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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언데드 아가씨
작가 : 흑염룡
작품등록일 : 2017.12.15

언데드가 된 아가씨의 이야기.

 
1. 어린 가주님(1)
작성일 : 17-12-15 22:13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4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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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도도도도-

 드레스 자락을 말아 쥔 소녀가 빠르게 발을 움직였다. 당장이라도 달리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는 얼굴은 항상 창백하던 얼굴엔 설익은 복숭아마냥 희미하게 분홍기가 돌았다.

 얼핏 보면 약간은 고운 얼굴. 희다기보단 창백한 피부.

 아름다운 이들이 가득한 귀족들의 세계에선 평범하디 평범한 외모였지만 딱 하나, 끝으로 갈수록 흰색이 되는 독특한 연하늘색 머리카락만큼은 누구보다 눈에 띄었다.

 응접실 앞에서 얇은 발목이 급제동을 걸었다. 벌컥 문을 열어 제치……려 했지만. 흠칫 허공에서 손이 움직임을 멈췄다.

 “…흠흠.”

 목을 한번 가다듬고,

 툭툭 털어가며 드레스자락과 옷 매무새를 정리한 후 손으로나마 머리카락도 다시 빗어 단정히 하고, 아에이오우 얼굴 근육도 한번 풀어주고, 예쁘게 웃는 연습도 하고 나서.

 소녀가 다시 문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흡- 후우-”

 마지막으로 심호흡까지 한 후에서야,

 ‘아차차, 뭐라 인사할지 안 정했어.’

 …인사까지 정하고 다시 한번 심호흡 한 후에 이번엔 정말 드디어

 달칵-

 ‘헉.’

 그러나 소녀는 문을 열자마자 그 자리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굳어버렸다.

 문의 안쪽 바로 앞에는 검은 머리 청년이 문 손잡이를 향해 손을 내밀던 포즈 그대로 굳어있었다. 소녀와 마찬가지로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열린 문을 사이에 두고 사이 좋게 돌이 되어 있던 것도 잠시.

 “풋.”

 청년이 긴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창백한 얼굴이 한 순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청년이 싱그럽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엘라리온 백작님.”

 “아 네, 오, 오오오랜만이에요 델트마이어경.”

 계획이고 뭐고 제멋대로 버벅거리는 자신의 인사에 소녀가 찰나 똥 씹은 얼굴이 되었다.

 황급히 아하하 어색하게 웃는데-

 청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그가 급히 한 발자국 물러나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 웃음이 혹시 불쾌하셨는지요.”

 “아, 아니에요 델트마이어 경!”

 어떻게든 품위를 만들어보려던 어린 백작의 계획이 당황 속에 산산이 부서졌다.

 “무례를 범했습니다.”

 “괜찮아요, 무례라 생각하지도 불쾌하지 않았어요. …델트마이어 경?”

 흠칫.

 “…어떻게든 사죄를…….”

 “경!”

 안절부절못하던 소녀가 결국 소리를 질렀다.

 양 손으로 한참이나 키가 큰 청년의 어깨를 받치고 밀어 올렸다. 청년의 검은 눈동자가 파란 눈동자를 피해 내리깔렸다.

 “델트마이어 경, 저 정말 화 안 났어요.”

 “하지만… 계속 경이라 부르십니다.”

 “네? 아!”

 깜빡했다.

 그제야 이제부터 이름으로 불러달라던 말이 떠올랐다. 알았다며 이름을 부르며 다음을 기약하던 자신의 모습도.

 ‘릴라이나 이 바보 멍청이!’

 까먹었다고 하면 더 시무룩 할 텐데.

 “미안해요, 버릇이 되서……. 첼, 정말 미안해요. 첼?”

 그가 조심스레 연인의 표정을 살폈다. 미안함 가득 담긴 발그레한 얼굴. 그의 얼굴에서 겨우 불안이 사라졌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반겨주셔서 정말로 기쁩니다, 사랑스런 나의 백작님.”

 환하게 웃는 얼굴이 화사하게 빛이 났다.

 그 얼굴에 잠시 멍해진 정신을 수습하는데, 기습적으로 다가온 청년이 이마에 입을 맞췄다.

 “……흐앗?”

 날 것 그대로의 놀람이 튀어나왔다.

 뒤늦게 입을 막앗지만 소용 없는 짓이었다. 청년이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릴라이나 드 엘라리온 백작.

 가주를 뜻하는 미들네임 ‘드’를 가진 백작가의 어린 주인.

