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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Hi?story!
작가 : 슈동
작품등록일 : 2017.12.12

[남장여자/무당/소드마스터/성장형 먼치킨] 신기를 타고난 펜싱 세계랭킹 1위 대한민국 국가대표 고진희! 올림픽 결승의 날, 그녀가 쓴 부적에 의해서 이계로 떠나게 되는데.....집으로 가기위해 소드마스터가 되는 과정까지,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라노벨 풍의 본격 남장여자 이고깽물 시작합니다.

 
43. 걸어서 세계 속으로(2)
작성일 : 17-12-15 15:51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7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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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진희는 잠결에 몬스터를 처치한 이후로 해가 중천에 떠서야 눈이 떠졌다.

 

 안개가 서려서 습기가 차있던 아침공기와는 확연히 다르게 상쾌한 정오 햇살이 수직으로 진희의 눈에 내려 앉았다.

 

 상반신을 일으켜 옆을 돌아보니 새근거리는 엘레스는 어제의 여독을 미처 풀지 못 하느라 여전히 꿈나라였고 비토르는 분주하게 텐트를 거두고 있었다.

 

 "깼어?"

 

 비토르는 방수용 텐트천을 거두다가 몸을 일으키는 진희를 발견했다. 진희는 '응.'이라 짧게 답하고는 늘어져라 하품했다.

 

 천을 거둬낸 비토르는 곱게 방수천을 접으며 배낭 안으로 쑤셔넣었다. 진희는 관절이 따로 노는 몸을 일으켜서 머리를 정리했다.

 

 열심히 노숙장비를 점검하는 비토르를 보며 진희는 뭐 도울 일이 없나 두리번 거리다가 자신이 들고온 가방 안에서 육포를 꺼냈다.

 

 원래는 거대한 지렁이 모양이어야 할 대지의 정령, 테라는 주인의 지시에 맞추어 몸집을 줄인 채 가방 안에 딱 달라 붙었다.

 

 처음엔 벌레인줄 알고 기겁했던 진희는 펄쩍 뒤로 물러 서다가 테라가 토라지자 벌벌 떨리는 손으로 그를 문질러 주었다. 테라는 주인이 살갑게 대하자 몸을 부르르 떨며 기분이 풀려 보였다.

 

 "자. 여기."

 

 진희는 비토르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육포를 건넸다.

 

 "오오! 소드마스터께서 주시는 육포라니."

 

 아까 몬스터를 썰어버리는 장면이 어지간히 인상깊었나 보다. 비토르는 실 없는 농담을 던지면서 진희가 건네는 육포를 고맙게 받아들였다.

 

 비토르는 질겅질겅 육포를 씹다가 아직도 뻗어있는 엘레스를 보고는 진희에게 턱짓으로 가리켰다.

 

 "쟤 좀 깨워."

 

 안 그래도 그를 깨울려고 준비하던 진희는 엘레스를 덮고 있던 모포를 확 거두며 엄마의 마음으로 그를 찰싹찰싹 때렸다.

 

 "엘레스, 일어나!"

 

 "우음...헉!"

 

 엘레스는 진희가 얼마 때리지도 않았는데 군대 기상나팔 들은 이등병처럼 벌떡 일어났다.

 

 다만 온몸에 식은땀이 송골송골하고 고통에 일그러진 모습을 보아하니 영 잠자리가 편치 않아 보였다.

 

 진희는 모포로 그의 이마에서 뚝뚝 떨어지는 땀을 슬슬 닦아주었다.

 

 "안 좋은 꿈이라도 꿨어?"

 

 "....."

 

 원래 같았으면 얼굴이 잔뜩 붉어진 헤벌레한 표정으로 '마스터가 날 깨워주셨어!'하고 손을 모아야 할 엘레스는 여전히 불편한지 입을 조개처럼 꾹 쳐닫고 있었다.

 

 진희는 귀하신 금수저 도련님인 그가 노숙생활을 처음해서 익숙치 않으려니 짚어 넘겼다.

 

 평생 비단 이불에만 폭 파묻혀서 오냐오냐 시종이 수발들어주는 인생을 살았을 테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 따라 사서 고생하겠다는 엘레스가 이해가 되지 않은 진희는 공허하게 초점이 나가있는 그를 일으켜 세웠다.

