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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Hi?story!
작가 : 슈동
작품등록일 : 2017.12.12

[남장여자/무당/소드마스터/성장형 먼치킨] 신기를 타고난 펜싱 세계랭킹 1위 대한민국 국가대표 고진희! 올림픽 결승의 날, 그녀가 쓴 부적에 의해서 이계로 떠나게 되는데.....집으로 가기위해 소드마스터가 되는 과정까지,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라노벨 풍의 본격 남장여자 이고깽물 시작합니다.

 
47. Tell me
작성일 : 17-12-15 15:54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8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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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00가지 이상의 주기율표 원소들로 구성된 지구와는 달리 아크라네스는 냉온건습(冷溫乾濕) 속성의 4개의 주 원소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태초에 창조신이 차원을 창조한 이래로 무형의 기운으로만 존재하던 4대 원소들은 서서히 사람의 형체로 빚어졌고 인격이 부여되어 최초의 정령이 되었고 훗날 이들은 정령왕이라고 일컬어졌다.

 

 불을 다스리는 이프리트, 물을 다스리는 운디네, 바람을 다스리는 실프, 그리고 대지를 다스리는 노움은 탄생 직후에는 각 고유의 영역에 맞게 모든 대자연의 현상들을 직접 다스렸다.

 

 그러나 일일이 모든 일을 간섭하기에는 주어진 세상이 너무 넓었고 아직 정령왕의 힘이 닿는 범위가 적었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들을 보조해줄 소정령을 만들어 자잘한 일들은 이들에게 위임하고 자신들은 일선 물러났다.

 

 게다가 소정령들 사이에서 돌연변이의 정령들도 태어나게 되고난 뒤의 정령왕들은 예전과는 달리 할 일이 극히 드물게 되었다.

 

 빈둥빈둥 잉여로운 삶을 살던 정령왕들은 이제 직속 수행원들도 있겠다, 본신의 힘이 떨어지는 물질계보다는 영계, 즉 저승과 가까운 세계인 정령계를 만들어 머물기로 했다.

 

 영체에 가까운 정령왕이 물질계에서 사라지자 세상은 더욱 안정화 되었고 자연의 현상도 정령왕이 직접 관장하는 것보다 효율적이게 일어나게 되었다.

 

 아크라네스는 풍요로운 차원이 되었고 나태해진 사람들- 정령왕을 찾는 이는 드물게 되었다.

 

 

 ****

 

 

 "이게 얼마만의 손님이야?"

 

 졸졸 흐르는 시냇물로 이루어진 머리카락과 심해처럼 깊은 눈동자를 가진 미형의 남자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약간 푸른빛이 도는 피부를 가진 그는 아가미 모양의 귀에 턱까지 푸른빛도는 은비늘이 돋아났다.

 

 몇십년간 정령계에만 처박혀있어 심심한 모양이었던 그는 진희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마치 무도회에서 공주에게 춤을 신청하는 왕자님처럼, 운디네는 진희에게 물갈퀴가 돋아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아직도 얼떨떨한 진희는 소심하게 받아들였다.

 

 그의 손바닥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따뜻한 심성의 정령인건 분명했다.

 

 "운디네, 또 여자한테 수직질이야? 얘가 부담스러워 하잖아."

 

 맨 오른쪽의 황금의자에 앉아있던 여인이 가볍게 다그쳤다.

 

 머리에 화관을 쓴 여인은 푸근한 인상의 중년 여성이었다. 구수한 흙내음이 나는 그녀는 곱슬곱슬한 갈색머리를 틀어올렸고 흙빛 눈동자에는 꽃무늬 문양이 육망성처럼 박혀있었다.

 

 노란색의 거칠한 천 드레스를 입어 처진 팔뚝살이 돋보이는 그녀는 정령왕이라기 보다는 옆집 아줌마처럼 친근했다.

 

 "큼."

 

 어디선가 비웃음인지 콧방귀인지 모를 소리에 운디네에게 잡혀있던 진희가 고개를 돌렸다.

 

 머리카락이 불꽃으로 이루어졌고 눈동자가 용암으로 만들어진 붉은 화염 원피스를 입은 시뻘건 여자아이가 무표정하게 황금의자에 다리를 꼬며 눈을 치켜들었다.

