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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Sailing
작가 : 세일러
작품등록일 : 2017.12.5

"사람은 항상 보물을 찾으려한다. 그래서 완벽하다는 지도를 그리지만, 이 작은지도에 그리기에는 바다는 너무 넓다."

 
Chapter 03
작성일 : 17-12-15 12:57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5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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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렇게, 그레이스 아주머니의 호의 덕분에 나는 편안히 시장을 둘러볼 수가 있게 되었다. 시장을 둘러보면서 여러 가지 다채로운 것들이 내 시선을 끌었다. 우리 항구의 시장은 예로부터 명물이라고 칭해졌는데, 낮에는 여러 가지 식기와 중고 물품들, 옷이나 신발들을 팔고, 밤에는 불꽃놀이로 여러 귀속품이나 장신구 등을 팔아서 시장이 열리는 날에는 항구의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도 많이 왔었다. 특히나 중고 물품을 팔 때는 자신이 필요한 물건들을 빠르고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다들 좋아하는 시간 중에 하나이다.

 

  한 해에 한 번만 열려서 그런지 다들 준비를 많이 해왔다.

 

 

 

 

  어느 골목에 들어가니 여러 음식들도 팔고 있었다. 산해진미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 다양한 음식들이 각각의 향기를 풍기며 식욕을 더욱 돋았다. 다른 사람들도 내 마음을 아는지 다들 골목을 돌아다니며 여러 음식을 먹고 있었다. 역시 사람들은 무언가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이런 곳을 단번에 알아채다니, 나도 가끔은 지나가면서 음식을 얻어먹기도 하였다. 지나가다 보니 외국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고 심지어는 직접 물건을 파는 경우도 있었다. 사람들도 관심을 보이기도 했고 하나씩 사가기도 하였다. 나도 사람들 틈 사이에 들어가 물건들을 봐보니 여러 가지 모양의 인형들과 그림이 새겨진 도자기 같은 아기자기한 물건이 가득했다. 다른 곳으로 가자 이번에는 항구에서 직접 운영하는 해산물 가게들이 종류별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방금 잡은 듯 한 생기 넘치는 물고기들이 작은 판에 올려져 있었다. 나는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조금 전에 잡은 물고기에요? 아주 신선하네요.”

 

 

 

 

 

 

 “꽤나 잘 알아보는구나, 방금 남편이 잡아온 거지. 이래봬도 다른 도시에 팔 정도란다."

 

 

 

 

 

 

 

 

 

  아주머니가 꽤나 자랑스럽게 대답하였다. 역시 나는 항해사 집안이라 그런 건지는 몰라도 이런 것 하나 보는 눈은 좋은 듯 하다. 우리 워셔 시의 해산물들은 대부분 직접 잡아서 팔기 때문에 다 신선하고 맛도 아주 뛰어나기 때문에 다른 도시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오죽하면 한 번 팔려고 다른 도시에 갔다오면 남겨서 돌아오는 배들이 없어서 ‘그곳 사람들이 다 이사를 갔나’ 라는 농담도 주고받고 한다.

 

  나는 물건들을 구경하면서 물어보기도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바로 그때, 여러 사람들이 갑자기 뛰쳐나왔다.

 

 

 

 

 

 

 

 “불이야! 중고 시장쪽에서 불이 난다고!”

 

 

 

 

 

 

  사람들이 동요하며 같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과연 검은 연기가 시장 한 쪽을 서서히 집어삼키고 있었다. 나는 그레이스 아주머니 생각에 얼른 불이 난 쪽으로 달려가였다.

 

 

 

 

 

 

 “그레이스 아주머니, 어디 계세요?”

 

 

 

 

 

 

 

  크게 소리쳐 봤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는 않았다. 중고 물품들을 팔 던 곳으로 가보니 불은 이미 크게 번져있었고 그레이스 아주머니는 쓰러져 있었다.

 

 

 

 

 

 

 “아주머니, 괜찮으세요?”

 

 

 

 

 

 

  아주머니를 손으로 흔들며 깨우자 그녀가 살짝 눈을 뜨며 내게 말했다.

 

 

 

 

 

 

 “으으.. 노아야,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니?”

 

 

 

 

 

 

 

 “지금 시장 한 곳에 불이 나서 다들 대피하고 있어요. 우리도 어서 가야 해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한 손으로는 머리를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저기 물건들이 있는데..”

 

 

 

 

 

 

 “물건이라고요?”

