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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백년야행
작가 : 소금소금
작품등록일 : 2017.12.16

인수는 작가지망생이다. 매번, 자신의 소설이 공모전에서 입상하지 못하는 것에 괴로워했고, 그 이유를 신선하지 못한 이야기 탓으로 돌렸다. 어느날, 인수는 포장마차 주인과 술을 진탕 마신 후, 집으로 돌아가던길에 술기운을 빌려 귀신이 나온다는 산에 들어가게 된다. 인수는 산 한가운데에서 머리에 사슴과도 같은 뿔이 달린 여자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을 '노루'라고 소개했으며, 세상에는 인간들이 보지 못하는 '아소'라는 존재들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인수가 글을 쓴다는 것을 알고 이제 곧 시작될 '백년야행'에 인수를 초대한다. 작가로서 소재에 굶주려있던 인수는 백년야행에 참여하기로 결심했고, 자신과는 전혀 다른 존재들의 이야기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훗날 인수가 완성한 여러 이야기 중, 조각나비에 관한 이야기이다.

 
조각나비편(7)
작성일 : 17-12-16 18:01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8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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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색으로 부탁하지.>

  “노란색.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잠깐, 그전에.>

  "왜?"

  조각나비가 뿔에 달린 노란 장신구를 만지작 거리던 노루를 멈춰세웠다. 노루는 의아한 눈빛으로 조각나비를 바라보았다. 병에 담긴 모래에 표정이 있을리는 없지만, 어째선지 인수는 조각나비가 무척이나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 있을것 같았다. 조각나비는 잠깐의 침묵끝에 말했다.

  <난 수많은 인간과 만나보았다. 그런데, 이렇게 인간과 함께 야행에 참여하는것은 처음이다.>

  "응, 그렇겠지? 여기있는 모두가 그럴거라고 생각해."

  노루가 팔짱을 끼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인수는 놀란 눈빛으로 조각나비를 바라보았다. 조각나비의 말에 따르면, 이들과 만난것은 자신이 처음이 아니라는 소리다. 그런데 이들과 관련된 기록은 본적이 없었다. 인수의 머릿속에 의문만 커져가는 가운데 조각나비가 말을 이었다.

  <저기 저 인간은 아무래도 이상한 점을 눈치챘나보군.>

  "어……나?"

  <그래, 너의 기준으론 우리 존재가 말도 안되는 것이겠지.>

  "뭐……아무래도……."

  인수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조각나비에게 눈은 없는것 같지만, 분명히 인수를 인지하고 보고있는듯 했다. 왠지 모르게 구부정해지는 자세를 바로잡으며 인수가 말했다.

  "그……이참에 물어볼게, 너희 존재는 솔직히 말이 안돼……. 인간의 기준이겠지만, 어쨌든. 나도 그렇게 무식한 것은 아니고, 나름대로 책도 많이 읽었다. 그런데, 너희……아소의 존재에 관한건 들은적도 없어."

  인수가 노루를 바라보았다. 노루는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만 눈빛으로 더 해보라고 말하는듯 했다. 인수는 다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거라 여겨지는 조각나비에게 말을 했다.

  "그런데, 넌 분명히 말했어. 많은 인간과 만나봤다고. 그런데, 인간이란 참 단순한 생물이야. 신기한 것을 경험하면 다른이에게 자랑하고, 알리고 싶어하지. 설령, 글이 없는 시대라고해도 소문이 돌고돌아 어떠한 전설로 남았을지도 몰라. 그런데 너희에 관한건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선, 전혀 없어. 이게 어떻게 된거야?"

  인수는 말을 마치고 숨을 골랐다. 이제 대답을 기다릴 차례였다. 그러나 조각나비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인수는 노루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항상 그랬듯, 옅은 미소만을 입에 머금고 있었다. 답답해진 인수가 입을 열려는 순간, 머릿속이 울리기 시작했다.

  <너는, 우리에 관한걸 어디까지 알고있지?>

  "……뭐?"

  인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 '아소'에 대해선 얼마나 알고, 너희 스스로에 대해선 얼마나 아는건지. 그걸 물은거다.>

  "그건……."