 

 진희는 본능적으로 그녀가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라는 것을 눈치챘는데 상상과는 달리 그녀는 냉혈한 같았다.

 

 그녀는 생각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일관된 표정으로 진희를 '관찰'했다.

 

 "이프리트, 또 뭐가 맘에 안들어?"

 

 운디네가 진희의 손을 놓고는 슬쩍 이프리트에게 달라붙었다. 그는 사근사근한 말투로 그녀를 달랬고 꼭 그 모습이 조카를 보듬는 삼촌 같았다.

 

 이프리트는 운디네의 손길을 탁 뿌리치더니 겉모습 나이와는 걸맞지 않은 무뚝뚝한 음성으로 짧게 말했다.

 

 "알 필요 없다."

 

 "....."

 

 이프리트가 불로 된 머리카락으로 화염을 넘실거리며 보내자 운디네가 찌그러졌다.

 

 "인간. 우리가 좀 특이하지? 늘 이게 일상이니까 놀랄 필요 없어."

 

 남자아이 모습에 녹발과 은발 투톤의 머리와 눈동자를 가진 실프가 손을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엘레스의 또래 정도로 보이는 그는 가끔 철없어 보이는 엘레스와는 달리 오랜 세월 쌓아온 연륜이 한눈에 느껴졌다.

 

 운디네는 괜시리 호들갑을 떨면서 실프를 나무랐다.

 

 "인간이라니! 이 어린 레이디도 소중한 생명인만큼 이름이란게 있을거 아냐? 여기까지 올 정도면 존중해줘야지."

 

 '오...'

 

 역시 정령왕은 정령왕 이었다. 진희는 머리가 짧아진 이후로 중성적인 외모 덕에 지나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알아서 남자로 착각해줬는데 정령왕들은 역시 진희의 본질을 진작에 알아차렸다.

 

 진희가 속으로 감탄하던 차에 잠자코 있던 이프리트는 묵직하게 지나가는 투로 한마디 던졌다.

 

 "그런 쓰잘데기 없는 것에 신경쓰기 전에 왕으로서의 위엄을 살리는게 어떻겠나?"

 

 "됐어. 이미 쟤는 포기한거 기억 안나?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노움이 뱃살이 출렁거리게 호호호 간드러지게 웃으며 말했다. 그들은 진희를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앞세워서 무슨 반응을 하던 상관하지 않고 떠들썩하게 담소를 나누었다.

 

 '나 여기 왜 온거니...'

 

 존재의 이유를 새카맣게 잊고 있던 진희는 멍하니 주저앉아 그들이 떠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오랜만에 사람사는 세상처럼 누군가가 정겹게 떠드는 모습이 반가워서도 있고 딱히 말을 할 타이밍을 못 잡아서도 있다.

 

 그러던 도중 실프가 한손을 들면서 고맙게도 '잠깐,'이라고 소리질렀다. 정령왕 모두가 한시에 그를 쳐다보았다.

 

 "오랜만에 손님이 왔는데 너무 우리끼리만 떠들지 않았어?"

 

 "그러고보니 그렇네. 미안하다, 인간."

 

 노움이 실프의 말에 맞장구 치면서 끄덕거렸다. 노움이 살짝 손을 휘젓자 황금의자 앞에 길쭉한 테이블이 생겼다.

 

 테이블 위에는 황금잔이 놓여있었고 그 안에는 보랏빛이 도는 액체가 넘실거렸다.

 

 진희는 갑자기 생겨난 테이블에 휘둥그레 눈을 뜨며 반응했다.

 

 "이런건 어떻게 한거에요?"

 

 노움이 호탕하게 웃으며 별거 아니란 듯이 말했다.

 

 "호호! 여기 정령계에서 만큼은 우리가 신이나 다름없지. 이런거 하나 만드는 것 쯤은 숨쉬기보다도 쉬워."

 

 노움은 황금잔을 진희 쪽으로 밀어넣으며 마트에서 시식을 권하는 아줌마처럼 영업용 미소로 말했다.

 

 "이건 손님접대용 특제 포도주야. 네가 첫손님인만큼 귀한거니까 고맙게 받아들여."

 

 "네. 감사합니다."

