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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장미의 이름
작가 : 홍단
작품등록일 : 2017.12.14

꿈을 꿔.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의 꿈을.

알레테아의 혼잣말에 그가 묻는다.

...돌아가고 싶은 건가요?

대답은 생각보다 빠르고, 분명하게 돌아왔다.

돌아가고 싶다고 한 적은 없어. 기억 속에서 긁어내고 싶을 뿐이야.



알레테아도 한때는, 미치도록 돌아가고 싶었다.
그녀의 부모와, 형제와, 이웃들의 몸을 양분으로 피어난 그 혐오스러운 붉은 꽃들의 꿈을 꾸기 전까지는.

 
8화 - 알레테아(8)
작성일 : 17-12-15 16:26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5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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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안하게도 얼마 동안 답이 없었다. 그는 알레테아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뭔가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설마 자기 이름을 모르나?’

 

  알레테아는 괜히 무안해져서, 그 녀석의 눈을 잠시 피했다. 뭐야, 결국 나만 더 무안해지는 거야? 하는 생각에 얼굴이 다시금 빨개지려 했다.

 

  알레테아의 반응에 그 녀석은 잠시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그러는지 이해를 못 한 건지, 아니면 미안해서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알레테아의 홍조에 반응을 했다는 것, 그뿐이었다.

 

 그렇게 얼마쯤을 우물쭈물했을까.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기억을 잃었어요. 이름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매우 자신 없는 목소리였다. 우물쭈물했던 것은 자신이 없어서였을까.

 

  “그럼 혹시 아무 것도 없는 백지 상태인 건가요? 기억하는 것은 뭐가 있나요?”

 

  “...아이나르.”

 

  알레테아의 물음에, 그는 ‘아이나르’라는 이름만을 대고 이후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멍하니 저편을 바라보기만 했다. 호박색 눈동자에 니베이아 시의 풍경이 담긴다.

 

  “아이나르, 아이나르, 아이나르... 그래요. 알았어요. 제 이름은...”

 

  아이나르.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기도 하다. 하지만 기시감만 있을 뿐 도통 떠오르는 게 없어 그냥 입술에 자근자근 씹어 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아이나르, 아이나르.

 

  그러나 그렇게 이름을 잘근거리다가 통성명을 하기로 했던 만큼 제 이름을 올리려는 순간이었다. 그의 멍한 눈동자가 눈에 띄었다. 니베이아 시의 전경이 담긴 호박색 눈동자. 눈은 원래 영혼의 창이라던데, 그 안에는 니베이아 시만이 담겼을 뿐, 아이나르라는 존재는 도무지 느껴지지 않는다.

 

  그 눈을 보고 있노라니, 라키샤가 완전히 돌아버리기 전 가끔 보여 주었던 그 멍한 눈이 떠올랐다. 모독자를 잡아 만신전으로 보낸 이후, 모독자가 자신의 손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너무나 초조하다고 중얼거리곤 할 때의 그 눈이. 그 눈에도 니베이아 시의 풍경이 담겨 있던 것을, 라키샤라는 존재는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음을 똑똑히 기억한다. 순간 오싹함을 넘어 공포감마저 느껴져, 이름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우물대고 말았다.

 

  “아, 알레테아, 알레테아에요.”

 

  라키샤 따위와 아이나르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나르에게 정말 미안한 일이었지만, 생각의 회로가 작동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라키샤와 아이나르. 둘은 확실히 다르지만, 뭔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알레테아는 착잡함과 답답함, 그리고 죄책감에 가득 얽매인 심정이 되어 아이나르의 곁을 떠났다.

 

  계속 복잡다단한 일만이 일어나고, 자신의 감은 계속 안 좋은 일이 연이어 일어날 것만을 암시하고 있었다. 알레테아의 주변 모든 것이 괴롭기만 했다. 죽을 위기를 넘기고 나서도 복잡하고 괴로움 일만 연이어 일어나니, 살맛이 도저히 나지 않았다.

 

 ✳

 

  하도 이런 일 저런 일 발생하고, 속 썩고 골머리를 앓느라 알레테아는 중요한 것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는 것을 시간이 꽤 흐르고서야 깨달았다.

 

  신전으로 도망쳐 오고 나서, 영주에게 자신을 도와주었던 여자가 어떻게 되었는가에 대해 물어 보았던 사실 자체를 완전히 잊어 버렸던 것이다.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라지만 이런 것을 잊고 있었다니, 사실 모르는 사이에 머리를 다쳤던 게 아닐까 하고 자책하는 알레테아였다.

