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잿빛세상에 뜬 붉은 달
작가 : AT하나
작품등록일 : 2017.12.6

가상세계인 'D월드'가 상용화된 현재, D월드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VA수사대원으로 일하게 된 주인공 린느 후즈가 겪을 미래의 이야기

 
020. 센트럴 경찰서장 상해사건(2)
작성일 : 17-12-16 01:30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970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루나, 일이야. 가자.”

  “…부대장님.”

  “반이 해당 쉘터 보안 담당자 연행해왔어. 신문할 거거든.”

  “네, 가요.”

 

  반이 없었던 이유는, 윤수와 반이 부대장인 제닌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말을 하러 갔을 때, 반에게 직접 연행해올 것을 명령했던 모양이다. 제닌은 린을 슬쩍 보았다. 여태까지 봤던 린은 피의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진 않았다. 싫어한다는 걸 숨기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때보다도 훨씬 기분이 나빠 보였다. 그래, 질이 나쁘긴 하지. 쉘터에서 주소나 VA를 훔쳐가는 걸 허용하는 부정부패 공무원이라니, 만나면 패버리고 싶어지잖아? 그것에 대해서는 제닌도 백번 찬성이기 때문에 린의 표정이 매우 사나운 것에 대해 혼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신문하라고 들여보내기는 어렵겠지. 제닌이 반과 린을 데리고 들어가는 건 경험을 쌓으라는 것도 있지만, 어쨌든 이런 사태를 일으킨 피의자를 잡아왔기 때문이다. 뭐, 역시 큰 건 린은 쉘터와 관련된 사건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제닌은 걸어가면서 린에게 툭 던지듯 말했다.

 

  “신문은 내가 할 테니까 너는 밖에 있어.”

  “…네.”

  “서운해 하지 마. 지금 네 상태로는 신문할 때 화만 낼 거라는 거, 너도 잘 알지?”

  “네, 알고 있어요. 죄송합니다. 이럴 때 감정에 휘둘리면 안 되는 건데….”

  “왜? 그럴 수도 있지. 나쁜 놈 보고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야 나쁜 거 아니야. 문제라면 우리는 법이라는 이름의 칼을 들고 휘두르는 사람들이니까 어쨌든 객관적인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거겠지. 차차 그런 걸 배워가는 게 경험이라고 생각해. 나는 너보다도 훨씬 심했으니까,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말이야. 네가 너무 감정에 휘둘리는 것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고.”

 

  제닌의 말에 린의 마음은 훨씬 편해졌다. 수사관이란 자리는 법을 지키면서 사람들을 지키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법은 피해자만 지키는 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을 지키는 법이다. 그 법이 나의 생각과 맞지 않을 때가 있다는 걸, 린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지내다보면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자신만큼 모든 공무원들이 준법정신이 투철한 게 아니라는 것도 말이다. 세상은 언제나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 제닌과 린은, 곧 믿에서 반과 만날 수 있었다.

 

  “부대장님 오셨어요? 누나도 왔네.”

  “너희 둘 다 바깥에서 대기해. 신문은 내가 할게. 반은 들어오기 전에 쉘터 관련 자료 뽑아올 영장 신청하고 와.”

  “네.”

  “가자, 린.”

 

  반은 곧장 지하에 있는 컴퓨터로 제닌이 지시한 일을 했고, 제닌은 린과 먼저 조사실 쪽으로 갔다. 반이 이미 10번 조사실이라고 알려주었기 때문에 그쪽으로 향하는 것이다. 피의자가 있는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에 제닌은 린을 보았다. 조사실이 보이는 방의 문을 열던 린은 제닌의 짙은 파란 눈동자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제닌을 보았다. 제닌은 문고리를 잡고 웃었다. 그리곤 조사실 안으로 들어갔다. 린은 눈을 깜빡이다가 빨리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불을 켜고 바로 앞에 있는 유리를 보았다. 저쪽에서는 벽으로 보이지만, 이쪽에서는 저쪽의 상황이 모두 보이는 방이다. 여기에 들어온 건 또 처음이다. 언제나 신문만 하다가 관전하러 온 것 말이다. 린은 자리에 앉으러 걸어가는 제닌 말고, 앉아 있는 사람을 보았다.