 

 진희는 마법같이 생겨난 테이블 의자에 앉아 포도주를 바라보았다.

 

 아직 미성년자라 술을 마셔본 적은 없었지만 포도주는 빛깔좋게 진희의 갈증을 유도했다.

 

 포도주의 유혹에 못 이겨 진희는 한모금 마셨는데, 그동안 마셔본 음료 중에서 가히 일품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목구멍으로 실크처럼 부드럽게 흘러넘어가는 향긋한 포도향의 액체는 돈 주고도 못 마실 맛이었다.

 

 노움은 흐뭇하게 진희가 마실 때까지 기다렸다. 진희가 홀린 듯, 황금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자 노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자, 꼬마 아가씨. 이름이 뭐지?"

 

 "코즈니요."

 

 "오오, 그래. 넌 무슨 일로 여기 왔니?"

 

 운디네가 노움의 질문을 가로챘다.

 

 "무슨 일이긴, 당연히 우리 중 누군가와 계약하러 왔겠지."

 

 운디네의 말에 실프가 의아하게 눈을 부릅떴다. 그는 진희를 위아래로 유심히 스캔하더니 놀랍다는 어조로 나직히 읊조렸다.

 

 "이토록 강한 검기에 우리와 친숙한 기운이라...너 소드마스터구나? 게다가 4대 정령들과 모두 계약했네?"

 

 "뭐? 정말?"

 

 운디네가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섰다. 그는 진희를 유심히 신기하게 바라보더니 흥미롭게 휘파람을 불렀다.

 

 "정말이네. 어쩌면 우리들과 모두 계약할 수 있겠어."

 

 "호호. 첫 계약자가 이런 보석같은 아이라니, 운 좋은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침묵을 깨고 찬물을 들이붓는 이가 있었다.

 

 "음...과연?"

 

 여태껏 가만히 팔짱끼고 있던 이프리트가 무심하게 반문했다. 그녀는 팔짱을 풀고는 진희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그는 마그마처럼 부글거리는 뜨거운 눈동자로 진희의 얼굴을 이리저리 응시했다.

 

 "이 기운...나는 기억난다. 그자와 똑같은 기운이야."

 

 영문 모르게 이프리트와 진희를 번갈아보던 운디네가 처음으로 진지하게 말했다.

 

 "누구? 설마 그..."

 

 "그래. 얼굴도 똑같군. 본인이라고 해도 믿겠어."

 

 "하지만 분위기가 달라! 우리가 아는 그는 융통성도 없고 싸가지 없는..."

 

 "아니다. 뿜어져나오는 기운이 매우 비슷해."

 

 실프가 운디네의 말을 끊고 끄덕였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침묵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코즈니. 내가 보기엔 너는 왕과의 계약보다는 다른 이유로 문을 연 것 같군. 내 말이 틀리나?"

 

 진희는 드디어 알맞는 타이밍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녀는 냉큼 대답했다.

 

 "정확해요."

 

 "이거, 조금 자존심 상하지만 간만의 손님이니....좋아. 무슨 이유로 문을 열었지?"

 

 장령왕 모두들 진희의 입만을 바라보았다.

 

 "혹시 차원의 검을 가지고 계신가요?"

 

 일순, 다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분위기가 싸해졌다. 저들끼리 눈치를 보며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던 정령왕 중에서 운디네가 조심스레 입을 열였다.

 

 "사실..."

 

 "왜? 왕과 계약을 시도하기 위해 차원을 넘은 이는 있어도 그 검을 찾으려고 온 사람은 처음이다. 이유를 말해주겠나?"

 

 실프가 운디네의 말을 끊고 조곤조곤하게 말했다. 그는 팔짱낀 손을 입 주변에 갖다댄채 일이 돌아가는 추이가 재밌다는 표정이었다.

 

 진희는 잠시간 고민하다가 사람이 아닌 정령들에게 털어놓았다. 흡사 자메이카 스타일 랩처럼 고민을 털어넣는 진희의 입은 쉴새없이 나불거렸다.

 

 "실은 제가 아크라네스가 아닌 지구라는 차원에서 왔걸랑요? 근데 갑자기 여기로 오게 되었고 집에 가려면 차원의 검으로 차원을 갈라야 한대요. 그래서 책을 보니까 그 검을 쓰던 사람이 당신들에게 줬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왔죠. 어이없지만 사실이에요."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속 시원한 기분이었다.

