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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Hi?story!
작가 : 슈동
작품등록일 : 2017.12.12

[남장여자/무당/소드마스터/성장형 먼치킨] 신기를 타고난 펜싱 세계랭킹 1위 대한민국 국가대표 고진희! 올림픽 결승의 날, 그녀가 쓴 부적에 의해서 이계로 떠나게 되는데.....집으로 가기위해 소드마스터가 되는 과정까지,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라노벨 풍의 본격 남장여자 이고깽물 시작합니다.

 
29. 세상에 바보같은 질문은 없다.
작성일 : 17-12-15 15:39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4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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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순간, 진희의 몸은 동영상 정지버튼을 누른 것처럼 싸늘하게 굳었다.

 

 방 안의 공기는 여기가 남극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서늘하다 못해 냉기가 돌았다.

 

 진희의 얼굴은 어찌나 딱딱하게 굳었는지 누가 보면 석고상처럼 보였다. 살짝 툭 건들면 석고 부스러기가 쏟아져 나올 것만 같이.

 

 "네...?"

 

 1분 1초가 이리 긴 시간인줄 몰랐다. 렉스의 폭탄발언에 맞받아칠 마땅한 말을 떠오르는데 입이 열어지지가 않고 땀만 삐질삐질 나왔다.

 

 퍼렇게 질린 안색은 누가봐도 수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그럴듯한 변명은 커녕 어색함을 더해주었다.

 

 '이틀도 안 되서 들키다니...'

 

 혼자만의 착각이었을까? 진희는 스스로 남장은 들키질 않을 근거없는 자신감에 찌들어있었다.

 

 그 근거로 엘프인 비토르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다른 지나가는 선생들도 진희에게 딱히 눈길을 던지지 않았다.

 

 아까 불려올 때 까지만 해도 일이 이리 될줄은 몰랐다. 그저 적당히 잘했다고 상주고 끝내는 줄 알았지.

 

 그래도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진희는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나 목소리는 비트있게 달달 떨렸다.

 

 "무...무슨 말씀이신..."

 

 "쓸데 없는 변명 말거라. 내 눈은 못 속여."

 

 렉스는 찔끔찔끔 변명하는 진희의 말허리를 단호하게 뚝 잘라먹었다. 진희의 침착하게 유지하던 평정심이 깨지면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꾹 참으며 엄숙하게 말했다.

 

 "누가 그리 남장을 시키더냐? 딱 봐도 비실한 것이 계집인데 내 눈은 속일 수 있을 줄 알았어?"

 

 "아....아니, 그게....."

 

 진희는 쥐구멍만 있다면 기어들어가 숨고싶은 심정이었다. 렉스의 말에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다.

 

 성별은 쉽게 검증이 되니까.

 

 조금만 불편함을 감수해서 아우스테르로 튀려는 그녀의 완벽한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이제 들통이 났으니 후작가로 내쫒기는 일만 남았다. 아니, 후작가에서도 본가의 명예를 깎아내렸다는 이유로 이제 받아줄지 의문이다.

 

 대체 어느 누가 여자는 다른 대륙으로 못 간다는 법을 만들었는가? 진희는 본인의 개고생의 원흉일 그를 저주하고 또 저주했다.

 

 렉스는 진희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어서 말하거라. 굳이 불편하게 사내를 자처한 이유가 무엇이냐?"

 

 진희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며 음오아예만 입에서 맴돌았다. 비록 오늘부터 1일차 제자지만 생판 남인 선생에게 사실대로 털어놓기 힘든 노릇이다.

 

 렉스도 그런 진희의 마음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속에서는 하고 싶은 말이 천마디었지만 먹이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오는 맹수처럼 조금씩 유치한 협박을 시도했다.

 

 "빨리 말하지 않으면 오늘 중으로 총장과 상의해 너를 퇴학처리 하겠다. 아까운 재능이다만 어쩔 수 없지."

 

 협박은 치사하지만 매우 정석적인 심문방법이다. 렉스는 빙글빙글 웃으면서 망설이는 진희를 재촉했다.

 

 그 모습이 햄스터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요리조리 골려먹는 아이같았다.

 

 '에이 썅, 나도 몰라.'

 

 진희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어렵게 평정을 되찾았다. 진희는 우물쭈물하게 대꾸했다.

 

 "기사가 되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여자도 기사가 충분히 될 수 있다."

 

 렉스가 반박했고 진희의 말문이 턱 막혔다. 진희는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며 일말의 뜸을 들이다가 비굴한 목소리로 쪼그라들었다.

 

 "비밀은 지켜주실거...."

 

 "잔말말고 어서."

 

 잠시간의 빈틈도 허용해주지 않는다. 진희는 그를 노려보다가 마음을 단단히 굳히고 당당하게 사실대로 불었다.

 

 "아우스테르 대륙 여행증을 발급받기 위해서요."

 

 예상 외의 답변이었는지 렉스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턱밑에서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그는 진희의 사연에 관심을 보이더니 이내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흐음...돈이 되는 몬스터를 사냥하고 싶었나? 아니면....."

 

 렉스는 잠시간 뜸을 들이다가 넌지시 말했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꿈인가? 내가 보기엔 자네가 무모한 모험을 즐기는 타입이 아닌 것 같은데."

 

 렉스는 마치 답을 알듯이 말듯이 진희의 숨통을 조여왔다. 진희는 그가 들러붙으면서 자세히 캐뭍는 것이 귀찮은지 자신의 처지도 잊고서는 퉁명스레 굴었다.

 

 "제게 이러시는 이유가 뭐죠?"

 

 렉스는 특유의 여유로움으로 넉살좋게 말했다.

