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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에디온
작가 : 염적
작품등록일 : 2017.11.7

과거 중간계를 휩쓸었던 원인모를 악마들의 습격이 일단락 된지도 어느새 20년, 전쟁을 종식시키는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세 명의 인간영웅 에디온 중 가장 강력한 자인 에르세데스 메데스의 아들인 에르세데스 이안은 평화속에서 평범한 삶을 살며 20살의 성인으로 거듭난다. 처음으로 맞는 방학에 떠난 첫번째 여행. 하지만 여행도중 대륙 곳곳에서 이상현상들이 발견되고, 이안과 일행의 앞에 다시 한 번 악마들의 위협이 모습을 드러낸다.

 
제 2장 : 전조 (10)
작성일 : 17-12-15 19:40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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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나단의 검이 빠르게 밀레의 복부를 관통한 용의 팔목을 가로질렀다. 놀랍게도, 검날은 그녀의 팔목을 베어내는데 거의 성공했다. 용의 움직임이 너무 빨랐기에 아쉽게도 완전히 절단시키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밀레로부터 그녀를 떨어뜨려놓는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용의 팔에서 처음으로 피가 쏟아져 내려왔다. 그녀의 몸은 그 긴 전투속에서도 거의 상처를 입지 않았으니, 그녀에게 있어서 그것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녀가 말했다.

 “네놈은 또 무어냐?”

 그녀는 팔을 부여잡고 있었다. 피는 생각보다 철철 흘러나오고 있었다.

 에온은 쓰러진 밀레의 앞에 서 있었다. 그는 그녀의 물음을 철저히 무시한 채 뒤로 고개를 돌려 크게 한 번 소리쳤다.

 “조나단! 원거리 치료를!”

 “제 팔의 치료까지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조나단의 대답이었다.

 “여유를 부리는 것이냐?”

 용은 으르렁거렸다. 그는 찬찬히 에온을 훑어보더니 놀라운 눈빛으로 말을 꺼냈다.

 “평범한 인간……?”

 “놀랐나?”

 에온이 용의 약을 올렸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용을 상대해 보는 건 처음이지만, 강철보다 훨씬 단단한 피부를 가졌다는 건 아무래도 과장된 소문인 것 같군.”

 “하나같이 건방진 놈들 뿐이로구나.”

 용의 주변 공기가 갑자기 데워졌다. 에온은 다가오는 열기에 놀랐는지 조금 주춤하는 듯했다.

 “팔 한쪽을 슬쩍 베어냈다고 해서 승기라도 잡은 듯 하느냐?”

 “난 승기를 잡았다고 말 한 적은 없는데.”

 에온의 건방진 말투는 용을 달아오르게 하는데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네놈! 전부 불태워주마!”

 용은 그대로 에온을 향해 뛰어들었다. 에온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다. 평범한 인간이. 오직 사제의 강화만을 받은 평범한 기사 한 명이 거대한 용을 상대로 전혀 주눅들지 않고 있었다. 나와는 달랐다. 세계의 구원자라는 거대한 칭호를 지닌 자의 자식으로서, 그 기대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나란 놈은 이렇게 뒤편에서 숨어만 있는데, 에온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평범함이라는 한계를 스스로 극복해냈다. 나와는 달랐다.

 “돌아가자, 이안.”

 레이널의 말이었다. 나는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말에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뭐하니? 어서 돌아가자고!”

 레이널의 말은 앞에서 들려온 거대한 폭음 덕에 내 고막까지 전달되지 못하고 묻혀버렸다. 우리 모두 고개를 돌려 정면의 폭음이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검은 구름이 끓어오르는 불길 사이사이에서 뿜어져나왔다. 그리고 그 사나운 불길 속에서 황금빛의 사나이와 대단한 속도로 움직이는 한 여인은 쉴 새 없는 공방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안! 어서 가자!”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두려움이 내 몸을 잠시 지배했다. 염병할, 여기까지 와 놓고, 그냥 돌아간다고? 이대로? 밀레는 배가 뚫려서 쓰러져 있고, 조나단은 양 팔이 부러져있고 에온은 저 매서운 불길 속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는 마당에 꽁무니를 빼자고? 아니, 그럴 수는 없다. 그건 절대 안 돼!

 나는 레이널의 손을 뿌리쳤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던져진 자신의 손을 응시했다.

 “이안? 뭐하는 거냐? 어서 도망치자니까!”

 “싫어요! 아니, 안 돼요!”

 레이널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 이 마당에 여기에 있자는 말이냐? 밀레랑 조나단이 저 꼴이 된 마당에?”

 나는 정리조차 하지 못한 채로 말을 쏟아냈다.

 “그러니까 안 되는 거예요! 그리고…… 그리고 도망가면 그 다음은요? 이대로면 어차피 배 안 어디에 있던 간에 죽는 꼴이라고요! 그럴 바엔 차라리 여기에서 조금의 도움이라도 주는 게……”

 “정신차려!”

