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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어느 날 천사가 떨어졌다
작가 : 솜솜
작품등록일 : 2017.12.7

[빙의물]
의료봉사 중 갑자기 사고를 당해, 이상한 세상에서 눈을 뜬 세진.
다짜고짜 자신을 덮치려는 남자에게서 무작정 도망쳐 나와 숲 속에서 길을 잃는다.
그러는 도중 수상한 사람들에게 쫓기던 남자를 구해주게 되는데.......
점차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는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계획(4)
작성일 : 17-12-16 01:28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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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렌케가 집무실에 들어와 내게 등을 진 채 가만히 서 있다가 손목을 놓아 주었다.

  렌케가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사방이 어두운 데도 불구하고 내게로 쏟아지는 강렬한 시선만은 뚜렷하게 느껴졌다.

  긴장이 되어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넘겼다.

  “왜...”

  렌케가 답지 않게 말 하는데 뜸을 들였다.

  “왜 나간 거지?”

  “어... 그게.......”

  왜 나갔냐니. 너 줄 작별 선물 찾으러 갔다고 어떻게 말해? 이 분위기에.

  “그럼 다른 걸 묻지. 왜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자려고 했지?”

  “어.......”

  이것도 대답하기가 쪽팔렸다.

  하루 종일 거리에서 헤매다가 밤이 되어버렸다고 말하면 대체 날 어떻게 생각할까.

  민망하여 입을 붕어처럼 열었다 닫았다 했다.

  가만히 날 노려보던 렌케가 몸을 돌려 등의 불을 키며 말했다.

  “앉아.”

  “으응.”

  내가 소파에 앉아 있자 렌케가 다가와 맞은편에 앉았다. 일렁이는 불빛에 렌케의 얼굴의 음영이 도드라졌다.

  렌케가 깍지 낀 손을 무릎에 올리고 고개를 들어 날 빤히 쳐다봤다.

  “말해.”

  말하기 전까지는 내보내주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그게.......”

  항상 빠릿빠릿하게 돌아가지 않는 머리가 원망스러웠지만, 특히나 어느 정도 거짓말이 필요한 이런 때 더 원망스러웠다. 머리가 새하얗게 돼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기 때문에.

  “길을... 길을 잃어버렸어.”

  결국 밖에서 자게 된 경유를 곧이곧대로 이야기하고 말았다.

  “진짜야! 어디로 왔는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서 한참 돌아다니다 보니까 밤이 돼버렸어.......”

  대답이 없는 렌케에게 제풀에 찔려 열심히 덧붙였다.

  “나간 이유는?”

  “그게.......”

  이건 길을 잃었다는 것보다 더 말하기 싫은데!

  뭐라고 대답하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다가 결국 역시 또 솔직해지는 쪽을 택했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렌케에게 주려고 샀던 팔찌가 들어있는 작은 상자를 꺼냈다.

  “이거... 가지러 갔던 거야.”

  눈치를 보며 상자를 렌케에게 내밀었다. 렌케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상자를 건네받았다.

  “네, 네 거야.”

  이게 뭐라고 긴장되지.

  건네주기에 적절한 때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렌케가 어떤 반응을 할까 하여 괜히 떨렸다.

  “물론 마음에 안 들면 아무한테나 줘도 상관없어!”

  렌케가 마음에 안 들어서 싫어할 것을 대비하여 얼른 덧붙였다.

  렌케가 나와 상자를 한 번씩 쳐다보더니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 이게 뭐지?”

  “팔찐데... 남성용.......”

  “팔찌?”

  렌케가 상자를 열어 팔찌를 집어 들고 고개를 갸웃했다.

  “응.”

  일어나서 렌케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줘봐.”

  렌케의 손에서 팔찌를 가져와 길게 폈다.

  “팔 좀 줘봐.”

  렌케가 답답하게 가만히 있어서 직접 렌케의 팔을 잡아서 내 쪽으로 가져왔다. 렌케는 순순히 내게 팔을 맡겼다.

  렌케의 팔을 내 무릎에 올려놓고 손목을 걷어 올렸다. 겉옷은 쉽게 올라갔지만 단추 같은데 특이하게 채워져 있어서 셔츠가 안 올라갔다.

  내가 단추와 씨름을 하고 있으니, 가만히 쳐다보던 렌케가 다른 쪽 손으로 단추를 풀어주었다.

  렌케의 소매를 셔츠까지 걷어 올리고 그 위로 팔찌를 둘렀다.

  “딱 맞다!”

  신나서 외쳤다.

  로빈의 손목사이즈보다 살짝 더 길게 하길 잘했다. 렌케가 로빈보다 좀 더 덩치가 있는 편이라 그렇게 했는데, 좋은 판단이었던 것 같다.

  메탈 느낌의 광이 나는 검은색 팔찌는 렌케의 하얀 팔과 잘 어울렸다.

  “예쁘다!”

  내가 렌케에게 추궁당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잊고 팔찌가 채워진 렌케의 팔을 덥석 잡아 잘 보이게 높게 들어올렸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손목을 살폈다.

  “예쁘다. 예뻐.”

  연신 감탄했다. 내 옷은 잘 못 골라도 남동생 옷과 물건들은 항상 신중하게 샀었던 나다. 잘 어울려서 굉장히 뿌듯했다.

  “이것 때문에 나갔다고?”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번뜩 무슨 상황이었는지가 떠올랐다.

  “으응.”

  민망하여 렌케의 팔을 곱게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그러다 길을 잃었고?”

  “응.”

  홧김에 달려와서 팔찌를 채워 주느라 몰랐는데 지금 보니 렌케와의 거리가 민망할 정도로 가까웠다.

