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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강렬한 순정
작가 : 박이다
작품등록일 : 2017.11.23

"난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귀신을 보는 여자, 구영채. 평범하게 살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만큼 괴로운 어느 날.
그녀의 눈 앞에 동시에 나타난 청년 윤도하와 귀신 오순정!

6.25전쟁을 겪었다는 구세대 귀신 순정이 이 세상을 떠나기 전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고 한다. 그 소원만 이룬다면 그 동안 영채를 괴롭히던 모든 귀신들을 데리고 떠나줄테니.
그녀의 소원이 이루어지면 평범하게 살고 싶은 영채의 소원도 이룰 수 있다.

임무 수행을 위해 만나게 된 청년 윤도하.
남자는 '애' 아니면 '개'로 구분하며 남자라면 치를 떨던 그녀였는데......

알면 알수록 이 남자, 너무 멋있다......

 
돌아온 기억
작성일 : 17-12-16 09:24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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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채가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넌 어제 술을 얼마나 마신 거니? 신발도 안 벗고 기어서 들어오던데.”

 “내가 그랬어?”

 “그래. 네가.”

 

 순정의 말에 영채는 기억을 더듬었다.

 

 그런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자신의 모습을 보니 영채는 옷을 갈아입지 않은 채 전날 입은 옷 그대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화장도 지우지 않은 상태였다.

 

 “아우, 미쳤어. 세수도 안 하고 잤나보네.”

 

 영채가 욕실로 뛰어 들어가 화장을 지웠다.

 

 물로 얼굴을 헹구어 내는 동안 흩어진 퍼즐 조각처럼 어제의 기억이 한 조각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여전히 꿈인지 실제인지 헷갈리는 그 기억.

 

 “에이, 꿈이 왜 이렇게 생생해.”

 

 영채는 얼굴에 연거푸 물을 끼얹었다.

 

 “설마!”

 

 혼란스런 기분이 해소되지 않았다.

 

 방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순정은 침대 위에 가만히 걸터앉아 멍하게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안 그래도 핏기 없는 그녀의 얼굴이 더 창백하고 핼쑥해보였다.

 

 영채는 괜히 순정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그녀의 옆에 조심스레 앉았다.

 

 “어제 어디 갔다 온 거야?”

 “영도다리에.”

 “거긴 왜?”

 “기억이 나서.”

 “기억?”

 “내 마지막 기억. 내가 어떻게 죽었는지 이제 기억났어.”

 

 애써 덤덤하게 말했지만 순정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

 

 도하와 헤어진 뒤 순정은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영도다리 근처는 수척한 행색의 피난민들로 붐비고 있었다. 꿈같은 시간이 끝나고 순정은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다.

 

 

 “이제 정신이 드나보네.”

 

 40대 아낙이 손을 내밀었고 순정은 그 손을 잡고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 아낙의 옆에는 10대로 보이는 소녀가 같이 있었는데 앞을 못 보는 맹인이었다.

 

 “다 떠났네. 다 떠났어.”

 

 소녀가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한 채 말했다.

 

 “떠나다니?”

 “같이 살던 사람들.”

 

 두고 온 어머니와 순만이, 준공군의 총에 맞아 죽은 언니. 소녀의 말대로 다 떠나고 순정은 혼자 남았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순정의 얼굴을 보고 아낙은 소녀의 등짝을 때렸다.

 

 “그런 말 먼저 하지 말라고 했지!”

 

 순정은 저절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얼른 닦아냈다.

 

 “힘들지?”

 

 아낙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혹시 따님이…”

 “맞아. 한 열흘 전에 신통이 왔는데 벌써 용하다는 소문 듣고 점 보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어. 아직 열네 살 밖에 안 됐는데…”

 

 아낙이 속상한 듯 말했다. 순정은 천천히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크고 맑은 눈이 꼭 송아지의 눈망울 같았다.

 

 “이름이 뭐야?”

 

 순정이 소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귀남이.”

 “난 순정이라고 해. 반가워.”

 

 순정은 천천히 손을 내밀어 귀남의 손을 잡았다. 순정의 체온을 느낀 귀남이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추운 날씨였지만 맞잡은 두 손바닥 사이에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그 때부터 순정은 귀남 모녀와 가족처럼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귀남의 어머니에게 바느질을 배워 소소하게 돈벌이를 할 수도 있었다. 그들과 마음을 의지하며 순정은 하루하루 피난 생활에 적응하고 있었다.

 

 

 “언니. 남자 조심해요.”

 

 어느 날 귀남이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그때 그 말이 순정에게 씻을 수 없는 비극을 예고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영도 바다에서 뱃일을 하는 젊은 총각이나 홀아비들 중, 참하고 고운 순정을 남몰래 눈여겨보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 중에 황씨라는 사람은 평소에는 더할 나위 없이 착하고 순한 사람이었지만 술만 마시면 난폭하게 변해 평판이 좋지 않았다. 그는 홀어머니와 단 둘이 살다가 한 달 전 어머니를 여의고 혼자 사는 30대 후반의 남자였다. 그는 순정에게 지속적으로 구애를 했다. 그러나 매번 거절당했다.

 

 하루는 작정을 하고 술을 진탕 마신 황씨가 밤중에 아무도 모르게 순정을 외진 곳으로 끌고 갔다. 그는 마구잡이로 그녀의 몸을 더듬었고 겁탈을 시도했다. 순정이 강하게 몸부림 쳤지만 뱃일 하는 남자의 힘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니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맨날 내를 무시하는지 확인 한번 해볼란다. 잘난 체하면서 까불다가 꼴 좋제? 자업자득인기라.”

