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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블랙 앤 화이트
작가 : 잉준이
작품등록일 : 2017.12.8

실패의 늪에 빠진 남자와 자신만을 바라보는 사람이 필요했던 여자가 서로 만나 상처를 치유하고 꿈을 이루는 이야기

 
6
작성일 : 17-12-15 22:50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5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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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ㅋㅋㅋ아니거든요? 나 완전 일찍 일어나서 꽃단장 중인데?-

 

 -흐음...? 기대해도 되요?-

 

 -물론이죠.-

 

 그녀에게서 답장이 온다. 나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왼손에서는 핸드폰을 놓지 않고 오른손으로만 모든 걸 해결했다.

 

 양치질을 할 때도,

 

 -나도 오늘 꾸며입을 건데.-

 

 -나도 기대해도 돼요?-

 

 -눈에 예뻐보일 자신은 있는데......-

 

 -자신은 있는데?-

 

 -냄새는 좀 날지도 몰라요 6개월만에 꺼내는 옷이라.-

 

 -ㅋㅋㅋㅋ괜찮아요, 나 코감기에요.-

 

 머리를 닦을 때도,

 

 -근데 지금 뭐해요?-

 

 -ㅁ리 딕는중.-

 

 -......응?-

 

 -머리 닦는중ㅋㅋㅋㅋ-

 

 옷을 갈아입을 때도,

 

 -검은색이랑 베이지색, 둘 중 뭐가 더 좋아요?-

 

 -난 검은색.-

 

 ......흠, 베이지 색 입으려고 했는데...

 

 -나도 검은색-

 

 -근데 그건 왜요?-

 

 -바지 색 고르고 있었어요.-

 

 -우리 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요?-

 

 -뭐 좋아해요?-

 

 -음...커피?-

 

 -커피? 음...커피로 배 채우려면 10잔 정도면 적당하겠는데.-

 

 -ㅋㅋㅋㅋ짖궃어.-

 

 진짜 핸드폰만 바라보다 문턱에 말가락이 찧힐 때조차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밀당, 이런건 몰랐다. 할 생각도 없었고. 난 알람이 울리자마자 홀드 버튼을 눌리기 바빴다. 물론 전화를 하는 게 더 편했을 수도 있었지만 문자로 시작하기도 했고, 글자로만 줄 수 있는 달달함이 너무 좋았다. 전화를 하다 보면 말이 끊겼을 때 어색함이 돌곤 하는데, 이건 그런 것도 없으니까. 난 누가 보면 손가락에 쥐가 안 나는게 신기할 정도로 미친 듯이 자판을 두들겼다. 그녀와 만날 준비를 끝낼 때까지.

 

 아쉽지만 그녀와의 문자는 –그럼 10시에 봐요.-를 마무리로 끝을 냈다. 약속 시간만 아니었다면 족히 1시간은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시계는 어느새 9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약속 장소까지는 대략 15분 정도가 걸리니까 지금쯤 출발해야 조금 일찍 도착할 것 같았다. 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현관으로 가는 길에 전신 거울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흐트러진 곳이 없는지 다시 한 번 옷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아무리 신경을 썼다 하지만 오랜만에 꺼낸 옷이라 그런지 주름이 살짝 져 있었다. 그럴만도 한게 전 여자친구와의 마지막 데이트 이후로 오늘 처음 입는 거니까. 시간이 남았다면 다림질도 했을 텐데 그 정도까지의 여유는 없었다. 그래도 뭐, 이 정도면 생각보다는 깔끔하니까. 난 롤업 되어 있는 바지 밑단을 마지막으로 정리한다. 그리고는 거울을 보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좋아, 자연스러워.

 

 날씨도 내 첫 데이트를 응원하는 듯 했다. 바람이 불긴 하는데 어제처럼의 그 칼바람이 아니라 맞으면 기분 좋은, 그런 시원한 바람이었다. 햇빛도 눈이 부시지 않을 정도로만 떠서 찡그리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람이 불어와 살며시 머리를 헝클었고, 난 고개를 도리도리 하며 머리칼을 정리했다.

 

 그녀와 만나기로 한 장소는 구시가지에 있는 한 카페였다. 알고보니 엘레인네 집과 우리 집은 그렇게 먼 편이 아니었다. 버스를 타면 대략 30분 정도? 그 정도의 거리였다. 그냥 그렇게 알아가다보니 우연히도 그 중간쯤 되는 위치에 둘 다 자주가는 카페가 있길래 그 곳에서 보기로 한 것이었다.

