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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강렬한 순정
작가 : 박이다
작품등록일 : 2017.11.23

"난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귀신을 보는 여자, 구영채. 평범하게 살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만큼 괴로운 어느 날.
그녀의 눈 앞에 동시에 나타난 청년 윤도하와 귀신 오순정!

6.25전쟁을 겪었다는 구세대 귀신 순정이 이 세상을 떠나기 전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고 한다. 그 소원만 이룬다면 그 동안 영채를 괴롭히던 모든 귀신들을 데리고 떠나줄테니.
그녀의 소원이 이루어지면 평범하게 살고 싶은 영채의 소원도 이룰 수 있다.

임무 수행을 위해 만나게 된 청년 윤도하.
남자는 '애' 아니면 '개'로 구분하며 남자라면 치를 떨던 그녀였는데......

알면 알수록 이 남자, 너무 멋있다......

 
그와의 추억
작성일 : 17-12-16 02:40     조회 : 191     추천 : 0     분량 : 4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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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은 뭔가 모르게 위축되어 어깨가 더 움츠려들었다.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함께 거닐고 있는 도하가 전부였기에 저도 모르게 그의 옆으로 점점 더 붙어 섰다.

 

 “카페 가서 차 한 잔 할래요?”

 “카페요?”

 “네. 여기.”

 

 도하가 먼저 카페라는 곳으로 들어갔고 순정이 그의 뒤를 따랐다.

 

 “순정씨, 뭐 드실래요?”

 

 도하가 메뉴를 가리키며 물었지만 메뉴에 적힌 글자들이 순정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글을 읽을 줄 알아도 까막눈이 된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생소했다.

 

 “전 도하씨랑 같은 걸로 할게요.”

 “네. 카페라떼 따뜻한 걸로 두 잔 주세요.”

 

 도하가 점원에게 커피를 주문했고 계산 후에 점원이 진동벨을 건네주었다.

 

 “카페라떼… 그게 커피 이름이에요?”

 “네. 우유 들어간 커피요.”

 “그렇구나…….”

 

 순정의 생소한 반응에도 도하는 어느덧 익숙해진 듯했다. 더 이상 낯설어하지 않고 그녀가 질문할 때마다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카페라떼 두 잔이 나온 뒤 도하와 순정은 카페 2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두세 명씩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혼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도 보였다. 그녀가 처해있었던 상황과 달리 평온하고 한가로운 풍경이었다.

 

 “내일도 오늘 같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순정이 혼자 중얼거렸다.

 

 “왜요?”

 

 도하가 그녀의 말을 듣고 대꾸했다.

 

 “아, 오늘처럼 여유롭고 평화로운 날이 또 있을까 싶어서요.”

 

 “순정씨도 그동안 많이 힘드셨나 봐요.”

 “네. 사실 그래요. 말도 못할 만큼.”

 “제가 뭘 바꿔줄 순 있는 건 아니지만 순정씨한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순정씨가 하루 만에 제가 다른 마음을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준 것 처럼요. 제 생명의 은인이잖아요.”

 

 순정의 손에 끌려 다리 아래로 뛰어내리려던 마음을 바꾼 이후 도하는 처음으로 자신의 상황에 대해 다른 누군가에게 털어놓았다. 행여 누군가 알게 될까 조마조마했던 치부까지. 그러고 나서 도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평소와 다른 스스로의 모습에 도하는 신기할 뿐이었다.

 

 

 그가 열여덟 살 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족 모두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떠나왔다. 아버지는 빛 독촉에 시달리는 동안 매일 술로 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술집에서 잠이 든 아버지를 데리러 가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부산에 온지 6개월 만에 도하는 어머니를 잃었다. 그 이후 아버지는 더 무기력해졌다.

 

 고등학생이던 도하는 공부보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 버는 일에 더 힘을 써야 했다. 그리고 스스로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스무 살이 되어서도 도하는 밤낮으로 일을 해야 했다. 그렇게 아버지의 빚을 메웠고 구멍 낸 가업도 회복해 나갔다. 그러느라 또래들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시기에 늦은 군 입대를 했다. 전역을 하고 와서는 대학 진학을 결심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등록금을 마련했다. 그렇게 도하는 쉴 틈 없이 일을 했다.

 

 그런데 학교에 입학한지 1년 반 만에 예상치 못한 무병 증상이 찾아왔다. 증세는 점점 심해졌다. 시도 때도 없이 귀신들이 눈앞에 나타나고 어떤 날은 몸속으로 들어와 그를 조종했다. 도하는 아르바이트 하던 편의점에서 해고되었고 더 이상 학교도 다닐 수 없었다.

 

 산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더 높고 험한 산이 눈앞에 닥치는 것이 반복되었다. 도하는 막막했고 더 이상 산을 넘으려는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점점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 것이다.

 

 

 이야기를 털어놓다보니 그런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바다에 뛰어드려는 순간 순정이 나타나 그의 죽음을 막아주기도 했지만 죽으려했던 그의 마음을 돌리고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다시 불어넣어 주기도 한 것이다. 그는 순정이 자신의 진정한 은인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도 어떻게든 그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도하가 그런 마음을 표현할수록 그리고 내일을 약속할수록 순정은 마음이 무거웠다. 이 하루가 지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그녀가 그와 지킬 수 있는 약속은 없었다.

