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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펑더화이의 6.25
작가 : 주암
작품등록일 : 2017.12.15

펑더화이는 중국인민지원군을 이끌고 압록강을 건너온 총사령관이다. 펑더화이의 입장에서 보는 한국전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중국은 5차전역에 걸쳐 미군과 한국군에게 심대한 타격을 주고 마지막으로 금성전투에서 엄청난 공격을 가하여 정전협정장으로 끌어낸다. 전선은 지루하고 소모적인 마지막 고지쟁탈전이 벌어지는데, 이런 과정에서 벌어진 삼감령전투는 중국군에 있어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 흘러나온 첫 곡이 상감령전투의 주제곡이었다. 중국은 미제와 국경을 접하고 싶니 않아 이북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고, 미국은 중공을 견제하기 위하여 남한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다.

 
압록강을 건너는 펑더화이 2
작성일 : 17-12-15 17:35     조회 : 319     추천 : 0     분량 : 10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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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펑더화이가 덩화와 홍쉐즈로부터 경례를 받고 제40군 병력과 함께 압록강을 건너기 위해 막 차에 오르려는 순간 저쪽 인민지원군 사이에서 약간 소란한 잡음이 들려왔다. 다른 군인들도 일제히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왁자지껄한 지원군을 뚫고 광체가 나듯 밝은 여성 지원군 한 명이 빠른 걸음으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펑더화이는 자기도 모르게 순간 “앗!”하는 탄성을 발하고 말았다.

  “천시우롱(陳秀蓉)!”

  “네, 펑 총(그녀는 주위를 의식하고 오빠라고 부르지 않았다). 천시우롱입니다.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웬일 이예요. 설마….”

  “네, 저도 함께 조선에 갈 것입니다.”

  “시우롱, 조선이 어떤 곳인 줄이나 알아요? 거기는 전쟁터예요. 미제 침략군이 지금 파죽지세로 밀려오고 있어요.”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대공보 특파원입니다. 제가 말했지 않았습니까. 펑 총이 가는 곳에 저는 어디고 따라가겠다고요. 조국이 이렇게 위대한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데 제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요.”

  “그렇지만 이번만은 다시 한 번 고려하세요. 우리의 항일전쟁이나 국공전쟁보다 훨씬 위험한 곳이에요. 상대는 미국이에요.”

  “네, 그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 의견은 조금 다릅니다. 항일전쟁이나 국공전쟁도 이겨냈는데 그까짓 미국쯤이 두렵겠습니까?”

  “정 그렇다면 좋소, 갑시다. 나는 지금까지 자랑스러운 우리 해방군 전사들을 많이 경험해 보았지만 시우롱 만큼 소명의식이 뚜렷한 여성은 만나본 적이 없소. 환영하오.”

  옆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북한에서 온 내무상 박일우(朴一禹)는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됐습니다. 됐습니다. 우리가 지금 출병하지 않으면 엄중한 일이 벌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부터 길안내는 제가 맡겠습니다.”

  펑더화이를 수행할 인원은 원래 군사위원회에서 데려온 통신처장 추이룬(崔倫), 비서 양펑안(楊鳳安)과 경호원 4명이었다. 펑더회이의 지프차에 천시우롱, 비서, 경호원 한 명만 승차한 뒤에 박일우가 맨 바깥에 앉았다. 추이룬과 나머지는 트럭을 타고 펑더회이 차의 뒤를 따르기로 하였다. 추이룬의 트럭에는 무선통신 시설이 장치되어 있었다.

  펑더화이는 배웅하기 위하여 나와 있는 마오안잉의 어깻죽지를 가볍게 두들기고 안개비가 쓸쓸히 내리는 하늘을 보면서 “나의 이 행차가 바로 황혼행(왕창령의 시구)일세.” 하며 즐겁게 웃었다. 마오안잉도 친형을 대하듯이 펑더화이에게 말했다.

  “저도 같이 가야하는 거 아니에요?”

  “왜 그러지?”

  “저는 사령관님의 영어 로어 통역관이잖아요?”

  “오늘은 미국인도 러시아인도 만날 일이 없을 것이니 왕자님께서는 덩화와 같이 뒤에 오세요. 조선어 통역을 한다면 모르지만….”

  “그까짓 조선어는 해서 뭘 해요. 조선은 중국어를 쓰는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조선 토착어가 따로 있어요.”

  “그래요? 전에 조선은 중국이었잖아요?”

  “지금은 어엿한 다른 나라예요.”

  “그래요?”