 

 

 

 

 

 

  나는 뒤늦게 엠마가 준 책이 번뜩 생각나 아주머니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곧장 달려갔다. 그곳으로 도착하자 가져온 물건들은 이미 전부 타 버렸고 그 사이에는 엠마에게 받았던 ‘감정의 소용돌이’ 도 사이에 껴있었다. 그러나 이미 그 책은 불타서 검게 그을려버려서 안에 있던 내용들을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책을 품에 안고 아주머니를 부축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대피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도착할 즈음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물을 부으자 시간이 지나더니 연기가 사라지고 다행히도 불길은 모습을 감추었다. 그레이스 아주머니가 식은 땀을 흘리며 깊은 숨을 내쉬면서 힘겨워하였다. 내가 도움을 요청하자 몇몇의 사람들이 아주머니를 데리고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때 아주머니는 나에게 무언가를 손에 쥐어주었다.

 

 

 

 

 

  나는 불에 타가는 그레이스 아주머니의 장사 언저리와 그 주변 시장들의 광경을 보고 할 말을 잃게 되었다. 그리고 더 커져만 가는 불길. 남자여자 할 것 없이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소방차가 오는 동안에도 불을 끄고 자기 멋대로 혼자 내키는 대로 타오르고 있는 불길 속에 있던 사람들을 구해냈다. 그리고 곧 그레이스 아주머니가 콜록거리며 나오셨고, 한 손에는 다 타들어가 버린 책 한 권을 쥐고 계셨다.

 

 

 

 

 

 

  나는 다급하게 달려가 그레이스 아주머니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주머니는 얼굴과 몸에 열이 오른 채 나를 바라보셨다. 그러고는 사람들에게 이끌려 치료소에 가시면서 손에 계속 들고 계셨던 무언가를 나에게 건네주고는 희미하게 웃으셨다. 난 괜찮다고 말하던 엄마의 모습처럼. 충격에 휩싸여 손에 힘에 풀리자, 무언가가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다. 엠마가 준 책이였다. 책표지만 간신히 모습을 내고 있었다. 하아, 엠마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걱정이 되어가고 타버린 책처럼 내 마음도 애를 태우고 있었다.

 

 

 

 

 

 

  “아..”

 

 

 

 

 

 

  그레이스 아주머니가 내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신 후에야 나는 간신히 책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일그러진 덩어리와 아무렇게나 흩어져버리게 표현된 물감. 엠마가 나에게 준 감정의 소용돌이였다. 감정의 소용돌이, 나를 혼란과 복잡의 감정에 뒤덮이게 만들어주었다. 다 읽고 나서 언젠가는 엠마와 그 책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리라 다짐했었다. 그랬었다. 이젠 그 책을 보지도, 엠마의 얼굴을 보지도 못 할 것 같았다.

 

 

 

 

 

 

 

 

 

 

  때 마침일까, 저 멀리 있던 엠마가 화재소식을 듣고 나서 뛰어오는 게 보였다. 사람들이 많은 시장에서 우표를 나누어주고, 추가로 자신이 제작한 그림까지 팔고 있었던 엠마는 놀랐는지 침착하고 여유가 흘렀던 얼굴에는 더 이상 빛이라곤 찾아볼 수 없게 어두워져 있었다. 엠마는 새카맣게 타 버린 책을 들고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가녀리고 연약한 그녀의 몸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나는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시선이 닿는 타버린 책을 건네주었다.

 

 

 

 

 

 

 

 그녀는 책을 건네받고는 체념한 듯 나에게 물었다.

 

 

 

 

 

 

 

 

 

 

 “괜찮아? 아주머니는?”

 

 

 

 

 

 

 

 “응, 아주머닌 방금 전에 치료소로 가셨어, 그보다 미안해. 네가 선물한 책인데 그렇게 소중히 다루지 못해...”

 

 

 

 

 

 

 

 “괜찮아. 걱정 할 필요 없어, 안 다쳤다니 다행이네. 아주머니가 걱정이지. 사람이 다쳤는데 책은 뭐.”

 

 

 

 

 

 

 

 

 

 

  날 돌봐주시는 그레이스 아주머니가 다치셨다는데, 난 고작 책에게 관심을 몰두했다. 엠마는 그런 나를 보고 조용히 지적했다. 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기 힘들어서 눈을 감고 고개를 아래로 내리깔았다. 엠마는 걱정되는지 그레이스 아주머니를 찾아가야겠다고 말했다. 엠마는 묻어있던 흙을 털더니 일어나서 진료소 쪽으로 걸었다.

 

 

 

 

 

 

 

 

 

 

 “이 책은? 읽어보긴 했어?”

 

 

 

 

 

 

 

 “그럼, 어려워서 그만두기는 했지만.”

 

 

 

 

 

 

 

 

 

 

  솔직한 내 답에 엠마는 웃음을 터뜨렸다. 엠마는 자기도 이해하느라 힘들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나저나 엠마는 이해라도 했다는 것. 나는 그 점에서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고작 13살인 내가 읽기에는 누가 봐도 어려웠는데.

