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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에디온
작가 : 염적
작품등록일 : 2017.11.7

과거 중간계를 휩쓸었던 원인모를 악마들의 습격이 일단락 된지도 어느새 20년, 전쟁을 종식시키는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세 명의 인간영웅 에디온 중 가장 강력한 자인 에르세데스 메데스의 아들인 에르세데스 이안은 평화속에서 평범한 삶을 살며 20살의 성인으로 거듭난다. 처음으로 맞는 방학에 떠난 첫번째 여행. 하지만 여행도중 대륙 곳곳에서 이상현상들이 발견되고, 이안과 일행의 앞에 다시 한 번 악마들의 위협이 모습을 드러낸다.

 
제 2장 : 전조 (11)
작성일 : 17-12-15 19:42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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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북적이는 사람들의 소리. 나는 아직 검은 배경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는 어디지? 바닥을 내려다보니 이건 심연이라고 하기도 그런 것이 그저 칠흑과도 같이 어두운 일차원의 평면 도형을 디딛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앞, 옆, 위, 아래는 구분이 없다. 그저 검다. 아주 검다.

 나는 한 발을 내딛었다. 아니, 내디뎠나? 나는 발을 움직이고 있지만 여전히 제자리다. 움직이고 있지만 제자리걸음이었다. 이곳은 그런 곳이었다. 그렇다면….. 이곳은 어디지?

 나는 자리에 앉았다. 금새 추락할 것만 같은 공허한 바닥이 내 엉덩이를 지탱했다. 추락하는 기분인걸. 그런데 어째 속도감은 없고. 정말 이상한 곳이다.

 “어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소리가 들려온 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마치 뭐랄까, 가장 비슷한 표현을 고르자면 사방에서 메아리가 친다고 해야할까?

 “이봐.”

 또 다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한번더 고개를 돌렸다. 다만 역시 이번에도 소리가 들려온 방향은 알아차릴 수 없다.

 “얼만큼 불러야 대답할거야?”

 나는 입을 벌렸다. 목구멍에서는 소리대신 바람만 연거푸 쏟아졌다. 목이 소리를 내는 법을 까먹어버린 듯 했다.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건가? 뭐지? 왜 목소리가……

 “뭐야, 아직이네. 그럼 나갔다 와.”

 그리고 그 말처럼 나는 순식간에 튕겨지듯이 그 검은 공간으로부터 빠져나왔다.

 시야가 트였다. 고막도 깨어났다. 나는 눈을 떴다. 짙은 갈색의 나무 천장. 들려오는 사람들의 말 소리와 알 수 없는 여러 소음들.

 몸을 일으키려는 동시에 온몸에 전기충격이 가해지는 듯한 느낌이 밀려들어왔다. 나는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채 입을 떠억 벌린 채로 몸부림을 쳤다. 그게 신경이 쓰였는지 옆에 서있던 한 여자가 나에게도 곧바로 달려왔다.

 “괜찮으세요? 깨어나셨군요!”

 깨어났다고? 그럼 내가 며칠동안 누워있었다는 말인가?

 “아, 환자분께서는 지금 3일만에 깨어나셨어요.”

 3일? 이게 무슨 소리야? 잠깐, 3일전에 무슨 일이 있었지? 그래 맞아…… 비행선에 용이 쳐들어왔고, 밀레랑 조나단이 싸우러갔고, 나랑 레이널이랑 에온이 찾으러 간 다음에……

 몸이 굳었다. 그 다음 과정이 머릿속에 어렴풋이 떠올랐다.

 레이널이 죽었다. 산산조각난 채로, 나 때문에. 내 쓸데없는 고집때문에.

 “으아아아아아-!”

 간호사는 갑자기 터져나오는 괴성에 깜짝놀라 뒷걸음질쳤다.

 “왜, 왜 그러세요?”

 나는 간호사의 물음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에온은? 조나단은? 그리고 밀레는?

 “다른 분들은 없나요? 혹시 전부 죽은건……”

 “진정하세요 환자분. 일행분들은 전부 살아계세요. 기사 두 분이랑 사제 한 분 말씀하시는거죠?”