 

 누군가에게 '부적 때문에 차원이동 했어요'라고 사정을 말하면 믿을 사람이 몇 있겠는가? 정신병원에 끌려가지만 않으면 다행이리라.

 

 엘레스는 물론 속 깊은 비토르에게도 말해본 적이 없다. 후련해도 이렇게 후련한 기분은 처음이다.

 

 반면 정령왕들은 벙찐 표정이었다.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는 처음이라는 표정이었지만 정령왕 답게 진위를 구분할 안목은 갖추고 있어 진희의 말이 사실이란 것은 알았지만 어이없다는 눈치였다.

 

 침묵 속에서 실프가 '큼큼' 헛기침을 하면서 되물었다.

 

 "그래서 차원의 검을 달라, 이 말이야?"

 

 "맞아요."

 

 실프는 씁쓸한 표정으로 '이런.'하더니 정령왕들끼리 불러모았다. 저들끼리 심각한 회의를 하는 분위기였다.

 

 진희는 정확히 다 듣지는 못했지만 언뜻언뜻 한마디씩은 들렸다.

 

 ".....는 것 같은데?"

 

 "인정하...어도..."

 

 "후우...젠장."

 

 옹기종기 모여 상의를 하던 정령왕들은 굳은 표정에 애써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나...아니, 코즈니? 안 좋은 소식이 있어."

 

 진희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이프리트는 무표정하지만 싸늘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 검은 우리한테 없다."

 

 

 

 ****

 

 

 

 검은 복면을 찬 어쌔신들은 바람을 가르는 속도로 몸을 날렸다.

 

 이들 어쌔신은 대략 서너명으로 이루어졌는데 하나같이 길쭉한 귀가 복면 밖으로 튀어나왔다.

 

 적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려주는 것만큼 미련맞는 짓은 저지르면 안 되지만 적어도 이곳, 엘프의 숲에서 만큼은 일반인이라서 괜찮다.

 

 어쌔신들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도넛모양 연기가 뿜어져나오는 작은 버섯집.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는 등에서 활을 빼어 들고는 장전했다.

 

 집 바로 건너편의 나무에 자리잡은 이들은 매의 눈으로 창문 안을 들여보다가 타겟을 발견한듯 눈을 반짝였다.

 

 "유사시를 대비해 내가 활을 준비하겠다. 너희들은 창문 안으로 들어가 단번에 숨통을 끊어라."

 

 "예."

 

 낮게 대답한 이들은 곧 몸을 날려 다람쥐처럼 창문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해먹 위에서 새근새근 엘레스가 코를 골았다.

 

 제 누나처럼 편히 죽을 운명이 아니란 것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채 엘레스는 평온하게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악몽라도 꾸고 있는 듯, 그는 가벼운 신음소리를 내며 끙끙거렸고 이마에 좁쌀같은 식은땀이 달빛에 반짝였다.

 

 어쌔신들은 엘레스의 신음소리에 멈칫했다가 다시 눈빛으로 신호를 주고받았다.

 

 허리춤에서 단검이 스릉- 금속성의 소리를 냈다.

 

 나머지 한 사내는 천으로 엘레스의 입을 틀어막았고 단검을 든 이는 재빨리 목에 검을 쑤셔박았다.

 

 "....!"

 

 엘레스는 괴로움에 눈을 부릅떴고 단검이 꽂힌 부위에는 피분수가 솟구쳐 나왔다.

 

 엘레스는 부들부들 떨다가 추욱 늘어졌고 어쌔신은 단검을 뽑았다.

 

 이들은 시체를 어딘가에 폐기하려고 엘레스를 들쳐업었다. 금방 숨통이 끊어져서인지 엘레스의 몸은 뜨듯했다.

 

 번쩍!

 

 업혀있어서 갈색 앞머리에 가려진 엘레스의 썸뜩한 보랏빛 눈이 빛났다.

 

 퍽!

 

 "커헉!"

 

 엘레스가 손날로 업혀있는 어쌔신의 옆구리를 치자 그는 엘레스를 내동댕이 치면서 넘어졌다.

