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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에밀
작가 : 어이비
작품등록일 : 2016.8.22

어머니의 첫사랑과 만난 나는
그에게서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독특함을 느꼈다.
이제 나와 그, 어머니는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제4부 육아의 양면성
작성일 : 16-09-05 15:52     조회 : 451     추천 : 0     분량 : 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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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관점에서 아기들을 돌보는 일은 성가시고 귀찮다.

  그러나 세상에는 성가시고 귀찮은 것 중에는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의미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준우가 사랑마을학교를 찬찬히 돌아보고 사무실로 다시 돌아오는 사이 승희와 봉구는 그 동안의 소식을 서로 전했다. 처음에는 반가운 마음이 크고 오랜만에 보는 봉구에게 친밀감을 느꼈지만 기묘하게도 대화를 하면 할수록 승희는 봉구에게서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질감을 느꼈다. 이십대의 시절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간극이 느껴졌다. 아마도 그 간극은 젊은 시절부터 미미하게 존재했을 터였으나 십수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메워질 수 없을 만큼 커진 것 같았다. 이 학교를 고집하는 준우가 아니었다면 봉구와 이렇게 얼굴을 마주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학교를 둘러보고 온 준우의 얼굴이 너무 행복해 보였으므로 승희는 더 이상 그 간극에 대해 불편해 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당분간은 준우와 함께 지낼 수 없음이 아쉬워 승희는 준우와 학교 외부에서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지만 준우는 단호히 거절했다. 준우는 한시라도 빨리 사랑마을학교의 일과로 들어가고 싶어했다. 봉구가 중재안으로 사랑마을학교의 점심을 함께 먹을 것을 제안했고, 승희는 탐탁치 않았지만 준우와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 할 수 없이 사랑마을학교 식당으로 함께 이동했다. 봉구가 안내한 식당은 본관 건물 옆에 위치한 별도의 건물 1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식당이라고 해서 도시에서 보던 학교의 급식실이나 식당과는 달랐다. 긴 테이블이 2개 놓여져 있어 스무명 정도가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과 가정집 두배 규모의 키친이 갖춰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일반 가정의 주방 분위기였다.

  - 어머, 나 제대로 본 거 맞아? 지금 저기 부엌에 우리 준우 또래 아이 같은데, 설마 식사 준비를 학생들이 하는 거야?

  - 제대로 봤네. 맞아. 당번이 정해져 있어. 너무 걱정은 말아. 여기 주변에 조리사 자격증이 있으신 주민께서 식사를 준비해 주시는데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돕고 있는거야. 그 주민분께서는 사실 봉사활동하시는 거라고 봐야지. 의외로 아이들이 자신이 당번이 되는 걸 좋아해.

  승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준우를 바라봤다.

  - 준우야, 너 할 수 있겠어?

  - 걱정마세요, 어머니. 저 요리에도 관심많아요. 집에서도 간단한 요리는 해먹었어요. 너무 걱정마세요.

 

  메뉴는 잡곡이 섞인 밥, 간장과 마늘 양념이 들어간 가지조림, 해바라기씨, 아몬드, 땅콩, 건포도가 들어간 멸치조림, 그리고 고춧가루 양념과 각종 채소가 들어간 닭도리탕이었다. 봉사를 하시는 동네 주민 아주머니께서 완벽한 손맛의 소유자가 확실했는지 불만 가득한 얼굴이었던 승희도 밥을 먹기 시작한 뒤 부터는 표정이 누그러지며 이내 밝은 얼굴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대략 열명 남짓이었다.

  - 세 명이 가족 여행으로 여기 없어. 오늘 준우까지 합하면 열네명이 여기서 공부해.

  - 그래? 생각보다 학생들이 적다.

  - 혹시 상돈이 형이 한 얘기들이 있다면 너무 믿지는 마. 그냥 준우의 선택을 믿도록 해.

  승희는 혼란스러웠다. 점심식사가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가서 승희와 준우는 인사를 했다. 아쉬워하는 승희를 위로하는 쪽은 오히려 준우였다. 승희의 자동차가 있는 곳까지 준우와 봉구는 함께 걸어갔다. 폐교를 개조한 학교인 만큼 운동장은 비교적 넓었다. 준우는 이런 운동장을 본적이 없었다. 트랙이나 잔디가 깔려져 있지 않고 오직 흙으로만 된 운동장이었다. 운동장 대각선이 백 미터는 충분히 되어보였다. 걱정을 쏟아내는 승희를 보내고 봉구와 준우는 서로 어색하게 서 있었다.