  펑더화이는 배웅객들을 뒤로하고 차에 올랐다. 펑더화이는 차문을 열고 운전수 리우샹(劉祥)과 같이 앞좌석에 앉아서 손으로 바람막이 유리를 닦으며 말했다.

  “이번 전쟁은 국내전쟁과는 달라. 모두 명심해요. 이제부터 국경을 벗어나면 중국의 존엄과 체면을 위해서 아주 당당해야 해요.”

  이 대군의 통솔자는 장제스 국민당 군과 22년간이나 전쟁을 치르고도 모자라 다시 갑옷을 입고 전쟁터로 출진하기 위하여 한 대의 자동차에 몸을 싣고 국외전쟁터로 달려가고 있었다. 세계 어느 나라의 군사 최고 지도자가 대적 앞에 졸병들보다 먼저 전선에 깊숙이 뛰어든 자가 있었던가. 상대방의 군사지도자 맥아더는 천리 밖의 호화 숙소에서 그 나라가 제공하는 모든 사치를 마음껏 향유하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하여 제40군은 안둥과 창뎬 하구에서 도강하여 구장, 덕천, 영변일대로 전진하고, 39군 역시 안둥과 창뎬 하구에서 도강하여 일부는 비현, 남시동 일대에 진지를 구축하고, 주력부대는 구성, 태천 일대로 전진하기로 하였다. 42군은 지안에서 도강하여 두창리, 오로리 일대로 전진하고, 38군은 42군의 뒤를 이어 도강하여 강계방면으로 전진하기로 하였다. 이 때 벌써 북한은 평양이 함락될 것을 미리 짐작하고 임시수도를 강계로 옮겨 놓았다.

  펑더화이를 실은 차량 두 대는 압록강 철교를 건너는 제40군 인민지원군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그들은 그 차에 누가 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자연스럽게 길을 비켜주고 있었다. 이미 어둠이 깔리는데 자동차의 전조등을 끄고 클랙슨도 누르지 않았는데도 가벼운 자동차의 진동소리만으로 양옆으로 갈라서는 부대를 보면서 펑더화이는 만감이 교차하였다. 지원군들은 아마 어느 선봉장이 지나가나 보다하고 생각은 했지만 그 차 안에 이번 전쟁의 최고 지휘관이 타고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펑더화이 일행이 조선으로 들어가자 밤이 더 깊어지며 보슬비가 그치고 갑자기 구름이 개이며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얼굴을 드러냈다. 온 하늘에 서리가 잔뜩 뿌려지고 조선 가을의 찬 기운이 옷 속 깊숙이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밤인데도 온 산천이 단풍이 들어 붉은 산야를 이루고 있음을 알아볼 수 있었다.

  평안북도 경내로 접어들어 동쪽으로 삭주, 창성, 동창 방면으로 차를 몰았다. 대군이 아직 조선경내를 밟기도 전에 최고 지휘관이 첫 번째 차량으로 도착하여 천리 밖에서 중공 중앙정부의 신경줄을 건드리며, 곧 이어질 피투성이가 될 천군만마의 전투를 선도하고 있었다.

  지원군의 선두부대는 초긴장 상태에서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매 병사의 얼굴은 숙연하고 냉엄하였다. 그들은 다 알고 있었다. 이제 금방 비행기와 탱크와 대포로 무장한 진짜 서양호랑이와 맞닥뜨려 힘을 겨뤄야 한다는 것을. 이번 전쟁은 전에 경험한바 있는 어떤 전쟁보다 더 참혹한 한 판이 될 것이란 것을. 이번 해외 전쟁에서 어떤 새로운 문제에 봉착할지, 어떤 결과가 연출될지 매 병사는 그 장면을 마음속에 그리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때 펑더화이의 마음도 태엽을 한참 감아놓은 시계처럼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바로 그 때 비서 양펑안이 놀라 소리 질렀다.

  “큰 일 났습니다. 우리 통신차량이 따라오지 않습니다.”

  무선 통신기를 탑재한 통신차량이 어느 때 부턴가 북으로 몰려온 조선피난민 사이에 파묻혀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펑더화이는 뒤를 돌아보았으나 과연 통신차량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천시우롱이 마치 자기 친오빠를 보고 걱정하듯이 한 마디 던진다.

  “평 총,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가 병사를 이끌고 전쟁터를 누비기 수십 년이 되었지만 오늘같이 이렇게 적정(敵情)도 모르고 우군(友軍)의 지리도 모른 상태에서 피동적인 국면을 맞이한 것은 처음이요.”

