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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Sailing
작가 : 세일러
작품등록일 : 2017.12.5

"사람은 항상 보물을 찾으려한다. 그래서 완벽하다는 지도를 그리지만, 이 작은지도에 그리기에는 바다는 너무 넓다."

 
Chapter 05
작성일 : 17-12-15 22:08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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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내 말에 아주머니는 너털웃음을 지셨다. 나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가 아버지가 남겨주신 물건을 만지작거렸다. 아버지가 남긴 이 물건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갈색 포장지에 들어있는 이 물건은 아버지의 글씨체로 6개월 후에 열어보라고 써져 있었다. 6개월 후면, 돌아오시고도 남겠는데.

 

 

 

  창문으로 비치는 아련한 달빛이 침대를 비추었다. 나는 달빛을 받으며 쉽게 잠에 들지 못하고 눈을 말똥거렸다. 그 때 갑자기 그레이스 아주머니가 노크를 하고 들어오셨다. 나는 놀라서 이불을 걷어차고 똑바로 앉았다.

 

 

 

 

 

 “노아야, 잠이 안 오니? 아님, 어디 아프거나 불편한 데라도 있니?”

 

 

 

 

 

 “아, 아니요. 그냥 잠이 안 오고 뭔가 마음이 좀 그래서...”

 

 

 

 

 

 “아버지가, 걱정되니? 괜찮다, 최고의 항해사라고 자부해도 과언이 아니신 분이잖니. 그래도 어서 자거라.”

 

 

 

 

 

  그레이스 아주머니는 나를 걱정해주시더니 금세 방을 나가셨다. 나도 빨리 잠에 들기 위해 이불에 들어가 푹 덮어썼다. 머릿속에는 아버지 생각이 자꾸 났지만 애써 생각을 접어두고 잠을 청했다. 잠이 안 올수록 좀 더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결국 뒤숭숭한 마음을 안고 간신히 잠에 들었다.

 

 

 

 

 

  따스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눈을 떴다. 아주머니는 어디 좀 나갔다 오신다고 쪽지를 남기시고 치즈 퐁듀와 어제 먹던 바게트 빵이 놓여 있었다. 나는 빵을 한 입 베어 물고 나서야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도 항구에는 벌써 밤새 항해를 갔다가 온 사람들이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그리고 펼쳐진 푸르른 바다. 바다를 바라보니 괜히 마음이 허했다.

 

 

 

 

 

  내가 밖에 나와 있자니 엠마가 어느새 나와서 옆에 앉아있었다. 난 분명 엠마에게 내가 여기 있겠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엠마는 어떻게 알았는지 나를 바라보고 싱긋 웃고 있었다. 나는 놀라며 엠마에게 물었다.

 

 

 

 

 

 “넌 여기 내가 있는지 어떻게 알았어? 말 안 해줬는데.”

 

 

 

 

 

 “너 여기 앉아 있는 거 많이 봤어. 우리 처음 만났을 때도 여기 앉아있는 거 봤거든.”

 

 

 

 

 

  그러고 보니 오늘 엠마의 옷이 뭔가 달라보였다. 평소에는 그냥 머리를 하나로 간단히 묶고 갈색 멜빵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오늘은 꽃무늬가 그려진 화려한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양 갈래로 따기까지 했다. 내 시선에 엠마는 쑥스러웠는지 얼굴을 붉혔다. 엠마에게 꽃 하나를 쥐어주었다.

 

 

 

 

 

 “지금 네 옷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오늘 어디 가나봐?”

 

 

 

 

 

 “응. 이웃 동네에 클라라라는 사촌언니가 있는데 언니가 결혼을 한다고 해서. 오늘 저녁에 늦게 들어올 것 같아.”

 

 

 

 

 

  엠마는 나에게 책 다 읽고 도서관에 일주일 내에 반납하는 것을 잊지 말라며 당부하고 자리를 떴다. 나도 워셔 시의 정문 앞까지 엠마와 함께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거리를 방황했다. 도서관에 가기에는 빌린 책을 다 읽지도 못했고, 집에 다시 돌아가려니 아주머니가 왔을지 안 오셨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애매했다. 나는 고심 끝에 워셔 시의 메인 항구로 가기로 결정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또 내려가야지만 있는 메인 항구. 점점 항구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많은 인파가 나를 둘러쌌다. 나는 아버지의 지인이라 나도 알고 있는 팀 아저씨에게 찾아갔다. 나는 누군가를 찾아간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인데 내가 선실 안으로 들어가자 팀 아저씨는 나를 보시고는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노아 왔구나? 아서 씨 없이 혼자 온 건 처음인데 무슨 일이니?”

