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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홍콩러브트립
작가 : 제이J
작품등록일 : 2017.12.1

은퇴후 낯선 도시를 찾아온 톱스타 이한경
그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가이드 송호연
홍콩에서 시작되었던 그들만의 러브 트립

 
6. 번외 - 클리셰에 대처하는 방법
작성일 : 17-12-15 12:21     조회 : 352     추천 : 0     분량 : 3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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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리셰에 대처하는 방법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호텔 라운지 카페는 평일은 비즈니스 약속장소로 주말은 결혼 적령기 남녀들의 선 자리로 애용되는 곳이었다. 문제의 인물은 창가 쪽 자리에 홀로 앉아 있었다. 상대의 사정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제멋대로 약속장소를 통보한 일방적인 태도보다 찢어진 청바지와 시스루 블라우스를 입은 차림새가 더 거슬렸다. 얇은 블라우스안으로 왼팔에 가득한 타투 문신이 고스란히 보였다. 한밤중의 클럽에 어울릴 복장이었다. 시공간을 건너온 듯 한 여자를 실내의 사람들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유라는 그 쪽을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이게 무슨 짓이야? 너 왜 여기 있어?”

 

 은지가 있어야 할 곳은 서울이 아니라 홍콩이었다. 이 호텔이 아니라 홍콩의 어느 호텔이어야 마땅했다. 은지는 눈을 들어 유라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들고 있던 찻잔에서 은은한 얼그레이 향이 퍼져왔다.

 

 “앉아서 얘기해. 햇볕도 좋은데.”

 

 은지의 턱이 건너편 의자를 가리켰다. 유라는 못마땅한 눈으로 색색의 마카롱과 머핀들이 담긴 3단 트레이를 내려다보았다. 햇볕 좋은 오후의 애프터눈 티라도 즐기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유라는 푹신한 가죽 소파에 등을 세우고 앉았다. 널브러진 듯 기대앉은 은지와는 정반대의 자세였다.

 

 “홍콩으로 가서 한경이 만나라고 했잖아.”

 “난 가겠다고 한 적 없는데.”

 

 은지는 테이블위에 놓아둔 태블릿 PC를 유라 쪽으로 밀었다. 한경의 사진이 거기에 박혀 있었다. 그는 평소 좋아하지 않던 슈트차림으로 고급스러워 보이는 장소에 앉아있었다. 그가 앉아있는 테이블에도 지금 이 곳처럼 디저트와 찻잔들이 놓여있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제 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한경의 옆에 앉아 웃고 있는 여자에게로 유라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 사진 방금 떴어. 이한경 지금 다른 여자랑 같이 있어.”

 “가이드야. 이 여자.”

 “가이드?”

 

 어이없다는 듯 은지가 되물었다.

 

 “세상에 언니 마음대로 안 되는 것도 있네.”

 

 재밌다는 뉘앙스가 역력한 은지의 말이 던져졌다. 유라는 정색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가장 마음대로 안 되는 건 바로 눈 앞에 있었다.

 

 “이 상황 너무 재밌지 않아? 나랑 결혼한다는 남자가 엉뚱한 여자랑 저러고 있는데 왜 난 이렇게 신이 나?”

 

 은지가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곳곳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이쪽을 힐끔거렸다. 사람들의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녀는 한참동안 배를 잡고 웃어댔다.

 

 “이렇게 재밌는 게 많은데 술은 왜 마시고, 마약은 왜 하니?”

 

 미국 마약 수사국에서 대대적인 단속이 들어갈 거라는 정보가 흘러온 건 몇 달 전이었다. 그녀가 자주 어울리는 할리우드 배우들과 국내 재벌 자제들 몇몇이 연루되어 있다고 했다. 은지는 점점 유라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었다. 집안에서는 안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배다른 막내의 존재를 이참에 지워버리고 싶어 했다. 그녀 몫의 지분을 두고 여러 뒷소리들이 오갔다. 금치산자의 주식과 재산 처리문제. 가족 모임에서 그런 대화를 나누는 집안이 또 있을까.

 

 “무서운 게 그보다 많아서.”