 

  알레테아가 자신이 질문했던 사실을 다시 기억해 낸 것은 이번에 온 이상한 신입을 만나고 난 지 시간이 좀 흐른 이후의 일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때까지 영주에게서 그에 관련한 단 한 번의 전언조차 없었다.

 

  ‘아니,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네... 근데 영주는 왜 귀띔조차 안 해 준 거지. 사람 한 명 죽어있었을 지도 모르잖아.’

 

  그러다 - 비록 자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 희망적인 상상이 갑자기 떠올랐는데, 그건 바로 그 여자가 어떻게든 잘 처신해서 다치거나 죽지 않았으리라는 것이었다.

 

  시체가 한 구라도 발견되었으면 연락을 바로 취해서 길드원이냐 물어봤을 확률이 높은데, 그런 일도 없었으니. 어쩌면 잘 숨어 있다가 도망쳐서 그 여자에 대한 흔적 자체가 남지 않아 영주가 딱히 대답을 해 줄 게 없어 대답을 해 주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그 당시 도망치면서 누군가의 비명 소리를 들었던 게 매우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잘못 들었으리라 믿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만약 당했다면 자신에게 벌써 연락이 왔을 터였는데, 그런 연락은 코빼기도 없었으니까.

 

  하도 연이어서 신경 쓰이는 일들만 일어나다 보니 이런 일이라도 좀 잘 풀렸기를 바라게 되었다. 별 일 없이, 무탈하게 잘 도망쳐서 소식이 없는 거라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러나 사실 알레테아의 진정한 고통이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을, 현재의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다 잊어버려.’라고 말했던, 그 여자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말을 따라 잊어버리지 못한 미련한 자가 어떤 꼴이 되고 말 것인지...

 

  당장 죽는 꼬락서니보다도 더 끔찍한 일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알레테아가 알 수 있을 턱이 없었으니까.

 

 ✳

 

  알레테아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신전에서 좀 더 머무르기로 합의를 했다. 라키샤가 언제 다시 나타날지 모르고, 또 다시 자신을 습격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연유에서였다.

 

  다만 자신을 구해 줬던 그 여자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없었고, 라키샤에 대해서조차 영주의 언질이 전무하다는 것은 좀 많이 이상한 일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라키샤의 행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 언제 또 나타나 기부를 받는답시고 난리를 칠 줄 누가 알겠는가? 손가락 다 나았을 때쯤 또 찾아올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영주는 라키샤의 행방을 묻는 알레테아 앞에 이런 말만을 반복했을 뿐이었다.

 

  “일단 그 얘기는 나중으로 미룸세. 일단 자네는 안전하지 않은가.”

 

  그 말이 뭔가 묘하게 피하는 말투라, 알레테아를 미심쩍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미심쩍다고 알레테아 입장에서 뭐 할 수 있는 일이 있나. 그저 길드원들 일 처리하고, 조율하며 길드 상태 파악하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미심쩍은 마음만 품은 상태로 하루가 지나갔다. 길드 건물에서는 업무거리를 가져오는 정도의 시간 동안만 머물렀고, 대부분의 시간은 평화의 신전에서 보내게 되었다.

 

  평화의 신전에서 하루 한 번 기도를 올리기는 했다지만, 여기서 이렇게까지 생활을 하는 건 참으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죄인의 몸으로 이렇게까지 머무를 수 있다니... 영주께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알레테아는 모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신전 안 신관들의 눈초리에 묘하게 살기가 느껴지긴 했으나 그런 건 알 바 아니었다. 신전 내에서 죄인이 잘 수 있다니, 참으로 기쁜 일이고, 뭐가 어찌 되었든 그 기겁할 만한 상황에서 살아남았다.

 

  복잡하고 괴로운 일이 잔뜩 남아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자기 힘으로 풀어 나갈 수 있으리라 여기며 다시금 다짐했다. 신전에서 생활을 하게 된 영향인지, 그래도 보다 희망적인 마음을 품고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오늘은 좋은 꿈을 꿀 것 같아. 아니, 아예 꿈꾸는 것 없이 푹 쉬었으면 좋겠다.’

