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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장미의 이름
작가 : 홍단
작품등록일 : 2017.12.14

꿈을 꿔.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의 꿈을.

알레테아의 혼잣말에 그가 묻는다.

...돌아가고 싶은 건가요?

대답은 생각보다 빠르고, 분명하게 돌아왔다.

돌아가고 싶다고 한 적은 없어. 기억 속에서 긁어내고 싶을 뿐이야.



알레테아도 한때는, 미치도록 돌아가고 싶었다.
그녀의 부모와, 형제와, 이웃들의 몸을 양분으로 피어난 그 혐오스러운 붉은 꽃들의 꿈을 꾸기 전까지는.

 
9화 - 알레테아(9)
작성일 : 17-12-15 16:27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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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레테아 양, 뭡니까? 누굴 이야기하는 거죠?”

 

  “으아아악!”

 

  대신 전혀 다른 누군가가 곁에서 알레테아의 외침을 그대로 들어 주었다.

 

  물론 들어 주었다고 좋아할 리는 없고, 곁에 서 있던 누군가의 물음에 있는 힘껏 비명을 질렀지만 말이다. 그 소리가 흡사 유리창 깨지는 소리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번 밤에 깨어서 흐느끼고 기도하고 하던 중에 라키샤가 나타났었으니. 누구라도 트라우마에 걸려 비명을 지를 만도 했다. 그것도 심장을 통째로 뽑힐 뻔했는데, 며칠이나 되었다고 다 털어버렸겠는가? 안 그래도 악몽 탓에 잔뜩 심약해져 있던 몸이 경련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덜덜덜 떨렸다.

 

  “귀청 떨어지겠군요. 죄인들이란 다들 이런 천박한 울음소리나 내는 건가.”

 

  다행이라면 다행이게도 알레테아의 곁에 서 있던 자는 라키샤가 아니었다. 똑같이 하얀 옷에 흰 피부이기는 했다만, 키가 작달막한 라키샤와는 다르게 일단 키가 컸다. 거기다 그 저주받을 검은 눈이 아니라 초록색 눈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라키샤 같이 소녀가 아니라 남자였다.

 

  그렇다고 곁에 있어서 편하거나 좋은 사람은 아니었는데, 바로 평화의 대신전 신관장이었기 때문이었다. 굵직하면서도 신관장답지 않게 어딘가 상스러운 낌새가 있는 목소리가 알레테아의 귓전을 잔뜩 때렸다.

 

  아무리 여기가 신전이고, 신관장이라고는 하나 여자 혼자 자고 있는 방에 남자가 들어오다니, 불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것도 기척 하나도 없이 들어오다니! 거슬리니까 괴롭혀 주기라도 하고 싶었나?

 

  거기다 악몽에서 깨서 울부짖는 사람 면전에 대고 한다는 말이 저따위였다. 평화의 신관장인 주제에 정신은 온화하지 못한 건가. 알레테아는 안 그래도 잔뜩 찌푸려진 미간을 한껏 더 찌푸리며, 속으로 무수히 툴툴거려댔다.

 

  뭐, 그렇게 무수히 툴툴거린다 한들 죄인인 알레테아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설사 자신이 자고 있는 사이에 칼로 난도질해 죽여도 살인의 죄목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저 성스러운 신전에 더러운 피가 흐르게 했다는 죄목만이 붙을 뿐이다. 죄인의 가치란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보다도 하찮은 것이니까.

 

  알레테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의 바닥에 닿을 듯 고개를 수그리며, 신관장께 예를 갖추어 물었다.

 

  “신관장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을까요?”

 

  알레테아가 예를 최대한 갖추며 물었으나, 신관장은 미간을 찡그리며 알레테아를 거의 노려보듯 내려다보았다. 그러면서 입술을 계속 질겅질겅 신경질적으로 씹어 댔다.

 

  “무슨 일이십...”

 

  “닥치고 있어. 안 그래도 짜증난다고.”

 

  신관장은 재차 묻는 알레테아의 말을 잘라 먹으며 매우 기분 나쁘다는 말투로 쫑알거렸다.

 

  ‘뭐야, 왜 저가 더 짜증나?’

 

  알레테아는 얼굴이 안 보이니만큼 한껏 짜증난다는 표정을 있는 힘껏 지어 보였다. 어차피 못 보는 것 실컷 지어 보리라.

 

  신관장은 자신이 평화의 신전에 기도드리러 왔을 때, 운이 나쁘면 마주치곤 하던 사람이었다. 어쩌다 먼발치에서 보기라도 하면 항상 어디서 불결한 것이 신전을 더럽히느냐며 신경질적으로 달려들었었다.

 

  라키샤 건이 터지기 며칠 전만 해도 기도를 하던 알레테아의 면전에 대고 평화의 대신관의 증표인 황금 지팡이를 위협적으로 휘둘러 댔던 자이기도 했다.

 

  “어디서 이딴 불결한 게! 저리 꺼지지 못해?”

 

  만약 리이가 재빨리 날개로 자신을 감싸 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지팡이에에 머리를 맞아 큰 상처를 입었을지도 몰랐다. 평화의 신께서 사람을 해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하사했다는, 대를 황금으로 만들고 윗부분을 거대한 진주로 장식한 홀을 올린 지팡이가 사람 해치는 용도로 쓰이다니, 평화의 신께서는 그런 것쯤은 용인하시는 건가 싶었다.

 

  “이게 뭐 하시는 짓입니까?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리이, 난 괜찮아요... 우리 빨리 나가요.”

 

  “빨리 나가지 못해? 끙, 저딴 더러운 것을 아가씨라고...”

