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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은혈록
작가 : 실라인
작품등록일 : 2017.12.14

비일상적인 일 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그래. 내 일상은 그 누구도 부수지 못 한다!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금액이었다.

어느 날. 평번하던 소년의 인생이 뒤바뀌어 버렸다.
세계의 그림자. 그 속에서 새로운 이레귤러가 된 소년은 오늘도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

 
21. 성지순례(7)
작성일 : 17-12-16 19:49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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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뭐 없냐?’

 조급해진 나는 괜스레 레이크에게 핀잔을 줬다.

 A급 은장도인 레이크.

 높은 등급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 레이크의 안에도 분명히 고유의 능력이 잠재되어 있을 것이다.

 그건 엣지드 리볼버처럼 폭발일 수도 있고 서유진처럼 파괴력 증폭이거나 본부장님처럼 다재다능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 모른다.

 레이크의 능력은 나도, 한소윤도. 그 누구도 몰랐다.

 원래 레이크의 능력은 광폭화였다고 한다. 피아구분만 간신히 되는 이성만 남겨두고 나머지 사고력을 전투력으로 맞바꿔버리는, 그야말로 사람을 난봉꾼으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지.

 한소윤은 적합률이 낮아 사용 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레이크는 분명 광폭화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내 손에 흡수되면서 외형뿐만 아니라 능력까지 변형되었다.

 문제는 그 능력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

 본부장님의 말로는 은장도를 해방하면 어떤 능력인지 어렴풋이 감이 온다고 하는데, 그런 거 없다.

 적합률이 낮아도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알게 된다는데 말이다.

 심지어 내 손에 흡수되어 있기에 통상적인 검증 방법도 사용 할 수 없어서 레이크의 능력은 완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나는 드래곤의 꼬리를 잡고 마구 베면서 짜증을 냈다.

 ‘이럴 때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고!’

 이길 수는 있다.

 브레스를 사용한 영향 때문인지 드래곤의 몸은 점점 느려져만 갔고, 내 은혈이 고갈 되는 것보다 드래곤의 몸에 혈선이 쌓여가는 속도가 더 빨랐다.

 집중적으로 공략한 부위는 비늘이 전부 까지고 살점이 떨어졌다. 이 상태로만 가면 드래곤이 나보다 먼저 바닥에 쓰러질 것이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드래곤을 죽인다 해도 서민아를 구하지 못 한다면 본말전도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드래곤은 내가 도망치라고 동굴 출구를 등지게 해줬는데도 귀신에 씌인 것처럼 이판사판으로 죽어라 나를 공격하고 있다.

 서민아만 데리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시도해보는 것도 고려해봤으나 그러다가 공격당하면 둘 다 위험해질 뿐이다.

 ‘방법이 없어.’

 절망이 내 몸을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무력감에 분통을 터트리며 마구잡이로 레이크를 휘둘렀지만 야속하게도 소용이 없었다.

 지인의 죽음이 눈앞까지 다가왔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휩쓸릴 것만 같았다.

 우우웅.

 마치 내 분노에 화답하듯, 레이크가 살짝 떨렸다.

 그 때.

 붉은 혜성과 같은 무언가가 내 눈앞을 가로질렀다.

 이어, 한 박자 늦게 소리가 들려왔다.

 “임팩트.”

 그것은 버스트로 인해 붉은 오라를 온 몸에 휘감긴.

 “팀장님!”

 “스매쉬!”

 콰앙!

 서유진을 반갑게 부르는 내 목소리. 그리고 서유진의 성난 기합과 드래곤의 땅에 꽂히는 소리가 한데 모여 감겼다.

 “민아를 데리고 위로 올라가.”

 그야말로 악귀와 같은 얼굴로 서유진이 내게 명령하자 나는 지체 없이 달려가 서민아를 조심스럽게 안아들고 동굴 밖으로 빠르게 뛰쳐나갔다.

 지금 드래곤의 비늘은 내 레이크에도 무너지는 만큼 높은 공격력을 가진 서유진이라면 아마 드래곤을 무리 없이 쓰러트릴 수 있으리라.

 헐레벌떡 동굴밖에 도착한 나는 세이크리드 게이트를 넘어 성지를 빠져나왔다. 그 뒤 서민아를 되도록 깨끗하고 평평한 곳에 눕힌 뒤 갑옷을 해체하고 스마트워치의 전원을 켰다.

 ‘그러니까 긴급 회복 스펠이 발동 순서가….’

 나는 더듬더듬 거리며 스마트워치를 조작해나갔다.

 분명 긴급 상황에서도 지체 없이, 무리 없이 사용 할 수 있도록 간단히 만들어졌지만 처음 조작하는 것이라 그런지 어설프고 느릴 수밖에 없었다.

 “비켜봐.”

 누군가가 우물쭈물 거리는 나를 슬쩍 밀면서 말했다.

 깜짝 놀란 나는 뒷걸음질 치며 그 사람을 바라봤다.

 “어….”

 방금까지 내가 서있던 곳에서 암운이 낀 표정으로 스마트워치를 능숙하게 조작하고 있는 여자는 바로 한소윤이였다.

 ‘얘는 왜 여기 있는 거야?’

 오늘 휴가를 받았을 텐데. 서유진을 따라온 건가?

 아니, 신경 쓰지 말자.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서 서민아를 포근하게 감싸는 연하늘색 빛무리를 지켜봤다. 빛무리는 서민아의 상처부위에 스며들더니 피와 섞이며 조금씩 굳어갔다.

 잠시 후 상처부위를 전부 틀어막았던 빛무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출혈이 멎고 서민아의 호흡이 안정되었다.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나는 땅바닥에 주저앉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다행이다.”