 짝! 후려치는 소리. 새하얗던 뺨이 붉게 달아오른다.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너도 알고 있잖아!”

 이젠 비수라 표현하기에도 모자르다. 마음을 찢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이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매섭게 내 고막을 저린다.

 “돌아가야해! 네 말이 맞아. 그러니까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쪽을 택해야지! 도망가야 해! 어서!”

 그러나 그의 말은 곧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콰쾅! 나무판자들이 산산조각나는 소리. 그리고 그 짙은 먼지구름속에 옅은 황금빛을 띄는 에온이 주저앉아있었다.

 “에온!”

 내 부름은 곧이어 날아오는 거대한 화염구에 가려져버렸다. 열기가 머리칼을 곤두세우고 피부를 찔렀다. 화염구는 나와 에온을 덮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크기였다. 이 거리에서 느껴지는 열기만해도 사람 열댓명은 태워버리기에 충분한 열기. 피할 수 없었다. 에온은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고, 나는 그냥 평범한 인간이니까.

 그리고 터지는 화염구. 사방으로 불길과 용암이 튀겼다. 하지만 내 몸은 멀쩡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에온을 바라보았다. 그건 에온도 마찬가지. 빛나는 황금빛은 여전했다. 그렇다면, 레이널은?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보았다. 나뒹구는 사람의 몸체, 그리고 머리통. 가루가되어버린 무언가. 잘려진 얼굴에 띄워진 표정은 익숙한 얼굴이었다. 방금전까지 내게 도망가자고 하던 남자의 얼굴.

 그 어떤 말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내 감각은 모든 것을 일절 차단해 버렸다. 저기 저 멀리서 점점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도. 나를 뒤흔드는 한 검사의 손길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수호자와 간신히 양팔을 붙이는데 성공한 듯한 모습의 사제. 시각은 그저 보이는 것일 뿐. 느껴지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느껴지는 것은 오직, 그저 이 상황을 부정하는 머릿속의 메아리 뿐.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견고한 자아의 시간은 내 몸을 이끄는 손길에 깨어졌다. 눈앞에서 방금과 같은 불덩어리가 날아들어 그대로 터진 후 엄청난 불길을 일으켰다. 덕분에 방금 전 까지 나와 눈을 마주하고 있던 레이널의 조각들은 완전한 잿더미로 바뀌어버렸다.

 나는 정신을 놔버렸다. 내가 레이널을 죽였다. 내가 그를 죽였다. 그의 말을 들었어야 했어. 나는 평범한 사람조차도 죽음으로 이끌어 버리는 사신이다. 나는 재앙이야.

 “이안, 정신차려라!”

 에온이 내 귀에 대고 크게 소리쳤다. 그러나 별 소용은 없었다.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이안! 힘을 거두어라! 어서!”

 이게 무슨 소리지? 힘이라니? 나는 고개를 내려 내 몸을 바라보았다. 푸른 힘이 온몸을 덮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힘이 튀어나와 버린 모양이었다.

 온몸을 쥐어짜버릴 듯한 살기가 우리 둘을 휩쓸었다. 그리고 그 살기의 주인은 순식간에 우리에게 다가왔다. 나는 여전히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에온의 검이 용과 충돌했다. 나는 뒤편으로 날아갔고 에온은 날아온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뒤로 밀려났다.

 “여기있었구나!”

 소름끼치는 살인자의 목소리. 용의 음성은 나를 그대로 묶어버렸다. 이 와중에 두려움이라니, 한심하기 짝이없네. 나는 죽어도 싸다. 죽여라. 어서 죽여. 더 이상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이안 정신 차……!”

 “빠져라 인간!”

 다시 한 번 눈앞을 뒤덮는 폭격들과 꽉막힌 고막조차 비집고 들어오는 폭발음들. 그리고 이후, 보여오는 인간의 모습. 에온은 맥없이 쓰러져 있었다. 다행이 의식은 있었다. 그래, 에온, 어서 도망쳐요. 당신이라도 살란 말이예요.

 용은 곧바로 내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강철보다 단단한 손으로 내 목을 부여잡았다. 공기가 통하지 않았다. 호흡기관은 전부 무용지물이 되었다. 하지만 내 손은 그에 반항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죽어야 한다. 나는 죽어야 해. 어서 죽여, 어서!

 생각보다 고통스럽다. 시야가 점차 흐려진다. 혼이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군. 그렇게 시야는 점점 까매졌다. 그리고 시야 조차도 잦아든다. 그리고 죽음이 찾아오기까지 단 한 순간 전, 들려오는 목소리.

 ’그럼 이제 내 차례지?’

 이어서 아득히 들려오는 공허함의 울부짖음.

 나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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