 

 

 

 

 

 “아버지가 먼 항해를 가셨으니까, 그냥.. 여기가 생각나더라고요.”

 

 

 

 

 

  내 말에 아저씨는 빙그레 웃으시면서 나에게 코코아 한 잔을 건네주셨다. 나는 한 잔 홀짝 들이키고는 식탁에 잔을 내려놓았다. 팀 아저씨는 연장을 급하게 정리하시더니 내 앞에 앉으셨다.

 

 

 

 

 

 “그래도 네 아버지와 올 때마저도 싫어했던 것 같은데, 어지간히 심심했나보구나. 아버지가 안 와서 속상하겠네.”

 

 

 

 

 

 “네, 아버지가 언제 오실지 모르겠어서..”

 

 

 

 

 

 “생각을 잊어버리기 위해선 일이 최고지. 마침 일손이 필요한데 한 번 해볼래?”

 

 

 

 

 

  팀 아저씨의 솔깃한 제안에 나는 그 자리에서 고개를 끄덕거리고 말았다. 그러자 아저씨는 나를 바로 일으켜 세우더니 나에게 과일 상자를 턱 소리가 나게 던져주듯 주셨다. 아저씨를 따라 과일상자를 든 채로 반대로 돌아 가다보니 어느새 항구의 중심으로 가고 있었다. 작은 무역 상점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과일상점의 운송을 돕는다고 했다. 하루에 과일상자만 100개 이상 옮긴다고 하니 뭔가 걱정이 몰려왔다.

 

 

 

 

 

 

 "노아야, 여기다가 그것 좀 놓아줄래?"

 

 

 

 

 

 

  나는 팀 아저씨가 시키는 일을 모두 해냈다. 과일상자는 적어도 50개는 옮긴 것 같고, 나에게 소질이 있다며 수산 무역 마켓에서 장비 정리도 해달라고 하셨다. 일을 다 끝내고 나니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매쳤고, 아저씨는 수고했다며 등을 토닥여 주셨다.

 

 

 

 

  얼마나 쉬었을까, 팀 아저씨는 이제 스스로 할 일을 찾아 해보라며 손수건 한 장을 던져주셨다. 지금처럼 땀이 날 때 한 번 스윽 닦아주는 데는 면 손수건만한 게 없다고 설명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아저씨가 자신의 일터로 돌아가신 후, 나는 아직도 산더미처럼 쌓여져 있는 과일상자를 집어 들었다. 나와 함께 과일상자를 들던 다른 아저씨들은 계속 옮기는 나를 보며 ‘어린 친구가 아주 잘하는데?’ ‘나중에 이 일 해도 되겠어.’ 라는 등의 덕담을 보내주셨다.

 

 

 

 

  모두 힘을 합쳐서 과일상자를 모두 알맞은 무역 마켓에 갖다놓았다. 이제 일이 다 끝난 것 같아 팀 아저씨께 다가갔다.

 

 

 

 

 

 “아저씨, 저 과일상자 다 옮겼는데 이제 뭐 할까요?”

 

 

 

 

 

 “그 많은 걸 다 옮겼다니 대단한 걸? 오늘은 이제 그만 집에 들어가 봐. 이 돈은 네 오늘 일당이야. 나는 꼬맹이를 막노동 시키는 나쁜 사람이 아니란 뜻이지.”

 

 

 

 

 

 “아.. 저는 괜찮아요, 오늘 그냥 도와드리는 차원에서 한 건데요.”

 

 

 

 

 

 “너만 괜찮다면 이제 정식으로 일해 보는 건 어떠냐. 네 나이 열셋이면 아버지도 일 한 번 시키려고 하셨을 텐데. 너도 뱃사람 가문이니 한 번 항구 일을 해봐야 하지 않겠니? 생각 있음 내일 나와 보렴.”

 

 

 

 

 

  팀 아저씨의 말에 나는 생각해 보겠다고 한 후 그레이스 아주머니네로 돌아왔다. 아주머니는 아직 안 돌아오신 것 같았다. 문득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 6시였다. 엠마도 안 돌아온 것 같고, 그레이스 아주머니도 아직 안 오셨으니 마땅히 할 것도 없어 감정의 소용돌이의 내용을 다시 짚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려고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자니 졸음이 쏟아져왔다. 아무리 그래도 일할 때는 그렇게 쌩쌩하더니, 책을 읽자니 이렇게 졸린다는 게 난 아무래도 책이랑은 너무 안 맞는 것 같았다.

