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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은혈록
작가 : 실라인
작품등록일 : 2017.12.14

비일상적인 일 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그래. 내 일상은 그 누구도 부수지 못 한다!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금액이었다.

어느 날. 평번하던 소년의 인생이 뒤바뀌어 버렸다.
세계의 그림자. 그 속에서 새로운 이레귤러가 된 소년은 오늘도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

 
22. 성지순례(8)
작성일 : 17-12-16 20:02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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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흐….”

 나는 길을 잘 걸어가다가 땅바닥에 주저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뭔 짓을 한 거야.’

 감정을 제어하지 못 하고 그것도 하필 상사한테 분출해버리다니.

 ‘으어어어억.’

 스스로의 한심함에 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리고 곧 일어서서 다시 부지런히 발걸음을 놀렸다. 산의 길은 하나뿐이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가 산을 내려오는 서유진과 마주친다면 그것보다 어색한 일은 없을 거다.

 그렇게 한참을 산길을 타고 내려가고 있는 내게 누군가가 박수를 치며 다가왔다.

 “정말 대단해. 그 녀석을 쓰러트리고 살아남을 줄이야.”

 짝짝짝.

 칠흑 같은 검은 머리에 빠져들 것 같은 검은색 눈. 검은 롱 코트에 검은 셔츠와 검은 바지까지.

 사실상 피부 빼고 모든 것을 검게 칠한 남자는 경계하고 있는 내 앞에 당도할 때까지 박수를 계속 멈추지 않았다.

 심란해 죽겠는데 뭐하는 짓이야.

 내가 남자를 심기 불편한 표정으로 노려보자 남자는 그제야 박수를 멈추고 웃으며 말했다.

 “칭찬의 의미가 담긴 박수였는데,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네?”

 “누구신지?”

 “성미가 급한 녀석일세. 누군가가 자신을 높여줄 땐 조용히 받아드려야지. 안 그래?”

 남자의 조금 경박한 몸짓과 말투는 마치 이초성 본부장님을 생각나게 했지만, 심연과도 같은 두 눈은 사람의 원초적인 공포심을 자극시켰다.

 “뭐 좋아. 반갑다 소년. 백윤현이라 한다. 윤현이형이라 불러도 돼.”

 유들유들하게 말한 백윤현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하자는 제스쳐지만 나는 그 손을 잡을 수 없었다.

 검은 불꽃이 남자의 손을 집어먹을 듯이 태우고 있었으니까.

 “이런. 미안미안. 밤만 되면 제어가 잘 안 돼서 말이야. 자.”

 백윤현은 별 일 아니라는 듯 손을 훌훌 털어 검은 불꽃을 떨쳐낸 뒤 다시 악수를 하자는 듯 손을 내밀었다.

 나는 남자의 손에서 떨어진 검은 불꽃이 지면에 자라고 있던 잡초들을 순식간에 태워 없애는 걸 보고 남자를 향해 다시 물었다.

 “당신 누구야?”

 “말했잖아. 윤현이형이라니까?”

 마치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인양 말하는 백윤현은 자신의 이름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 절대 자신의 소속을 밝히지 않았다.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이 떠올라 넌지시 던지듯 물었다.

 “은혈귀인가?”

 “뭐? 푸하하하하하핫!”

 내 말에 남자는 상상도 못 할 농담을 들었다는 산이 떠나가라 웃어재꼈다.

 “으하. 으하하하학!”

 옆에 있는 나무 한 그루를 친구처럼 팡팡 때리는 남자.

 옆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기둥부터 꼭대기 위의 나뭇잎까지 전부 순식간에 불타버린 나무는 신경도 쓰지 않고 남자는 계속 웃기만 했다. 그러다 어느 정도 진정되었는지 태평하게 말했다.

 “이거 참. 우리에 대해 알려주지도 않았다고? 신경 쓸 가치도 없다는 뜻인가? 아무렴 좋아. 다시 한 번 소개할테니 잘 들으라고. 모노폴라이즈의 백윤현이라 한다. 잘 부탁해. 은혈귀는 아니야. 틀림없는 사람이라고? 주민등록증도 발급 받은 완벽한 한국 사람이지.”

 “모노폴라이즈?”

 그…. 뭐더라? 독점? 독점하다였나?

 “그래그래. 네 생각이 맞아. 참 좋은 이름이지. 어떤 곳인지 궁금하지? 좋아. 알려줄게.”

 그런 생각 안 하고 있었고 딱히 궁금하지도 않는데.

 어쨌든 은혈귀가 아니라면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지?

 이 산은 쭈욱 협회의 통제 하에 있다. 거기다 결계까지 쳐 있는데 그걸 뚫고 내 앞까지 당도했다는 것 자체가 이 남자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다.

 협회와 관련된 사람이라기엔 남자의 말속에서 느껴졌던 협회에 대한 적의감이 거슬렸다.

 백윤현은 내 의구심은 읽지 못 하고 자신의 페이스에 흠뻑 빠져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상대방이 일단은 인간이라는 걸 확인했기에 먼저 대화를 해보기로 했다.

 “모노폴라이즈는 인류의 진화를 추구하는 곳이지. 혹시 알고 있나? 현 인류의 발전 속도가 한계에 달했다는 걸. 누군가가 등을 밀어주지 않는다면 전진하지 못하는 고착상태. 지금이 딱 그 상태라고. 그런데 말이야. 우리가 그 상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넌 어떻게 할래?”

 “뭐…. 등을 떠 밀지 않을까요?”

 내 말에 백윤현은 기쁘다는 듯이 환하게 웃으며 맞장구쳤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걸 우리가 할 수 있다니까? …은장도와 은혈을 대중에 공개하는 것으로 말이지.”

