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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검은 칼날의 여기사
작가 : 에스투
작품등록일 : 2016.9.5

강하게 살길 바래 기사가 되가로 결심한 소녀 라이나.
오로지 검만 보며 나아가고 그녀는 검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도달했다.
그러나 영광도 잠시 뿐.
전장에 나타나 괴물에 의해 그녀는 맥없이 무너졌다.
분함과 삶에 대한 미련에 마지막으로 발버둥치던 라이나가 다시 눈을 떴을때. 그녀는 살아남았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라이나의 몸은 어러져 있었다.
어린아이가 된 라이나.
혼란스러워하던 라이나는 자신의 제자인 제실과 재회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다시 목표를 세우는데.
이번에야말로 강한 기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1화
작성일 : 16-09-05 11:26     조회 : 879     추천 : 2     분량 : 6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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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하게 살고 싶었기에 기사가 되길 소망했다.

 

 물러나고 싶지 않았기에 검을 손에 쥐었다.

 

 어릴 적 품었던 맹세에 따라 자신은 그날부터 오로지 기사의 길만을 보며 걸어 나갔다.

 

 

 ***

 

 

 라이나가 처음 기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건 열 살 때의 일이었다.

 

 마물에 의해 마을이 전멸.

 

 그녀의 부모님은 마물로부터 딸을 지키기 위해 감싸고 죽었다.

 

 마물이 겁에 질려있던 라이나에게 이빨을 들이대던 순간.

 

 마물의 몸통이 두 쪽이 났다.

 

 왕국에서 파견된 기사가 검을 휘두르고 난 뒤의 자세로 마물의 죽음을 확인하고는 검을 거두고는 라이나 쪽을 힐끗 보았다.

 

 그녀가 살아있는걸 확인하고는 이윽고 다른 동료들을 부르고는 라이나를 이송했다.

 

 그녀는 멍하니 마물을 죽인 기사를 바라보았다.

 

 부럽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마물을 상대로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힘으로 죽음의 운명을 벗어난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라이나는 한동안이나 그 기사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기사가 되기로.

 

 강해지기로.

 

 그렇게 라이나는 훈련소에 자원하였고. 검을 손에 쥐었다.

 

 여자애라고 무시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만두기를 권유하는 목소리는 거의 일상이다.

 

 그러나 라이나는 그저 자신의 검이 가리키는 방향만을 바라보며 죽어라 매진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난 뒤.

 

 어느 샌가 그녀는 왕국 오대 검이라 불리는 최고위 기사가 되어있었다.

 

 무시하는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많은 이들의 그녀의 힘을 동경했다.

 

 힘을 동경하던 소녀가 어느 샌가 남들이 우러러보는 힘을 가진 여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 사건은 라이나가 소속된 루안 왕국과 적국 데파만 제국과의 전쟁중에 일어났다.

 

 전장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괴물.

 

 그것이 라이나의 운명을 바꾸었다.

 

 

 

 빠강!

 

 적의 공격을 막는 순간 두 자루의 검중 하나가 부러졌다.

 

 “큭?!”

 

 라이나 폴브레트는 자신의 애검 중 부러진 하나를 힐끗 내려다보며 이를 악물었다.

 

 루안 왕국의 최강의 여기사. 휘날리는 황금의 검이라 불리는 그녀는. 자신의 이름값이 우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전하고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갑옷은 이미 여기저기 금이 가거나 깨져버려 더 이상 갑옷의 의미를 다하지 못했다.

 

 갑옷의 안쪽에선 적의 공격을 미처 전부 흘러 넘기지 못해 생긴 크고 작은 상처에서 쉴 새 없이 피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녀의 이명의 유래가 된 찰랑거리는 금발역시 지금은 자신의 피와 먼지로 들러붙어 빈말로도 아름답다는 고 할 수 없었다.

 

 라이나는 자신의 몰골은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대신 부러진 검을 보고는 잠시나마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다.”

 

 그녀가 자랑하는 두 자루의 검. 붉은 칼날의 검과 새하얀 광택을 내뿜는 검. 그 중 부러진 새하얀 검을 향해 짧게 사과했다.

 

 자신이 부상을 입은 것보다. 지금까지 전장과 함께한 검의 최후가 무엇보다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우울해할 수는 없다. 라이나는 부러진 검을 내려놓고는. 주변에 굴러다니는 병사들의 시신들이 들고 있는 검중 아직 날이 멀쩡한 검 한 자루를 들었다.