 

 

 

 

 

  글쓴이가 항해사 가문이라니, 나처럼. 글쓴이는 어쩜 누군가를 정말 나처럼 기다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그 그리움을 일하는 것으로 억누르려고 하지만 이 책을 쓴 사람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리움을 억누르려고만 하지 않고 외적으로, 정확히는 책으로 표현해낸 것 같았다.

 

 

 

 

 

  그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레이스 아주머니가 들어오셨다. 나는 방에서 나와 그레이스 아주머니를 마주했다. 나는 그레이스 아주머니를 보며 웃어보였지만 아주머니는 나를 보시더니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지셨다. 그 얼굴에 나도 놀라 다가갔다.

 

 

 

 

 

 

 “아주머니, 왜 그러세요?”

 

 

 

 

 

 “노아야, 혹시 누구랑 싸웠니? 얼굴이 새카맣고 생채기가 여럿 났구나. 나한테 말할 수 있잖아. 혼내지 않을게. 무슨 일이야.”

 

 

 

 

 

 “오늘 메인 항구에 알고 있었던 팀 아저씨라는 분께 갔었어요. 아버지와 지인이셨거든요. 가서 일 좀 도와드리느라 이렇게 된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 절대 누구랑 안 싸워요.”

 

 

 

 

 

 

  내 말에 그레이스 아주머니는 평소의 인자한 표정으로 되돌아 오셨다. 그런 일이 있으면 말 하지 그랬냐고, 지금은 내가 보호자니까 나한테 다 말해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세수하기에 적합한 미지근한 물을 떠다 주셨다. 나는 따스한 물에 얼굴의 때를 밀어 씻고 나서 방으로 들어섰다. 아주머니는 좋은 일이 있으셨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셨다. 나도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아주머니,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기분 좋아 보이세요.”

 

 

 

 

 

 “아.. 내가 그래 보였니? 사실 오늘 좋은 분을 만났단다. 리온 시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악사들을 만났지. 거리 악사들. 그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즐거움에 빠져 살고 있더구나. 행복해 보였어. 나에게도 행복함이 전해졌나 보구나.”

 

 

 

 

 

 

  자신의 삶에 대한 즐거움에 빠져 산다. 좋은 말인 것 같다. 뭔가 걱정이 하나씩은 있는 듯 얼굴에 어두움이 살짝 씩 껴 있는 아주머니셨는데 오늘은 밝게 빛나는 것 같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아주머니는 잠시 쉬겠다며 안락의자에 앉으셨고, 나는 잠시 바람 좀 쐬고 오겠다고 하고 밖으로 나갔다.

 

 

 

 

 

 

  달이 휘황찬란하게 떴는데, 엠마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쯤 되면 엠마가 올 때쯤도 되었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선착장 쪽으로 더 다가갔다. 그리고 얼마 후 마지막 배가 선착장에 돌아왔고, 꽃무늬의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양 갈래로 따고 있는 엠마가 폴짝 뛰어내렸다. 나는 엠마가 워셔 시의 정문을 통과하자 엠마에게 다가갔다.

 

 

 

 

 

 

 “엠마, 잘 다녀왔어?”

 

 

 

 

 

 “어, 노아야. 달도 떴는데 왜 나와 있니? 나 기다린 거야?”

 

 

 

 

 

 “으, 응. 오늘 어땠어? 재미있었니?”

 

 

 

 

 

 “그럼. 클라라 언니가 정말 예쁘더라. 나도 나중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 오늘, 언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부였거든. 언니가 나한테 책 한 권을 추천해 줬는데, 내일 도서관에 가서 찾아봐야겠어.”

 

 

 

 

 

 

  늘 차분하고 천천히 말을 이어가던 엠마가 빠르고 생기가 넘치는 어조로 나에게 설명했다. 오늘 하루 신나게 다녔는지 엠마의 두 볼이 더 발그레 해져 홍조를 띄고 있었다. 엠마는 언덕을 오르면서도 계속 말을 해서 숨이 차는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엠마는 자신이 너무 말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지 급히 입을 다물곤 했다. 그 모습에 나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나는 괜찮다며 말해주았다. 나는 엠마를 집 앞까지 데려다 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레이스 아주머니가 앉아계시다가 주무시는 듯 조용했다. 나는 아주머니가 잠에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들어갔다.

 

 

 

 

 

  아버지가 나에게 전해준 물건을 손에 쥐였다. 6개월 후에 확인해 보라고 하셨죠, 아버지. 6개월 후에는 아버지와 함께 이 물건을 확인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버지는 아버지의 삶에 대한 즐거움에 빠지는 일을 하시고 계신 건가요? 6개월 후의 아버지를 빨리 뵙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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