 의학에 지식이 없는 나도 서민아가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야. 안심하기는 일러.”

 한소윤은 냉정하게 말했지만 그녀의 얼굴에도 안도감이 가득했다.

 “이제 어떻게 해?”

 들것도 없는데, 어떻게 산 밑에 있는 차로 이송하면 될까.

 한소윤은 그런 소시민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잠시 보더니 지면을 가리키며 짧게 말했다.

 “곧 지원팀이 도착할 거야.”

 ‘무슨 의미야?’

 차가 못 들어오는 곳인데, 헬기로 이송한다는 뜻인가?

 더 묻고 싶었지만 어쨌든 괜찮다는 의미인 것 같기에 나는 입을 닫았다.

 그와 동시에 조용해진 동굴 속에서 서유진이 다급한 발걸음으로 뛰쳐나왔다.

 순간적으로 나타난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서유진은 동굴 안쪽에 바로 세이크리드 게이트를 설치한 모양이었다.

 서유진은 쓰러져있는 서민아에게 다가가 성심성의껏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눈에 쌍심지를 키곤 나에게 물었다.

 “뭐한 거야?”

 “예?”

 의도를 파악하지 못 한 내가 다시 묻지 서유진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 하고 비명을 지르듯이 소리쳤다.

 “애가 이 지경으로 될 때까지 도대체 뭘 한 거냐고!”

 나는 뜬금없는 불호령에 기분이 상했지만 이내 그냥 그러려니 하며 한귀로 흘렸다.

 원인은 해치웠지만 아직 울분이 풀리지 않았으니 주변에 있던 동료에게 화풀이 할 거야! 라는 자세는 팀장으로서 좀 어떤가 싶긴 한데, 가족이 심하게 다쳤는데 흥분하지 않고 냉정히 상황을 지켜볼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탱커가 포지션 이탈하지 말라고, 팀원을 지키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

 사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내가 서민아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었다면 이런 사단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

 브레스를 내뿜기 전 드래곤의 몸놀림은 상상 이상으로 재빨랐지만, 탈피했다는 것에 어벙타지 않고 계속 긴장을 유지했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훈련 때 수도 없이 말한 걸 왜 이해 못 하고 있는 건데? 갑옷을 입고 있으니까 자기는 안전하다 이거야? 팀원의 안전 따위는 신경 쓸 필요조차 없다 이거지? 팀이 어디 가서 다치든 죽든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 한 거 아니냐고!”

 한소윤이 악바리를 쓰는 서유진을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오물거렸지만, 결국 포기하고 입을 꾹 닫았다.

 이해한다. 저런 상태의 사람에게 괜히 몇 마디 덧붙여봤자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꼴밖에 되지 않으니까.

 그저 내가 몇 분 정도 잠자코 들어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타오르고 타올라 재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세윤이의 레이크를 쥐고 있는 주제에 도대체!”

 “그래. 다 내가 잘못했지.”

 어라.

 침묵을 지키려고 한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소리가 새어나갔다.

 이런 말 할 생각은 없었는데?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더 이상 주워 담을 수 없었다. 아니, 주워담긴커녕 작은 구멍이 뚫려 터져버린 댐처럼, 나는 더욱 목청을 높였다.

 “다 내 잘못이겠지 씨발!”

 자리에서 일어나며 산이 떠나갈 듯 소리치는 나의 외침에 나를 포함한 모두가 깜짝 놀랐다.

 그래. 나도 놀랐다. 내가 이렇게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에.

 어떻게든 냉정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엉뚱한 생각을 하며 감정의 전환을 노려봤지만 브레이크가 고장난 기관차처럼 나는 멈출 수 없었다.

 “다 내가 약해서 그랬다. 응? 이제 만족해? 통신망이 두절 된 것도, 저 빌어먹을 위마가 나온 것도, 그쪽이 쳐 늦게 온 것도 다 약한 내 탓이지. 안 그래? 맞아. 그냥 내가 쳐 죽었어야 맘이 편했겠지. 응? 차라리 나란히 배에 구멍 뚫려 죽는 게 좋지 않았겠냐고!”

 “너…. 너.”

 서유진은 말을 더듬을 정도로 당황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항상 불만 있는 얼굴만 봐오다가 색다른 표정을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아. 이래도 안 되네.

 “누구는 씨발. 좋아서 이렇게 된 줄 알아?!”

 돈을 벌 수 있다.

 그 이유를 방패삼아 지금까지 외면해왔던 괴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초초함이, 서민아를 지키지 못 했던 무력감이, 위마를 상대해야 한다는 공포심이, 서유진의 폭언으로 쌓인 짜증이 얽히고설켜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때려 부수고 싶다는 폭력적인 감정으로 변질되어 분출됐다.

 그 누가 뭐라 해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나는 격분했다. 흥분으로 인해 앞이 잘 보이지 않았고 속에선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나는 그 무언가를 목에 핏줄이 튀어나올 강하게 토해내고 싶었다.

 “누구는 이런 상황을…!”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 했다. 온 몸에 힘이 빠지고 혼탁했던 시야가 돌아왔다.

 ‘하….’

 지금까지 서유진만 노려보고 있던 내 눈에 쓰러져 있는 서민아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환자 앞에서 뭐하는 거야. 같이 죽었으면 좋았겠냐니. 그게 할 소리냐 병신아.’

 스스로의 멍청함에 진이 다 빠진 나는 마지막으로 나직이 말하곤 넋이 나간 한소윤과 서유진을 놔두고 그 장소에서 멀어졌다.

 “그쪽이랑은…. 더 이상 못 해먹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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