  “펑 총, 용기를 내십시오.”

  “하하하, 뭐 이까짓 것을 가지고 용기까지나. 하여튼 통신차가 도망쳐 버렸으니 부하를 잃은 장수가 된 셈이구려.”

  산 설고 물 설고 말도 통하지 않은 곳에 와서 ‘산이 높던 길이 멀던 구덩이가 깊던(山高路遠坑深)’ 두려움을 모르던 펑더화이마저도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는 돌연 마오쩌둥이 당부하던 말이 생각났다.

  “마오안잉을 데려가세요. 안잉은 영어도 잘 하고 노어도 잘 하니까요. 당신이 조선에 가면 어차피 소련인 미국인과 접촉하게 될 것 아니오. 안잉을 가까이 두고 있으면 여러 면에서 편리할거요.”

  출국하여 전쟁을 수행하는 데는 언어가 확실히 큰 문제였다. 말을 모르면 벙어리 귀머거리가 되어버리지 않은가. 이제 보니 마오안잉은 조선에서 큰 용도로 쓰일 것 같았다.

  미군과 국군에게 쫓겨 북으로 철수하는 조선의 피난민과 조선인민군은 북새통을 이루고 밀려오고 있었다. 길은 좁은데 사람을 가득 실은 우마차가 움직이니 더디기 한량없었다. 펑더화이를 제외한 모두가 조선인민군 복장을 했으니 외국인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양보가 전혀 없었다. 어떤 눈치 빠른 조선인민군 하나가 중국군이란 것을 알아본 듯하였다.

  “혹시 중국해방군 아니세요?”

  “네 맞습니다.”

  “어쩐지 그런 것 같았습니다. 저도 해방군으로 중국에서 복무하다 해방된 영광스러운 조국에 돌아온 사람입니다.”

  “어떻게 우리가 중국군이란 것을 알아 보셨습니까.”

  “한 분은 중국해방군 복장을 했는데 나머지는 조선인민군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그리고 차며 장비들이 모두 미제였으니까요(당시 중국군은 장제스 군에서 빼앗은 미군 무기로 무장함).”

  “지금 어디로 후퇴하고 있습니까?”

  “모두 압록강변이라고만 알고 가고 있습니다.”

  “지금 적이 어디까지 왔습니까?”

  “평양은 벌써 점령당했고 바로 우리 뒤를 바싹 따르고 있는 걸로 압니다. 그런데 중국군은 대포며 전투기가 충분합니까?” “충분하진 못하지요.”

  “적의 화력은 대단합니다. 장제스 군의 화력의 몇 배라니까요.”

  펑더화이는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그들을 뒤로 하고 차를 힘겹게 전진시키고 있었다.

  10월 20일 새벽에야 중국 주조(駐朝) 중국대사관 참사 자오리신(趙立新)이 겨우 펑더화이를 찾아냈다. 그는 김일성에 대한 최근 소식을 가지고 왔다.

  “펑 사령관님, 안녕하십니까. 오신다는 소식을 접하고 사방으로 수소문하여 이제야 찾았습니다.”

  “수고하이. 제일 급한 것은 지금 당장 조선의 김일성 수상을 만나는 것인데 그 분의 거처를 아는가?”

  “네, 저희들도 지금 막 알아냈습니다. 김일성 수상은 지금 북부의 험준한 산에 있는 대유동(大楡洞)이란 곳의 금광 안에 있다고 합니다.”

  “알았네. 내일쯤은 만날 수 있겠지?”

  “네. 가능합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펑더화이는 아쉬운 대로 자오리신에게 목전의 전황을 물은 후에 깨진 기왓장에 물을 받아 얼굴을 씻고 박일우의 알선으로 한 조선 가정에 들러 조선의 쌀밥에 김치로 식사를 하였다.

  10월 21일 여명이 밝아오자 차는 평안북도 동북부인 동창군에 진입하였다. 아침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하나의 산골마을이 홀연히 눈앞에 나타났다. 여기가 바로 대유동 동쪽의 대동촌(大洞村)이었다. 차가 풍격이 다른 어느 초가집 앞에 서자 중국 주조(駐朝) 임시대리 대사 차이쥔우(柴軍武. 후에 차이청원〔柴成文〕으로 개명)가 차문을 열고 부동자세로 경례를 붙인다.

  “사령관님, 수고하십니다. 차이쥔우입니다.”

  “오, 쥔무! 당신 많이 변했군. 우리가 아마 7-8년은 못 봤지?”