 

 나머지 어쌔신은 크게 당황하면서 제 허리춤의 단도를 꺼내들려는데,

 

 "으윽!"

 

 엘레스가 앞발차기로 단도를 저멀리 날려보냈다.

 

 졸지에 무장해제 상태가 된 그 엘프 암살자는 무언가를 발견하고선 눈동자가 흔들렸다.

 

 흉하게 뻥 뚫린 엘레스의 목에서 빛무리가 일더니 상처가 치유된 것이다.

 

 마치 시간을 역으로 되돌린 듯, 엘레스의 상태는 금방 말짱해졌다.

 

 "무슨..."

 

 쌔액!

 

 그 때, 허공을 가로지르는 소리가 나더니 엘레스에게 화살이 날라왔다. 화살 앞머리에 테라가 붙어있는 것을 보면 중량을 가중시킨 위력있는 화살이었다.

 

 하지만 엘레스는 여유롭게 빙긋 웃더니 한손으로 화살을 붙잡아 부러뜨렸다.

 

 와지끈!

 

 그 소리에 같이 방 안에 있던 다른 두 어쌔신들은 얼 빠진 표정으로 두동강 난 화살을 쳐다보았다.

 

 엘레스는 빙긋이 그들을 향해 웃었다. 하지만 그 미소 속에는 잔학함이 들어있었다.

 

 "엘프들이 배타적인건 알겠는데,"

 

 슈슉!

 

 엘레스는 어느새 한 암살자 뒤로 움직였다.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전문 어쌔신 조차 그의 움직임을 간파하지 못 했다.

 

 냉정해야 할 암살자의 눈동자에는 살려달라는 아우성만 가득했다.

 

 콰직!

 

 엘레스는 한 손으로 암살자의 목을 부러뜨렸다. 바닥에 널부러진 어쌔신은 난생 처음으로 눈 앞의 존재에 두려움을 느꼈다.

 

 "손님은 왕이라고 배우지 않았던가? 그리고 치사하게 감히 잘때 공격을 해?"

 

 그 때 또다른 정령화살이 날라왔으나 엘레스는 손으로 바람을 일으켜 역으로 날려버렸다.

 

 엘레스의 손힘에 하반신 마비가 온 어쌔신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을 더듬거렸다.

 

 "다...당신은 도대체..."

 

 "누구냐고?"

 

 엘레스는 뚝 미소를 그쳤다. 찬바람이 폴폴 휘날리는 무표정은 지옥의 마왕보다도 더 섬뜩했다. 어쌔신은 두려움에 질린 표정 그래로 목이 부러져 절명했다.

 

 엘레스는 탁탁 먼지라도 털듯이 손을 털었다.

 

 "알거 없어."

 

 엘레스는 창가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그대로 몸을 날렸다.

 

 후웅!

 

 그대로 그의 등에 검은 깃털 날개가 솟아 올랐다. 나무에서 장전한 채 대기 중이던 마지막 암살자는 그의 모습에 나무에서 떨어질 뻔했다.

 

 엘레스는 나뭇가지 위가 마치 평지인듯, 자연스럽게 검은 날개를 퍼덕이며 그에게 뚜벅뚜벅 걸어갔다.

 

 남은 어쌔신은 본능적으로 그에게 두려움을 느끼고선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이제 나대는 쥐새끼들은 벌을 받아야지?"

 

 엘레스의 몽환적인 눈은 가늘게 휘어졌으며 달빛을 받아 신비롭게 빛났다. 하지만 적어도 그 암살자에게는 그 눈빛이 신비롭기는 커녕 사나운 맹수의 눈빛같이 아찔했다.

 

 먹이피라미드에서 엘레스는 아득한 상위의 존재, 그는 겨우 밑바닥에 불과했다.

 

 마침내 나뭇가지 끝까지 물러나 갈 곳이 없을 때, 엘레스는 무릎을 구부려서 그의 턱을 엄청난 악력으로 거칠게 잡아챘다.

 

 "생각같아선 종이조각처럼 찢어발기고 싶지만..."

 

 모르는 이가 보면 로맨틱한 그림이었으나 대화내용은 잔인하기 그지 없었다. 어쌔신은 이빨을 딱딱 거리며 눈 앞의 무자비한 포식자를 차마 바라보지 못했다.