  아주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다. 쉘터를 관리한다는 것은 꽤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에 신입들에게 맡기지 않는다.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보안부 사람들이나 다른 정부기관 쪽 사람에게 맡긴다고 들었다. 이 사람은 아무래도 운동을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그 이전에 그런 업무를 맡았던 건지 몸이 좋아 보였다. 떡 벌어진 어깨나 덩치를 보고 있자면 군인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짙은 회색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넘기고 있는 그 사람은 피부가 조금 까무잡잡했다. 눈매는 날카로워서, 수사대 어디에 서 있다면 수사관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장차림을 하고 있었으므로 누군가의 경호원 같아 보이기도 했다. 제닌은 그 맞은편에 앉아서는 일단 웃었다.

 

  “반갑습니다. 제닌 아스펜 수사관입니다. 수사에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협조해야죠.”

  “그럼 바로 시작하죠. 성함이 어떻게 되죠?”

  “대솔입니다. 쉘터 B의 관리대장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대솔이라고 소개한 그 사람은 망설임이나 두려움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정말로 수사에 협조하러 온 사람처럼 악의도 없이 순순히 대답한다. 린은 그게 더 이상했다. 분명히 자신을 조사하려고 했다고 하면, 잘못을 한 사람은 티가 나게 되어있다. 불안해한다든지, 오히려 더 강하게 나온다든지…. 그런데 너무 잠잠하니 린은 사람을 잘못 데려온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린은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았다. 제닌도 별로 급해하지 않는다. 그저 들은 정보를 토대로 검색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인적사항이 보인다.

 

  “이전에 보안부에서 근무하셨네요. 시기로 보니 같은 층에서 일했을 수도 있겠는데요.”

  “네. 이래저래 사정이 있어서 그만두게 되고 지금 일을 맡게 됐지만요.”

  “대솔씨, 당신이 여기에 불려온 건 당신이 관리하고 있던 쉘터에서 주소와 VA가 도난당한 사건 때문입니다. 아시죠? 그 얘기 듣고, 순순히 협조하겠다고 나오신 거니까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는 길에 관련한 자료도 가지고 왔습니다.”

 

  가져온 가방이 있는지 대솔은 옆으로 몸을 기울여 가방 하나를 꺼내 올려놓았다. 아마 기본적으로 반이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가방 안에 무기 같은 게 없는지 확인은 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제닌도 가만히 그가 꺼낼 자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솔은 서류를 꺼내 제닌에게 내밀었다. 종이인 걸 내주는 모습을 린은 정말 오랜만에 봤다. 보통은 바로 핸드폰으로 전송해주니 말이다. 아무래도 쉘터가 국가소속 중에서도 사람들의 생명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그 절차가 까다로워서 자료 자체를 넘겨받으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가 먼저 뽑아온 것 같다. 제닌이 자료를 보는 동안 대솔이 설명했다.

 

  “수사대에서 지정한 주소는 두 달쯤 전에 빈 걸로 확인됐습니다. 그 때 정리한 관리관한테 물어보니 당사자의 생명장치가 사망한 것으로 나와서 비웠다고 하더군요. 확인하러 갔을 때에도 확실히 심장이 멎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관리관 이름은요?”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그 관리관 관련 정보도 있습니다. 소환하면 아마 바로 응할 겁니다.”

 

  제닌은 그것을 보다가 핸드폰으로 린에게 사진을 찍어 전송해주었다. 린은 자신이 있는 방에 있는 컴퓨터에서 그 사람에 대해 알아보았다. 확실히 쉘터 B에서 일하는 관리관으로, 이전에 의학부에서 일했던 사람이었다. 린은 밖에 있을 반에게 이 사람도 소환 요청할 것을 부탁한 후 신문에 다시 집중했다.

 

  “쉘터에 있던 이민자가 사망하더라도 그 정보를 지우는 데는 일정한 기간이 지난 다음에야 가능한 걸로 알고 있는데, 왜 해당 이민자의 정보는 지워져 있는 거죠?”