 

 집 앞 정류장에서 조금만 기다리니 버스가 도착했다. 딱히 타는 사람이 많지 않은 버스라 줄을 무시하고 금방 탔다. 버스 기사 아저씨도 늘 보던 분이었다. 나는 그에게 꾸벅하고 인사를 한 뒤 문 가까이에 있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출근 시간이 지나서인지 길은 그다지 막히지 않았다. 덕분에 버스는 내 바람대로 쌩쌩 달렸다. 그렇게 이어폰을 낀 채 노래를 5,6곡 쯤 들었을까. 마지막 곡의 하이라이트가 나올 때 익숙한 거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구시가지였다.

 

 곧 버스가 도착했고, 난 고생하시라고 인사를 한 후 버스에서 내렸다.

 

 카페 앞에서 멈추는 게 아니었기에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 5분 정도를 걸었다. 하도 많이 와본 길이라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거리다. 브라운씨네 빵집을 지나 엘런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건너 린네 강아지 분양소를 마주친다. 그리고 왼쪽에 있는 코너에서 몸을 틀었다. 그러자 보이는 건 아기자기하고 디자인이 예쁜 벽돌로 된 빙이었다. 엘레인과 내가 알고 있는 카페.

 

 카페에는 ‘낮의 별’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간판이 붙어 있었다. 하늘색 바탕에 노란색 글씨로 써져 있었는데, 이름 그대로 대낮에 별이 떠 있는 것만 같았다. 난 이 카페의 디자인이 되게 마음에 들었다. 1층짜리의 작은 건물이지만 꼭 동화속에서만 나올 것만 같은 집이었다.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 집 모양에다 감각적은 색깔로 칠해진 지붕. 게다가 연기는 나지 않지만 지붕에 달려 있는 굴뚝 또한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낮의 별’의 벽면은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었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유리창 너머로 카페 안을 들여다 본다. 입구쪽부터 구석진 창가까지 구석구석. 그녀가 먼저 와 있을까 살펴 보았다.

 

 그러나 엘레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도 늦지 않은 모양인지 그녀보다 빨리 온 모양이었다.

 

 처음부터 그녀를 기다리게 할 순 없지. 나는 그제서야 홀가분한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섰다.

 

 ‘딸랑.’

 

 하는 소리가 날 반겼다. 문에 달려있는 별 모양의 종에서 나는 소리였다. 소리는 예쁜데 멈춰 주지 않으면 계속 혼자서 울리는 것이 단점이었다. 나는 시끄럽지 않게 종을 살며시 잡았다.

 

 아침의 피크 타임이 지났는지 카페 안의 자리는 널널했다. 어디에 앉을까 고민하다가 그녀의 이미지 상 어두운 곳 보다는 햇빛을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평소에 앉던 창가자리가 비어 있었다. 도로 옆의 운하가 한 눈에 들어오는 자리였는데, 그녀도 좋아할 것이 분명했다.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망설임 없이 그 자리로 가 앉는다.

 

 시계는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뭘 하면서 그녀를 기다릴까 생각하다 문득 여기는 카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맞다, 커피 시켜야지.

 

 다행히도 오늘의 난 어제처럼 거지 신세가 아니었다. 새벽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돈 좀 빌려달라고 떼를 쓴 결과, 카드에는 오늘 데이트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여유는 있었따. 어제도 얻어 먹었는데 오늘도 그녀가 사는 건 그녀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아. 엘레인에게 염치 없는 놈으로 찍힐 바에야 친구에게 빚쟁이 소리를 듣는게 훨씬 나았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향했다. 익숙한 얼굴의 종업원이 인사를 건넸다. 나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주문하시겠어요?”

 

 “네, 카페 라떼 한잔이랑요......”

 

 ......음......

 

 “......?”

 

 “......잠시만요.”

 

 난 평소대로 주문을 하려다 멈칫했따.

 

 ......그러고보니 엘레인은 무슨 커피를 좋아한다고 했더라. 눈을 살짝 찡그리며 어제 나눴던 대화를 떠올려 봤다.

 

 ‘......그래서인지 나는 비오는 날이면 밖엘 잘 안 나가요. 커피 한 잔 먹으면서 빗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거 있죠.’