 

  정말 좋은 꿈을 꿀 것 같았다. 신전의 하얀 침대는 신성함마저 느껴져, 자신을 괴롭히는 악몽 따위는 접근도 못 할 것 같았다. 왠지 죄인인데도 평화의 신의 가호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다 자기최면에 불과한 것이었다만. 하도 복잡하고 괴롭고, 짜증나고 신경 쓸 일이 연속으로 일어나서 그런지 오히려 그렇게 희망마저 품게 되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역시나, 언제나 그랬듯 알레테아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었다.

 

  알레테아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 바로 그 순간, 알레테아는 또 다시 악몽 속으로 빠져 들었기 때문이었다.

 

  희망을 품고 잠들었던 것과 달리, 잠에 빠지자마자 알레테아는 절망의 구렁텅이 속으로 깊이, 더 깊이 빠져들었던 것이었다. 그것도 누구보다도 깊고 끔찍해서 도저히 빠져나갈 길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구렁텅이 속으로... 정말이지 뭐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현실에서도 괴로운데 꿈에서까지 괴로워야 한다.

 

  다만 이번에는 이전까지와는 조금 달랐다. 시체의 꽃밭에 ‘누워’ 있던 붉은 시체들이, 이번 악몽에서는 다들 ‘일어서’ 있었다.

 

  온 몸을 붉게 칠하고, 상처마다 꽃을 피운 그들은 꼿꼿이 선 채 흐릿한 눈으로 한 곳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바로 알레테아의 얼굴만을 말이다.

 

  알레테아는 언제나 꿈속에서 그러하였듯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그러나 이전까지 시체의 밭을 감싸고도는 그 적막함을 지우기 위해 비명을 질러 대던 것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한 구도 빠짐없이, 수만이 넘는 시체들이 알레테아를 응시하며 입을 모아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

 

  “드디어, 만났구나.”

 

  그리고 그 말을 뱉어내자마자 시체들의 입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상적인 크기로 벌어진 게 아니라, 그로테스크할 정도로 크게 벌어졌다. 얼굴의 절반을, 아니 그 이상을 뒤덮는 크기의 입이었다.

 

  거의 찢어지기 직전까지 벌어진 그들의 입에서는 새빨간 꽃잎과, 썩은 핏물이 흘러 나왔다. 개중에는 철퍽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붉은 혀의 덩어리도 있었는데, 알레테아는 그 끔찍한 몰골에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알레테아의 비명 따위 묻어 버리는 강력한 소리가 시체들의 찢어질 정도로 벌어진 입에서 흘러 나왔다. 폐에 썩은 물이 생기고, 가스가 찬 목소리로, 그들은-

 

  웃고 있었다. 입을 찢어져라 벌린 채, 즐겁고, 행복하다는 듯 큰 소리로 웃었다. 비록 정상적인 허파가 아닌 만큼 제대로 발성이 된 웃음소리는 아니었으나, 그들은 웃었다. 입에서 꽃잎을 토하고, 썩은 피를 흘리고, 잘근잘근 씹힌 혀를 뱉어 내면서...

 

 “누굴 만났다는 건가요? 누구냐고요!”

 

  결국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고 말았다. 알레테아의 몸에는 마치 비라도 맞은 양 식은땀이 줄줄 흘렀고, 시트는 잔뜩 젖어 있었다. 눈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모든 것이, 그 끔찍한 일이 있던 밤과 같았다. 신전에서 잠에 들었음에도 악몽을 꾸었다. 신전에 있다고 해서 신께서 지켜주신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죄인인 자신을 신께서 굽어 살피실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자신이 신전에서 거한다는 것만으로도 불결함과 죄악감을 느끼고 있으실 지도 모른다...

 

  그렇게 단정 지으니 마음속에서 꾸역꾸역 원망이 밀려 들어왔다.

 

  자신이 무얼 그리 잘못했다고 이렇게 잠이 들어서까지 고통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모독자를 숨겨준 죄인의 딸이라서 그렇다면, 염치가 있다면 잠 잘 때는 괴롭히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부당함에 몸서리가 절로 쳐졌다. 망령이란 것들이 죽어서까지 자신을 괴롭히고, 못살게 군다.

 

  “내가 누구를 만났다는 거야. 도대체 누구를... 드디어 만났다니!”

 

  알레테아는 끔찍함과 분으로 얼룩진 얼굴을 이불에 파묻으며 외쳤다. 자신의 꿈속에 나타나는 망령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하지만 그 외침을 들어줄 망령은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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