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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백년야행
작가 : 소금소금
작품등록일 : 2017.12.16

인수는 작가지망생이다. 매번, 자신의 소설이 공모전에서 입상하지 못하는 것에 괴로워했고, 그 이유를 신선하지 못한 이야기 탓으로 돌렸다. 어느날, 인수는 포장마차 주인과 술을 진탕 마신 후, 집으로 돌아가던길에 술기운을 빌려 귀신이 나온다는 산에 들어가게 된다. 인수는 산 한가운데에서 머리에 사슴과도 같은 뿔이 달린 여자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을 '노루'라고 소개했으며, 세상에는 인간들이 보지 못하는 '아소'라는 존재들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인수가 글을 쓴다는 것을 알고 이제 곧 시작될 '백년야행'에 인수를 초대한다. 작가로서 소재에 굶주려있던 인수는 백년야행에 참여하기로 결심했고, 자신과는 전혀 다른 존재들의 이야기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훗날 인수가 완성한 여러 이야기 중, 조각나비에 관한 이야기이다.

 
조각나비편(3)
작성일 : 17-12-16 15:50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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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그것도 여성이었다. 지나치다 싶을정도로 흰 피부위에 얇은 잎술이 길게 늘어져 미소짓고 있었다. 눈꼬리는 관자놀이 까지 찢어져 있는듯 했고, 눈가는 빨려들 것 처럼 어두운 것이, 마치 검은색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흑단같은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자라있고 앞머리는 눈썹 바로 위에 일자로 단정히 잘려있었다. 일반적인 모습과 다소 동떨어진 면이 있지만 확실한건 엄청난 미인이었다. 다만, 인수는 눈앞에 그것이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얼굴은 인간 여성과 비슷했지만 그 아래로 인간보다 두배는 길어보이는 목을 가지고있었다. 자연스레 인수를 내려다 보고있는 그것의 머리에는 사슴과 같은 뿔이 양 옆으로 자라 있었다. 뿔이 갈라지는 부분에는 요요와 비슷하게 생긴 물건이 실같은 것으로 묶여 달려있었다. 장신구처럼 보이는 그것은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째선지 녹색 빛을 띄우는 장신구만 다른것에 비해 그 색이 옅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은 채 실만 매달린 부분도 있었다.

 

  다시 현재.

  “난 노루. 노루라고 불러줘.”

  눈 앞의 존재는 스스로를 노루라고 소개하며 손을 가슴 근처에 갖다 대었다. 인수는 노루라는 이름만 한 번 되새기곤 물었다.

  “너, 너는……귀신. 뭐 그런거야?”

  “귀신? 귀신이라……후후후.”

  노루는 귀신이라는 말에 작게 소리내어 웃었다. 그리곤 고개를 좌우로 살짝 흔들었다.

  “그런거랑 비교하면 조금 곤란한데 말이지.”

  “그런거……? 그럼 넌 귀신같은게 아니란 소리야?”

  조심스레 묻는 인수를 보며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곤 노루가 말했다.

  “글쎄, 인간 기준에서 보면 귀신도 틀리진 않았을지도. 하지만 우리 기준에선 전혀 다르단 말이지.”

  “우리?”

  우리라는 말에 반응한 인수의 모습이 재밌는지 노루는 고개를 조금 기울여 빙글빙글 웃음지었다.

  “그 전에, 나도 내 소개를 했는데. 너도 네 소개를해야 예의 아닌가? 인간은 이런거에 민감하다고 알고 있는데 말야.”

  “어? 아, 아.”

  비틀거리는 몸을 다시 한 번 바로잡은 뒤 헛기침을 한 번하고는 인수가 입을 열었다.

  “흠, 흠. 내 이름은 이인수. 24살이고, 어……반가워.”

  “반갑……아하하하하하!!!!”

  반갑다는 인수의 말에 노루는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벌려진 입술 사이로 보이는 이들은 신기하게도 모두 같은 크기였다. 그 모습에 다시금 눈앞에 있는 것이 인간이 아니란걸 확신한 인수는 좀 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왜…왜 웃으시는 건가……요?”

  인수의 물음에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노루가 대답했다.

  “그럼, 방금까지 무서워서 고개돌릴 생각도 못했던 인간이 반갑다고 자기 소개하는데 안 웃기겠어? 아히히히. 역시 재밌어, 재밌어!”

  “아, 네…….”

  인수는 혼란스러웠다. 귀신인줄 알고 두려워했는데, 적어도 말은 통하는 상대처럼 보였다. 오히려 그저 성격이 좀 유별난 사람정도로 느껴질정도였다. 그럼에도 머리에 달린 뿔과 치아, 그리고 인간보다 두 배는 긴 목. 무엇보다 사람으로선 낼 수 없는 차가운 목소리. 그 모든 것들은 눈앞에 있는 것이 인간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인수는 많은 소설을 읽어봤다. 소설이란 결국 픽션이다. 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잘 쓰인 소설이래도 그건 글 속에서 일어난 일. 현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럴것이 분명한데, 당장 눈앞에 그런 말도 안되는 비현실이 자신을 보고 웃고있다. 처음에는 분명 두려웠다. 왜냐면 귀신은 없다는걸 알아도 두려워 하도록 가공이 되어있으니까. 하지만 스스로를 노루라고 소개한 존재는 막상 눈으로 확인하자 두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머릿속엔 이것이 가능한가? 라는 의문만이 가득했다. 인수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노루가 눈동자를 몇 번 굴리더니 입을 열었다.

