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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백년야행
작가 : 소금소금
작품등록일 : 2017.12.16

인수는 작가지망생이다. 매번, 자신의 소설이 공모전에서 입상하지 못하는 것에 괴로워했고, 그 이유를 신선하지 못한 이야기 탓으로 돌렸다. 어느날, 인수는 포장마차 주인과 술을 진탕 마신 후, 집으로 돌아가던길에 술기운을 빌려 귀신이 나온다는 산에 들어가게 된다. 인수는 산 한가운데에서 머리에 사슴과도 같은 뿔이 달린 여자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을 '노루'라고 소개했으며, 세상에는 인간들이 보지 못하는 '아소'라는 존재들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인수가 글을 쓴다는 것을 알고 이제 곧 시작될 '백년야행'에 인수를 초대한다. 작가로서 소재에 굶주려있던 인수는 백년야행에 참여하기로 결심했고, 자신과는 전혀 다른 존재들의 이야기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훗날 인수가 완성한 여러 이야기 중, 조각나비에 관한 이야기이다.

 
조각나비편(4)
작성일 : 17-12-16 16:02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4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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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할게. 그런데 당장 가야하는 거야?”

  “아니, 시작까진 6일정도 남았어, 그 안에 내가 데리러 갈게.”

  노루는 얼굴 근처에서 왼손가락을 펴고 오른손가락 하나를 펼쳐 숫자6을 표현했다. 그리고 왼 손으로 인수의 손을 잡고 오른손을 인수의 왼손등쪽에 갖다 대고 말했다.

  “그리고, 이건 초대장이야.”

  노루는 그렇게 말하곤 인수의 왼손등에 자신의 손톱 끝을 대어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마치 검게 물든 손톱 자체가 잉크인 것 처럼 손톱이 지나간 자리엔 검은 선이 그어졌다. 타투처럼 피부자체가 검어지는 것 같았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후 인수는 초대장이라는 것이 완성되었다는것을 알 수 있었다. 손 등에 열쇠를 꽂은 듯한 독특한 이질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완성된 초대장은 곡선 하나 없이 오로지 직선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한자와도 비슷한 모양새였는데 이것 하나가 문장의 의미를 가졌는지, 아니면 그저 로고에 불과한지는 알 수 없었다.

  “다 됐다. 앞으로 5일, 준비가 다 되면 아무때라도 좋아. 초대장 위에 다른 손을 포개 올리올리곤 그냥 내 이름만 부르면 돼. 장난으로 불렀다간 그대로 데려가 버릴거야. 혹시 잊어버리더라도 5일뒤엔 데려갈 거니까 그렇게 알고. 그럼 다음에 봐.”

  노루는 간단한 설명을 해주고 인수의 손을 놓았다. 인수는 어딘가 아쉬운 듯 자신의 손만 만지작 거렸고 노루는 그런 인수의 모습에 빙긋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난 듯 손뼉을 치고 고개를 돌렸다.

  “아 맞다. 나, 아니. 우리에 관한건 너가 참여하고, 천천히 알려줄게. 아까 말해주려고했는데 한번에 알려주는게 재미없기도 하고, 인간 기준으로 지금 시간은 좀 늦은 시간이니까. 이젠 진짜 다음에 봐!”

  노루는 적당히 인사를 한 뒤에 손을 흔들었다.

  “……그래, 다음에 보자..”

  그에 인수도 고개를 살짝 숙이고 왼손등을 툭툭 쳐보이곤 뒤로 돌아섰다. 얼마간 걸어가자 뒤쪽에선 아까와 같은 딱- 딱- 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저 소리에 관한 것도 나중에 물어봐야겠다고 인수는 생각했다.

  이제는 술이 다 깨버렸다. 그럼에도 지금 자신이 현실속에 있는 것인지 애매했다. 괜히 왼손만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인수는 집으로 걸어갔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왠지모를 피곤함에 쓰러졌다.

 

  “음…….”