 

 몇 조각 남은 육포를 건네주고 비토르 쪽으로 등을 떠민 진희는 엘레스의 침낭을 걷으려고 이불 위의 흙먼지와 낙엽을 탁탁 털었다.

 

 작은 먼짓가루는 대지의 소정령과 함께 봄날 황사처럼 뭉게뭉게 춤을 추었다. 먼지를 털다가 매캐한 기운이 목에 걸려 칼칼한 기침을 했다.

 

 콜록거리며 마저 먼지를 털던 진희는 침낭을 접으려고 옆으로 돌렸는데,

 

 '응?'

 

 다소곳이 앉아 잠자리를 정리하던 진희는 바닥에 떨어진 검은색 깃털을 발견했다.

 

 보통 다른 새의 깃털과는 달리 유독 윤기가 매끄러워 옛날 고풍스러운 필기용 깃털펜 같아서 호기심이 생긴 진희는 주저없이 줍고는 앞뒤로 유심하게 보았다.

 

 '주변에 까마귀라도 있나?'

 

 아침이라서 주변에 산새가 지저귀긴 했지만 까마귀가 까악 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진희는 별 대수롭지 않게 으쓱거리고는 깃털을 터프하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아침부터 별 희한한 경험을 했다 싶어 피식거리던 진희는 일어나서 엘레스의 침낭을 이불빨래처럼 탁탁 털었는데,

 

 "....!"

 

 방금 진희가 주웠던 같은 종류의 검은 깃털이 베낭에서 먼지와 함께 우수수수 떨어졌다.

 

 마치 생닭 잡기 전, 요리사가 닭털 뽑듯이 우르르 쏟아진 깃털에 놀란 진희는 급하게 침낭을 벌려서 들여다 보았는데 또 검은 깃털이 침낭 안에 잔뜩 붙어있었다.

 

 '간밤에 새가 들어갔나?'

 

 진희는 갸웃거리며 침낭 안에 손을 넣어 끄트머리로 서있는 깃털을 뽑아서 버렸다.

 

 아까까지 엘레스가 자고 있던 자리라서 그의 체온이 남아 침낭 안은 전기장판처럼 뜨끈했다.

 

 흔치 않은 기현상에 곰곰히 생각하던 진희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

 

 '오리털 파카처럼 침낭이 터진 것이다.'

 

 속까지 뒤집어서 꼼꼼하게 엘레스의 침낭을 정리한 진희는 그것을 돌돌 말아서 엘레스에게 건네 주었다.

 

 비토르가 짐싸는 것을 멍하니 지켜보던 그에게 진희가 침낭으로 툭툭 건들자 그는 '아.' 짧게 한마디 뱉었다.

 

 그는 영혼이 빠져나간 얼굴로 침낭을 받들고는 자신의 배낭에다 꽁꽁 싸맸다.

 

 일어날 때부터 상태가 개떡같은 그의 모습이 낯설은 진희는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다가 비토르가 가자고 외친 소리에 팔을 다시 거두었다.

 

 자꾸 달라붙어서 귀찮기는 했었지만 맹한 매력에 늘 씩씩한 활력소 역할을 하던 엘레스가 넋이 나간 표정이 달갑지 않은 진희였다.

 

 그녀는 이동하는 내내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걷는 엘레스를 걱정스럽게 자주 곁눈질했다.

 

 

 

 

 ****

 

 

 

 하루일과는 언제나 동일했다.

 

 걷고, 막힌 길은 뚫고, 몬스터 나타나면 간단하게 토막 썰고, 밤되면 야영하고.

 

 떠나기 전, 온갖 겁을 주면서 가지 말라고 별의 별 일을 겪어와서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아우스테르는 평온했다.

 

 오히려 인간들이 득시글거리지 않아서 여유로웠고 보는 눈이 없어서 편했다.

 

 흡사 친구들과 정글에 탐험 온 기분이었다.

 

 비토르가 설명하기를 소드마스터와 엘프의 아우라가 몬스터들에게까지 파장이 미쳐 괜히 건들지 않는 거란다.