 

  “대신전의 신관장이라는 분께서 너무하시는군요. 평화의 대신전에서 그런 상스러운 행동을 하라고 평화의 신께서 가르치셨습니까? 평화의 신이 아니라 폭력의 신께 찾아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만.”

 

  “이게, 말 다 했어?”

 

  “리이, 빨리 가요...”

 

  리이는 신관장의 행동을 잔뜩 냉소적으로 까 내리더니, 그대로 알레테아를 데리고 신전에서 퇴장했었다. 그 일이 불과 며칠 전이었는데, 이렇게 불쾌하게 다시 마주하다니... 잔뜩 허리 구부리며 예를 갖추고는 있다지만 알레테아의 심기가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신관장은 여전히 입술만 잘근거리며, 알아듣지 못할 만치 작은 목소리로 뭐라고 혼자 웅얼대고만 있었다. 마치 무언가 전해야 하는 말이 있는데, 입술에서 차마 떨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아오, 허리 아프게...’

 

  신관장이 그렇게 한참을 혼자 쫑알거린 지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신관장은 허리가 슬슬 아파 올 때쯤에서야 간신히 입을 열고 씹어 뱉듯이 응답했다.

 

  “너 같은 죄인에게 왜 그런 말씀이 내렸는지.”

 

  “네?”

 

  “평화의 신께서 네게 직접 전할 것이 있다 하셨다. 알현하기 전 예복을 입어야 하니, 준비하도록 해.”

 

  “네에에?”

 

  “바보 같긴... 쯧! 뭐 어쨌든 그리 전하라셨다. 죄인과 만나 주신다니 얼마나 자비로운 신이신지. 더러운 몸 씻고 예복으로 갈아입어라. 그리고 신전 제단 앞으로 나와. 신께서 널 기다리고 계실 거다.”

 

  “저기, 저...”

 

  “뭘 또 말하려는 거냐?”

 

  “진짜인가요? 놀리시는 거 아니죠?”

 

  알레테아는 두 귀를 의심했다. 세상에.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방금 전까지 악몽을 꾸면서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깨고 나서 어젯밤처럼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는데... 지금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신께서 나를 만나 주신다!

 

  당연하지만, 평생에 한 번 있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신전에 거주하시는 신께서 일개 인간을 만나 주신다니. 눈물로 호소하며 기도를 올리든, 몇몇 신전의 전통에 따라 자해를 하며 신을 부르짖든, 만신전으로 순례를 떠나든, 대부분의 인간은 신의 코빼기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하물며 죄인인 자신 앞에 신께서 나타나실 리가 만무했다. 죄인이 있다는 것만으로 신관들부터가 불결하게 여기고, 심지어 골통을 박살내려 드는데 하물며 위대한 신께선 어떠하시랴! 신전에 와 있을 수 있다는 상황 자체도, 사실 싸움을 극도로 혐오하시는 평화의 신을 모시는 대신전이니 가능한 일이었다. 아마 폭력의 신 신전이나 만신전에 들어갔다가는 바로 온몸이 박살나 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감히 죄인의 몸으로 신전에 들어오다니 어디서 신성한 신전을 더럽히는 것이냐? 하면서 말이다.

 

  그런 처지 탓에 그동안 기도를 드리며 눈물을 흘리고 신을 부르짖고, 신의 말씀을 달고 다녔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단 한 번도 희망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신께서 자신에게 전하실 말이 있으시다며, 알현을 허가하고 계신 거였다. 말도 안 되는 일이요, 기적 같은 일이었다.

 

  “어디서 신의 이름으로 신전에서 거짓말을 하겠느냐! 죄인들의 사고방식이란... 참으로 기본 뿌리부터가 모독적이군.”

 

  신관장이 알레테아를 폄훼하는 발언을 스스럼없이 해 댔지만, 알레테아에겐 환희와 기쁨뿐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신관장이 하는 짓거리에 치를 떨며 연신 툴툴거렸었는데, 지금은 그딴 마음 따위 저 멀리로 사라져 버린 지 오래였다.

 

  사람 마음이란 건 정말 들불과 같이 쉽게 번져나간다. 평화의 신께서 항상 설파하시는 무한한 자비와 사랑이 가슴 한가운데부터 퍼져나가, 이내 가슴 전체를 활활 불태우고 있었으니. 아아, 신이시여, 제가 지금까지 무슨 못난 마음을 품었단 말입니까? 저 재수없는 신관장도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자비로이 대하여야지요! 하하! 저도 모르게 비식비식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뭐야, 감사 인사는 신께 올려! 여기서 이러지 말고.”

 

  신관장은 진저리가 난다는 듯 잔뜩 눈 사이를 찌푸리며 알레테아의 인사를 뿌리쳤다. 그러나 알레테아의 인사는 멈추지 않았다. 연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만을 외쳐대며, 수도 없이 머리를 조아렸다.

 

  그 모습이 마치 어리석은 닭 한 마리 같았다. 곧 자신이 목이 비틀려 요리가 될 것이라는 것은 꿈에도 모르고, 저 잘난 줄만 알고 울부짖는 어리석은 수탉과 같이 알레테아 또한 찰나의 즐거움에 빠져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동안 고통을 받아 온 것이 커서인지, 평화의 신께서 부르신다는 것이 과연 정말로 좋은 일인지에 대해서는 일말의 의심도 갖지 않은 채로 알레테아는 연신 콧노래를 불러댔다. 분명 좋은 일이 일어나려는 거다, 신을 영접할 수 있다니... 라는 하해와 같은 즐거움에 빠져 도저히 헤어 나올 수가 없게 되어 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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