  “저희들도 그 부분이 의문입니다. 5년이라는 기간이 지나면 저절로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되도록 되어 있어서, 저희들은 따로 그 정보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저희들이 하는 건 쉘터에서 생명반응이 사라진 이민자들을 관리하거나, 이상이 생긴 사람들을 고쳐주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쉘터에 수상한 사람이 드나들지 않게 지키는 것이기도 하죠.”

 

  제닌이 덧붙이자 대솔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린에게 답장이 왔다. 반이 그 사람도 소환에 응했다며, 근무가 끝난 후 오겠다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반도 린이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제닌과 대솔이 있는 조사실은 매우 평온했지만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어쨌든 대솔의 주장은, 그 사람이 사망했기 때문에 비운 것이며, 정보가 왜 지워졌는지는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쉘터에서 정보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의 관리는 어쨌든 D월드 사람들의 주민등록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쉘터가 아니라 정부에서 관리한다. 그렇다는 건 정부와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건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쉘터에서 잘못된 게 없는 걸까?”

  “그럴 리가. 쉘터는 관리관들의 허가 없이는 안에 들어갈 수가 없어. 관리관들 중에서도 승인을 받은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으니까. 게다가 쉘터 바깥에서 보안부처럼 쉘터 자체를 지키는 팀도 따로 있어. 쉘터에서 손을 쓴 게 아니면 이렇게 조용히 사람이 사라질 리가 없어.”

 

  반은 린에게 설명해주면서도 표정을 밝게 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쉘터에서 꿍꿍이가 있다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대솔은 쉘터 B의 관리대장으로, 쉘터에서 가지 못하는 곳도 없다. 그래서 대솔을 소환한 것이기도 하다. 제닌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일이 이전에 또 있었습니까?”

  “아뇨, 제가 본 바로는 없습니다.”

  “쉘터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관리관의 수가 몇이나 되죠?”

  “5명입니다.”

  “…쉘터에서 관리하고 있는 이민자의 수는요?”

  “……2,453명입니다.”

  “뭐?”

 

  고작 다섯 명이서 거의 2,5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관리한다고? 린이 놀라 소리를 내며 되물었다. 물론 린과 반이 있는 방에서 나는 소리는 조사실에 들리지 않지만 말이다. 린은 반을 돌아보았다. 설명이 필요하다는 표정이었다. 반은 약간 기가 죽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사실이야. 쉘터 B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쉘터는 인력부족이야. 애초에 관리할 게 없다는 정부 방침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고용되지 않고 있는 것도 있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쉘터에 있는 사람들은 몸을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적어도 관리해야 할 사람들은 20% 이상은 되어야 하는 거 아냐? 다섯 명이라니, 너무 심하잖아!”

  “그래. 그래서 말이 많아. 하지만 내부에 들어가는 사람을 늘리면 오히려 보안에 문제가 된다는 주장으로 여태까지도 별다른 변화는 없어. 큰 변화라고 한다면 오히려 외부에 인력을 늘렸다는 정도일까. 뭐…인력이라고는 해도 로봇의 수를 늘린 거지만.”

 

  생각한 것 이상으로 상황이 심각하다. 다섯 명이서 관리를 하고 있다면, 누군가가 들어갔다고 해도 잡을 수 있을 리도 없을 거고…. 대솔도 제닌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표정이 밝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해 불만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럴 수밖에! 린이라도 불만이 생길 것이다. 쉘터가 얼마나 중요한 공간인지 정부에서 안다면, 이렇게 터무니없는 수를 배치할 리가 없다. 제닌이 질문을 이었다.

 

  “다섯 명 중에서, 말씀하신 해당 이민자를 내보낸 관리관 말고 목격한 다른 관리관은 없습니까?”

  “네. 없을 겁니다.”