 

 

 

 

 

 

 

 

 

 

 “그레이스 아주머니는 너에게 중요한 사람 인가봐. 넋이 나갔던데.”

 

 

 

 

 

 

 

 “아. 아버지를 대신해서 나를 돌봐주시는..”

 

 

 

 

 

 

 

 “엄마 같은?”

 

 

 

 

 

 

 

 “그래, 엄마 같은 분이시지.”

 

 

 

 

 

 

 

 

 

 

  나를 돌봐주시는, 뒤로 뭐라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망설였는데 엠마는 나를 빤히 응시하며 엄마라는 단어를 내뱉었다. 엄마, 엄마. 불러본지도 들어본지도 오래된 단어였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엄마라는 단어. 나는 괜스레 한쪽 가슴이 아려 와 눈길을 피했다.

 

 

 

 

 

 

 

 

 

 

  한참을 걷다보니 어느새 워셔 진료소에 도착해있었다. 화재가 워낙 크게 일어났던 터라 부상자가 많았다. 그중에 나는 그레이스 아주머니를 찾았고, 한쪽 모퉁이를 돌자 바로 아주머니가 보였다. 아주머니는 나를 보시고는 편안하게 웃으셨다. 난 괜찮다는 그 표정.

 

 

 

 

 

 

 

 

 

 

 “아주머니, 괜찮으세요? 몸은요, 좀 나아지셨어요?”

 

 

 

 

 

 

 

 “그럼. 난 괜찮단다. 아, 엠마도 왔구나.”

 

 

 

 

 

 

 

 “안녕하세요. 항상 우표를 잘 받아주셨는데, 이렇게 누워계시는 거 보니까 제가 다 아프네요..”

 

 

 

 

 

 

 

 

 

 

  엠마의 말에 아주머니는 난 괜찮으니까 너희는 어서 나가라며 우리를 재촉하셨다. 뭔가 켕기는 게 있었지만 엠마가 나를 이끄는 바람에 진료소를 나왔다. 막상 나오기는 했지만 갈 데가 없었던 우리는 한참을 방황하다 도서관에 가기로 결정했다.

 

 

 

 

 

 

 

 

 

 

 “도서관이면.. 시온 도서관 말하는 거야?”

 

 

 

 

 

 

 

 “응. 내가 너에게 줬던 책을 처음으로 접했던 곳이기도 하거든. 네가 한 번도 안 가본 것 같아서 데려가 보려고. 내가 사서 선생님과도 친분이 있는 편이어서.”

 

 

 

 

 

 

 

 

 

 

  엠마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을 양지 바른 곳에 지었는지 해가 고개를 저미고 달이 고개를 내밀 때까지 계속 햇빛이 비추었다. 덕분에 주변의 푸르른 바다와 숲은 도서관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조화를 이루어 서로가 반짝거렸다.

 

 

 

 

 

 

 

 

 

 

  딸랑- 하는 경쾌한 방울 소리가 도서관 입구에 머물렀고 엠마는 상냥하게 사서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핀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친구를 데리고 왔어요.”

 

 

 

 

 

 

 

 “안녕하세요. 노아 클라우드예요.”

 

 

 

 

 

 

 

 

 

 

  나 또한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자 인자한 웃음으로 우릴 반기는 핀 이라는 선생님이셨다. 선생님은 우리를 사서실로 데려가시더니 활기찬 저음의 목소리로 입을 여셨다. 인상이 푸근해 보이셔서 좋은 분 같아보였다.

 

 

 “나는 핀 안데 라고 한다. 핀 선생님이라고 부르렴. 시온 도서관의 사서이자 관리자고. 너는 성이 클라우드인 것을 보니 아서 씨의 아들이구나?”

 

 

 

 

 

 

 

 

 

 

 “아버지를 아세요?”

 

 

 

 

 

 

 

 

 

 

 “그럼. 늘 겉은 무뚝뚝하지만 속은 인정 넘치는 양반이었지. 아버지가 보고 싶을 텐데, 씩씩하게 잘 참는구나.”

 

 

 

 

 

 

 

 

 

 

  말을 마치고 핀 선생님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아버지의 속내까지 알고 있는 것을 보니 아버지와 친분이 꽤나 두터웠던 모양이셨다. 엠마는 핀 선생님과 나의 대화를 듣고 싱긋 웃더니 나를 고전 도서실 쪽으로 이끌었다. 그러고는 사다리를 타더니 금세 감정의 소용돌이 책을 두 권을 꺼내었다. 내가 받았던 것 보다는 표지의 색감이 화려했고, 더 새 책처럼 보였다. 다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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