  다음날 아침 일어난 인수는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자신의 왼손등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손등에는 어젯밤 노루가 말한 초대장이란 것이 남아 있었다. 혹시나 자신이 잠결에 그렸나 싶어 토너나 물로 문질러 봤지만 지워지지 않았다. 꿈인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현실이었던 모양이다. 인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노트북을 켰다. 메모장 하나를 띄워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메모했다. 특히 노루와의 대화와 그 모습에 관한 것을 떠올리려 머리를 쥐어 짜내다시피 하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적고, 읽어나가길 몇 번. 아무래도 현실인게 맞다고 결론이 내려졌다.

  인수는 침대에 몸을 눞히곤 눈을 감았다. 어제밤 있었던 일이 사실이라면 준비를 해야한다. 근데 막상 생각해보니 딱히 준비할게 없었다. 별다른 지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부모님은 시골에 계신다. 연락을 자주하는 것도 아니라서 큰 문제는 없으리라. 그럼에도 조금 걸리는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현철. 이제 곧 헤어질 인연인데, 그냥 보내기엔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고 그만큼 아쉬웠다. 인수는 남은 4일, 현철이나 만나며 보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인수는 저녁마다 현철을 찾아가 정말로 귀신을 봤다느니하며 이야기를 꺼냈고. 그때마다 현철은 글 쓰다가 드디어 미쳤냐며 안타까운 눈으로 인수를 바라보았다.

  그 뒤로 한 번. 현철은 장사를 접고 인수와 술을 마시며 어울려 주었다. 인수는 자신의 앞에 마주앉아 술잔에 술을 따르며 푸념하는 현철을 보았다. 정말 좋은사람이고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아쉬움을 달래려 인수는 현철과 잔을 부딪쳤다.

  며칠 후. 인수는 결국 챙길거라곤 그들의 이야기를 받아적을 노트와 옷가지 몇 개 말고는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간단히 짐을 챙겼다. 노트북을 챙기고 싶었지만, 충전할 방법이 없을 것 같았기에 포기했다.

  약속한 5일 째 밤 10시. 인수는 가방을 메고 옥탑방을 나섰다. 굳이 산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옥상에 놓인 평상에 앉았다. 오늘은 달이 잘 보이는 밤이었다. 인수는 멍하게 달을 쳐다보다가 눈을 감고 오른손으로 ‘초대장’을 덮었다. 그리고 노루가 말한 것처럼 마음속으로 나직히 노루를 불렀다.

 ‘노루, 노루, 노루….’

  그렇게 몇 번인가 불렀을 때 쯤. 손등에 열쇠가 꽂힌 듯한 이질감에 변화가 생겼다. 천천히, 천천히 열쇠가 돌아가는 듯 하였고. 어느 순간 찰칵, 거리며 멈춰선 것 같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이물감이 사라지고, 정적만이 남았다. 짧은 순간, 마치 우주에 떠다니듯 아무런 감각이 없어진 것 같았다. 인수는 여전히 노루를 불렀고, 그 순간. 짧은 정적이 깨졌다.

  딱- 딱- 딱-

  얼마전 산에서의 만남처럼 무언가를 튕기는 듯한 소리가 났고 인수는 조심스레 눈을 떴다. 하지만 눈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인수는 이상하다 싶어 손등을 봤는데 초대장은 흔적도 없이 지워져 있었다.

  “여기야.”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인수는 고개를 돌렸고, 거기에는 밝은 달빛에 빛나는 노루가 서 있었다. 흰 피부에 반사된 달빛에 얼핏보면 노루의 주변에 은가루가 떨어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그렇게 멍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인수의 모습에 노루는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 말했다.

  “정신차려, 준비는 다 했어?”

  “어? 어, 응. 여기.”

  인수는 몸을 한 번 떨고는 등에 메고있는 가방을 툭 치며 말했다. 노루는 그 모습에 미소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내 손 잡아.”

  노루는 손을 인수에게 내밀었고 인수는 조심스레 그녀의 손을 잡았다. 온기는 없지만 부드러운 감촉. 인수는 이 느낌이 싫지않았다.

  “근데, 어디로 가는거야?”

  인수의 물음에 노루는 인수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웃었다. 그리곤 작고 또박또박 말했다.

  “아소들을 만나러.”