  “그럼 그 이전에 출입기록을 확인해야겠습니다. 아마 곧 영장이 나올 겁니다. 그 때 다시 얘기해야겠네요. 저희들이 자료가 있어야 조사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겠네요. 저는 이만 가 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별다른 수확은 없어 보였다. 대솔이 일어나고 제닌이 따라 일어나 대솔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았다. 린은 답답해졌다. 그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반에게 입을 열었다. 방금 전에 보라색 머리카락의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윤수와 함께 알아낸 상황을 주절주절 떠들어댔다. 반도 들으면서 놀랐는지 눈을 크게 떴다가 생각에 잠겼다. 다소가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는데…가짜기억을 주입해서 범행을 저질렀다…. 다소가 저지를 법한 일이긴 하다. D월드 자체를 부정하는 그 사람들에게는, D월드의 생활 같은 건 거짓말과 같으니까. 그걸 좀 더 거짓말로 엮어버린다는 건 충분히 생각해낼 법한 일이다.

 

  “쉘터 건은 좀 더 조사하면 알아낼 수 있는 거지?”

  “응. 영장도 신청해 뒀으니까 영장이 나오면 바로 뒤질 거야. 아까 저 사람이 말한 대로, 쉘터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제한적이야. 그 사람들 안에 범인이 있을 거야. 시간문제지.”

  “…만약에 쉘터 사람이 관여했다면, 왜 관여했을까. 역시 돈일까? 대부분 다른 기관에서라도 공무원으로 일을 했던 사람들이잖아. 그렇다면 그 이전에 공익이라는 걸 생각했던 사람들일 거 아냐.”

 

  반도 그건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은 린을 가만히 보았다. 화가 나 보인다. 린은 처음 들어왔을 때에도 그런 면에 있어선 생각이 곧았다. 자신이 D월드를 돕는 일을 선택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그래야만 한다고 의무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다른 공무원들에게도 그런 생각을 강요하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일반적이고, 이상적이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다. 반도 그런 사람들을 만나왔고. 어디까지나 이상은 이상일 뿐이라고 한 번씩은 외치듯이 그런 사람들이 나왔다. 반도 일단은 자신이 공무원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린의 생각과 크게 다르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최대한 사람들의 공익을 생각해주고 싶은 것도 말이다. 하지만 반이 이 직장을 택한 건 D월드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였지, 그런 대단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린에게 바로 공감해줄 수는 없었다. 오히려 린과 같은 생각을 가진 누군가가 먼저 떠올랐을 뿐이다. 나중에 만난다면, 둘은 이야기가 잘 통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누나처럼 생각한다면 참 좋을 텐데…그렇진 않더라.”

  “…물론 내가 별나다는 건 알아. 인지하고 있어. 그냥……답답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해. 사실은 그래야만 하는 게 맞는데 누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지금이 이상한 건지도 모르지.”

 

  반이 웃으면서 말하자 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내 멋대로 감정에 휘둘려 떠들어댔다. 그래, 이상적인 생각일 뿐일 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러길 바라는 걸 나쁘다고 말할 순 없잖아. 반이 말한 대로, 사실은 그래야만 하는 게 맞으니까. 사람이라 자신의 욕망이나 생각 같은 걸 막을 순 없을지 몰라도 말이다. 그 때 갑자기 문이 열렸다. 린과 반이 모두 문 쪽을 돌아보았다. 대솔을 바래다주고 온 제닌이었다.

 

  “꼬맹이들, 그 죽을상은 뭐야?”

  “그냥, 쓸데없는 생각이었어요.”

  “그럴까? 쓸데없지는 않을 거야. 어쨌든 이쪽 일을 하려면 한 번쯤 정리해야 하는 생각이지. 나는 수사 나갈 게 있어서 윤수랑 나갈 거야. 일단 쉘터와 관련해선 나랑 윤수가 맡을게. 너희는 그 피의자…아. 이름이 없으니까 곤란하네. 그럼 그 사건은 ‘센트럴 경찰서장 상해사건’이라고 할까. 어쨌든 페이휴에서 잡은 그 사람 쪽에 좀 더 주목하고 있어. 피해자 쪽도. 알았지?”

  “알겠습니다.”

 

  먼저 대답하는 반과 달리 가만히 있는 린을 보고 제닌은 웃었다. 그래, 어쨌든 린느 후즈구나. 제닌은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는 윤수를 슬쩍 보았다가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와 반과 린의 머리카락을 또 엉망으로 헝클어트렸다. 두 사람이 제닌을 보자 제닌은 마치 산책이라도 나가듯, 다녀오겠다고 말하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린은 일단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 계속 그 일을 생각하며 고치려고 노력해봐야,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지금은 일을 하는 게 맞다. 제닌이 말한 대로, 페이휴에서 일어난 사건을 좀 더 조사해두는 게 나을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생각하면, 샷건에 대해서도 말이다.

