오르는 장검을 내던지고 몇 번인가 만족의 박수를 친 백윤현은 코트에서 다시 새로운 은장도를 꺼냈다.

 양날톱처럼 생긴 은장도를 해방한 백윤현은 심연으로 가득한 차가운 눈으로 한점의 감정도 없이 한소윤을 응시하면서 말했다.

 “설마 그렇게 친했던 남매 모두를 내 손으로 묻게 될 날이 올 줄이야. 너무 슬프네. 그렇지 않아?”

 “…….”

 한소윤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내 쪽을 흘겨보더니 이내 백윤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한소윤도 이 불꽃을 해결할 방도가 없기에 결국 교전을 선택한 걸로 보였다.

 “버스트.”

 한소윤의 가느다란 목소리와 함께 한소윤의 몸에서 붉은 오라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백윤현은 한소윤을

  돌멩이 취급하듯 바라봤으나, 화염에 휩싸인 여전사는 그 무감각했던 눈에 처음으로 이채를 돌게 만들었다.

 “그 사이에 버스트를 배웠다고? 대단한데?”

 한소윤은 백윤현의 감탄에 대꾸도 하지 않고 신속하게 적의 배후를 점해 검을 휘둘렀지만, 백윤현은 톱을 등 뒤로 올려 가볍게 막아냈다.

 “버스트는 잘 사용하는 거 같기는 한데….”

 스걱.

 “은장도의 등급이 낮아도 너무 낮아.”

 백윤현의 톱이 한소윤 팔의 피부를 베고 살점을 뜯었다. 깊어보이진 않았지만 거칠게 찢긴 탓인지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확실히 버스트를 사용한 한소윤의 속도는 체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지만 예전 레이크를 들었을 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밖에 되지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한소윤의 상처를 보며 내가 뭐라도 해야 된다는 강박감에 레이크를 뽑아들었다.

 기습적인 비장의 패로 사용할 예정이었고, 이걸로 불꽃을 억제하리란 보장은 없었지만 한소윤이 당하는 걸 이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음. …음? 뭐야? 그거 레이크 아냐?”

 백윤현이 레이크를 쳐다보며 긴가민가하다 칼날에 적힌 이상한 글자를 쓱 흝더니 내게 물었다. 한소윤은 그 틈을 노려 백윤현의 목으로 칼날을 뻗었지만 역시나 백윤현은 별 무리 없이 막아냈다.

 “와. 진짜 어떻게 된 거야? 소윤아 오빠 팔아먹었어? 아니 그것보다 그거 이중해방 아니지? 그럼 레이크가 다른 은장도랑 융합했다고? 진짜 재밌네.”

 흥미로운 샘플을 발견한 연구자처럼 백윤현은 미소를 잃지 않고 꾸준히 나에게 자신의 궁금증을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한소윤의 검에 피해를 입기는커녕 한소윤에게 데미지를 누적시키는 모습은 여러모로 질리게 만들었다.

 나는 그런 백윤현을 뒤로하고 검은 불꽃을 자르기 위해 레이크를 마구 휘둘렀다.

 ‘효과가 없어.’

 검은 불꽃의 기세가 조금 약해지긴 했지만 그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사그라든 것이지 절대 레이크로 인해서가 아니다.

 나는 괜히 레이크를 꺼낸 것을 후회했다.

 백윤현의 신경을 분산시켜 한소윤이 운신하기 편하게 만들기는 했으나 그마저도 한소윤 몸에 혈선이 늘어나는 속도가 약간 주춤했을 뿐이다.

 물론 서유진의 전례도 있는 만큼 저 남자에게도 레이크를 활용한 기습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았지만 그래도 아까운 건 아까운 거다.

 나는 힘없이 팔을 늘어트리고 멍하니 한소윤과 백윤현의 싸움을 지켜보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윽!”

 그러던 와중 백윤현의 톱이 한소윤의 발목을 그은 것을 계기로 전투의 균형이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백윤현은 거의 다 몰아넣었다 생각했는지 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차피 곧 죽을 텐데 얌전히 유언이라도 남기는 건 어때?”

 “그만둬!”

 나는 한소윤의 팔을 길게 벤 백윤현을 노려보며 악을 썼지만 백윤현은 그저 웃으며 톱을 휘둘렀다.

 “안 돼. 내 입장도 좀 이해해 달라고. 아하하.”

 ‘개 같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한소윤이 기어코 피 칠갑인 모습이 되어 땅에 쓰러졌다. 묶여있던 머리는 풀어져 땀과 피에 젖어 피부에 엉겨 붙었다. 지친 몸은 공기를 원하는지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다. 한소윤은 롱소드를 지팡이삼아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절뚝거리는 다리와 떨리는 팔은 그 의지를 실현하지 못 했다.