 기사 두 명에 사제 한 명. 밀레와 에온, 그리고 조나단이다. 그래, 역시 레이널은 죽은 것이 틀림없었다. 네 명이 아닌 세 명이었다. 사라진 건 내가 되었어야 했는데. 나는 이렇게 버젓이 살아있었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쑤셔왔다. 마치 바늘에 쿡쿡 찔리는 듯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몸이 어떻게 신음하던 나는 상관하지 않았다. 머리가 울부짖고 있었으니까. 내 뇌는 지금 아무런 고통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나는 몸을 일으킨 채 벽에 등을 기댔다. 일어나 일행들을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내 머리는 지금 두려움에 휩싸여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혹여나 일행들이 심각한 상태에라도 빠져있으면 내가 당장 죽어버릴 것 같으니까.

 그리고 곧이어 떠오르는 한 가지 의문. 용은 어떻게 된 거지?

 “용은 어떻게 되었나요?”

 간호사는 갑작스러운 내 질문에 조금 당황하는 듯 하더니 곧 생각을 정리 한 듯 입을 앙 다물고는 말을 시작했다.

 “아, 다행이 습격도중 함선을 떠난 것 같아요. 아직 일행분들이 일어나시지는 않아서 정확한 상황은 파악이 불가능하지만…… 아 참! 그건 그렇고 용과 싸울 법한 일행이라니. 뭐 하시는 분인지 좀 여쭈어봐도 괜찮을까요?”

 입이 방정이다. 저 여자는. 지금 우리 꼴을 보고도 저런 말이 튀어나올까. 더군다나 레이널이 죽은 것을 안다면. 나는 마음 같아서는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전부 끄집어내서 따발총 마냥 쏘아버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거기에 용이 함선을 도중에 떠나버렸다니? 포식자가 다잡은 먹잇감을 놓고 그냥 떠났다고? 저 여자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쓸데없는 소리만 줄줄 늘어놓는군.

 “죄송하지만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네요.”

 굉장히 예의 바르게 거절했다. 여자는 그제야 말 실수 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사과를 건넸다.

 “아, 죄송합니다.”

 “아니예요.”

 쓸데없이 친절한 말 한 마디 추가. 지금은 좀 쉬고 싶다. 용이고 일행들이고…… 전부 잊고 잠시 쉬고 싶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

 “조금 쉬고 싶네요.”

 나는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녀는 이번에는 다행히도 말을 곧잘 알아 들은 듯 했다.

 “아, 네. 필요한 게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밖으로 나갔다. 방 안에는 나밖에 남지 않았다.

 고요함이 주위를 덮었다. 그런데 머리 안에서 울리는 메아리는 도통 멈출 생각을 않는다. 젠장, 좀 닥쳐. 안 그래도 아픈 머리가 터질 것 같이 웅웅거리잖아.

 “닥치라고!”

 나는 텅빈 방의 허공을 바라보며 고함을 질렀다. 고함이 폭발 하듯이 터져나갔다가 다시 줄어들고, 고요함이 주위를 덮고. 머릿속의 메아리도 조금은 잦아들었다.

 나는 다시 조심스럽게 자리에 몸을 뉘었다. 부서질 것 같은 유리덩어리. 지금 내가 느끼는 내 몸의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머리는 그딴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레이널. 미안해요.

 나는 눈을 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잠에 들었다.

 

 * * *

 

 다시 눈앞에 검은 공간이 나타났다. 눈앞? 아니 나는 분명 눈을 감고 있는데. 닫힌 눈꺼풀이 보여주는 그림자인가? 아니다. 나는 분명 눈을 뜨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나는 분명 눈을 감고 잠에 들었었는데?

 그렇다면 나오는 결론은 한 가지. 이건 꿈이다.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하군. 머릿속이 깨끗하다. 머릿속에 들어와있으니, 머릿속이 어지러울리가 만무한건가. 여하튼 칠흑이라고 하기도 뭐한 극강의 어둠 속에서 느끼는 것 치고는 상당히 안정적인 느낌이다. 잠들기 전보다 훨씬 나은 기분이군.

 “이안.”

 그 텅빈(너무 시커매서 뭐가 있는지조차 확인은 불가능 했지만)공간에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익숙한 목소리인데. 어디서 한 번 들어본 것 같은 목소리다. 이 목소리는……

 “이제야 내 말을 알아듣는구나.”

