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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픽미! 허그미! 키스미!
작가 : 하다온
작품등록일 : 2017.11.16

가수지망생 하린은 도망친 그(그놈?)가 돌아올때까지 슈퍼스타 도현에게 사로 잡히게 된다. 그런데 오히려 하린에게 마음을 사로 잡히게 된 도현은 하린을 놓아주려 하질 않는데. 알콩달콩 사랑의 하모니를 쌓아가는 하린과 도현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36. 비밀 연애의 시작.
작성일 : 17-12-15 19:52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5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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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비밀 연애의 시작.

 

 ‘뭐지?’

 

 승훈은 아침 일찍부터 촬영에 늦을세라 부랴부랴 도현을 픽업하러 왔다. 당연히 말끔히 준비를 끝낸 채 승훈에게 커피를 건네야 할 도현이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

 

 “형, 출발할까요?”

 

 승훈의 물음에도 묵묵부답, 도현은 그저 신문을 보고 앉아 있었다.

 

 “그럼, 아직 시간 좀 있으니까 커피 한 잔 하고 갈까요?”

 

 역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제가 커피 내릴게요.”

 

 왜 저러지? 조심스레 도현을 살피며 주방으로 향하던 승훈의 뒤로 문이 열렸다.

 

 “하암- 승훈 씨, 벌써 왔어요? 완전 피곤하겠다.”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면서 하린은 자연스럽게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물 한잔을 벌컥벌컥 마셨다.

 

 “여독도 안 풀렸겠네. 매니저도 역시! 극한 직업이네요.”

 

 하린의 존경하는 눈빛에, 그의 노고를 인정하는 언사에 승훈의 마음이 훈훈해졌다.

 

 “피곤해도 기분은 좋아요. 곧 형 앨범 나오잖아요.”

 

 새로 나오는 도현의 앨범에 신이 난 승훈이었다. 아일랜드의 팬들보다 도현의 신보를 바라던 그인지라 모로코에 다녀오고 나서도 피곤함도 잊고 새벽부터 도현의 집으로 달려온 참이었다.

 

 “그래도 고생이잖아요. 커피 내려 줄까요?”

 

 “누나가요?”

 

 “왜 이래요. 마시고 놀라지나 말아요. 나, 이래 봬도 달다방 3년차 바리스타라고요.”

 

 씽긋 웃은 하린이 그라인더에 원두를 넣었다.

 

 “오늘도 스케줄 있어요?”

 

 하린은 지나가는 투로 슬쩍 물었다. 도현에게 물어보면 탁! 하니 답이 나오겠지만 현재 오리 주둥이가 된 남자를 달래는 것보다는 승훈에게 물어보는 것이 훨씬 수월했다.

 

 “표지 촬영 있어요. 발매 일정이 빡빡하다 보니까 어쩔 수가 없네요.”

 

 “그럼, 집에서도 보기 힘들겠네요.”

 

 “당분간은 완전 풀이에요.”

 

 “네…….”

 

 무진장 바빠서 스케줄이 빡빡한 탑스타의 여친 된 하린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런데 형 왜 저래요?”

 

 커피 잔을 꺼내며 바짝 다가선 승훈이 하린에게 속삭였다.

 

 “뭐가요?”

 

 하린도 덩달아 작은 목소리를 내었다.

 

 평소와 별단 다른 게 없는 아침인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다른 아침 때문에 승훈은 도현의 눈치를 계속 살피고 있었다.

 

 “평소에도 말이 없긴 했지만 오늘은 마치……,”

 

 “마치……?”

 

 승훈은 도현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들고 있지만 딱히 신문을 읽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묘하게 미간을 구기고 있는 그 표정은 마치!

 

 “욕구불만!”

 

 승훈의 생각이 말로 튀어나왔다.

 

 “네?”

 

 승훈이 하린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형 말이에요! 딱! 욕구불만 같지 않아요? 사탕을 한 입 맛 봤다가 빼앗긴 아이의 얼굴, 지금 딱 그렇잖아요.”

 

 헉! 귀신이네.

 

 하린은 승훈의 놀라운 촉에 입을 꼭 다물었다.

 

 승훈은 6년째 도현과 같이 동고동락했다. 도현의 눈썹 꿈틀거림이라던지, 입꼬리 삐죽거림이라던지, 콧망울 씰룩거림만으로도 도현의 기분을 귀신같이 알아맞힐 수 있는 사람은 승훈이 유일했다.

 

 도현은 어젯밤 하린이 접근 금지를 외친 이후로 계속 저 표정이었다.

 

 

 * * *

 

 

 “오늘은 여기까지!”

 

 하린의 선언에 여전히 하린의 입술에 사로잡혀 있던 도현의 오른쪽 눈썹이 비쭉 산을 이루며 올라갔다.

 

 “왜?”

 

 당연히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난 아직 에피타이저도 먹지 못했어.”

