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블랙 앤 화이트
작가 : 잉준이
작품등록일 : 2017.12.8

실패의 늪에 빠진 남자와 자신만을 바라보는 사람이 필요했던 여자가 서로 만나 상처를 치유하고 꿈을 이루는 이야기

 
12
작성일 : 17-12-15 22:54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503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4.

 

 하얀 벚꽃이 떨어지던 그 날. 나는 고민 끝에 다시 한 번 피아노 앞에 앉았다.

 

 ‘다시 음악 해보는 건 어때?’

 

 계기는 어느 날 저녁, 그녀가 내게 한 말 때문이었다. 그녀의 말로는 내가 가끔 어디 한 구석이 텅 비어있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음악에 얘기 할 때는 훨씬 더. 그녀는 그게 전부 음악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랬다. 몇 년 동안 마약을 하던 사람이 한 순간에 끊을 수 없듯이, 음악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나도 그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다. 한 번 포기한 걸 다시 시작하기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더군다나 수많은 실패를 겪은 분야라면. 그래서 선뜻 알겠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나는 우물쭈물거리다 이내 침묵을 고수했다.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을 다시 한 번 빛나게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그리고 그게 나라며. 그럼 내가 도와줄게. 내가 봤을 때 너를 빛나게 할 수 있는 건 음악이야.’

 

 맞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날 빛나게 해줬던 것이 음악이라면, 그것을 포기하면 난 뭘로 다시 빛날 수 있을까.

 

 알바를 하며 수 없이 많은 일을 겪어봤지만 무엇 하나 ‘이 일 재밌다.’ 라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음악을 다시 시작하는게 두려웠던 건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이걸 포기하면 다시는 뭘 하고 살아야 될지 평생을 고민하며 살테니까.

 

 엘레인은 내가 뭐 때문에 이렇게 망설이고 있는지 알았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니까. 그랬기에 그녀는 날 도울 수 잇는 방법을 알았다.

 

 ‘같이 시작해보자. 실패하는게 두렵다면 그 때마다 내가 붙잡아줄게.’

 

 옆에서 내가 떨어지지 않게 붙잡아 줄 누군가가 있다는 건 큰 위안이었다. 한 동안 망설이던 나는 한참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다시 작곡을 시작했다. 창고에 집어 넣었던 악기들과 장비들을 꺼내 먼지를 털었다. 음악에 집중하기 위해 알바 시간을 줄였다. 영감이 떠오르면 바로바로 메모하기 위해 항상 지니고 다니던 수첩도 찾았다.

 

 예전에 작곡해 놓았던 곡도 있었지만 고민 끝에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실패작이라서 그러는게 아니었다. 새로운 시작에 옛 미련은 버려야 된다고 생각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해볼 생각이었다.

 

 그녀도 이 의견에 동의했다. 그녀의 말로는 내가 예전과 바뀐 만큼 음악도 다르게 나올 거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에도 지금의 나는 엘레인을 만나기 전의 나와 많이 달랐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음악은 예상은 했지만 잘 되진 않았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잘 하고 싶다’라는 마음만으로는 되는 게 아니었다. 완벽하게 잊을 수 없는 옛날의 실패들이 가끔씩 수면 위로 올라와 날 괴롭혔고, 길진 않지만 그 동안의 공백 기간이 내 감각을 무뎌지게 만들었다.

 

 그래도 약한 마음은 먹지 않았다. 더 이상은 물러 설 수 없는 절벽에 서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여기서 포기한다면 음악과는 정말 이별일 것만 같았다. 그래서 영감이 안 떠오를 때도, 내가 원하는 대로 작곡이 안 될 때도 작은 한숨으로 모든 걸 털어버리고 다시 시작했다.

 

 무엇보다 옆에는 엘레인이 있었다. 그녀는 내 집에 올 때마다 이것 저것 물건을 하나씩 갖다 놓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나와 같이 살고 있었다. 그건 내가 바라는 바였기에 나는 그녀와의 동거를 두 팔 벌려 환영했다.

 

 그녀는 일을 나갈 때나 자신의 곡 작업을 할 때를 제외하곤 항상 내 곁에 있어주었다. 내가 정신없이 장비를 만지고 있으면 엘레인은 따뜻한 커피를 타서 책상에 놔뒀다. 내가 기타를 연주하고 있으면 그녀는 담요를 덮은 채 내 옆에서 날 보고 있었다. 내가 노래를 부를 때면 그녀는 소파에 앉아 졸린 눈을 비비며

 

 “노래 좋네.”