  “네, 그렇습니다. 니즈량(倪志亮) 대사께서는 지금 진찰을 받으러 본국에 돌아가 있습니다. 사령관님께서 오늘 도착할 것이라고 해서 쭉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펑더화이는 반갑게 악수하였다.

  “정말 오랜만이군.”

  “네, 항일전쟁 시기에 제가 사령관님을 모시고 3년간 복무했지요. 저의 투지는 그 때 모두 단련된 것입니다.”

  차이쥔우는 허난(河南) 수이핑 현(遂平縣) 사람으로 1936년에 혁명에 투신하여 37년 10월에 팔로군에 합류하였다. 펑더화이가 타이항 산(太行山) 지구 전방 총사령관으로 있을 때 차이쥔우는 그의 휘하에서 정보계장을 맡고 있었다. 이 때 잊을 수 없는 일은 난아이푸(南艾鋪) 반소탕전투(소탕작전에 맞선 전투)에서 차이쥔우는 일개 소대의 경호 병력을 이끌고 펑더화이를 따라서 포위망을 돌파했던 용감한 병사였다. 그런데 그 때 포위망을 뚫고 나오던 주오추안(左權) 장군이 목숨을 잃게 되었다.

  “아마 자네가 진지루위(晉冀魯豫. 산서, 하북, 산동, 하남의 약자) 군구에서 처장을 담당한 후부터 우리가 만나지 못했지? 진보가 아주 빠르군.”

  펑더화이는 한참 추억을 되씹는 듯하더니 다시 쥔우를 향해서 말한다.

  “쥔우! 나는 외국이라고는 이번이 처음이네. 조금 있으면 김일성 수상을 만나야 하는데 얼굴도 좀 씻고 머리도 좀 빗어야겠네.”

  경호원이 세숫대야를 찾았으나 찾을 수 없자 어디서 미제 철모를 하나 가져왔다. 펑더화이는 철모에 찬물을 붓고 시원하게 세수를 하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그런데 서북지구에서부터 입고 온 거친 누런 군복의 소매가 실밥이 풀려 너털거리고 있었다. 이를 천시우롱이 발견하고,

  “펑 총, 옷소매를 좀 손봐야 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하면서 손톱깎이를 꺼내서 자르려 했으나 잘 잘리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경호원이 라이터를 건네주었다. 천시우롱이 라이터를 받아들고 실밥을 태우니 제법 잘 타들어갔다. 팔을 맡기고 지켜보고 있던 펑더화이가 재미있다는 듯이 말하였다.

  “과연 화공이 제일이로군. 그 때 조조의 백만대군이 불바다 속에 다 수장되었지 않은가. 이제부터 우리는 화공으로 미국 강도들을 물리쳐야겠군.”

  그 때 동쪽에서 태양이 유유히 솟아오르며 황금빛 햇살이 온 산천을 물들이자 자욱하던 안개가 옅은 분홍색을 띠었다. 펑더화이와 차이쥔우는 조선의 외무상 박헌영과 박일우와 함께 시골의 친척집과도 같은 농가로 조선의 국가 지도자 김일성을 예방하였다. 21일 오전 9시였다.

  몸에는 인민복을 입고 허리에는 무장혁대를 차고 발에는 검은 가죽구두를 신은 김일성과 무명옷에 솜 모자를 쓰고 방한화를 신은 펑더화이는 굳게 악수하였다. 김일성은 귀공자 타입이었고 전쟁에 몰리고 있는 장수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는 당당한 태도였다. 이들의 악수는 참으로 의미심장한 역사적인 악수였다. 그들은 초면이면서도 마치 오랜 친구가 다시 만난 것처럼 보자마자 죽마고우처럼 되었다.

  “나는 조선의 당과 정부 그리고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인민을 대표해서 열렬하고 진심되게 펑더화이 동지를 환영하고 중국인민지원군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존함은 오래 전부터 많이 들어왔습니다.”

  김일성은 유창한 압록강 북안의 동북억양의 중국어로 말하였다.

  “중국은 공산통일을 완수하였습니다. 조선도 하루 속히 공산혁명이 완수되기를 기원합니다.”

  “하다마다요. 우리는 꼭 혁명을 완수할 것입니다. 우리는 조선을 완전히 통일하고 부산만 남아 있는 상태에서 미제의 침략을 받았습니다.”

  “이제 안심하세요. 중조 양국은 역사이래로 한 나라였습니다. 지금 적의 동향은 어떻습니까?”