 

 지금, 그들은 이제 겨우 고작 키스를 시작했을 뿐이었다. 도현의 마음이 앞선 것에 비해 손에 꼽을 정도로 몇 번 하지도 못했다. 하린의 ‘여기까지’란 말은 아직 서빙되지도 않은, 미처 구경도 못한 코스 요리를 면전에서 취소당한 격이니 도현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 내가 음식이에요? 육류예요? 해물이에요? 아니면 채소인가?”

 

 “어떤 걸 원하는데? 물고 뜯고 씹어 먹어버릴까? 입안에 음미하며 사르르 녹일까? 그것도 아니면 몸에 좋은 것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한입에 삼킬까?”

 

 도현이 하린의 얼굴을 손끝으로 쓸었다. 손끝의 터치 하나에도 하린의 몸이 긴장했다. 그는 정말 한 입에 그녀를 탈탈 털어 넣어버릴 듯 강렬한 눈빛을 쏘아대고 있었다.

 

 “그럼 이제 메인 요리의 시작인가?”

 

 하린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자 승낙이라 여긴 도현이 급하게 하린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그녀의 입안으로 그의 숨을 잔뜩 불어넣었다. 하린은 아득해지는 정신을 가까스로 부여잡았다.

 

 “잠깐만요!”

 

 작은 한의 손이 그의 손등을 덮었다. 사뿐히 내려앉았다고 표현해야 맞을 정도로 그의 움직임을 멈추기엔 무척이나 여린 손길이었지만, 그의 손길을 멈추기엔 충분했다. 잔뜩 찡그린 얼굴이 하린을 내려다보았다.

 

 “마음에 안 들어.”

 

 사실 하린도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요. 나도 마음에 안 들어요. 나도 당신이랑 계속 그러니까, 야한, 아니 섹, 아……, 아니, 이런 것이나, 저런 것 하고 싶어요. 하지만……,”

 

 부끄러워 정확한 단어를 입에 올리지 못하는 하린을 보며 도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도현의 웃음에 하린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런 것, 저런 것이 뭐? 난 잘 모르겠으니 구체적으로 말해주겠어?”

 

 도현이 하린의 입술을 지분거리며 짓궂게 물었다.

 

 “그걸 꼭 말해야 알아요? 달콤한 이런 것이나, 부끄러운 저런 것, 과감한 그런 것이나, 사랑 넘치는 어떤 것, 그런 것들 잔뜩 하고 싶다고요.”

 

 하린의 머릿속 뭉실뭉실 구름 안에 떠 있는 그들의 모습은 도저히 말로 표현하기엔 부끄러운 것들이었다. 스물여섯 인생의 머릿속에 이렇게 성(性)스러운 것이 가득 차 있다니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그래? 그럼 이렇게 하면 달콤해?”

 

 도현이 하린의 입술을 빨아들이며 말했다. 잔뜩 부풀어 오른 그녀의 입술은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달콤함은 도현을 하린의 늪으로 끌어당겼다.

 

 “이건 부끄럽고?”

 

 도현은 하린의 입술을 벌리고 들어가 달콤한 혀를 뱀처럼 휘감았다. 그와 그녀의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섞이는 그 느낌은 생경했다. 하린은 깊어지는 도현의 키스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렇게 하면 과감한가?”

 

 도현은 하린의 쇄골에 키스를 남겼다. 동시에 그의 손이 하린의 옷 안으로 침범했다. 도현의 손은 천천히 하린의 잘록한 허리를 지나 위로 올라갔다.

 

 “어떻게 하면 사랑이 넘칠까……?”

 

 그의 손이 지나가는 곳마다 데인 듯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어떠한 낙인보다도 더 강렬했다. 하린은 눈을 꼭 감은 채로도 그곳을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린은 신음을 입안으로 삼켰다.

 

 “그런 것 나도 원해. 하린아.”

 

 도현이 자신의 손에 꽉 들어차는 그녀의 심장으로 도착했다. 부드러운 피부, 달콤한 향기, 가뿐 하린의 숨을 따라 오르내리는 그녀의 심장을 느끼며 도현이 갈구했다. 그녀의 허락을.

 

 “하린아.”

 

 그녀의 살결을 스치는 그의 손길에 따라 그녀의 심장이 쿵쾅! 쿵쾅! 미친 듯이 날 뛰기 시작했다. 나대지 마라, 심장아.

 

 하린은 그녀의 심장을 감싸 쥔 그의 손을 자그마한 손으로 잡았다.

 

 “나도……,”

 

 겨우 연 하린의 입에서 탁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도, 원해요. 당신을.”

 

 “하린아.”

 

 하린이 그의 손을 하린의 심장에서 끌어 내렸다. 그의 손이 사라진 가슴이 텅 비어버린 것처럼 허전했다. 하린은 그의 손을 맞잡은 채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도현 씨가 더 잘 알잖아요.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그래서?”

 

 도현이 눈을 깜박였다. 도대체 이 상황과 앨범이 어떠한 연관 관계인 것인지 한 번에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잘만 굴러가던 이성은 이 집에 들어온 이후로 본능에 잠식당한 채였다.

 

 “곧 앨범이 나오잖아요.”

 

 “이것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야.”

