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블랙 앤 화이트
작가 : 잉준이
작품등록일 : 2017.12.8

실패의 늪에 빠진 남자와 자신만을 바라보는 사람이 필요했던 여자가 서로 만나 상처를 치유하고 꿈을 이루는 이야기

 
11
작성일 : 17-12-15 22:53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678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확실히 신기하긴 했다. 그녀 말대로 몇 십장도 안 팔린 앨범이라면 어떻게 이 가게에 있는 걸까. 뭐, 있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이름도 적혀 있지 않은, 몇 장 있지도 않은 cd가 여기 있는 건 우연이라 하기에도 신기하잖아.

 

 엘레인은 한 동안 cd를 어루만지며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 문득 그녀에게 말했다.

 

 “다 자작곡이야?”

 

 “그치, 나한테 곡을 줄 사람이 없는걸.”

 

 엘레인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저번에 불렀던 그 곡도 있어?”

 

 “무슨 곡?”

 

 “나랑 처음 만났을 때 불렀던 거 있잖아.”

 

 “카페에서 불렀던 거?”

 

 “응.”

 

 “있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니까.”

 

 그 대답을 듣고서 나는 그 때의 그녀를 떠올렸다. 무대 위에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미소를 띄며 노래를 부르던 그녀였다. 생각해보니 그 뒤론 그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엘레인과 있으면 시간이 너무 금방 가버려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으니까.

 

 그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니 나는 오랜만에 그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녀에게 말했다.

 

 “들어보자.”

 

 엘레인은 고개를 들더니 묻는다.

 

 “뭘?”

 

 “그 cd.”

 

 “이걸?”

 

 끄덕끄덕.

 

 “어떻게?”

 

 그녀의 물음에 나는 웃는다. 그녀는 여기가 어딘지 까먹은 모양이었다.

 

 나는 그녀에게서 cd를 건네 받았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 쪽으로 향했다. 걸어가면서 뒤에서 영문 모른 표정을 지은 채 내 등을 바라보고 있을 엘레인에게 말했다.

 

 “지금 가게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음악은 어떻게 나온다고 생각해?”

 

 카운터에는 사장 형이 애지중지하는 cd플레이어가 있었다. 그것엔 스피커가 연결돼서 재생되는 노래가 가게 전체에 흘러나왔다. 나는 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가게를 메우던 노래 가락은 뚝하고 끊겨 버렸다. 안에 들어있던 cd를 빼고 손에 들려 있는 그녀의 노래 모음집을 꽂아넣었다. 그리고는 재생 버튼을 눌렀다.

 

 “......”

 

 몇 초간 cd가 돌아가는 소리가 나왔다. 스피커는 잠시동안 지지직 거리더니 이내 한 가락의 피아노 선율을 뽑아냈다. 엘레인을 바라보니 그녀는 부끄러운 듯 볼이 빨개져 있었다.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부끄러워?”

 

 “조금......”

 

 귀여운 모습에 이번엔 내가 그녀의 팔짱을 낀다.

 

 “근데 이렇게 노래 막 바꿔도 돼?”

 

 “뭐 어때, 너랑 나밖에 없는걸.”

 

 “그런가.....”

 

 “아, 네 목소리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다. 물론 그녀의 노래는 그 때 불렀던 ‘당신과 나’ 말고는 모르는 터라 당연한 거겠지만. 전주가 길었던 터라 엘레인의 말이 끝나자 마자 가사가 시작됐다.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자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팔을 더욱 더 꽉 껴 안았다. 나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대여 내게 오지마요, 있잖아. 나는 그대가 싫어. 그 날 밤 나를 밀어내던 그대가 생각나 미워. 하지만 그댄 또 내게 들어오네 염치도 없이. 그럼 난 또 미련하게 그대를 받아들이지 바보처럼.

 

 너와 헤어지고 난 후면 항상 생각해. 헤어져야겠다고. 네가 내게 하던 못된 짓들이 생각나 마음속에서 널 지워야겠다고 다짐해.

 

 그러나 난 갈대보다 더 잘 휘어지는 사람인가봐. 다음 날 아침 내게 보여주는 그 미소만 보면 전날 했던 다짐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거울 속엔 너와 입을 맞추고 있는 나만 있는걸.

 

 내가 바보란 건 나도 알아. 매일 상처 받고 그 상처를 꿰메며 너덜너덜하게 살아가는게 미련한 짓인걸 나도 알지만 어떡해. 사랑은 감정 중 가장 복잡한 것이고 나는 그것에 얽매여 사는 허수아비거든. 허수아비는 바보라서 조금만 잘해줘도 과거의 일은 다 까먹어버려.