  - 아까 학교는 돌아봤었지? 혹시 뒤쪽으로 텃밭을 지나서 생태뒷간이 있는 순환마당까지 돌아봤었니?

  - 네. 도서관 건물 뒤쪽에 이층으로 된 작은 목조 건물, 말씀하시는거죠?

  - 그래, 거기 가서 함께 대화를 나눌까?

 

  준우는 이미 사랑마을학교를 선택할 때 순환마당을 알고 있었다. ‘순환마당’이라는 표지판 뒤에 보이는 작은 목조건물은 최대한 청결하고 깔끔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었다. 2미터 남짓한 높이의 목조 구조물 2층에 화장실이 있었다. 몇 개의 계단을 올라가니 ‘생태뒷간’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여기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재래식 화장실이었다. 사랑마을학교를 택하기 전에 생태뒷간 때문에 준우는 살짝 고민했지만 그러나 자신의 행동이 생태계와 자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결단을 내린터였다. 자신이 배변을 할 때마다 이것이 무엇보다 좋은 퇴비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화학비료로 인한 토양의 오염과 그로 인한 농작물의 품질 저하에 대한 문제는 이미 공부를 한터였다. 생태뒷간은 재래식 화장실이지만 과거처럼 쪼그려 앉아서 배변을 하지 않고 수세식처럼 의자에 앉아서 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수세식 변기처럼 좌식으로 만들어졌고 그 밑에는 양동이가 놓여져 있었다. 화장실 칸 안 또 다른 양동이에는 톱밥이 쌓여있었고 삽이 놓여져 있었다. 배변을 한 후 톱밥을 한 삽 퍼서 배변을 한 양동이에 넣어주면 된다.

  - 넌 이미 여기에 대해서 공부를 했구나. 그럼 내가 설명할 것이 없겠는데? 네가 아는 것을 나에게 말해볼래?

  -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였을거에요. TV에서 관련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고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봤었죠. 똥은 순환되어야하는데 순환이 되지 못해서 큰 피해가 있다구요. 수세식 화장실은 참 편리하지만 그 후로는 수세식 화장실에서 똥을 쌀 때면 뭔가, 죄책감이 느껴지더라구요. 참 불편했어요. 제 똥만이라도 순환시켜보고 싶었지만 사실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그 때가 도시에서의 삶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죠.

  - 와, 정말 대단한 걸? 너처럼 시골 생활을 해본 적 없는 아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실제로 거의 불가능한데, 그 프로그램을 방송해준 방송국에 감사해야겠구나.

  - 저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하루에 한번 똥을 싸요. 이제 순환마당에서 의미있게 쌀 수 있어서 진심으로 만족해요. 그리고 돌아가면서 순환마당을 관리하는 것도 싫지 않아요. 사실 냄새가 나고 더럽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그 후에 더 좋은 결과들을 가져다 주니까요.

 

  준우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과거에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을 때 시금치의 영양분과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지금 시금치의 영양분을 비교하면 여덟 배나 차이가 난대요. 그래서 현대인이 많이 아프대요. 영양소가 팔분의 일이라고 해서 시금치를 여덟 배의 양으로 먹을 수는 없잖아요. 이건 똥이 순환만 잘 돼서 과거처럼 땅만 정상으로 돌아오면 다 해결되잖아요. 전 제게 조금 성가시고 귀찮은 일이더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땅이든 누구든.

  - 여기 처음 온 학생에게 순환마당 사용을 설명해주고 관리 당번을 정해주면 거기에 불만을 가지는 학생이 참 많거든. 그런데 준우 너는 참, 생각이 깊은 아이로구나.

  - 그래서 다른 애들은 여기를 사용하지 않나요?

  - 그렇지는 않아. 사용은 하지 않아도 관리는 돌아가면서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은 사용을 하더구나. 그리고 몇 개월 정도 지나면 적응이 되고 그 후에는 너처럼 얘기들을 한단다.

  - 저는 미리 공부를 하고 왔잖아요.

  준우는 밝게 웃었다.

  - 이왕 같이 나온 김에 여기를 정리하고 가자꾸나. 거기를 열어서 양동이를 가지고 나올래? 그리고 아래로 가져가면 된단다.

  - 네. 여기 있는 네 칸 모두 그렇게 하면 되죠?