 

 웃음기가 가신 얼굴로 은지는 말했다. 어릴 때부터 그녀는 유난히 감상적인 구석이 많았다. 야망이 컸던 생모의 바램처럼 사업가적 기질을 타고나지 못했다. 공부를 잘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다른 재주가 있지도 않았다. 사춘기를 지나며 감정기복은 심해졌고, 생모의 자살이후 우울증과 조울증이 한꺼번에 시작됐다. 하는 것마다, 가는 곳마다 사고였다. 은지는 스타그룹의 유일한 오점이었다. 그녀가 미국으로 보내진 것은 집안의 결정이었다. 유학을 가장한 유배였고, 기회를 준 게 아니라 기회를 박탈한 것이었다.

 

 “무서운 게 많을수록 힘을 키워야 되는 거야. 망가질 게 아니라.”

 

 유라는 단 한 번도 동생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잠시 잠깐의 동정이나 연민 따위는 살아가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다는 걸 그녀는 어릴 때부터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부모도 형제도 오롯이 내 편이 되어줄 수 없다는 게 그들이 사는 세상의 법칙이었다.

 

 “언닌 그렇게 살아서 행복해?”

 “뭐?”

 “힘을 키우고 누군가의 약점을 쥐고, 그걸로 무언가를 계속 덮으면서 사는 거 행복하냐고. 배우들 스캔들은 스캔들로 덮고, 진짜 사랑은 가짜 결혼으로 덮고.”

 

 유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은지는 오렌지 빛 마카롱 하나를 집어 들었다. 무표정한 눈이 유라를 향했다.

 

 “이한경 옆에 있는 여자가 누군지 알면서 황은지라고 언론사에 뿌린 거, 언니지?”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것 뿐이야.”

 “나는 언니가 말하는 그 자리에 놓여 지지 않을 거야. 아마 저 남자도.”

 

 은지의 턱 끝이 사진속의 한경을 가리켰다. 그들은 지금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손을 떠나려 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를 거였다. 이것이 유라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지키는 방식이라는 걸. 자신을 벗어난 그들은 어쩌면 더 큰 풍파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걸. 더 이상은 그들을 지켜줄 수 없을 거라는 걸.

 

 “뉴욕으로 돌아갈 거야. 오빠들은 언니가 막아.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에게도 비슷한 일들이 생길 테니까.”

 

 유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부탁인지 협박인지 그 조차 애매했다. 한 가지는 확실했다. 앞에 앉은 은지는 예전의 은지가 아니라는 것. 한경처럼, 오래전의 진우처럼 그녀도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려 한다는 것.

 

 “누가 그러더라. 음모엔 음모로 맞서라. 그게 진짜 네가 지키고 싶은 걸 지키는 길이다.”

 

 저 아이의 눈이 저렇게 냉정했던가. 은지의 얼굴은 낯설어 보였다. 그들 사이에 인간적인 자매애 따위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라는 그녀에게 동지애 정도는 느끼고 있었다. 험한 세상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길 바랐다. 적이 되는 일만은 없기를 바랐었다. 그 조차도 너무 큰 욕심이었나. 그 정도의 인간적인 마음도 불가능한 관계였나.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재벌가 자제들이 작년에 이 호텔 클럽에서 마약파티를 벌였어. 그 자리에 형부가 있었지. 6개월 전에 큰 오빠는 여배우 하나랑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고. 더 듣고 싶어?”

 

 은지의 표정은 태연했다. 어쩌면 그녀는 스스로를 지킬 무언가를 찾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오래 전의 유라처럼 그것이 모든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줄 거라 믿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아이도 알게 될까. 그것들이 스스로를 해칠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빼앗아 갈수도 있다는 걸. 은지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무심하지만 냉정한 눈이 유라를 내려다보았다.

 

 “뭐 하나만 물어보자.”

 

 무언가가 궁금한 얼굴이 아니었다. 가장 큰 무언가를 숨겨둔 사람의 표정이었다. 너무도 익숙한 그 얼굴을 유라는 올려다보았다.

 

 “한진우는 어떻게 죽었어?”

 “…….”

 “언니가 죽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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