 

 파티원에서 최약체인 엘레스조차도 렉스에게 인정받은(?) 검사이니 말 다했다.

 

 가끔 겁대가리를 상실하다 못해 뇌가 없는 몬스터들이 튀어나오긴 했지만 딴짓하다 대충 공격해도 픽픽 나가 떨어졌다.

 

 그래도 괜히 인간들이 가지 말라는게 아니었다.

 

 숲을 헤쳐 가면서 부서진 마차와 피가 달라붙어 녹슨 검, 인골을 심심찮게 발견했으니까.

 

 엘레스는 몇 일 내내 텅 빈 표정이었다.

 

 옆에서 말을 걸어도 단답형으로 대답하거나 쉬고 있을 때는 멍 때리고 있어 흔들면 그제서야 움직였다.

 

 비토르도 그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엘레스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진희에게 소곤거렸다.

 

 "쟤 요즘 이상한 것 같아."

 

 "내 말이..."

 

 엘레스는 살아있는 시체나 다름없었다. 좀비처럼, 비토르 뒤만 쫓아가기만 했고 일벌 아무 말도 없었다. 식사시간엔 밥은 커녕 물조차도 스스로 챙겨먹지를 않았다.

 

 처음에는 길가에 널브러진 사람시체들에 충격먹어서 그리 행동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오랜시간 지속이 되니까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직접적으로 '왜 그러냐' 물어도 단답형으로 짧게 대답하는 것에 그치고 딱히 외상을 입은 것도 아니었다.

 

 당최 모르겠다고 일관하던 비토르는 애써 활기차게 입고리를 올렸다. 그는 진희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축 처진 위로했다.

 

 "저러다 낫겠지. 난 차라리 지금 조용해서 좋은데."

 

 "...응."

 

 진희가 시무룩하게 답했다.

 

 여전히 방황하는 엘레스를 가련하게 뒤돌아보면서.

 

 

 

 

 ****

 

 

 

 "이제 거의 다 왔어. 하루정도 꼬박 걸으면 돼."

 

 비토르는 한손으로 귀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아마 엘프의 텔레파시로 엘프의 숲 위치를 추적하는 것이리라.

 

 비토르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 손을 내렸다. 마치 곧 헤어질 사람처럼 그의 얼굴에는 처연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이제 곧 안녕이네."

 

 "그러게."

 

 진희는 그동안 정들었던 비토르인데 이제 오늘이 마지막라니 막상 실감이 나질 않았다.

 

 차원의 검을 찾으면 서로 사는 세계가 달라 못 볼 것이고 못 찾아도 그는 당분간 엘프의 숲에 머무를 것이니 적어도 몇 년 간은 이별이겠지.

 

 비토르는 날이 어둑해지자 익숙한 손놀림으로 손바닥을 뒤집었다.

 

 그의 손짓에 맞추어 바닥에는 덩굴줄기가 솟아올라 촘촘한 벽을 이루어 자라났다.

 

 마치 잭과 콩나물 동화책의 실사판 같았다.

 

 숲을 다스리는 종족의 후계자 답게 비토르는 못 다루는 식물이 없었다.

 

 첫날 몬스터 패거리에 단잠을 깬 이후로 그는 노숙할 때마다 텐트 주위에 벽을 세웠다.

 

 벽까지 만들고 살라만드라를 불러 모닥불을 피우자 수련회 마지막날 캠프파이어 하는 기분이 들었다.

 

 엘레스는 텐트에 놔두고 모닥불에 비토르랑 나란히 음식을 구워먹는 진희는 꼬이는 나방을 내쫒으며 말했다.

 

 "너는 가면 뭐 할거야?"

 

 아무 생각 없이 불에 타죽는 나방을 바라보던 비토르가 답했다.

 

 "뭘하긴. 아직 나도 몰라. 장로할배가 일단 오래."

 

 "으앗!"

 

 꼬치를 너무 깊숙이 찔러넣어 음식에 불이 붙어버렸다. 진희는 황급히 허공에 꼬치를 털어서 불을 껐다.

 

 사방에 타는 냄새로 가득했지만 진희는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숯덩이처럼 그을린 버섯이 식자 꼬치에서 빼내 비토르에게 건넸다.