 

  “반, 가자.”

  “응. 내가 피의자 쪽 맡을게. 내 눈으로도 상태를 좀 확인해보고 싶고…거짓말일 지도 모르니까.”

  “그래? 그럼 난 샷건 쪽을 알아볼게.”

  “…샷건이 과연 뭔가 알까?”

  “알길 바라야지. 안다고 해도 말할 위인으론 안 보였다만.”

  “그렇긴 하지.”

  “현장부터 한 번 더 둘러보는 건 어때? 샷건이나 피의자 만나기 전에, 현장에서 뭔가 흔적을 찾을 수 있나 한 번 더 보자.”

  “보안부에서 조사하지 않았을까?”

  “그렇긴 하겠지만….”

  “그래. 꼼꼼해서 나쁠 거야 없지. 얼마 안 걸릴 테니까.”

 

  엘리베이터에 타 9층에 도착한 두 사람은 바로 내려서 컴퓨터로 페이휴 플랜트의 CCTV를 확인했다. 방금 전에 일어난 그 사건은 사람들이 매우 많이 돌아다니는 곳이었으므로 CCTV 수도 많았다. 그 근처를 좀 더 뒤지다보면 뭔가 확인할 수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확인하자고 반이 제안한 것이다. 뭐, 말하자면 그 여자가 사용했던 붉은 달 스캐너를 뿌리고 다닌다는 그 남자에 대해 알게 된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린이 CCTV를 뒤지는 사이 반은 휴게실에 가더니만 뭔가를 가져왔다. 한참 CCTV를 눈 빠지게 보고 있던 린은 반이 뭔가를 주는 걸 보고 고개를 들었다. 반의 손에 들린 건, 캔 음료였다. 레몬에이드.

 

  “이거 마셔.”

  “갑자기…뭐야? 일단 받기야 하겠지만….”

  “그냥, 맛있잖아.”

 

  이상한 변명이었지만 린은 별달리 더 캐묻지 않고 레몬에이드를 마셨다. 맛은 있다. 시원해서 답답했던 속도 조금은 나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업무 중에 술을 마실 순 없으니 그 대신이 되려나.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 같았다. 린이 반에게 고맙다고 말하려다가, CCTV 하나에서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저게 뭐지? 린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화면에 들어갈 기세로 고개를 움직이니, 반도 린의 컴퓨터 쪽으로 걸어가 화면을 보았다. 린이 확대한 화면에서는 이상한 게 보였다. 그러니까, 아지랑이다. 페이휴는 지금 여름 날씨이긴 하다. 하지만 아지랑이가 일어날 정도로 더운 건 아니다. 게다가 그늘진 곳에서 아지랑이라니, 더욱 이상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푸른 뭔가가 부유하듯 떠다니는 것까지 보았다. 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거 뭔가 이상해. 알아보자.”

  “아…응!”

 

  파트너 제도 때문에 혼자서 접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반이 뒤늦게 떠올리고 한 발 늦게 대답했다. 린은 레몬에이드가 든 캔을 책상에 두고 접속실로 빠르게 걸어갔다. 그 푸른색의 부유물…. 처음 수사대에 온 날 봤었다. 윤수는 그게 분명히 D월드의 작은 오류 같은 게 아닐까, 라고 이야기했다. 그 이후에 본 적이 없어서 린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이상한 아지랑이까지 동반했다. D월드에 그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알아볼 필요가 분명히 있다. 린은 접속실에 들어가 반에게 방금 전에 접속했던 그 모습으로 접속할 거라 설명해주고, VA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반은 고개를 끄덕이곤 페이휴에서 오프한 VA로 접속을 시도했다. 오프한 장소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었다. 린도 곧장 접속했다. 눈을 떴을 때, 꽤 낡은 방 안이 보인다. 바로 보이는 침대 위로 반의 VA가 잠자듯 누워 있었다. 린은 반을 보고 있다가 먼저 아래로 뛰어갔다. 1층에 가니, 여전히 바텐더가 있었다.