  <노루가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모양이군.>

  "헷, 미안! 천천히 이야기 하려했지."

  노루가 입술 사이로 혓바닥을 삐죽 내밀었다.

  <쯧, 최소한은 알려줘야 할 것 아닌가? 인간, 한 번만 설명할테니 잘 들어라.>

  "어…… 어, 그래."

  <세계에는 3가지 존재가 있다. 그리고, 존재별로 계층이 나눠지지. 1계층이 너희, 인간이다. 정확히는 인간이 속한

  행성의 모든 생물이 되겠군, 곤충이나 동물 따위도 말이야. 하지만, 그것 전체를 아우르는 말은 따로 없다. 너희 스스로가 만들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대표격인 인간을 제 1계층으로 한다.>

  "잠깐, 그냥 자연이라고 하면 되는거아냐? 지구라던지?"

  꼬인 실타레를 만지듯 인수가 손을 꼼지락 거리며 말했다.

  <자연이나 지구는 스스로 사고하는 존재가 아니다. 계층을 나타내는 존재는 스스로 사고를 할 수 있는 존재여야 하는데, 자연이나 지구는 너희가 이 행성과 그 일부에 멋대로 이름을 붙인 것 뿐이다. 그리고,생물이라는 말의 범위는 너무나 거대하다. 3계층에 필적할 정도지, 너희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가는 생물 전부, 이것을지칭하는 단어를 아직 만들지 않았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이해하기위해 애쓰는 인수를 앞에두고 조각나비가 말을 이었다.

  <또, 지금은 인간의 말로써 너와 대화하고 있지만 원래라면 아소들은 인간의 언어를 쓰지 않는다. 지금은 그저 대화의 편의성을 위해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 뿐이지. 평소에는 의사 전달만 한다. 의사 전달에 단어는 필요없어, 생각 그 자체가 전달되는 거니까.>

  "어……오케이, 뭐……이건 대충은 알았어.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면. 내가 인간이니까 지금 인간의 언어를 써준다 이거야? 그런데 왜 나에게 의사전달을 하지 않지? 그 편이 더 간단할텐데 말야."

  <그건 너에게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아소들은 인간보다 아득히 오랜 세월 존재한다. 그래서 좋건 싫건 의사전달의 사용법을 익히게 되지. 그런데, 넌 지금 전달방법은 커녕 전달받은 것이 무엇인지 구분조차도 못한다.>

  "잠깐, 그럼 지금 내 머릿속에 울리는건 뭔데?"

  인수가 자신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면서 말했다.

  <난 아까부터 너에게 수많은 의사를 전달했다. 그런데, 넌 결국 그중에 너가 이해할 수 있는것만 해석하더군. 지금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보내는 수많은 의사중 일부만을 해석하는 상태다. 결국 인간은 인간의 언어만 해석할 수 있다는 거지. 물론, 경험이 쌓이면 다른 것도 가능할테지만 어때, 너에겐 그런 경험이 있는가?>

  "……좋아. 이해했다."

  <납득이 빨라서 좋군, 그럼 계속하지. 1계층이 인간, 2계층이 아소, 3계층이 개념적인 것들이다. 아소는 보다시피 우리들이고, 개념적이란 것은 너희가 말하는 죽음, 시간, 공간따위의 것들. 너무나 거대해서 개념화 되버린 존재들이지. 여기까진 이해했나?>

  "뭐……대충은. 그런데, 너의 말 대로라면 시간이나 공간도 생각을 한다는거야?"

  <그렇다. 그들 역시 사고를 한다. 다만, 그들은 영원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일개 행성따위엔 관심을 주지 않는다. 문제는, 그들이 너무 거대하기에, 그들과 맞닿은 것이 행성이나 은하 한두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지.그들은 나름대로 관리의 필요성을 느꼈고, 모든 상황에 적용 가능한 간단한 규칙 몇가지만을 적용한 채, 모든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태다. 이 행성 역시 그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그저 방치된 행성일 뿐이다.>

  "갑자기 이야기가 너무 어려워 지는데……."