 

 그렇게 순정을 조롱하며 황씨는 제멋대로 그녀를 짓밟으려 했다. 어떻게든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순정은 바닥을 손으로 더듬어 집히는 대로 잡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황씨의 머리를 힘껏 찍어버렸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황씨는 그 자리에서 맥없이 쓰러졌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순정의 손에는 벽돌만한 바윗돌 덩어리가 쥐어져 있었다. 황씨의 시뻘건 피가 철벅하게 묻은 채로.

 

 “이… 이년이……”

 

 황씨의 핏발선 두 눈이 순정과 마주쳤고 그 상태로 숨이 가빠지더니 뜬 눈으로 그의 숨통이 끊어졌다. 순정의 온 몸이 파르르 떨렸다.

 

 가족 없이 혈혈단신이던 그의 죽음은 며칠이 지나서야 알려졌다.

 

 “젊은 사람이 술에 맨날 꼴아있더니. 그러다 한번은 일 날 줄 알았지. 쯧쯧.”

 

 황씨의 죽음을 알게된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다. 또 술에 만취해 혼자 길을 가다가 넘어져 변을 당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누구도 황씨의 죽음을 순정과 엮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순정은 일상생활을 하기조차 힘들었다. 황씨의 핏발선 눈빛과 그날의 악몽같은 기억으로부터 며칠이 지나고 나서도 벗어나지 못했다. 오랫동안 그에 대한 기억은 잊혀지지 않았다.

 

 잠도 잘 못자고 밥도 먹지 못했다. 그렇게 그녀는 점점 더 야위어 갔다. 그러다 가끔 입에서 헛소리가 새나오기도 했다. 귀남과 귀남의 어머니가 순정의 곁을 지키며 그녀를 보살폈지만 순정의 상태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었다.

 

 “할머니. 할머니 보고 싶어요.”

 “정신 좀 차려. 할머니가 이런 꼴 보시면 좋아하시겠어?”

 

 귀남의 어머니가 순정을 타일렀지만 순정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했다. 그녀는 점점 야위어졌다. 몸도 마음도 수척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그녀는 영도다리 아래 바닷물에 스스로 몸을 던졌다.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으로 환청과 망상에 시달리다가 피난 간지 2년여 만에 세상과 등지고 만 것이다.

 

 ***

 

 “개새끼. 그 개새끼 때문에 괜한 인생만 망쳤네.”

 

 순정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던 영채가 입을 열었다. 순정의 표정은 어두웠다. 애써 잊고 지냈던 괴로운 기억을 다시 꺼내는 것이 보통 벅찬 일이 아니었다.

 

 “시간 날 때 나랑 거기 좀 같이 가자. 영도다리.”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순정이 말했다.

 

 “거긴 왜?”

 “그때 같이 살았던 귀남이가 아직 거기 살고 있어. 근처 점집에.”

 “진짜?”

 “내 유품을 가지고 있대. 몇 개 안 돼. 네가 좀 거둬줘.”

 “알았어.”

 

 순정의 유품. 영채는 순정의 영혼과 마주 하고 있지만 그녀의 생전 흔적을 맞닥뜨릴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했다.

 

 

 영채의 전화벨 소리가 방안의 침묵을 깨트렸다. 도하에게서 온 전화였다. 도하의 이름을 본 순간 영채는 저도 모르게 흠칫 놀라버렸고 벨이 울리고 있는 전화기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뭐해?”

 

 의아한 표정으로 순정이 물었다. 괜히 순정의 눈치를 보며 영채가 아무렇지 않은 척 전화를 받았다.

 

 “영채씨 잘 잤어요? 카톡 확인했던데 답이 없길래 다시 자나 했는데.”

 

 전화기 저편에서 도하의 밝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아무렇지 않은 도하의 목소리를 들으니 영채는 괜히 안심이 되었다. 그녀 또한 아무렇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믿어도 될 것 같았다.

 

 “오늘 저녁에 영화 보러 갈래요?”

 

 도하가 물었다. 영채는 얼떨결에 그러자고 대답했다.

 

 “빈속으로 오래있지 말고 속 풀어지게 뭐라도 얼른 챙겨 먹어요.”

 

 도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전화 통화를 끝내고나서 영채는 침대에 다시 드러누웠다. 꿈인지 실제인지 여전히 헷갈리는 특정 기억이 영채의 머릿속에서 아른거리고 있었다.

 

 “무슨 연인 사이 같네. 되게 다정하다?”

 

 날카로운 뼈가 숨어있는 듯한 순정의 말에 영채는 흠칫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연인은 무슨!”

 “왜 그렇게 놀라?”

 “놀라긴. 내가 뭘.”

 “이상해. 어제 뭔 일 있었어?”

 “무슨 소리야. 아무 일도 없었어! 아, 배고파. 해장이나 하러 가야겠다.”

 

 영채가 얼른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갔다. 서둘러 자리를 떠나는 영채의 뒷모습을 보며 순정은 눈을 가늘게 치켜떴다.

 

 영채는 찬장 안에서 꿀통을 꺼냈다. 뚜껑을 열자마자 밥숟가락으로 크게 한 숟갈 떠서 입 안으로 꿀을 쏙 집어넣었다. 달고 진한 꿀맛이 혀끝부터 깊이 전해져왔다.

 

 “아우, 달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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