  맞닿은 무릎을 슬쩍 떼는데 렌케가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같이 시선을 무릎 쪽으로 주었다. 렌케가 벌떡 일어나 내게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 데려다주지.”

  “으응.”

  얼떨결에 렌케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리고 그대로 손을 잡은 채 렌케가 내 방 앞으로 날 데려다주었다.

  “드, 들어가 볼게.”

  “그래.”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들어와서 침대에 누웠다. 푹신한 등의 감촉이 익숙했다.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였다.

 *

  일어나서 하는 일정을 모두 마치고 화장대 앞에 가만히 앉아 소냐에게 머리를 맡겼다.

  “또 하나로 묶어드릴까요?”

  소냐가 빗질을 해주며 물었다.

  “네. 그런데 머리 좀 자를까요? 어떻게 생각해요?”

  “머리를 자르신다고요? 얼마나요?”

  “한 어깨 정도?”

  “그렇게 많이요? 아까운데.”

  소냐가 내 머리를 늘어 뜨려보며 말했다. 결 좋은 풍성한 머리칼이 허리 아래서 찰랑였다. 항상 숏 컷만 했던지라 태어나서 이렇게 긴 머리를 가져본 건 처음이었다.

  내가 길러 놓은 게 아니어서 그런지 자르기가 아까워서 그냥 놔뒀었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이 지나도록 내 영혼과 본래 주인의 영혼이 원래 자리로 가는 일이 없으니, 그냥 어느 정도 내 마음대로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끝만 조금 정리하는 건 어떠세요?”

  “그, 그럴까요?”

  귀가 매우 얇은 관계로 소냐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네. 그럼 일단 빗질만 해놓을 게요. 아침 식사 하시고 자르시는 게 좋겠어요.”

  “네.”

  소냐와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

  소냐가 얼른 나가서 손님을 확인했다. 그리곤 내게 보고했다.

  “라일라님. 엘리아 공주님의 시녀분이 오셨어요.”

  “아, 네.”

  얼른 일어서서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다. 그녀가 방으로 들어와서 냉랭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좋은 아침이네요. 라일라씨.”

  “네. 앉으세요.”

  주인이 먼저 권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배웠기에 얼른 시녀에게 자리를 권했다. 황실에서 황가의 최측근 시녀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귀족이라고 벤자민에게 들었기 때문에 저 사람 역시 엘리아 공주 못지않게 예절에 민감할 듯했다.

  시녀가 의자에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앉아 나를 노려봤다. 시선이 차갑고 매서웠다.

  렌케가 날 뚫어져라 쳐다볼 때와는 매우 다른 느낌이었다.

  “둘이서만 이야기하고 싶군요.”

  시녀가 소냐를 흘끗 보며 이야기했다.

  “저, 소냐.”

  “나가 있겠습니다.”

  소냐가 꾸벅 인사하고 나갔다.

  “... 무슨 일로.”

  “평민이지요?”

  시녀가 내 말을 끊고 다짜고짜 물었다.

  “네.”

  “당신이 각하를 구한 게 맞긴 한건가요?”

  “네.”

  그럼 내가 구했지, 누가 구해? 이런 질문을 들어보긴 또 처음이었다.

  “후...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할게요. 언제까지 각하의 저택에 머무를 생각인가요?”

  “네?”

  “당신 같은 평민 때문에 제가 모시는 분이 힘들어하시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 때문에 공주님이 힘들어하신다고요?”

  시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이해가 안됐다. 예쁜 데다 황제의 유일한 동생씩이나 되는 여자가 나 때문에 힘들어할 이유가 없었다. 저번에 내가 예절에 서투른 걸 불쾌하게 생각하더니, 그거 때문에 힘들다는 건가? 하지만 그 이후로 같이 밥 먹은 적도 없고, 마주친 적도 없는데?

  황당해 하고 있는 내게 시녀가 대답했다.

  “공주님과 각하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시던 사이이고, 공주님께선 오랫동안 각하를 연모해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은인이랍시고 당신이 나타나 각하와 공주님의 사이를 방해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제가요?”

  그래. 공주가 렌케를 좋아한다는 것까진 이해가 갔다. 공주가 다른 사람에게 하는 걸 보면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는데, 유난히 내게 까칠하게 굴었으니까. 좋아하는 사람의 집에 뜬금없이 신세지고 있는 여자를 달갑지 않게 여긴다는 건 이해가 간다 이거야.

  근데 맹세코 난 렌케와 공주의 사이를 방해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둘이 같이 시간을 보내라고 그때 아침 식사 이후론 식사에 끼어든 적도 없고, 막 둘이 같이 있는데 끼어들고 한 적도 없었다.

  “뻔뻔하군요.”

  “네?”

  “당신이 각하를 유혹하여 두 분의 사이를 흔들리게 하고 있잖아요. 감히 평민 주제에. 주제를 알아야지!”

  시녀가 언성을 높여 꾸짖었다.

  “.......”

  “더 이상 잘 지내고 계시는 두 분을 방해하지 마세요. 그리고 얼른 이 집에서 떠나세요. 이정도 신세졌으면 떠날 때도 되지 않았나요?”

  “.......”

  내가 렌케에게 뻔뻔하게 신세를 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대꾸할 말이 없었다.

  “만약 돈이 없어서 못나가는 거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공주 궁에서는 언제든지 지원할 용의가 있으니까요.”

  “그렇게까지.......”

  “물론이죠.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시녀가 차갑게 대답하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갔다. 정신이 멍했다.

  주먹으로 연타를 당한 기분이었다.

  나가야지 나가야지,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남의 입에서 얘기를 들으니 꽤 타격이 컸다.

  “.......”

  어쩌면 어제 렌케에게 팔찌를 건넨 게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몰랐다. 이제 정말 작별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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