  “궁금해?”

  “네? 뭐, 뭐가요?”

  노루는 양 손을 가슴앞에 모아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에 대한 것 말이야.”

  그 상태로 고개만 살랑살랑 흔들며 말을이었다.

  “그리고 존댓말은 쓰지마. 우리는 그런거 안 따지니까. 그나저나 참 신기해, 방금까지 두려움에 사로잡혀있던 주제에 이제는 호기심으로 한가득 차있고 말이야.”

  노루가 인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인수는 그 말에 목 언저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작가 지망……,작가다 보니.”

  어차피 사람도 아닌데 상관없겠다 싶어서 인수는 거짓말을 했다. 인수는 작가 지망생이란 말을 본인 입으로 말하는게 부끄러웠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2년이 넘어가고 부터, 괜찮은 작품 하나 내놓지 못한 채 시간을 날린것이 아쉬워 언제부턴가 지망생이란 말이 입에 붙지 않았다. 그저, 작가라고 자기위로를 할 뿐이었다. 그런 인수의 대답에 노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가? 그게 뭐야?”

  “아, 작가요,아니. 작가? 그냥……쉽게 말하면 이야기를 쓰는 직업이야.”

  “이야기?”

  “응, 자신의 경험과 상상…… 뭐 그런걸 잘 섞어서 괜찮은 이야기로 쓰는거. 그게 작가지 뭐.”

  “그래? 그럼 넌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겠네?”

  노루가 조금 들뜬 어조로 인수에게 물었다. 하지만 워낙 목소리가 차갑다 보니 별다른 차이점을 못 느낀 인수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뭐…… 조금 알고는 있지.”

  “잘됐다!”

  노루는 인수의 손을 붙잡았다. 그녀의 손가락은 예쁘게 뻗어있었고 손톱은 검게 칠해져 있었고 별가루라도 뿌린듯 반짝거렸다.

  “어, 어. 어…….”

  화들짝 놀란 인수가 말을 더듬거렸다. 노루의 손은 굉장히 부드러웠다. 하지만 온도가 전혀 없었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온도. 마치 공기를 만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다만 길고 예쁘게 뻗은 손가락과 부드러운 손의 감촉이 싫지만은 않아 인수는 맞잡은 손을 바라보며 가만히 있었다. 그런 인수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노루는 잡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인수야. 이제 곧 시작되는 행사가 하나 있는데, 너도 거기 참가해볼래?”

  “어?”

  노루가 양손을 넓게 벌렸다. 그 자세는 보이지 않는 투명한 구를 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늘을 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노루가 구름에 가려진 달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우리,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를 통틀어서 ‘아소’라고 불러. 너희도 너희 개개인의 이름은 있지만 묶어서 부르면 '인간' 이잖아? 그런거야. 하여튼, 아소들은 100년에 한 번 모여 세상을 함께 떠돌거든. 그리고 그 100년 째가 이제 곧

  찾아오고, 어때? 너도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라며,괜찮지 않아?”

  “아니, 잠깐만, 잠깐만. 너무 급작스러워서.”

  인수는 좌우로 도리질 치며 대답했다.

  “그래? 알았어. 천천히 생각해봐.”

  아쉽다는 듯 말하는 노루를 뒤로하고 인수는 생각했다. 좋은 기회인건 사실이었다. 노루의 말대로 이런 신비한 존재들이라면 분명 이야기로서의 가치가 있었다. 게다가 이런 기회가 살면서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인류 최초로 경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100년에 한 번 세상을 떠돈다라는 것과, 어찌됐든 이들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 걸렸다. 만약 참가한다면 자신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자신은 날지도, 심지어 수영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저들 전부가 자신에게 호의가 있다고 볼 수 있는가. 당장 눈앞의 노루라는 존재는? 인수는 슬쩍 노루를 바라보았다. 노루는 여전히 싱글싱글 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섭도록 아름다운 미소에 인수는 급히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노루는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것은 사실이었다. 인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 아무리 그래도……난 인간인데 참여해도 괜찮은거야?”

  “물론!”

  노루가 재빠르게 대답했다.

  “이번 야행의 책임자는 나거든. 누굴 초대하는지는 내 마음이지. 그리고 아소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에게 관심이 없으니까 걱정할 것 없어.”

  “그럼, 세상을 떠도는건 어떻게……난 사람인걸? 날지 못해.”

  “그건 참여하게되면 자연스레 알 수 있어.”

  “후…….”

  인수는 한 숨을 내쉬고 하늘을 보았다. 이것이 기회일까? 누군가에게 묻고 싶었다. 그런 생각과 동시에 달이 구름에서 벗어나 인수와 노루를 비추기 시작했다. 마치 이 기회를 잡으라는 것처럼. 인수는 달빛에 드러난 노루를 보았다. 살이 떨릴만큼 아름다웠다. 목이 길고 뿔이 달리고, 인간의 치아가 아님에도 비현실 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존재가 눈 앞에 있었다. 인수는 넋이 나갈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눈가는 어두웠지만, 달 빛에 반사된 눈동자는 맑고 순수하게 느껴졌다. 인수는 그녀의 눈을 잠깐동안 바라보다 결심했다.

 

 

 
작가의 말
 

  노루 캐릭터는 그림으로 그려놓은게 있는데, 조금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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