 

 "자. 먹어."

 

 비토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버섯인지 석탄인지 모를 물체를 받아들였다. 대관절 이 끔찍한 혼종은 무엇이냐는 표정으로.

 

 그는 진희 몰래 버섯을 뒤로 던져버렸다.

 

 다행이 진희는 버섯이 굴러가는 소리를 못 들었다. 음식을 굽는데 열중한 그녀는 비토르의 양심에 쇄기를 박았다.

 

 "먹을만 하지?"

 

 "으응..."

 

 비토르는재빨리 우물거리는 척을 하면서 억지미소를 지었다. 진희가 너무 무섭게 뒤돌아보며 확인사살해서.

 

 비토르는 은근슬쩍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너는 나랑 해어지면 뭐 할거야?"

 

 "나? 음..."

 

 차원의 검을 찾으러 간다고 직접적으로 말할까 고민하던 진희는 문득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뇌리에 무언가 스쳐지나갔다.

 

 '아! 그러고보니 정령계로 가야되지?'

 

 진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 두려운 표정을 짓는 비토르를 쳐다보며 진희는 생각했다.

 

 '얘한테 물어본다 해놓고는.'

 

 진희는 자신의 무지를 통탄하며 반갑게 사정을 설명했다.

 

 "참! 맞아. 너 혹시 정령계로 가는 길 알려줄 수 있어?"

 

 진희는 콧노래를 부르며 룰루랄라 꼬치를 식혔다. 그런데 비토르의 숨 멎는 소리가 들린 이후로 너무나도 조용했다.

 

 위화감에 휙 돌아보니 비토르는 완전 돌덩어리처럼 굳어버렸다.

 

 "너...그거 뻥 아니었냐?"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진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길을 알려달라 물었는데 뜬금없이 논지에 안 맞는 동문서답을 하는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비토르도 자신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덧붙여 말했다.

 

 "진짜로 정령왕이랑 계약하러 갈거야? 그냥 대륙을 건너기 위해 명분을 만든게 아니고?"

 

 '그 명분을 만들어 준게 너잖아요.'

 

 진희는 비토르를 한심하게 흘겨보았다. 그래, 그녀는 그가 놀라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했다. 또 호들갑 떨면서 정령왕과 계약은 불가능하다고 떼쓰겠지.

 

 진희는 모닥불 때문에 뜨겁게 달궈진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정령왕을 만나러 가야 하는건 사실이지. 근데 왜?"

 

 "하아...."

 

 비토르가 한숨을 깊게 쉬는 소리가 들렸다. 한숨을 어찌나 깊게 토해내던지 마치 엄마카드로 몰래 게임머니를 결제한 아이같았다.

 

 그는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더니 고뇌에 찬 얼굴로 뭐라 중얼거렸다.

 

 하지만 진희는 똑똑히 들었다. 그것이 욕설이라는 것을.

 

 비토르는 난색을 표했다.

 

 "정령계는 엘프의 숲 안에 있어."

 

 진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잘 됐네! 뭐가 걱정이야?"

 

 진희는 행선지가 그와 같아지자 기쁨에 겨운 비명을 질렀다. 귀찮게 이리저리 떠돌 필요도 없고 바로 안내를 받을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친구랑 아쉽게 헤어질 필요가 없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비토르는 여전히 망했다는 눈치였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엘프의 숲엔 한번도 인간이 온 적이 없어. 그리고 내 동족들은 인간을 죽일 듯이 싫어하지. "

 

 "그래서?"

 

 "네가 죽을 거라곤 생각 안 하지만...몰라, 꽤 귀찮게 될거야. 아...이제 난 장로 할배한테 뒤졌다..."

 

 '뭐야.'

 

 결국은 비토르 개인적인 문제였다. 정리하자면 만약 진희가 평범한 인간이었으면 숲에 발도 못 들인 채 불귀의 객이 됐을 거란 소리지만 진희는 그 흔치 않다는 소드마스터.

 

 세상 두려울 것이 없기에 엘프들은 그녀에게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다.