 무언가 대단한 비밀을 나한테만 발설해준다는 듯이 나직이 말하는 백윤현.

 '뭔 개소리야?'

 백윤현의 말대로 모든 사람들이 은장도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현대 사회는 크게 격변할 것임이 자명했다.

 인간이 가지게 될 뛰어난 신체능력은 인류를 더 진화 시킬 것이며 은장도의 특이한 능력은 현대사회를 한 단계 더 발달된 문명으로 올려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그건 바로.

 “위마가 더 늘어나게 되는 건 어떻게 해결하는데요?”

 백윤현은 올게 왔다는 듯 한손으로 머리를 누르더니 다시 얼굴을 피며 말했다.

 “그거야 초반에는 감내 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지. 하지만 생각해 보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세계 인이 은혈과 은장도로 무장할 수 있게 된다면 위마 따위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걸?”

 나는 그 말에 다시 의문점이 생겨 다시 질문했다.

 “은장도의 수는 한정적인데요?”

 은장도와 은혈은 본디 은혈귀에게서 만들어지는 것. 은혈귀가 거의 박멸된 지금 새로운 은장도를 만드는 건 요원한 일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도 백윤현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다며 말했다.

 “인조적인 은장도와 은혈을 개발해 놨지. 이미 상용화 직전단계까지 끌어올렸다고. 물론 모두가 사용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그게 더 좋은 점이야. 인간을 선별할 수 있으니까.”

 백윤현이 선별이란 단어를 입에 담은 그 순간 나는 눈 앞의 남자를 앞으로 절대 이해 못 할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은장도를 사용 못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건데요?”

 “알아서 살아남아야지. 그런 미숙아들까지 일일이 신경 써줘야 하나?”

 “어이가 없네. 당신 미쳤어?”

 고작 은장도의 사용 여부로 사람의 앞길을 가르겠다니 미치광이 같은 사상이다.

 “음. 별로인가 봐?”

 “당연하지.”

 나는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남자의 계획대로라면 위마가 늘어나 생존권을 유지하지 못 하게 되는 것도 문제인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은장도와 은혈로 인해 새로운 계급이 생긴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회는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이고 말이다.

 현대 사회의 구조는 분명 불합리하고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 부와 가난의 대물림. 낙하산 인사 부정 청탁 등 수많은 문제점으로 신분의 장벽이 높게 쳐져있다.

 하지만 단언할 수 있다.

 백윤현이 말하는 사회보다는 낫다고.

 그저 재능 하나 없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포기해야 되는 사회 따위 나는 바라지 않는다.

 그런 나를 백윤현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야말로 편협적인 시선인데? 그 고비만 넘겨서 모든 인류가 은혈과 은장도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문명이 어디까지 진보할 수 있을지 이번 기회에 한 번 상상해보라고. 이 좁디좁은 지구에서 벗어나 광활한 우주를 시간과 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누비는 인류의 모습, 생사병로를 초월한 신인류의 미래를 말이야. 그런 사회에서 너는 이미 특권층이라고. 어때. 구미가 당기지 않아?”

 전혀 당기지 않는다.

 아직도 남자의 말은 내 마음에 마이크로 미리도 닿지 않았다.

 애초에 강자가 말하는 ‘모두를 위해 약자가 희생되는 건 어쩔 수 없다’란 변명 따윈 믿을 게 못 된다.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은 결과적으로 전부 자신을 위해 약자를 희생시킬 뿐이다. 거기다 모두를 위한다면 약자를 희생시키거나 하지 않아야 하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거기다.

 “저 드래곤도 그쪽이 만든 거 아냐?”

 “맞아. 드래곤이 아니라 드레이크지만. 멋지지?”

 “인류의 진화를 추구하는데 왜 그런 걸 만드는 건데?”

 “혁신을 위해선 그에 걸맞은 힘이 필요한 법이지.”

 “하.”

 말이야 좋지만, 결국은 폭력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이잖아?

 내가 어처구니가 없다며 바라보자 백윤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표정을 보니 더 이상 설득해도 소용없겠네. 인간은 의외로 잘 안 바뀌는 법이니까. 넘어 올 거 같지도 않고. 시간낭비는 싫고. 안타깝네. 그냥 죽어줘야겠어.”

 미소를 거두지 않은 백윤현은 그렇게 말하더니, 급작스럽게 나를 향해 검은 불꽃이 넘실거리는 주먹을 뻗었다.

 이럴 거 같더라.

 나는 재빨리 갑옷을 입고 백윤현의 주먹을 낚아챘다.

 ‘뜨거워!’

 백윤현의 팔을 잡은 손이 끝없이 불타올랐다. 참을 만했지만 미련하게 계속 붙들고 있을 생각은 없었기에 나는 엎어치기를 응용해서 백윤현을 저 멀리 던져 버렸다.

 ‘끙. 엄청 소모 되네.’

 저 검은 불길도 드래곤의 브레스처럼 지속적인 피해를 주는지 순간적인 은혈의 소모량이 상당했다.

 “뭐야? 뭐야 뭐야?”

 백윤현이 손을 가볍게 털고 있는 나를 흥미로운 장난감처럼 바라보며 신나게 말했다.

 “방금 해방 안 했지? 어떻게 한 거야? 그 은장도는 또 뭐고? 응? 알려줘라.”

 분명 평범한 사람이라면 크게 다칠 정도로 강하게 던졌는데 백윤현은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저 검은 불꽃도 그렇고, 아마 은장도를 해방하고 있는 거겠지.

 “죽일 예정이었는데 안 되겠다. 우리 할 이야기가 참 많을 거 같아. 안 그래?”

 백윤현의 검은 불꽃이 손을 넘어 온 몸에서 불길하게 넘실거리기 시작하더니 가득이나 어두운 밤을 더욱 검은색으로 물들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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