 

 라고 말해주었다. 그 모습에 나는 더욱 더 포기 할 수가 없었다. 날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을 배신하는 일이야말로 해서는 안 될 짓이었다.

 

 엘레인과 밖에서 데이트를 할 수 잇는 시간은 전보다 줄어들었지만 그녀는 고맙게도 싫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장소는 중요치 않잖아. 이렇게 옆에 있는 걸로도 좋은걸.’이라며 예쁜 말을 했다. 내도 그 말에는 전적으로 동감이었지만 한 편으론 되게 미안했다. 그녀도 이런 좁은 집 안 보다는 더 재밌고 예쁜 곳에서 놀고 싶을건데. 그래서 틈이 날 때면 항상 그녀의 손을 붙잡고 맛있는 곳에 가거나 재밌는 곳들을 갔다. 나에게 주기만 하는 그녀를 위한 것이었지만 그녀는 그럴 때마다 역으로 내게 행복을 안겨 주었다. 나는 그런 내게 환한 미소를 짓는 엘레인을 보며 다시 한 번 나와 그녀를 만나게 해준 운명에게 감사했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벚꽃이 다 지고,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따뜻하던 햇살은 어느샌가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는 뜨거운 햇빛으로 변했다.

 

 엘레인의 도움 덕분인지 작곡 상황은 나쁘지 않게 흘러가고 있었따. 예전의 우울하기만 했던 곡 분위기는 지금의 나로 인해 조금 더 리드미컬하게 바뀌었다. 내가 듣기에도 만족할 만한 곡이 3곡 정도 나와서 앞으로 2곡 정도만 더 쓰면 다시 한 번 오디션을 볼 생각이었다.

 

 6월 7일.

 

 “같이 곡 하나 만들어보자. 엄청 재밌을 것 같아.”

 

 4번째 곡에 대한 영감을 얻으려 시집을 이리저리 뒤지고 있을 때였다. 발을 내 허벅지에 올려 놓은 채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던 엘레인은 갑작스레 그렇게 말했다.

 

 “같이?”

 

 “응, 작사랑 작곡 둘 다 같이. 어때?”

 

 나는 그 물음에 들고 있던 책을 덮어 책상에 올려놓았다. 같이 만드는 노래라...그녀의 말대로 재밌을 것 같았다. 때마침 막히기도 했고, 엘레인과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다. 가만 보 면 둘 다 음악을 하는데 왜 이때까지 같이 곡을 만들어볼 생각을 안 햇는지가 의문이었다.

 

 “그래, 해보자. 재밌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 노래가 완성되면 더 없는 추억이 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그 날부터 우리는 각자 진행하고 있던 작업들을 중단하고 같이 노래를 만들어나갔다.

 

 “어떤 종류로 만들까?”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난 좀 신나게 만들고 싶어. 두 명에서 부르는 거잖아.”

 

 “그래?”

 

 “너는?”

 

 “나는 잔잔하게 흘러갓으면 좋겟는데. 네 목소리가 잔잔한 노래에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아무리 연인 사이라 해도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같을 수는 없었다. 둘이서 노래를 처음 만들어보는 만큼 의견도 나뉘었다. 이건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음악적 견해였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는 평소엔 잔잔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원하는 게 다른 모양이었다. 둘이서 부를 거니까 좀 신나는 분위기의 곡을 원한다고 했다. 그에 비해 나는 그녀의 목소리에 어울릴 것 같은 잔잔한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그녀를 보며 느꼈던 감장들과 그간 있었던 일들을 조용하게 풀어내는 게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엘레인과 나는 밥을 먹을 때나, 공원 벤치에 앉아 있을 때나, 밤거리에서 산책을 할 때도, 잠자기 전 침대 속에서도 그 노래에 대해 얘기했다. 그 얘기 속에서 엘레인은 고맙게도 내 의견에 최대한 맞춰주려고 하는 게 보였다. 나도 최대한 엘레인의 의견을 존중했지만 너무 마음에 드는 멜로디가 떠올라서 그걸 포기할 수가 없었다. 엘레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자신의 의견을 크게 내세우지 않았던 것 같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느 날 밤, 그녀는 내 품에 쏙 안긴 채 그런 얘기를 했다.

 

 “잔잔한 멜로디로 가자. 그것도 좋을 것 같아.”

 

 “그래도 괜찮아?”

 

 “응, 나 원래 그런 것도 좋아해.”

 

 엘레인은 내 볼을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했다. ‘게다가 네가 떠올린 멜로디잖아. 예쁠게 분명하니까.’라고 덧붙이는 그녀였다.