 동시에 그녀는 사랑에 빠진 열일곱 소녀였다.

 

 *

 

 엘라리온 백작가는 작은 영지이고, 저택도 작았다.

 때문에 릴라이나와 첼은 저택의 정원 대신 밖으로 나와 저택 주변을 뱅 돌고 있었다. 엘라리온 백작령의 특산품인 페페로이의 보라색 꽃물결이 한창이었다.

 “이맘때쯤 피는 페페로이 물결은 언제 봐도 예쁜 것 같군요.”

 “향이 은은한 게 좋죠?”

 색이 옅은 라벤더처럼 생긴 페페로이는 꽃차를 우려 마시면 머리를 맑게 해 주는 효능이 있었다. 엄청난 고가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곳에서만 자라는 데다 나름 귀족들에게 고가에 팔리는지라, 이 작은 영지를 먹여 살리는 고마운 꽃이었다.

 “페페로이 덕분인지 백작령에 다녀가면 있던 두통도 가시더군요. 좋은 꽃입니다.”

 “두통이 있으신가요?”

 “음. 가끔은요.”

 살짝 내비쳤던 난처함이 화사한 웃음에 덮였다.

 ‘……또다.’

 웃음으로 덮는 난처한 얼굴.

 “가실 때 차를 좀 챙겨드릴게요.”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언제 그런 표정을 지었냐는 듯 화사하기만 한 얼굴이었다.

 물끄러미 그 얼굴을 쳐다보길 잠시.

 “……백작님?”

 홱!

 또다시 얼굴이 뜨거워졌다.

 릴라니아가 다급히 화제를 찾았다.

 “저…저도 델트마이어 령에 가보고 싶어요!”

 깜빡. 깜빡.

 “저희 영지에 말입니까?”

 “네.”

 후우.

 짧은 문답 사이 당황이 가라앉았다.

 다급히 아무 말이나 일단 내뱉고 본 거였지만, 다행히 전혀 문제될 것 없는 말이었다. 사실이었으니까.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

 항상. 그들의 만남은 첼이 이곳, 엘라리온 백작가로 찾아오는 형태였다.

 릴라이나는 한 번도 델트마이어령에 가본 적 없었다.

 “힘들겠지만.”

 델트마이어령은 엘라리온령에서 말을 달려도 사나흘, 마차로 가면 이삼 주는 걸리는 거리다. 그녀가 한 번 방문하려면 넉넉히 두 달은 잡아야 하는 곳. 하지만 릴라이나는 정말로 그곳에 가 보고 싶었다.

 첼이 태어나 자란 곳.

 “언젠가 직접 모시겠습니다. 몇 주는 걸릴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직접이요? …첼이야 말로, 몇 주는 걸릴 텐데 괜찮겠어요?”

 “영광입니다.”

 릴라이나의 얼굴에 기쁨이 어렸다. 긴 여정마저 직접 함께 해 주겠다는데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여정이 잡힌 것도 아닌데 두근거렸다.

 “멀리 서쪽산맥지대가 보이는 곳이라 들었어요.”

 “그래 봐야 산맥지대는 항상 안개가 흘러서요. 눈 덮인 산 꼭대기 정도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릴라이나가 두 손을 모아 산 모양을 만들었다.

 책에서 보길, 이런 모양이라고 했다.

 “하지만 ‘산’을 볼 수 있는 거잖아요. 엄청 크다면서요. 상상이 잘 안 가요.”

 서쪽 산맥지대와 동쪽 늪지대 사이의 평지대. 그곳이 인간들이 사는 곳이었다. ‘산’을 볼 수 있는 곳은 산맥지대와 가까운 서쪽의 영지들 뿐이었다.

 델트마이어령처럼.

 “산 위를 덮고 있다는 눈도 신기해요. 어떻게 여름에도 녹지 않을 수 있죠? 위로 올라갈수록 태양과 가까워지니까 더 더울 텐데요.”

 예전에는 그것이 눈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여름에도 녹지 않으니 하얀 바위로 덮여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령이 알려주기 전까지는.

 “글쎄요. 하령 님이 조화를 부리신 것이 아닐까요?”

 릴라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산맥지대의 하령들은 눈보라를 부르거나 호수나 강을 만들고 그 거대하다는 산을 움직일수 있다고 했다. 그들이라면 산을 눈으로 뒤덮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첼은 혹시 하령 님을 본 적 있나요?”

 빛으로 이루어진 새하얀 날개를 가졌다는 빛의 화신. 머리칼도 피부도 은은한 빛이 감도는 백색이라 들었다.