 처음으로 목소리의 방향성이 잡혀왔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뒤편이었다.

 후방으로 몸을 돌리자 보이는 것은 거울에 비친듯한 내 모습이었다. 그러나 조금은 어두운, 이질적인 나. 나와 정말 똑같이 생겼지만 분명 나와는 다른 한 소년이 내 앞에 나타났다. 목소리도 똑같지만 분명 어딘가 다른, 넌 누구지?

 “반갑다, 이안. 처음 만나는 건가?”

 친근하다는 듯한 인사. 하지만 나는 널 모르는데?

 “당황하지 마. 날 모르는게 당연하지.”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분명 한 마디도 내뱉지 않았는데.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다 알아 듣냐고?”

 나는 뒷걸음질 쳤다.

 도대체 뭐야 넌?

 “나는 너다.”

 응? 이게 무슨 말이람?

 “궁금하겠지. 사실 시간이 많지는 않아. 네가 날 이제 막 인식한 수준이니……”

 “넌 누구야?”

 내가 소리질렀다. 그러나 나는, 아니 그는 전혀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말을 이었다.

 “너라니까? 나도 내가 누군지는 정확히 몰라. 그냥 내가 알고 있는 거라고는 나는 너라는 사실 하나랄까? 뭐 굳이 너네가 말하는 것 중 비슷한 걸 찾자면 이중인격? 그거랑 비슷하려나. 아니, 그거랑은 좀 달라. 여하튼 뭐, 그건 차차 알아가면 될 거고. 이번엔 내가 하나만 질문하자.”

 속사포같은 대답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날 만나게 된 소감 한 마디만 해줘.”

 소감? 소감이라니?

 “당황하지 말고. 뭐, 차차 생각해도 좋아. 나중에 대답해도 좋고. 우선 이건 보류해놓자고. 그럼 이제 너 차례야.”

 “내 차례?”

 “물어볼 거 없어? 너 궁금한 거 한 두개가 아니잖아 지금?”

 나는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용은 어떻게 된거야?”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 튀어나왔다. 이 시점에서 용이라니? 이 녀석이 그걸 알 리가 없잖아?

 “용? 용이 뭐지?”

 되돌아온 물음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용을 모른다고?

 “너 뭐하는 놈이야? 용을 모른다고?”

 “아아, 잠깐만.”

 녀석은 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른 듯한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

 “아아, 방금 전 그 녀석이 ‘용’이라는 녀석들 중 하나구나. 한데 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이미지하고는 많이 다른데?”

 “무슨 말을 하는거야? 계속 이상한 소리만 하고. 내 머릿속이라니, 너 누구야?”

 그 녀석은 이번에도 별다른 표정없이 대답을 이어갔다.

 “아까 말했잖아, 나는 너고…… 그러니까 머릿속을 들여다 보는 거야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지. 뭐 아직까지는 네가 약해 빠져있으니 내 머릿속은 커녕 말도 걸어올 수 없겠다만. 그건 그렇고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아까 그 용은 내가 죽였어.”

 순간 뇌리에 스치는 번개 한 줄기.

 용을 죽였다고? 이 녀석이?

 “무슨 말이야? 네가 용을 죽였다니?”

 “말 그대로지. 처음 나가보는 바깥 산책 치고는 시시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뭐 잠깐은 놀 수 있었……”

 “묻는 말에 똑바로 대답해!”

 나는 고함을 질렀다. 도통 눈앞의 내가, 아니 이 녀석이 하는 말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녀석은 도대체 뭐하는 녀석이기에 용을 죽였다는 거고 처음 나가보는 산책이라니? 무슨 말이야 도대체?

 “이해를 하지 못하는군. 백번 설명을 듣는거 보다는 차라리 한 번 보는게 낫겠지.”

 녀석이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느껴지는 것은 압도적인 공포와 위압감.

 “걱정마, 널 해할 생각은 없어.”

 그는 손을 치켜들었다.

 “가만히 있어.”

 그의 손이 내 이마에 닿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내 이마를 만지던 물질적인 피부의 촉감이 사라져버렸다. 영혼이 몸의 정 중앙으로 파고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몸 전부를 덮었다. 곧이어 털끝이 솟아오르는 소름끼치는 느낌이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시원하게 한 번 훑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어둠이 주위를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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