  <원리만 알면된다. 응용까진 필요없어. 하여튼, 이 계층간의 차이는 절대적이지만, 그 접촉면만은 미묘하게 서로가 녹아서 섞여있지.그래서 원래라면 일방적이어야 될 관계가 부분적으로나마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것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너희가 시간을 인지하고, 공간을 인지하며, 죽을 수 있는 것이지. 우리 아소들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그런데 이 세상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더군. 인지는 가능하지만, 의심은 할 수 없게 만들어놨어.>

  "의심? 무슨 소리야?"

  <너희는 죽음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하나?>

  "……뭐, 살아있는건 언젠가 죽는다. 당연한거 아냐?"

  인수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바로 그거다. 당연하다라는 것. 하위 계층은 상위 계층의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버린다. 그것은 계층의 차이가 커질수록 더욱 두드러지지. 물론, 그것도 상위 계층이 원한다면 해결될 문제지만, 보통은 그러지 않지. 그리고, 그것이 너의 의문점이 해답이다.>

  "의문점……아, 기록 말인가?"

  <그래, 원래라면 인간들은 아소를 인식할 수 없다. 다만, 아소 스스로가 바란다면 인식하는 것이 가능해지지. 그리고 나는, 세상의 뜻대로 자연스러운 존재로서 인간들 사이에 섞인 것이고. 어때 이해했나?>

  인수는 턱을 집고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빠졌다. 아무리 그렇다지만 기록하나 없다는 것은 이상했다. 일례로, 죽음이라는 것 역시 상위의 존재라지만 그에 관련된 기록은 셀 수 없이 많이 있지 않은가? 인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대충은 이해했는데, 아무리 그렇다지만. 아무런 기록이 없다는건 이상하지 않아? 단순한 창칼도 후세에 드러선 중요한 자료가 되는 시대인데, 너희가 인간 한가운데에서 살았음에도 기록이 없다는건 좀……."

  <그래, 인간은 기록을하지. 그런데 기록을 못하거나, 다른이에게 전해지지 않는 경우는 많이있다.>

  "……설마, 사람을 죽인거냐?"

  인수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대화를 통해 유추하건데, 그들은 자신들이 기록으로 남지 않게끔 인간을 죽였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것도, 이 주위에 있는 존재들 전부가. 그 생각을 하니 두려움 이전에 분노가 치밀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죄없는 이들을 단지 기록에 남겨지기 싫어 죽여버린 존재들 앞에서 겁에 질리는 것은 자신이 용납할 수 없었다. 인수가 한 걸음 한 걸음, 조각나비를 향해 걸어갔다. 여차하면 저 병을 깨버리겠다는 각오를 가진 채 주먹을 움켜쥐었다.

  <무슨 소리냐.>

  "역시, 죽……어?"

  조각나비 앞에서 주먹을 치켜든 인수가 얼이 빠진 채로 대답했다. 노루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려 아랫입술을 깨물었고, 눈가엔 눈물까지 고여있었다.

  <내가 인간을 왜 죽이지?>

  "아, 아니 저기…… 대화 흐름상……."

  <이거 보기보다 무식한 인간이구만. 여러 경우가 있다고 했지, 죽였다고 한 적은 없는데. 인간은 이게 문제야, 항상 어림짐작을 하지.>

  인수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치켜올린 팔도 어느샌가 공손히 배꼽앞에 모아져 있었다. 인수는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대답했다.

  "어……저기, 죄송, 죄송합니다……."

  <됐다. 별거 아니니까. 하여튼 내 경우는 그저, 인간들이 스스로 싸우다 멸망하거나. 기록이란걸 중요시 하지 않을 시대였을 뿐이다. 뭐, 이 이야기는 이쯤하도록 하고, 노루.>

  "응~ 무슨 일이야~?"

  몸을 까딱거리며 얼굴엔 미소를 띠운 채 노루가 대답했다.

  <너는 분명히 말했다. 이 인간은 이야기를 쓰는 인간이라고.>

  "음, 그랬지."

  <지금껏, 우리의 이야기가 기록된 적은 없었다. 설령 기록 되었더라도 어떤 사건에 의해 모두들 지워져 버렸으니, 사실상 현재 아소의 존재를 아는건 이 인간 한 명 뿐이라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

  "으~음. 아무래도 그렇지?"