  “……어떻게?”

  노루는 미소를 유지한 채 손가락으로 자신의 뿔을 가리켰다. 여전히 사슴과도 같은 뿔이었다. 요요와 같은 장신구도 그대로 달려있었다. 다만, 예전엔 희미했던 것 같은 녹색 장신구도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짙은 빛을 띠고 있었다. 인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뿔?”

  “아니, 이거.”

  노루가 고개를 살짝 흔들고는 손가락 움직여 허공을 가리켰다. 그곳엔 뿔에 묶인 실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인수가 아무말도 없자 노루는 손가락으로 허공을 툭 건드렸다. 그러자, 실만 달려있던 곳의 끝부분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인수가 고개를 쭉 내밀며 바라보자 얼핏 그 윤곽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양은 다른 장신구들과 같았다. 단지 색깔이 투명했던 것이다. 인수는 ‘아’하며 작게 탄성을 터트렸다.

  “알겠어?”

  “아, 어. 근데 이게 뭔데?”

  “보여줄게.”

  노루가 눈을감고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자 뿔에 달린 장신구들이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장신구들에서 각각의 색에 해당하는 옅은 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 중 투명한 장신구에서 유난히 강한 은색빛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은가루와 같은 빛이 흘러 넘치듯 뿜어져 나와 바닥에 떨어져 둥근 띠를 그렸다. 노루는 그렇게 몇 번 정도 더 고개를 흔들었고, 마침내 은색의 띠 너머로 다른 공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수는 그 광경을 넋놓고 바라보았다. 잠시후 건물 옥상에 뚫린 지름 2m정도의 구멍 너머로는 옅은 노란빛이 은은히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다 됐어, 가자.”

  노루가 인수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인수는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 끌려가려는 몸을 급히 멈춰 세웠다.

  “자, 자,자,자,자자, 잠깐만! 이거 괜찮은거야? 떨어질 것 같은데?”

  “뭐가?”

  “이거 우리가 아래로 떨어지는 거 아니야?”

  노루는 고개를 갸웃거리곤 작게 입을 벌려 말했다.

  “……아. 괜찮아. 밑에 친구들이 받아줄거야.”

  “어? 친구들이라…….”

  “고민은 그만하고! 가자!”

  말도 마치지 못한 인수를 붙잡은 채 노루는 구멍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에 인수는 저항조차 못한 채 끌려갔고 구멍을 통과한 이후엔 인수의 예상대로 끝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인수는 온몸을 뒤틀며 성대하게 비명을 질렀고 조금 아래있는 노루는 인수의 비명소리에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하하! 뭘 그렇게 놀라! 재밌지 않아?”

  “뭐가!!!!!재미!!!!있어!!!어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면서 인수는 아래를 쳐다보았다. 시야를 가득 채운 둥근 공간에 가득 차 움직이는 존재들이 있었다. 인수와 노루는 손을 맞 잡은 채 자신들을 향해 꾸물거리며 다가오는 물체들 사이로 떨어지고 있었다. 꾸물거리는 존재들 사이의 빈 공간은 마치 두사람을 집어삼키기 위해 대지가 벌린 아가리와 같았다. 급작스런 비현실에 자신이 떨어지는 것인지, 저 땅이 자신을 향해 뛰어오르는 것인지하는 애매한 감상을 하는 중에도 지상은 가까워지고 있었다. 충격의 때가 다가오자, 인수가 눈을 꽉 감았다. 설마 이렇게 죽게 될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후회가 밀려왔다. 인수는 어떻게든 살아보려 몸을 공처럼 웅크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금방이라도 땅에 부딪힐 것 같았는데 어째선지 아무런 충격도 없었다. 혹시, 고통도 못느끼고 즉사해버렸나? 눈을 떠볼까? 아냐, 무서워…… 짧은 순간 인수는 여러 생각을 했지만, 두려움에 온 몸이 경직돼 있었다. 그런 인수의 귓가에 노루가 작게 속삭였다.

 

 
작가의 말
 

 번지점프! 해봤는데 재밌더라구요. 나중에 기회만 된다면 스카이다이빙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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