 

 엘레스만 옆에서 잘 챙겨주면 정령계에서 계약을 하든말든 검만 무사히 빼오면 되고.

 

 '완벽하잖아?'

 

 진희는 단순하게 여기며 구운 꼬치를 베어물었다. 씹다말고 1초도 안 되어 벹어버렸지만.

 

 진희는 침으로 범벅인 입술을 닦다말고 불현듯 행동을 멈추었다. 비토르의 말에서 모순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무의 전사라는 사람은 정령왕의 계약자랬지?'

 

 생각해보니까 무의 전사는 4대 정령왕과 모조리 계약했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다른 정령들과는 달리 정령왕들과 계약하려면 직접 정령계로 가서 계약해야 한다.

 

 하지만 아까 비토르 말로는 정령계가 위치한 엘프의 숲은 인간이 발을 들인 적이 없단다.

 

 그렇다면 무의 전사는 어떻게 정령왕을 만난 걸까?

 

 '그때는 대륙이 쪼개지기 전이어서 그런가?'

 

 엘프가 아우스테르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무의 전사 이후의 시대일 것이다.

 

 아마 그때는 엘프의 숲과 정령계가 분리 되었을 수도 있으니 굳이 엘프의 숲을 가지 않아도 계약이 가능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건 순전히 이방인인 진희의 추측이다.

 

 '에라, 모르겠다.'

 

 진희는 사납게 뒤통수를 북북 긁었다. 오랜만에 안쓰던 뇌를 쓰다보니 머리가 간지러워 죽을 지경이다.

 

 진희는 남은 꼬치를 불쏘시개로 함께 태우고는 벌떡 일어났다.

 

 "아무튼 목적지가 같아서 다행이다. 오늘이 너랑 마지막은 아니니까 난 이만 자러 갈게."

 

 "...응."

 

 비토르는 울상을 지으며 억지로 답했다. 텐트로 가면서 그가 궁시렁거리는 푸념소리가 들렸지만 진희는 깔끔히 무시했다.

 

 텐트의 방수천을 들어올린 진희는 자신의 침낭을 꺼내 바닥에 눕혔다.

 

 지구의 아웃도어 브랜드만큼 품질이 좋지는 않지만 거의 일주일간 길바딕에서 편하게 잠들 수 있게 해준 요물이기에 진희의 수족 같았다.

 

 '아, 편하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지금 이 순간이라고 주저없이 답할 자신이 있다. .

 

 오늘 처음으로 등을 바닥에 붙인 진희는 어둠에 함께 잠식되어가며 스르르 잠이 들었다.

 

 "진희야."

 

 진희의 본명을 부르는 이 목소리만 아니면 완벽했을텐데.

 

 진희는 눈커풀을 떨다발고 잠에서 깨어났다. 누워서 두리번거리니까 암막 안, 허공에서 보랏빛 눈이 반짝 빛났다.

 

 "엘레스...?"

 

 아직 그가 자지 않은 것에 대해 의외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진희는 불현듯 몸을 그에게 돌렸다.

 

 며칠간 아무 말 없다가 처음으로 들은 그의 목소리였다. 진희는 드디어 그가 괜찮아졌는지 확인하려고 서서히 상체를 일으켰다.

 

 "이제 좀 정신차렸어?"

 

 순간, 진희는 몸을 일으키다말고 다시 주저앉아버렸다.

 

 ".......!"

 

 눈 깜짝할 사이에 엘레스는 몸을 던져 진희가 일어나는 것을 막았고 바닥에 놓인 그녀의 손목을 포박하듯이 꽉 움켜잡았다.

 

 누가 보면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요 며칠새에 엘레스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있는 진희는 생각 외로 화를 내기보다는 걱정스럽게 두 미간 사이를 좁혔다.

 

 "아직 아프구나."

 

 그 뒤로 이어진 대답은 진희도 예상치 못한거였다. 엘레스는 숨이 가쁜 듯 쌕쌕 거친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도 그의 미소를 알아차릴 수 있을만큼 그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내가 지금 아파보여?"

 
작가의 말
 

 으...누가 내 오그라든 손발 펴주실 분 없나요?! 저도 지나가는 과정인건 알지만 스스로도 쓰면서 괴로워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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