  노루가 인수에게 눈길을 한 번 주었다.

  <다른 녀석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한다. 설령, 이 인간이 남긴 기록마저 모두 지워질 지라도, 나는 한가닥 희망에 걸어보고 싶다. 그렇기에, 내 이야기는 조금 더 과거. 나라는 존재를 잘 보여줄 이야기로 보여주고 싶은데 괜찮은가?>

  "과거? 얼마나 과거길래?"

  <대략 300년 정도 전이다.>

  "300년? 흐음, 하지만 규정은 알잖아? 백년야행은 백년에 한 번 열리고, 이야기는 그 백년간의 공백 중의 이야기로 해야 한다는걸 말야."

  <어떻게, 안되겠나?>

  노루가 고개를 살짝 들고 턱을 집었다.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고민하던 중 인수에게 시선을 돌렸다. 노루와 눈이 마주친 인수는 움찔거렸다. 노루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잠깐 생각에 빠지더니 인수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럼, 인수. 너는 어때?"

  "……뭐 말이야?"

  "조각나비가 말한거 말야. 어때, 본인 어필을 팍팍 해보고 싶다는데 듣고싶어?"

  "어……뭐, 나야 좋지?"

  "그래? 그럼 그렇게 하지 뭐!"

  노루가 손뼉을 치면서 미소지었다. 그리곤 자신의 발아래 조각나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축하해, 인수가 허락해줬네. 뭐, 먼저 이야기 한다는 것으로 딴 점수는 이걸로 퉁치는 걸로. 괜찮아?"

  <괜찮다. 그리고 인간, 아니. 인수랬나. 고맙다.>

  "어? 아니, 뭐……별것도 아닌데 뭐."

  뜬금없는 감사인사에 무안해진 인수가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노루는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곤 자신의 뿔을 만지작 거렸다.

  "뭐, 그래서 이제부터 시작될 300년 전 이야기! 색깔은 어느것으로 할래?"

  <……처음과 같다. 노란색으로 부탁하지.>

  "노란색……확실히 좋은 장소인걸? 알았어. 인수 너도 준비해 이제 시작하니까."

  "자, 잠깐만!"

  두 존재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있던 인수는 눈을 감고 머리를 흔들기 시작한 노루를 막아세웠다. 아까와 같이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지는것이 아닐까? 자신이 모르는 일이 일어날까봐 두려웠다.

  “잠깐만, 뭘 시작한다는거야? 노란색은 뭐고?”

  인수의 물음에 노루는 눈을 떴다. 노루는 유리병, 조각나비를 한 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잠깐 괜찮아?”

  <이제와서 무슨, 상관없다.>

  “고마워.”

  노루는 조각나비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곤 인수에게 시선을 돌렸다. 호기심과 당황으로 가득찬 인수가 답을 갈구하는 눈빛으로 노루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지간히 재미있는지 노루는 이를 들어내 웃었다.

  “이해하기 쉽도록 하나씩할게. 먼저 첫번째.”

  노루는 주먹쥔 오른손을 내밀어 손가락 하나를 펴보이며 말했다.

  "우리들이 말하는 이야기는. 아까도 들었다시피 야행이 끝나고 다음 야행이 있기까지 100년간 자신이 겪은 일 중 재미있었던 일에 관한 이야기야. 그리고 두번째.“

  노루는 두번째 손가락을 편뒤 손을 흔들며 말했다.

  “시작한다는건 당연히 이야기를 말하는 거야. 하지만 우리는 이야기를 입으로 말하는게 아니라 그 시간. 한마디로 이야기의 시작과 끝만 잘라서 모두 함께 감상하는 거지.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노루는 세번째 손가락을 펴보인 뒤에 머리의 장신구를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이건 시간과 공간. 즉, 우리보다 상위 계층에 간섭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데서나 보는 건 불가능해. 그 이야기의 무대로 이동해야 하지. 너도 여기로 올 때 경험했잖아? 내 머리에 달린 이것들은 그저 장신구가 아니야, 각 색마다 갈 수 있는 지역이 나뉘어져 있어. 무색은 이 곳, 1계층과 2계층의 경계야. 일반적인 방법으론 볼 수 없으니까 무색인거고. 조각나비가 말한 색은 노란색. 노란색은 사막을 나타내니까 첫번째 이야기의 무대는 어디겠어?”