  “요 며칠 동안 적은 우리를 북으로 계속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후퇴하고 있는 중이고요. 내가 금방 평안북도에 도착해서 펑 사령관이 도착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너무나 기뻤습니다.”

  “마오쩌둥 주석께서 저더러 수상께 안부 전하라 하셨습니다.”

  펑더화이는 아직 14살이나 아래인 불혹의 나이인 김일성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풍만한 넓은 양미간은 웃음기를 띠고 있었지만 수면부족으로 눈에 핏기가 돌았고 눈매에 약간의 초조감도 읽을 수 있었다.

  “펑 사령관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마오 주석님께 감사드립니다.”

  김일성은 말이 끝나자 차이쥔우와 다른 중국지원군 동지들과 열렬한 악수를 교환하였다. 박일우에게도 여기까지 안내하느라고 수고했다고 위로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주객이 칠이 벗겨진 긴 탁자 앞에 마주보고 앉자 조선인민군 여전사들이 담배와 엽차를 내온다. 천시롱도 언제 친해졌는지 조선 여전사들과 서로 미소를 띠고 일을 거든다. 펑더화이는 김일성에게 마오쩌둥 주석의 친서를 전했다. 김일성은 친서를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들고 말한다.

  “마오쩌둥 주석께 감사합니다. 중국공산당에 감사합니다. 또한 펑 사령관이 때맞추어 우리나라를 지원하러 온데 대하여 감사를 표합니다.”

  이 때 펑더화이가 분위기를 좀 바꾸어보고 싶었는지 천시우롱을 보며 말한다.

  “참, 수상 동지, 소개하겠습니다. 이 사람은 상해 대공보의 특파원 천시우롱입니다.”

  “반갑소. 원 이렇게 미인인 젊은 기자가 전쟁터에 파견되다니 의외이군요. 기사를 잘 쓰셔서 미제국주의자들의 부도덕한 침략행위를 세계만방에 알려주세요.”

  “물론입니다. 펑 사령관이 조선에 있는 한 저도 조선에 있을 것입니다.”

  “아니, 듣자 하니 천시우롱 기자는 조선전쟁 취재가 목적이 아니고 펑 사령관 취재가 목적 이신 것 아닙니까? 은근히 시기심이 나네요. 하하하.”

  “양쪽 다입니다. 저로서는 조선전쟁 취재도 중요하지만 펑 사령관 취재도 거기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펑 사령관 같은 분이 있었기에 전 중국이 통일되었고 이제 조선까지도 원병을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천 기자. 그렇게 나를 너무 치켜세우면 상대방 장군님께 실례예요.”

  “알았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모두가 한 바탕 웃어댔다.

  펑더화이는 허심탄회하게 말하였다.

  “우리 두 나라는 모두 사회주의 진영으로서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형제의 나라입니다. 당신의 전보를 받고 우리 당중앙과 마오 주석은 대단히 노심초사했습니다. 하여튼 저는 위급한 시기에 명을 받들고 창졸간에 출진하였습니다.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수상과 조선동지들의 많은 협조가 필요합니다. 지금부터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워서 미 제국주의 침략군을 몰아내야 합니다.”

  “맥아더는 우리더러 손을 들고 항복하라고 하지만 그런데는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아요.”

  김일성은 약간 장난기가 발동한 듯하더니 말을 계속한다.

  “하지만 적의 병력이 우세하고 화포도 강하고, 비행기도 많아서 우리 부대가 적의 진공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지금 조선인민군 병력은 얼마나 됩니까?”

  “사령관님께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우리 수중에는 3개 사단 정도 밖에 없습니다. 1개 사단은 덕천·영변 이북에 있고, 1개 사단은 숙천에 있고, 1개 탱크 사단이 박천에 있습니다. 그리고 공병연대와 탱크연대 하나씩이 장진 부근에 건재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김일성은 한편으로는 차를 권하면서 계속 말을 하였고, 펑더화이는 이번에는 중국 측에서 설명을 해야 할 차례라는 것을 느끼고 대충 상황을 통보하였다.

  “우리 중국지원군 제1진은 어제 저녁에 도강을 시작하였고, 10일 이내에 4개 군단, 20개 보병사단, 3개 포병사단, 합계 25만 명이 도강 완료할 것입니다. 제2진이 될 24개 사단을 지금 소집 집결시키고 있고, 제3진도 집결을 시작했습니다.”

  펑더화이는 출병상황을 보고한 이후에 이야기를 계속한다.