 

 ......어떻게 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고마워.”

 

 나는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 내리며 많은 말이 함축된 단어를 꺼냈다.

 

 그녀는 그런 내 품으로 더욱 파고든다. 엘레인은 볼을 만지작거리던 손으로 내 목을 휘어감더니 말한다.

 

 “대신 다음 번에 같이 만들 때는 신나는 곡으로 해야 된다? 알겠지?”

 

 그 물음에 나는 마치 아저씨같은 너털 웃음을 터트리며 ‘꼭 그렇게 할게’라고 답했다.

 

 방향을 정하고 나니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나는 엘레인이 차려준 아침밥을 먹고서 곧장 작업실로 향했다. 나는 녹음기를 켜둔 상태에서 갖은 악기들을 만지며 여러 가지 음을 만들어냈다. 머릿속에서 돌아다니는 멜로디를 붙잡고 현실 세계로 꺼집어 낸다. 그것들은 여러 악기들의 소리로 재탄생되어 곡의 부분들을 매꾸기 시작했다.

 

 앨범을 위해 준비하는 곡들에 대한 영감이 잘 떠오르지 않았던 반면, 이건 엘레인과 나의 이야기를 담아내서인지 멜로디가 금방 금방 떠올랐다. 특히 엘레인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어떻게 해야 그녀에게 어울릴까를 생각하다보면 더 그랬다. 그렇게 작업을 하고 있을 무렵, 희미했던 커피향이 점점 진해지는 걸 느꼈다. 고개를 돌려보니 양손에 커피를 든 채 발로 문을 닫고 들어오는 엘레인이 있었다.

 

 그녀는 한 잔을 내 책상 위에 놓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내 옆자리의 소파에 앉았다.

 

 “어때, 잘 돼가?”

 

 “뭐......지금까지는? 처음 부분은 마음에 들게 만든 것 같아.”

 

 “그래?”

 

 “한 번 들어볼래?”

 

 “응.”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컴퓨터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모니터 양 옆의 스피커에선 방금까지 내가 연주했던 악기들의 음이 흘러나왔다.

 

 “......”

 

 “......”

 

 인트로 부분까지 합쳐 대략 30초 가량이었다. 슬쩍 그녀를 바라보니 그녀는 되게 진지한 태도로 감상하고 있었다. 평소의 장난기 있는 눈빛과는 다르달까. 뭐,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잖아.

 뚝.

 

 “어때?”

 

 반주가 끝나자 나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넌지시 물었다. 괜히 긴장이 되었다.

 

 “음......”

 

 “......?”

 

 “좋은데?”

 

 휴.

 

 “정말?”

 

 “응, 특히 처음에 피아노로 시작하는 부분이 엄청 마음에 들어. 그...뭐랄까. 달이 보이는 동산 위에 앉아있는 느낌?”

 

 “언제나와 같이 신선한 감상이네.”

 

 나는 쿡쿡대며 답했다.

 

 “그런데, 기타가 좀 언밸런스 한 것 같아. 내 생각엔......”

 

 엘레인은 소파에서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말을 잇는다.

 

 엘레인은 진지하게 이런저런 조언을 했다. 여기선 이런 코드보단 저런 코드가 어울린다, 처음 부분이 지나고 나서는 드럼을 넣는 것보다 피아노와 기타만 쓰는 게 어떻겠냐 등등. 아니, 조언이라기보단 의견이었다. 이 곡은 나 혼자 만드는게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노래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9 19 2017 / 12 / 15 269 0 6144   
18 18 2017 / 12 / 15 295 0 5844   
17 17 2017 / 12 / 15 246 0 4669   
16 16 2017 / 12 / 15 266 0 5196   
15 15 2017 / 12 / 15 254 0 5072   
14 14 2017 / 12 / 15 246 0 5103   
13 13 2017 / 12 / 15 256 0 5189   
12 12 2017 / 12 / 15 244 0 5032   
11 11 2017 / 12 / 15 246 0 6786   
10 10 2017 / 12 / 15 241 0 5191   
9 9 2017 / 12 / 15 267 0 6087   
8 8 2017 / 12 / 15 287 0 5750   
7 7 2017 / 12 / 15 274 0 5210   
6 6 2017 / 12 / 15 250 0 5187   
5 5 2017 / 12 / 15 238 0 5217   
4 4 2017 / 12 / 13 281 0 5102   
3 3 2017 / 12 / 13 280 0 5475   
2 2 2017 / 12 / 8 299 0 5104   
1 1. 2017 / 12 / 8 434 0 500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