 첼이 빙긋 눈꼬리를 휘었다.

 “마람 님이라면 본 적 있습니다.”

 릴라이나의 눈이 커졌다.

 두 화신 중 마람은 어둠의 화신을 뜻하는 말이었다.

 “성전에 갔을 때 우연히 디제 님을 뵈었지요.”

 “세상에.”

 하령 라르카리온. 마람 디제.

 그들은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인간을 수호하고 있는 화신이었다.

 “얼마나 아름다우시던가요?”

 첼은 터져 나오려던 웃음을 삼켰다.

 마람에 대해 가장 먼저 나온 질문이 아름답냐는 것이라니. 사랑스런 그의 백작님은 의외로 허를 찌르는 재주가 있었다.

 첼의 눈이 사랑스럽다는 듯 호선을 그렸다.

 “백작님을 뵙기 이전까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

 잠시 말을 알아듣지 못한 릴라이나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나 곧 1초를 천분의 일로 나눈 듯 실감나게 눈동자가 커졌다. 얼굴이 붉어진 건 당연했다.

 “제 눈엔 백작님이 더 아름다우시거든요.”

 “……으…으아아아!!”

 릴라이나는 결국 그대로 앞으로 뛰쳐나갔다.

 잘생긴 얼굴로 저런 말을 하는 건 반칙이었다. 열기가 너무 넘쳐서 달리지라도않으면 뇌까지 폭삭 익어버릴 것 같았다.

 한참을 달린 후에야 얼굴이 제 색으로 돌아왔다. 무릎을 붙잡고 헉헉거리는데 언제 쫓아왔는지 살포시 그녀를 껴안는 팔이 있었다.

 “부끄러웠어요?”

 그걸 말이라고.

 차마 입 벌려 긍정하지는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사실인걸요.”

 이번엔 도망치게 두지 않겠다는 건지. 껴안은 양 팔에 힘이 들어갔다.

 얼굴 옆으로 내려온 머리가 강아지처럼 볼을 부볐다.

 “도망치지 마세요.”

 꼭 애원하는 것 같은 어조였다.

 그것이 방금 같은 도망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건 간단히 알 수 있었다.

 이따금 첼은 이런 모습들을 보이곤 했다. 마치 무언가 불안한 듯. 겁에 질린 강아지처럼.

 “도망가지 않아요.”

 손을 들어 결 좋은 검은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손가락 사이로 실크처럼 빠져나가는 감각이 기분이 좋았다.

 “그러고 보니 첼, 여기 온 이유 말 안 해줄 거에요?”

 산책을 나가기 전에도 물었었지만 그는 단지 ‘보고 싶어서’라며 말을 돌렸다.

 물론 연인 사이인데 보고 싶어서 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릴라이나는 분명 그가 말을 돌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기도, 하필 이 때에.

 ‘무슨 일 있는 건가?’

 첼이 입을 벌렸다 다무는 것이 느껴졌다.

 “그게…….”

 한참 망설이던 그가 릴라이나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곧 전대 백작부부… 백작님 아버지 어머니의 첫 기일이시지 않습니까.”

 머리결을 빗던 손길이 멎었다.

 “곁에 있어드리고 싶어서요.”

 릴라이나의 얼굴에 서렸던 웃음이 힘없이 형태를 잃었다.

 첼이 팔을 풀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릴라이나의 얼굴을 살폈다. 커다란 손이 창백한 손을 감싸 쥐었다.

 그것으로 릴라이나는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손을 잡은 채로 첼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고마워요.”

 어쩐지 힘겨운 몸짓이었다.

 페페로이가 피는 계절. 작년의 봄. 릴라이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함께 세상을 떠났다.

 두 분이 좋아하는 계절에.

 그리고 부모님의 장례식에서, 릴라이나는 첼을 만났다.

 델트마이어 후작의 셋째 아들, 첼 레 델트마이어.

 그녀는 다른 유명한 가문의 영애들을 뒤로하고, 조그마한 영지의 귀족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자신의 약혼자가 좋았다. 갑자기 부모님을 잃은 자신 앞에 희망처럼 나타난 그가 좋았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대신해 자신의 가족이 되고 싶다 말해준 자상한 그가.

 “정말 고마워요, 첼.”

 어느새 그들은 다시 저택 입구로 이어지는 길 위에 와 있었다.

 열려있는 저택의 문 저편.

 파랗게 물들인 머리를 하나로 묶은 소년 하나가 그들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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