 

 "내 제자가 되려면 이정도 대가는 감수해야 하지 않겠나?"

 

 '제기랄!'

 

 진희는 렉스의 같잖은 수작에 백번천번 욕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용암같은 붉은 눈빛을 마주치는 순간 뭔지모를 두려움에 휩싸이며 무력함을 느꼈다.

 

 어차피 어설픈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진희는 맹수 앞의 먹이처럼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차원의 검을 찾으려구요."

 

 렉스는 눈을 동그랗게 치켜들었다. 전혀 가능성에 두지 않았던 답변이었다. 그만큼 무심코 듣고 있다가 뒤로 넘어갈만큼 허를 찌르는 말이었다.

 

 "차원의 검은 왜 구하려고 하는거지?"

 

 '작작 좀 물어봐!!!'

 

 진희는 옥죄던 두려움은 어느새 가시고 짜증만 팍 치솟았다. 그녀는 이 끝없는 스무고개를 끝내고자 매끈한 미간을 와락 구기고는 인상 썼다.

 

 "제가 그것까지 말해야 하나요?"

 

 렉스는 입을 오므리면서 고심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도 잠시, 그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뻗어 진희의 어깨를 툭툭 쳤다.

 

 "아니야. 그것까진 묻지는 않겠다. 꽤나 재미있는 답안이었어."

 

 렉스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진희는 살짝 안심이 되었지만 아직 모른다. 저 인간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릴지는.

 

 다행히 렉스도 그만두는 눈치였다. 그는 의자에서 슬그머니 일어서면서 나긋한 어조로 말했다.

 

 "나에게 잠시나마 흥미를 준 대가로 선물을 주지. 네가 여자라는 것은 일단 함구하도록 하겠다."

 

 그제서야 묵은 때가 씻기듯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진희는 확인사살을 날렸다.

 

 "저...정말요?"

 

 "음. 퇴학처리과정이 복잡하기도 하고 나도 그런건 귀찮아. 어쨌든 네가 재미있는 '놈'이란건 알았으니까,"

 

 렉스는 진희의 어깨에 지긋이 손바닥을 얹었다. 그의 손에서 따끈따끈한 체온이 진희에게 전해지면서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보다 일이 잘풀려서 다행이다.

 

 "이제부터 매일 밤마다 나에게 가르침을 받도록. 알겠나?"

 

 렉스는 개구지게 씨익 웃었다. 입가의 주름이 그의 미소를 더욱 익살스럽게 만들었다.

 

 조금 걱정도 앞서긴 하지만,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다.

 

 

 

 ****

 

 

 

 "무슨 일이 있었어요?"

 

 진희가 숙소로 돌아가자 비토르랑 쎄쎄쎄를 하고 있던 엘레스가 찰싹 들어붙었다. 비토르는 엘레스처럼 들러붙진 않았지만 진희를 궁금스레 쳐다보았다.

 

 하지만 엘레스에게는 안타깝게도 방금 전까지 렉스의 끈덕진 취조를 당한 진희는 그런 엘레스의 행동이 탐탁치 않았다.

 

 진희는 예민하게 엘레스가 붙잡은 손을 가볍게 뿌리쳤다. 그녀는 지금 극도로 피로해서 아무데나 벌렁 눕고싶은 심정이었다.

 

 엘레스는 진희에게 차인 손을 소심하게 매만지면서 물었다.

 

 "혹시...별 말씀 안 하셨어요?"

 

 '별 말씀 하기야 했지....아주 많....'

 

 진희는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필름이 끊기듯 몸에 힘이 탁 풀렸다.

 

 옆에 벽난로로 쓰러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지만 다행이 가까히 있던 엘레스가 재빨리 붙잡아 주었다.

 

 "나이스 캐치!"

 

 비토르가 농담조로 말했다. 엘레스는 그런 비토르를 자중하라는 듯 불똥이 튀기듯 째려보다가 다시 걱정스레 진희의 수척한 안색을 바라보았다.

 

 비토르는 슬쩍 소파에서 일어나고는 본인이 않던 자리를 손으로 팡팡 쳤다.

 

 "이리로 데려와. 좀 피곤한가봐."

 

 "...그래."

 

 비토르는 엘레스를 도와서 진희를 소파에 눕히는 것을 도왔다.

 

 "끄응...생각보다 무겁네."

 

 싸울 때 만큼은 누구보다 날쌘 진희의 몸이지만 평생 스포츠만 해서 대부분이 근육인 진희의 체중은 상당했다.

 

 비토르는 젖먹던 힘까지 끌어내서 간신히 소파에 올리는 것까지 하고는 바닥에 주저 앉았다.

 

 엘레스는 진희를 섬세하게 눕히고는 빤히 쳐다보았다.

 

 렉스랑 무슨 이야기를 하고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진희의 얼굴은 10년은 식은 것 같았다.

 

 떡진 진희의 앞머리가 진희의 눈을 콕콕 찔렀다. 엘레스가 가볍게 앞머리를 옆으로 넘겨주었다.

 

 '마스터.....'

 

 돌이켜보면 극적인 만남이었다. 분노의 칼에 맞아 죽을 뻔한 여자가 나중에 자신의 검술마스터가 될줄 누가 알았을까?

 

 귀족가의 영애들이 들으면 낭만적이라고 몸부림치면서 좋아할 스토리지만 막상 자신이 겪으니까 그런걸 느낄새도 없다.

 

 진희를 향한 엘레스의 애틋한 눈빛을 계속 구석에서 지켜보던 비토르는 가볍게 신음소리를 내면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잠시 갈등하다가 결국 조심스레 물었다.

 

 "너....게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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