 

 “순정씨 얘기도 좀 해주세요. 이때까지 제 얘기만 한 거 같은데.”

 “저는… 그냥 지금 이 시간이 좋아요. 이전 일들이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그럼 우리, 내일도 만날래요?”

 “…….”

 “내일 영도다리 도개하는 거 보러가요.”

 “내일은 제가 장담하지 못하겠어요.”

 “아, 그래요?”

 

 도하가 아쉬운 듯 되물었다.

 

 “지금 주어진 시간만이라도 뜻 깊게 보내고 싶어요.”

 

 순정이 아쉬움을 뒤로 하며 말했다.

 

 “그래요. 혹시 평소에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거 있어요? 가보고 싶은 데라든지.”

 “평소에 하고 싶었던 거 자체가 없었어요…….”

 “그럼 우리 노래하러 갈래요?”

 “노래요?”

 “스트레스 풀 때 그만한 게 없죠. 가요.”

 

 도하의 손에 끌려 순정은 난생 처음으로 노래방이라는 신세계에 발을 디뎠다. 도하가 먼저 선곡을 했다. 그리고 노래방 반주 음악이 나오자마자 순정은 깜짝 놀라 귀를 틀어막았다.

 

 “많이 놀랐어요?”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도하가 순정의 표정을 다시 한 번 살피면서 조심스레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생소하게만 보였던 노래방 내부 광경이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순정은 도하의 노래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 감정을 표현하는 그의 풍부한 표정. 노래하는 그가 그녀의 청각과 시각, 마음속까지 동시에 자극했다. 노래가 끝나자 순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노래를 참 잘 하시네요.”

 “고맙습니다. 순정씨도 한곡 하세요.”

 “아니요. 저는 노래 못해요. 아는 노래도 없고.”

 “그럼 민요라도 한 곡 해요. 여기까지 왔는데.”

 “민요요?”

 “여기, 가나다순으로 되어 있으니까 책보고 아는 노래 있나 찾아봐요.”

 

 도하가 순정의 앞으로 노래방 책자를 펼쳐 보이며 말했다. 빽빽하게 노래 제목들로 채워진 노래방 책자를 그녀가 독서하듯이 꼼꼼하게 읽어가며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겼다. 그러더니 노래 제목 하나를 가리켰다.

 

 “늴리리야.”

 “우와. 진짜 민요를 고르셨네. 잠깐만요.”

 

 도하가 리모컨으로 노래제목을 검색한 뒤 시작 버튼을 눌렀다. 자신이 아는 노랫말이 화면에 나오자 순정의 얼굴에 신기함과 반가움이 묻어났다.

 

 “늴리리야. 늴리리야. 니나노 난실로 내가 돌아간다.”

 

 박자와 음정 모두 엉터리였다. 도하는 그런 순정의 노래에 따라 박수를 치며 박자를 맞춰주었다. 시종일관 따뜻하고 포근한 미소를 유지하면서.

 

 순정은 그런 도하의 미소가 오히려 슬펐다. 피난을 떠나온 두 달 가량의 시간 동안 그 누군가에게서도 보지 못했던 미소였다. 다시는 보지 못할 얼굴이기도 했다. 끝이 정해져 있고 곧 그 끝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그 순간만이라도 순정은 마음껏 행복할 수가 없었다.

 

 “청사초롱 불 밝혀라. 잊었던 그 님이 다시 돌아온다.......”

 

 누르고 참아왔던 울음이 다시 터져 나오는 것을 순정은 참지 못했다. 노래를 끝까지 다 부르지 못하고 순정은 엉엉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녀가 왜 우는지 도하는 알지 못했지만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그녀의 곁에서 조심스레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기만 했다. 그렇게 흐느껴 우는 순정에게 그 따뜻한 손길이 전해졌다.

 

 

 노래방에서 나온 뒤 두 사람은 용두산 공원으로 향했다. 도하는 도심 속의 쉼터라고 그곳을 소개하면서 부산에 와서 한번은 가볼만한 장소라며 순정을 데리고 갔다. 그곳은 비둘기의 쉼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비둘기 떼들이 무리를 지어 터를 이루고 있었다.

 

 “여기가 용두산 공원이에요. 비둘기가 진짜 많죠?”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한다던데. 정말 평화로운 곳이네요.”

 “에이, 그것도 옛날 말이죠. 비둘기가 얼마나 애물단지인데요. 이것저것 주워 먹느라 살이 쪄서 날지도 못하고. 오죽하면 이젠 사람들이 닭둘기라고 부르잖아요.”

 “닭둘기요?”

 “네. 사람을 보고 도망도 안가요. 비둘기가 머리 위로 날아가면 조심하셔야 돼요. 벌레 같은 거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비둘기 되게 싫어하시나보네요.”

 

 순정이 웃으며 말했다.

 

 “아, 사실 얼굴에 비둘기 똥을 맞은 적이 있어서.”

 

 도하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도하의 표정을 보며 순정은 소리 내어 웃었다.

 

 겨울이라 해가 빨리 저물었다.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 순정의 눈앞에 할머니의 모습이 나타났다. 할머니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순정을 그윽이 바라보다가 이내 사라졌다. 이제 시간이 다 된 걸까. 순정은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도하씨. 하고 싶었던 공부가 뭐였어요?”

 

 용두산 공원에서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순정이 물었다.

 

 “아, 제 꿈은 영화감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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