  봉구와 준우는 순환마당 윗층 생태뒷간에서 배설물이 담긴 양동이를 수거했다. 각자 양손에 양동이를 하나씩 들고 순환마당의 아래층 공간으로 향했다. 구석에는 낙엽, 톱밥, 볏짚이 구비되어 있었고 삽과 네기(갈퀴와 비슷한 농기구, 흙고르기, 농산물 정리 등에 사용함)가 세워져 있었다. 양동이의 인분을 나무상자에 담고 낙엽, 볏짚을 섞어주었다. 나무상자는 아래 공간에 다섯개가 배열되어 있었다.

  - 지금은 겨울이라서 비닐로 잘 덮어야 해. 온도가 너무 낮으면 안되니까 보온을 위해서야. 겨울을 제외하고는 비닐을 덮지 않아도 된단다. 비는 언제든 맞혀도 되고.

  - 온도가 낮으면 미생물도 활동이 더뎌져서 그렇군요. 제가 관리 당번이 되어도 귀찮지 않을거 같아요.

  - 저기서부터 이쪽으로 오래된 순서야. 다음 달 쯤엔 저기 있는 것들을 퇴비로 사용할 예정이란다.

  - 이건 그냥 흙인데요?

  - 이것들은 벌써 이년 가까이 된 것이란다. 일년만 지나도 냄새는 나지 않고 육안으로도 그냥 흙으로 보인단다.

  봉구는 이년 묶은 인분 퇴비를 준우에게 보여주었다.

  - 일년만 두어도 되는데 병원균 감염 때문에 일 년 더 두는 것이란다. 준우, 고기 좋아하니?

  - 네. 맛있어서요. 그치만 영양의 균형이랑 건강을 생각해서 채소도 많이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사실 똥 중에서는 소와 토끼의 배설물이 제일 이롭단다. 소와 토끼는 채식만을 하는 덕에 배설물에서 질소, 인, 칼륨 등의 요소가 조화롭게 포함되어 있거든.

  - 정말요? 그럼, 육식을 즐겨하면 그 배설물은 많이 해가 될까요?

  - 아니야. 해가 되지는 않아. 단지 다양한 균에 감염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아무래도 채식을 위주로 했을 때보다는 병원균 감염의 우려가 있어서 여기는 아예 일년을 더 두어 미생물에게 좀 더맡기는 거지. 자연과 더 가까워질때까지.

  - 아, 그렇군요. 채식하시는 분들이 왜 많은지 알겠어요. 그런데 고기가 맛있긴 해요.

  - 그건 선생님도 마찬가지야. 미안해할 필요는 없단다.

 

  봉구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 어차피 세상에 정답이란 없단다. 또 있다 해도 우리가 정답을 찾기 너무 힘들거나, 확실하지 않은 것들이 더 많단다. 언제나 답은 변할 수 있고, 그래서 우리는 계속 생각하는 거야. 사실 배설물로 퇴비만드는 것만 해도 그 방법이 농부마다 지역마다 모두 다르단다.

  - 정말요? 몰랐어요. 저는 좀 전에 봤던 것들이 다 구비되어야 가능한 것인 줄 알았어요.

  - 아니야. 어떤 결과를 만들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으로 노력하는거야. 혹시 준우가 더 좋은 방법을 알게 되면 선생님에게 꼭 말해 주렴.

  - 네. 그럴게요.

  준우는 봉구와 함께 양동이를 화장실 칸에 다시 가져다 놓았다. 거기에 배변을 할 사람을 위해 톱밥을 까는 것도 잊지 않았다. 준우는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내일 아침부터 꼭 순환마당을 이용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육식을 적당히 하고 채식을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함께 했다.

 

  솔직히 순환마당의 사용이나 돌아가면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성가시고 귀찮을 것 같았지만 나는 사랑마을학교에 적응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사랑마을학교의 순환마당의 관리나 식사를 학생에게 직접 준비하게 하는 것을 두고 유별나게 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성가시고 귀찮은 것이 때로는 우리가 실천해야만 하는 옳은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어머니의 반대에도 사랑마을학교를 선택할 수 있던 이유였다. 성가시고 귀찮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세상의 빛을 본 아기들은 사실 어떤 의미에서 성가시고 귀찮다. 아기들에게는 무조건적인 보살핌과 보호가 필요하다. 아기들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사람 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의 새끼들에게는 절대적인 보호와 돌봄이 수반되어야 한다. 우리 삶에는 이처럼 성가시고 귀찮지만 의미있고 소중한 것들이 많다. 나는 어머니가 이것을 깨닫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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