 

 엘레스는 슬그머니 턱을 내려놓고는 그대로 우악스럽게 어쌔신의 팔을 뽑아버렸다.

 

 "으아아...!"

 

 고통에 몸부림치던 어쌔신은 엘레스가 턱을 은박지처럼 구기자 소리지르지도 못했다.

 

 그의 복면 사이로 핏물이 새어나왔다.

 

 "한번 목숨은 살려주지. 아, 그렇다고 사지가 멀쩡하거란 소리는 아냐."

 

 짓꿎은 장난꾸러기의 말투였지만 엘레스의 손에는 암살자의 뜯긴 팔이 핏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엘레스는 휙 빠진 팔을 멀리 던지고선 그의 귀를 잡아채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널 보낸 이에게 말해. 오늘 일은 함구할테니까 이 몸이 여길 떠날 때까지 털끝 하나 건드리지 말라고."

 

 탁!

 

 엘레스는 그의 귀를 놓아주었다. 암살자는 울먹이는 눈빛으로 바닥과 엘레스를 번갈아보았다.

 

 엘레스는 싱긋 웃었다.

 

 "안 그러면 다같이 종이조각이 될거라고. 자- 그럼 이제 썩 꺼지렴."

 

 엘레스의 말이 떨어지자 암살자는 허겁지겁 감자처럼 으깨어진 턱을 부여잡으며 달아났다.

 

 급하게 달아나느라 그는 자기 활도 미처 챙기지 못했다. 엘레스는 활을 집어들면서 주먹을 꼭 쥐었다.

 

 파스스...

 

 활은 먼지가 되어 형체를 잃은 채 밤공기 사이로 날아갔다.

 

 엘레스는 눈을 지그시 감고선 턱을 올렸다. 그의 등에선 날개가 희미한 빛을 내면서 투명해졌다.

 

 "후우우..."

 

 길게 한숨을 내쉬던 엘레스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지더니 돌연 나무 위에서 꼬꾸라졌다.

 

 쿵!

 

 엘레스의 몸뚱아리는 지축을 흔드는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지진에 도넛연기가 피어오르던 버섯집은 밝아지면서 덜컹 대문이 요란하게 열렸다.

 

 "뭐야!"

 

 촛대를 든 비토르는 잠옷차림에 아직 덜 깬 모습이었다. 그는 곧 반시체가 된 엘레스를 발견하더니 헛숨을 들이삼켰다.

 

 "얘는 왜 여기있어?!?!"

 

 비토르는 촛대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서둘러 몸을 낮춘면서 그의 상태를 살폈다.

 

 코 아래에 손가락을 대어보니 바람은 잘 나왔다. 비토르는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저절로 어처구니 없는 신음소리를 내었다.

 

 "......몽유병?"

 
작가의 말
 

 요즘 목감기가 유행이라네요. 저도 걸렸어요ㅠㅠ여러분들은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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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 승급시험(1) 2017 / 12 / 15 251 0 5817   
35 35.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2017 / 12 / 15 270 0 4581   
34 34. 이러려고 엘프됐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2017 / 12 / 15 262 0 6852   
33 33. 참 쉽죠? 2017 / 12 / 15 271 0 5430   
32 32. 지옥훈련? 2017 / 12 / 15 268 0 4810   
31 31. 지옥훈련(2) 2017 / 12 / 15 245 0 4979   
30 30. 지옥훈련(1) 2017 / 12 / 15 244 0 4535   
29 29. 세상에 바보같은 질문은 없다. 2017 / 12 / 15 245 0 4092   
28 28. 수업은 개나 줘(2) 2017 / 12 / 15 237 0 4680   
27 27. 수업은 개나 줘(1) 2017 / 12 / 15 249 0 5593   
26 26. 스쿨홀릭(3) 2017 / 12 / 15 234 0 5175   
25 25. 스쿨홀릭(2) 2017 / 12 / 12 260 0 6164   
24 24. 스쿨홀릭 (1) 2017 / 12 / 12 256 0 4252   
23 23. 아무도 날 막을순 없어 2017 / 12 / 12 261 0 5879   
22 22. 차원의 검 2017 / 12 / 12 252 0 4979   
21 21. Game Over 2017 / 12 / 12 272 0 6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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