 

 도현은 다시금 하린의 손을 슬쩍 잡아당겼지만, 하린은 끌려오지 않았다. 도현이 인상을 썼다. 찌푸려진 인상에도 뛰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하린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상관이 없어요. 당신 싱글 앨범 발매인데……. 그리고 우진 씨 스캔들 때문에, 아니 우진 씨를 위해서 서둘러서 하는 거잖아요.”

 

 우진이 모로코에서 찍힌 사진으로 기사가 떴을 때, 아찔했던 기억이 소환되었다. 우진보다 더 커다란 이슈를 만들어야 했기에 피처링을 넣었고, 일정을 당긴 앨범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에게 부담주고 싶지 않아요.”

 

 “부담 아니야. 너는 나에게 부담이 될 수 없어.”

 

 하린의 의도를 알면서도 ‘부담’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도현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제 인생이 찾아온 기적 같은 여인이다. 그런데 부담이라니.

 

 “당신은 앨범에 집중해야 하잖아요. 지금도 스케줄 많은데 당연히, 앨범 발매되면 방송도 해야 하고, 여러 모로 바빠질 테니까.”

 

 “그러니까 그건 일이고 우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왜 관련이 없어요. 지금 당신 눈에는 나밖에 안 보이는데. 앨범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나만 있잖아요.”

 

 진지하고도 자신감에 찬 그 말을 도현은 반박할 수 없었다. 지금은 그는 하린 밖에 보이지 않았다. 우진이고 앨범이고 당장은 하린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니, 이제 그만 자러 가요. 시간이 많이 늦었어요.”

 

 “같이 잘까?”

 

 도현이 하린을 안아 올리자 하린이 경악에 차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댔다.

 

 “아니, 각자요!! 당신은 2층! 나는 1층! 빨리 내려줘요!!”

 

 “왜?”

 

 계단 한 발짝도 밟지 못한 도현이 얼이 빠졌다. 다시 바닥으로 내려온 하린이 그의 허리를 감싸고 그의 가슴에 얼굴을 기댔다.

 

 “방금 말했잖아요.”

 

 “…….”

 

 “우리 앨범 마무리 될 때까지만, 우진씨 돌아 올 때까지만 기다려요. 나도 미치도록 힘들겠지만, 허벅지 꼬집으면서 참아 볼게요. 덮치지 않게 노력해 볼게요.”

 

 얼굴을 들고 도현의 눈을 맞추던 하린이 그의 입에 쪽, 하고 입을 맞춰왔다.

 

 “그럼, 잘 자요.”

 

 도현은 방으로 향하는 하린의 뒷모습을 허탈하게 바라보았다.

 

 

 * * *

 

 

 어젯밤 일을 생각하니 신문을 쥔 도현의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도현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던 우진의 도피가 이해가기 시작했다. 앨범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하린을 데리고 사라지고 싶었다.

 

 지금만 하더라도 승훈이 옆에 있건 없건 하린을 껴안고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싶었다. 스캔들 따위 신경 쓰고 싶지도,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그의 눈에는 오로지 하린만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원치 않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린이 기다리라면 기다리고, 참으라 하면 참아야 했다. 그것이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도현의 손에서 거의 구겨진 신문을 보며 하린의 고개를 저으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강도현 씨가 부족한 게 뭐가 있다고요. 하하하”

 

 “알 수 없죠. 인간은 부족한 욕구를 채우기 위해 살아가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식욕, 수면욕, 성욕.”

 

 “그, 그런가요?”

 

 “제가 보기엔 형은 셋 다 부족해 보이거든요. 특히 성욕!”

 

 “네?”

 

 하린은 오늘따라 이상한 소리를 하는 승훈을 쳐다보았다가 시선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 피했다. 승훈이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괜히 어젯밤 일만 떠올라 버렸다. 훅하고 올라오는 열기에 하린이 손부채질을 했다.

 

 “아니 뭐, 그렇다고요. 아! 그나저나 형 컨디션 안 좋아서 오늘 촬영은 잘 끝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하린의 이상함은 눈치 채지 못한 승훈이 화제를 돌리자 하린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정작, 조심해야 할 인물은 도현이 아니라 하린일 수도 있었다.

 

 “표지 촬영은 얼마나 찍어요? 연예 프로그램 보면 되게 금방 찍던데.”

 

 “궁금해요? 같이 갈래요?”

 

 표지 촬영에 하린이 관심을 보이자 승훈이 제안했다. 어차피, 계약 이야기가 오가고 있으니 곧 소속사 식구가 될 수도 있었다. 미리 경험해 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네 저요? 같이 가도 돼요?”

 

 “형! 누나 같이 가도 되죠?”

 

 “출발하자!”

 

 승훈이 묻자마자 도현이 일어섰다. 승훈이 차 키를 들고 나가자 도현이 하린을 돌아봤다.

 

 “안 오고 뭐해?”

 

 “잠깐만요! 5분만! 5분만 기다려줘요!”

 

 도현의 자켓 촬영 현장을 볼 수 있게 되다니, 하린은 미소를 감추지 못한 채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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