  “우리의 당중앙과 마오 주석은 참으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중국은 금방 해방되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출병을 결심하게 된 것은 우리의 가장 친한 형제의 나라 조선이기 때문이지요. 조선을 도와 난관을 극복하게 하고 적에게 패배를 안겨주기 위한 것이지요. 미국은 우리가 만약 출병한다면 중국도 조선과 마찬가지로 전쟁상태로 진입할 것이라고 겁박하고 있지만 그런 정도를 두려워할 중국이 아니지요. 그리고 우리가 참전하면 미국은 우리 동북지방의 도시를 폭격하고 우리 연안 지역을 폭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오 주석께서는 미국이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할 것이란 것을 충분히 예측하셨지요. 내가 미군 참모장이 아닌 이상 그들이 어느 정도 광분할지는 모르지만서도요. 하하하하.”

  김일성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경청하다가 감격한 어투로 말하였다.

  “마오쩌둥 동지에게 조선인민의 최고의 경의를 표한다고 전해주세요.”

  펑더화이는 이어서 미군을 분석하고 어떤 전략을 쓸 것인가를 설명하였다. 김일성은 모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펑더화이는 힘주어 말하였다.

  “지금 문제는 거점을 확보할 것인가 못할 것인가 인데 다음의 세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가 거점을 확보하고 적을 섬멸함으로써 평화적으로 조선문제를 해결한다. 둘째는 설사 거점을 확보했다고 해도 쌍방이 대치하여 서로 양보하지 않아 전쟁은 장기화한다. 셋째는 우리가 지탱하지 못하고 전쟁에서 패해서 돌아간다. 이 세 가지 중의 하나입니다. 물론 우리는 전력투구하여 첫 번째 가능성을 쟁취하도록 할 것입니다.”

  “나는 믿습니다. 조중 양국인민의 공동노력 하에 우리는 능히 첫 번째 가능성을 쟁취하여 미제 침략군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고요.”

  김일성의 이 말은 희망을 말함이었고 또 일종의 기구(祈求)가 들어 있었다.

  “지금 우리 중국인민은 모두 조선전쟁에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수천수만의 청년들이 모두 지원군에 자원하여 조선인민을 위하여 침략자를 격퇴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중국 청년을 교육하는 말은 다음의 두 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항미원조(抗美援朝), 보가위국(保家衛國), 미국에 항거하여 조선을 원조하고, 가정과 국가(중국)를 보위한다.’ 이것이야 말로 중조 양국의 우의가 만고에 빛날 상징이 아닐까요.”

  “중국공산당은 청년들에게 참으로 좋은 교육을 시키고 있군요.”

  “자, 이제 구체적인 작전계획을 말해 봅시다. 아무래도 효과적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중조 양국의 합동사령부가 조직되어야 겠지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중국인민지원군의 작전방안에 대해서는 펑 사령관께서 직접 지휘감독 하십시오. 조선이 너무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중조 양국은 각자 작전계획대로 전쟁을 수행하되 긴밀한 협조를 하기로 하지요.”

  “좋습니다.”

  두 지도자는 굳게 손을 잡고 흔들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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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압록강을 건너는 펑더화이 1 2017 / 12 / 15 340 0 9574   
17 6.25 술래잡기 4 2017 / 12 / 15 292 0 6576   
16 6.25 술래잡기 3 2017 / 12 / 15 299 0 7644   
15 6.25 술래잡기 2 2017 / 12 / 15 305 0 6509   
14 6.25 술래잡기 1 2017 / 12 / 15 313 0 9418   
13 몸부림치는 백범 4 2017 / 12 / 15 297 0 10070   
12 몸부림치는 백범 3 2017 / 12 / 15 299 0 7732   
11 몸부림치는 백범 2 2017 / 12 / 15 303 0 11143   
10 몸부림치는 백범 1 2017 / 12 / 15 306 0 10304   
9 조선의용군의 입북 3 2017 / 12 / 15 304 0 8035   
8 조선의용군의 입북 2 2017 / 12 / 15 314 0 9334   
7 조선의용군의 입북 1 2017 / 12 / 15 319 0 11453   
6 절치부심 3 2017 / 12 / 15 307 0 6930   
5 절치부심 2 2017 / 12 / 15 317 0 9057   
4 절치부심 1 2017 / 12 / 15 317 0 6909   
3 이년당 희의 3 2017 / 12 / 15 314 0 10371   
2 이년당 회의 2 2017 / 12 / 15 322 0 4669   
1 이년당 회의 1 2017 / 12 / 15 515 0 9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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