 

 매일 아침 당신이 내 옆에 누워 머리칼을 쓸어줄 때 마다 울음이 나와. 바보같은 내 모습에, 오늘도 당신이 내 곁에 있다는 안도감에.

 

 내가 바라는 건 많지 않아. 조금만 더 날 생각해주고 부드럽게 대해줘. 내 마음을 조금만 알아준다면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될 거야.

 

 모두들 내가 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고 하지만 사랑에 정답이 어딨겠어. 서로 노력하며 풀어가는 게 사랑이란 문제라고 생각해. 계속 사랑할게. 정답에 가까워 질 때까지. 계속 기다릴게. 네 마음이 나와 같아질 때까지.-

 

 노래는 그 대사와 함께 달달한 피아노 음으로 끝이 났다. 애초부터 피아노 하나로만 연주되는 곡이었는데, 뭐랄까. 애절하면서도 몽환적인 멜로디였다. 엘레인 특유의 목소리와 잘 어울렸다.

 

 나는 그녀의 팔짱을 낀 채로 박수를 짝짝짝 쳤다.

 

 

 

 “좋다, 이 노래도.”

 

 그러자 내 눈을 바라보며 베시시 웃는 그녀. 엘레인은 내 귀에 속삭이듯이 말한다.

 

 “나도 알고 있어.”

 

 “......거짓말인데.”

 

 “...뭐?”

 

 “......”

 

 엘레인은 장난에 반응을 잘한다. 아까까지만 해도 싱글벙글 하던 엘레인은 볼을 부풀리더니 내 팔을 한 대 딱 때렸다. 아야, 아파...는 개뿔. 귀여운 그녀의 모습에 나는 또 다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스피커는 또 다시 치치직 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노래와 노래 사이의 텀은 그렇게 길지 않은지 곧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내

 

 “어?”

 

 하는 단말마와 함께 들렸다. 왜 그랬냐고?

 

 ...그 노래였으니까. 당신과 나.

 

 cd의 그녀의 목소리는 무대 위에서의 그녀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건 엘레인이 노래를 잘 부른다는 뜻이겠지. 뭐, 애초에 알고 있긴 했지만.

 

 아까 노래 때는 가사에 집중하느라 눈을 감고 있었다면 이번 노래는 달랐다. 가사는 저번에 들어봤으니 이번엔 그녀와 함께 즐기기로 했다. 엘레인은 항상 자기 노래가 나오면 부끄러워 하는 것 같았다. 아까도 그렇고 지금 그렇고. 자기 목소리만 나오면 볼이 빨개졌다. 나는 속삭이는 목소리로 엘레인에게 말했다.

 

 “그렇게 부끄러워?”

 

 “......몰라.”

 

 완전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무대 위에선 잘만 부르더니.”

 

 “원래 노래 할 때는 자기 목소리가 안들리잖아.”

 

 ...하긴.

 

 그래도 나는 이 부분에선 이해를 잘 못하겠다. 이렇게 스피커로 내 노래가 나오는게 내 꿈이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엘레인을 완전히 이해 못하겠다는 건 아니었다. 이상하게 나한테 노래를 불러 줄 때 마다 부끄러워 하는 그녀니까.

 

 “그럼 노래 따라 불러주면 안돼?”

 

 “응?”

 

 “노래하면 네 목소리 안 들린다며. 안 들리면 안 부끄럽잖아.”

 

 “아니......스피커에서 나오는 내 목소리는 어쩌...”

 

 “불러주면 안돼? 응?”

 

 그녀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지금? 여기서?”

 

 “지금. 당신 노래가 나올 때. 여기. 우리 둘 밖에 없을 때.”

 

 망설이는 엘레인. 그러나 내가 한 번 더 눈 가까이에서 응?하고 물으니 그녀는 이내 자그맣게 한숨을 포옥 내쉰다.

 

 “알겠어. 대신.”

 

 “......?”

 

 “눈 감아.”

 

 “눈은 왜?”

 

 “그냥......부끄럽잖아.”

 

 평소엔 부끄러운 말들 되게 잘하면서 왜 이럴 때마다 엄청 부끄럼을 잘 타는 걸까. 그녀가 노래하는 모습을 면전에서 보고 싶었지만 내가 눈을 안 감으면 끝까지 노래를 안 부를 것 같았기에 나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았는지 ‘흠, 흠.’하며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대략 3초 정도가 지난 후에 울려퍼졌다.