 타인이 보기에도 절로 안쓰러움을 느끼게 만드는 한소윤의 외견을 보고도 백윤현은 아무런 감흥도 없는지 그저 담담히 말했다.

 “반가웠어. 그럼 잘 가. 다음 생에 보자고. 오빠랑 같이 말이야.”

 백윤현은 말을 끝마치고 톱을 높이 쳐들었다. 롱소드로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는 한소윤의 목을 그대로 그어버릴 기세였다.

 “멈춰!”

 내 외침에 백윤현은 그것이 신호라도 된 듯 아무런 주저 없이 톱을 잡고 있는 손으로 반원을 그리며 내쳤다.

 제발! 뭐라도!

 ‘뭐라도 하라고 쓰레기 같은 새끼야!!!’

 격분한 나는 곧 일어날 참극을 막기 위해 나 자신과 레이크에게 외쳤다.

 레이크를 손에 쥐는 게 아니었다. 한소윤을 제압하기 위해 레이크를 빼내는 게 아니었다. 내 손에서 쓸모없이 썩을 바에는 하다못해 한소윤의 신체를 조금이라도 더 강화 하는 게 나았을 거다.

 그랬다면 이렇게 허무하리만큼 절망적인 상황은 나오지 않았을 텐데.

 과거의 내 선택을 되돌리고 싶었다. 죽도록 후회한다는 감정을 오늘에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동시에, 격화되는 내 내면에 공감한다는 듯 레이크의 검신이 맹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우우웅!

 내가 그 울림에 본능적으로 레이크를 뻗어 백윤현을 향해 겨누자 레이크의 칼날 중앙에 은빛 선이 그어지더니 레이크가 정확히 반으로 갈라졌다.

 사람의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벌어진 레이크의 틈 사이로 희끄무레 한 빛 덩어리가 생겨났다.

 백윤현이 톱을 내려치다 말고 나를 돌아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응? 레이크에 그런 능력은 없는데? 그건 뭐야?”

 은색 빛이 레이크의 틈새를 모두 메울 정도로 충만해지는 걸 확인한 나는 백윤현에게 선고하듯이 말했다.

 “널 박살낼 힘.”

 나는 이것이 새롭게 변한 레이크의 고유 능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급함과 분노, 후회와 허무감이 극에 달했을 때 뇌리에 수많은 정보가 스치듯이 지나갔다.

 레이크의 능력, 사용 조건과 방법. 그리고 …레이크가 겪어왔던 과거의 일까지.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정리할 틈은 없었기에 최대한 지금 사용 할 수 있는 실리적인 정보만을 간추려 반격의 서막을 알릴 밑 준비를 끝냈다.

 이제 마지막 하나.

 약속된 키워드를 세상에 선포하는 것으로 이 강대한 에너지를 방출할 트리거를 당길 수 있다.

 각오가 된 나는 침착하게 또박또박 그 단어를 입에 올렸다.

 “다운 레이(Dawn ray).”

 세상이 정적에 휩싸였다.

 레이크에서 쏟아져나간 은색의 빛줄기는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공기에서부터 소리까지 그 어떠한 것도 남기지 않고 광폭한 용처럼 뻗어나갔다.

 말 그대로 새벽녘의 빛줄기처럼 은색의 빛무리는 기어코 어둠까지 잡아먹으며 밤하늘을 길고 긴 은색 띠로 묶어버렸다.

 마치 은빛 은하수 같은 광경에 나와 한소윤은 넋이 나가 다운 레이가 남긴 궤적을 한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불청객이 끼어들지만 않았다면, 우리 둘은 상처를 치료하는 것도 잊은 채 하염없이 지켜보기만 했을 것이다.

 “하…. 하하.”

 백윤현은 허탈해서인지 실성한 건지 모를 웃음을 흘렸다.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레이크의 다운 레이로 인해 백윤현의 한쪽 어깻죽지 아래가 완전히 소멸했으니까. 심지어는 골반과 허벅지의 일부분도 사라져있다.

 ‘저 상태로 서있는 게 용하네.’

 하지만 저게 한계겠지.

 내 컨트롤 미스로 살짝 빗맞긴 했지만 사람인 이상 저 정도의 중상을 입고 멀쩡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만히만 있어도 대량의 출혈이….

 출혈이….

 ‘없어?!’

 나는 기겁을 하며 백윤현의 손실된 신체 부위를 제대로 살펴봤다.

 그곳에서는 작디작은 검은 불꽃들이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백윤현은 그 검은 불꽃을 더욱 크게 키우며 말했다.

 “이 정도 출혈은 예상 못 했는데 말이야.”

 나와 다르게 비유적인 의미로의 출혈을 언급한 백윤현의 몸에 붙은 검은 불꽃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소멸됐던 신체 분위와 똑같은 형태가 되어 백윤현의 육체로 완벽하게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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