 

 ‘맞아. 규칙적으로 톡톡하는 소리가 뭔가 좋더라고요. 거기에 커피 한 잔이면 최고지 뭐.’

 

 ‘그쵸? 난 특히 그럴 때 향 좋은 커피 냄새 맡으면 너무 좋더라.’

 

 그렇게 말하며 술잔에 코를 댄 채 향기를 마시는 흉내를 내던 그녀였다.

 

 난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잇는 종업원에게 물었다.

 

 “향 좋은 커피는 뭐가 있을까요?”

 

 “향...이요? 뭐......향이라면 대게 헤이즐넛으로 만든 커피가 좋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죠?”

 

 “그럼 카페라떼랑 그거 한 잔 주세요. 헤이즐넛.”

 

 “헤이즐 넛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뭘로 하시겠어요?”

 

 ...... ......

 

 “......그냥 제일 맛있는 걸로 주세요.”

 

 “아......”

 

 헤이즐 넛도 청므 들어봤는데 종류를 내가 알 리가 없지.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 갔는데 메뉴를 하나도 모를 때처럼 주문을 했다. 그녀는 내 난감한 부탁을 듣고선 ‘저녁 뭐 먹을래?’라고 물었는데 ‘아무거나.’라는 대답을 들은 사람과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럼 가장 잘 나가는 걸로 해드릴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카페라떼랑 헤이즐 넛......제일 잘 나가는 맛 맞으시죠?”

 

 “......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종업원은 자신도 자기가 한 말이 웃겼는지 그렇게 말하고선 웃음을 참는 표정으로 커피를 만들러 갔다.

 

 잠시 후, 두 잔이 나왔고 난 카드를 꺼내 계산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가 카드를 긁는 모습을 지켜봤지만 소설처럼 카드 잔액이 부족하다는 불운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건넨 카드를 돌려받으며 몰래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받은 두 잔을 들고 테이블로 왔다. 그녀의 커피를 반대편에 올려 놓은 채 나는 카페라떼를 한 모금 마셨다. 달달하고 따듯한 커피가 목구멍으로 넘어 가며 몸을 풀리게 만든다.

 

 ......역시 맛있따. 매일 마셔도 질리지 않는게 괜히 그 거리를 걸려서 오는게 아니란 말이지.

 

 나는 그렇게 한 입을 더 마신 뒤 커피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봤다. 시곗바늘이 거의 10시에 다다르고 있었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옛날에 중요한 면접 때 1분을 늦게 가서 면접을 못 봤다던 그녀는 그 이후로 시간 약속을 되게 중요시 여긴다고 했엇는데 말이다. 혹시 무슨 연락이 왔나 싶어 핸드폰을 켜보지만 그녀와의 마지막 연락은 아침에 한 게 다였다.

 

 나는 검지로 테이블을 몇 번 두드린다. 그리고는 메시지 창을 켜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냐고 물어보려던, 바로 그 때였다.

 

 ‘딸랑.’

 

 고요함 사이로 익숙한 소리가 들려온 것이었다. 별 모양의 종이 울리는 소리였다.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뭔가 느낌이 왔다.

 

 핸드폰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돌렸다. 천천히 열리고 있는 문이 보였다. 그리고 열려 있는 문에는 한 여자가 서 있었다.

 

 그녀였다.

 

 “......”

 

 그녀를 본 순간 영화에서 주인공이 나오는 씬처럼 그녀를 제외하곤 모든 것이 느려졌다. 엘레인은 고개를 돌리며 내가 어디에 있는지 찾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손을 흔들어 여기라고 표현 할 수가 없었다. 눈을 제외한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신경이란 신경은 온통 그녀에게 쏠려버렸다.

 

 어제는 묶여있던 머리가 허리춤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녀의 애쉬 그레이 색 머리칼은 겉에 걸친 베이지 색 오버 가디건과 어울렸다. 가디건 안에 입은 하얀 티는 연한 청바지 안에 집어 넣었고, 바지의 끝 단은 롤업해 올린 것이 스타일리쉬해 보였다. 얼굴은 여전했다. 매력적인 눈에 하얀 피부. ......여전히 예뻤다.

 

 넋을 놓은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시야가 좁아지며 그녀만 움직이는 듯 한 것이 처음 느껴보는 심정이었다.

 

 ......저 여자를 어제 놓쳤다면 지금 쯤 나는 어디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어제의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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