 

 “......”

 

 나는 약속과는 다르게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레 눈을 떴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약속을 깬 건 아니지. 애초에 언제까지 감고 있어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어쨌든.

 

 주위 풍경이 서서히 드러났고 그에 따라 그녀의 모습도 점점 커졌다. 거의 실눈을 뜬 상태로 그녀의 얼굴을 보니 엘레인은 귀엽게도 눈을 꼭 감은 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서 그제야 눈을 확 떴다.

 

 원래라면 몰래몰래 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눈을 감아주니 나야 고마웠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평소엔 노래 부르는 모습을 이렇게 가까이서 못보니까 지금 이럴 때라도 봐야지.

 

 그녀는 내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여전히 눈을 꼭 감은 채 내 부탁을 들어주고 있었다. 이쯤되니 눈을 감아라는 말은 내게 한 건지 자신에게 한 건지 모르겠다. 엘레인이 노래하는 모습은 여전히 예뻤다. 내가 괜히 그 모습에 반한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이. 그녀의 제일 예쁜 부분인 눈이 가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은 내 마음을 가져가기엔 충분했다.

 

 “당신은 봄에 피는 꽃이었나봐.”

 

 그녀의 노랫소리가 스피커에서의 목소리와 겹치며 들려왔다. 엘레인의 목소리는 무대 위에서 마이크로 내는 것보다 이렇게 가까이서 들으니 더 매력적이었다. 에코가 없으니 더 담백하고 솔직한 목소리였다.

 

 몇 번째인지는 더 이상 기억도 나질 않지만. 나는 또 다시 그녀에게 반한다. 이마를 살포시 가린 양 옆으로 갈라져 있는 앞머리와, 살며시 떨리고 있는 눈꺼풀, 숨을 쉴 때마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코와 숨을 멎게 하는 하얀 목덜미까지. 모든 게 내 주위를 앗아갔다.

 

 어떻게 이런 여자를 곁에 두고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지금도 이렇게 숨을 제대로 쉬기가 힘든데.

 

 노래는 계속 흘러갔고, 나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내 눈은 마치 사진기 마냥 엘레인의 모습을 담아낸다. 이 모습을 영원히 내 머릿속에 기억해두고 싶어서.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게 지금이 마지막인 건 아니지만 매순간 매순간이 똑같은 건 아니잖아.

 

 평소에 그녀의 매력은 눈이라고 생각했다면 오늘은 입술이었다. 당연했다. 지금은 눈을 감고 입술로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눈은 항상 마주치니까 많이 보지만 입술은 이렇게 자세하게 본 적이 없었다. 평소에 입술을 빤히 보면 그녀가 부끄러워 할 게 뻔해서 못 보고 있었따. 그...아직...키...아니, 입맞춤을 하지 않았기에.

 

 엘레인도 당연하겠지만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 여자들 사이에선 무슨 전문 용어로 어떤 색 어떤 색이라 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예쁜 색깔이었다. 너무 빨갛지도, 연하지도 않은...뭐랄까. 계속 시선을 강탈하게 만드는?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계속 보고 있는 거겠지.

 

 그렇게 보고 있으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사귄지 대략 어느 정도 지났더라? 길지는 않은 것 같지만 그런 것 치고는 우린 스킨쉽이 엄청 자연스러웠다. 손 잡고, 안고, 팔짱 끼고.(지금도 팔짱을 끼고 있듯이.) 나야 그녀와의 스킨쉽을 싫어할 이유야 없고 그녀도 피하기 보단 오히려 먼저 손을 잡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왜......

 

 ......뽀뽀는 아직 하지 않은 걸까.

 

 물론 난 교과서 마냥 사귄지 몇 일 정도가 지나면 꼭 입을 맞춰야 된다, 그런 생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서로가 원할 때 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 단지, 이렇게 스킨쉽에 익숙한데 그 동안 왜 한 번도 기회가 나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을 뿐이다.

 

 한번 보면 눈을 뗄 수가 없는 입술인데.

 

 그런 생각을 하니 저절로 침이 꿀꺽 삼켜진다. 둘만 이렇게 잇는 상황도 드문데. 더군다나 그녀는 지금 이렇게나 예쁜데......그녀도 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을까.