 

  “루나? 무슨 일 있니?”

  “이상한 걸 봤어요. 확인하려고요.”

  “이상한 거라니…?”

  “반도 곧 나올 거예요. 급하니까 먼저 갈게요.”

  “파트너 제도 기껏 만들어줬더니 이런 식으로 나온다고? 기다려.”

 

  바텐더의 모습으로 서 있던 정보국장 체첸은 앞치마를 풀고는 린을 따라 가려는 듯 걸어 나왔다. 린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표정을 지었지만 체첸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은 한시가 급했기 때문에 체첸과 싸울 생각이 없던 린은 곧장 바에서 튀어나갔다. 바에서 나가 오른쪽으로 가면 나오는 거리에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체첸은 린을 따라 걸어가면서 린의 VA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저 모습을 자주 사용하는군. 전혀 연관성도 없는 외모인데,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라고 생각하던 체첸은 린이 걸음을 멈춘 걸 보고 빠르게 걷던 걸 멈추었다. 린은 걸어가던 방향에서 오른쪽에 있는 골목을 쳐다보고 있었다. 바에서 한 블록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거기에 뭐가 있냐고 물으려던 체첸은 뭔가 기분이 나쁜 걸 느꼈다. 그냥 감이었다. 오랫동안 수사대를 하면서 생긴, 감 같은 것 말이다. 린에게 다시 뛰어가는데, 그 골목에서 뭔가가 갑자기 튀어나와 린의 오른팔을 콱, 붙잡았다.

 
작가의 말
 

  '쉘터'는 가상세계인 D월드로 접속해 접속을 끊지 않기로 결정한, '이민자'들의 현실의 몸이 있는 곳입니다. 현실의 몸은 꼼짝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관리가 중요해요. 생명 유지장치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 외 위협들도 분명히 있어서, D월드를 관리하는 정부에서 이 쉘터도 관리하고 있지만.. 문제가 많아 보이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4 024. 센트럴 경찰서장 상해사건(4) 2017 / 12 / 18 227 0 14962   
23 023. 센트럴 경찰서장 상해사건(3) 2017 / 12 / 18 232 0 7831   
22 022. PA(접속금지) 판정(2) 2017 / 12 / 16 244 0 7680   
21 021. PA(접속금지) 판정(1) 2017 / 12 / 16 230 0 6803   
20 020. 센트럴 경찰서장 상해사건(2) 2017 / 12 / 16 240 0 9706   
19 019. 센트럴 경찰서장 상해사건(1) 2017 / 12 / 16 252 0 7818   
18 018. B-15 창고(3) 2017 / 12 / 14 255 0 9047   
17 017. B-15 창고(2) 2017 / 12 / 14 235 0 6253   
16 016. B-15 창고(1) 2017 / 12 / 13 246 0 9223   
15 015. 붉은 달 스캐너 사건(2) 2017 / 12 / 13 235 0 11770   
14 014. 붉은 달 스캐너 사건(1) 2017 / 12 / 12 230 0 9406   
13 013.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4) 2017 / 12 / 12 240 0 11789   
12 012.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3) 2017 / 12 / 11 248 0 11192   
11 011.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2) 2017 / 12 / 11 259 0 9964   
10 010.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1) 2017 / 12 / 10 231 0 9061   
9 009. 세잎클로버(3) 2017 / 12 / 10 251 0 9279   
8 008. 세잎클로버(2) 2017 / 12 / 9 247 0 12680   
7 007. 세잎클로버(1) 2017 / 12 / 9 262 0 9112   
6 006. 수사대 첫 임무(4) 2017 / 12 / 9 233 0 4911   
5 005. 수사대 첫 임무(3) 2017 / 12 / 9 227 0 10289   
4 004. 수사대 첫 임무(2) 2017 / 12 / 7 238 0 7314   
3 003. 수사대 첫 임무(1) 2017 / 12 / 7 241 0 10554   
2 002. VA수사대(2) 2017 / 12 / 6 258 0 6350   
1 001. VA수사대(1) 2017 / 12 / 6 393 0 1033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