  “…… 사막.”

  인수가 작게 대답했다.

  “그래! 이제 이해됐지? 그럼 이제 시작할게.”

  노루는 박수를 한 번 치고는 인수에게 뒤로 물러나라는 몸짓을 취했다. 인수가 두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났고 그 모습을 확인한 노루는 다시 한 번 눈을 감고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옥탑방에서 이곳으로 올 때처럼 뿔에 달린 장신구들이 옅은 빛을내기 시작했다. 그 중 노란색 장신구의 빛이 강해지더니 황금빛 가루들이 뿜어져나와 공간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많은 빛의 입자탓에 인수의 시야가 금빛으로 물들었고 그 압도적인 광량에 인수는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눈꺼풀 너머에서 느껴지는 빛이 줄어들자 인수는 조심스레 눈을 떴다.

  “허…억.”

  인수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믿을수가 없었다. 애초에 믿지 못할 일 투성이였지만, 아까까지 옥탑방에 있던 자신이 어느샌가 사막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모래로 뒤덮인 사막이 아닌 황야로 가득한 사막. 고개를 들어보니 은쟁반 같은 달이 은은하게 빛을 비추고 있었고 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선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지상에서도 작은 돌과 기괴한 모양으로 서있는 붉은 바위들, 바닥에 깔린 모래알과 자갈들이 달빛을 반사해 다양한 색으로 반짝여서 마치 꿈속에서나 나올법한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분명 이 풍경은 현실에도 존재하는 풍경일 텐데, 매체를 통해서 보던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웅장함에 인수는 숨이막힐 듯 하였다.

  “신기하지?”

  옆에서 유리병을 안고있는 노루가 말했다.

  “아, 응. 굉장하네….”

  인수가 얼떨떨하게 대답했다.

  “앞으로는 자주 볼텐데 뭐. 그리고 주의할게 하나있어. 우리는 이쪽의 시간대를 훔쳐보는 거라서 이야기에 어떠한 간섭도 불가능해. 그저 보고듣는 것만 가능해. 거기 발 밑에 있는 돌맹이를 만져봐.”

  노루가 인수의 발 아래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에 인수는 쪼그려 앉아 보랏빛이 도는 돌맹이를 손으로 집었다. 하지만 손가락이 돌에 닿지않고 통과되었다.

  “어?”

  인수가 몇 번이고 돌을 잡아보려 손을 쥐었다 폈다하자 노루가 함께 쪼그려 앉아 말했다.

  “대충 알겠지? 우리는 시간과 공간, 3계층에서도 유난히 강한 두 존재에게 간섭했기 때문에 허락받을 수 있는건 그저 보고듣는 것, 그리고 이렇게 서있을 땅 한조각 받는것. 이게 전부야. 그 외의 간섭은 일체 불가! 명심해야해. 이야기가 맘에 안든다고 그 사이에 끼어들면 다른 아소들의 웃음거리만 될 뿐이니까.”

  “3계층……."

  인수의 물음에 노루가 콧노래를 부르며 대답했다.

  “흥흐흥~. 뭐, 자세한건 천천히 알려줄게. 야행은 길고, 이게 첫번째 이야기일 뿐이니까. 지금은 그저 이 이야기를 즐기기만 하면 돼. 너는 이야기를 만드는 직업이라며? 조각나비에게 일어난 일 중 가장 재미있는 일이니까 분명 좋은 이야기일거야. 그리고 언어적인 부분은 걱정마, 이야기의 주인이 알아서 의사전달로 번역해 줄거니까. 그렇지 조각나비?”

  <당연한 소릴.>

  “어때 인수야, 알았지?”

  “…알았어.”

  인수가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노루는 어깨를 으쓱거리곤 품에 안긴 조각나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좋아,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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