 

 “떠나기 전 당신이 그랬었지.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라고.”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녀의 비어있는 반대편 손을 꼭 잡는다. 그녀는 그제서야 눈을 뜬다. 무슨일이냐고 묻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여전히 그녀의 손을 잡은 채 그녀와 눈을 마주친다.

 

 아무 마도 하지 않는다.

 

 눈빛으로만 진심이 느껴지길 바라며 오직 그녀만 바라본다.

 

 그녀는 노래를 멈춘다.

 

 그녀는 어떤 말을 꺼내려다 그냥 입을 다문다.

 

 그리고는 내 눈을 지긋이 응시한다.

 

 노래는 막바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노래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창가에서 스며드는 햇빛이 우리를 비추고 있었고, 그 따사로움이 몸을 감쌌다. 노래는 마치 시간을 왜곡하는 듯, 천천히 연주됐다.

 

 직접 말해주지 않는 이상, 상대방이 어떤 마음인지 정확하게는 모른다. 그러나 감이라는 게 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는 직감할 수 있었고, 그건 엘레인도 마찬가지 였을거다. 그냥...느낌이 딱 왔다.

 

 엘레인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살며시 끌어 당긴다. 그러면서 점차 고개를 그녀 쪽으로 다가갔다.

 

 나도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용기를 내 마지막으로 고개를 당겼다.

 

 “......”

 

 입술에 부드러운 촉감이 왔다. 살짝 떨리고 있는 듯한 그녀의 입술이. 정확히 내게 맞닿았다.

 

 엘레인이 느껴지는 그 순간 감각이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리. 그녀의 숨소리를 제외하곤 그 어떤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 다음은 촉감. 입술에 닿는 그녀의 감촉밖에 느껴지지 않았고 나머지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감각들이 엘레인에 관한 것을 빼고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입술을 천천히 움직였다. 그녀를 부드럽게 감쌌다가 또 어느 순간 다시 감싸진다. 엘레인은 내 움직임에 맞춰 본능에 따르고 있었다. 우리는 마치 물려있는 톱니바퀴처럼 어긋남 없이 서로에게 맞춰갔다.

 

 첫 키스는 아니었지만 첫 키스보다 달콤했다. 그 어떤 것 보다 달콤한 시간에 나는 시간이 이대로 멈춰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눈을 감고 있지만 그 어둠 속에서 그녀가 보였다. 그녀는 나와 똑같이 눈을 감은 채 세상에서 제일 예쁜 얼굴을 하고 있었따. 나는 그녀가 볼 수 없는 눈으로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서서히 입을 뗐다. 노래는 이미 끝난 채 다음 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전히 그녀의 목소리였다.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린다. 그리고는 그녀를 본다. 그녀도 눈을 뜬 상태였다. 엘레인은 나와 마찬가지로 날 보고 있었다.

 

 “......”

 

 “......”

 

 할 말은 수 없이 많았지만 아까와 같이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뭔가 말을 꺼내는 순간 이 분위기가 깨질 것만 같았다.

 

 단지 서로를 응시하던 그 속에서 문득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반달 같은 눈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습을 보던 나는 따라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웃던 우리는 눈을 맞춘 순간 대본처럼 또 다시 입을 맞춘다. 입을 뗐다 멈추고, 눈을 감았다 뜨고, 다시 서로의 입술을 감싸고.

 

 나와 그녀는 그 날, 입술이 닳도록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9 19 2017 / 12 / 15 273 0 6144   
18 18 2017 / 12 / 15 296 0 5844   
17 17 2017 / 12 / 15 247 0 4669   
16 16 2017 / 12 / 15 268 0 5196   
15 15 2017 / 12 / 15 255 0 5072   
14 14 2017 / 12 / 15 250 0 5103   
13 13 2017 / 12 / 15 257 0 5189   
12 12 2017 / 12 / 15 245 0 5032   
11 11 2017 / 12 / 15 248 0 6786   
10 10 2017 / 12 / 15 244 0 5191   
9 9 2017 / 12 / 15 269 0 6087   
8 8 2017 / 12 / 15 288 0 5750   
7 7 2017 / 12 / 15 274 0 5210   
6 6 2017 / 12 / 15 252 0 5187   
5 5 2017 / 12 / 15 239 0 5217   
4 4 2017 / 12 / 13 284 0 5102   
3 3 2017 / 12 / 13 282 0 5475   
2 2 2017 / 12 / 8 300 0 5104   
1 1. 2017 / 12 / 8 437 0 500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