 

 그들은 죽으면서까지 검을 손에 놓지 않았다. 그들의 의지를 이어받듯이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직 멀었다…….”

 

 라이나는 으르렁 거리듯이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앞에 서있는 적은 그저 섬뜩한 붉은 눈동자를 그녀에게 향할 뿐이다.

 

 라이나가 저것을 그저 적이라 표현한 것은. 저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검은 안개가 인간의 형상의 띄고 있다는 점. 그리고 머리에 해당하는 부의에 있는 머리의 반을 차지하는 한 개의 눈동자.

 

 “대체 정체가 뭐냐…….”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무엇이 목적이냐…….”

 

 저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아는 것은 지극히 적다.

 

 저것은 돌연 전장에 나타나. 라이나의 병사들과. 적병을 포함해 무수히 많은 병사들을 무차별적으로 살육하기 시작했다.

 

 저것은 괴기했다. 화살을 쏘아도 먹히지도 않고. 창날과 검이 꽂혀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닥치는 대로 살육을 벌였다.

 

 적국의 병기인가. 하지만 이상했다. 그렇다면 왜 적군까지 죽이는 건가. 거기에 저 괴물에 존재는 적들도 예상치 못했다는 듯이 그들 시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아니면 전승에 나오는 악마인가. 그렇다면 납득이 갈려나?

 

 하긴,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자신의 부하들을 빼앗은 괴물을 용서할 수 없기에 라이나는 직접 두 자루의 검을 빼들고 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라이나는 패배했다.

 

 그녀의 검은 저 검은 괴물을 베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기묘한 움직임을 벌이는 괴물에 사정없이 밀리고 또 밀렸다.

 

 처음 일격에 갑옷이 박살나고. 두 번째 공격을 흘러넘기려할 때 검이 부러졌다.

 

 이래서야 최강의 여기사란 별명도 반납해야겠군. 그녀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다행인건. 이미 부하들은 물렸다는 점으로 만족해야하나.”

 

 사실 라이나는 괴물에게 덤벼들기 전부터 본능적으로 패배를 예감하고 있었다.

 

 저것은 인간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굳이 단 홀로 맞서려고한건. 결코 괴물을 퇴치하는 영웅의 심정 따위가 아니다.

 

 오로지 부하들을 후퇴시키기 위해서다.

 

 어째서인지 모르나 저 괴물은 닥치는 대로 모든 존재를 도륙하고 있다.

 

 단순히 후퇴하려해도 분명 쫒아와 피해를 남기겠지.

 

 그렇다면 방법은하나.

 

 누군가가 가능한 저 괴물과 맞서. 시간을 벌어주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건 오로지 자신뿐이라는. 이야기다.

 

 “미안하구나. 아직 미숙한 기사라서.”

 

 누구에게 하는 사과일까. 죽은 부하들? 자신을 압도한 괴물? 아니면 자기 자신?

 

 중얼거리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말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미 라이나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다.

 

 “시간을 더 벌어야겠다.”

 

 상서투성이에 온몸에선 격통달리고 머릿속은 새하얗게 물들 것 같지만 그녀는 오히려 더 힘을 짜내고 괴물을 향해 내달렸다.

 

 그녀의 검이 날카로운 궤적들을 그리며 쉴 새 없이 괴물을 향해 몰아쳤다.

 

 그리고 괴물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라이나의 검격들을 그저 피하지 않고 몸으로 받아낸다.

 

 어차피 통하지 않기에 의미 따윈 없다는 것처럼.

 

 라이나의 검을 전부 받아내고는 그대로 팔을 휘둘러 반격을 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라이나는 고함을 지르며 괴물과 공방을 벌였다.

 

 갑옷 조각과 살점이 치열한 공방 속에서 흩날린다.

 

 바닥에는 어느 샌가 발아래가 잠길 만큼의 피가 흐른다.

 

 “크으윽!”

 

 점점 눈앞의 시야가 붉게 물든다.

 

 자신의 영혼과 몸을 깎아내는 혈전. 어느 샌가 아픔도 날아간 채 라이나는 최악의 적을 향해 그저 맹목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결판이 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괴물의 팔이 라이나의 가슴을 꿰뚫었다.

 

 “크으으윽?!”

 

 가슴은 뚫은 팔이 뽑혀나가고. 라이나는 무릎을 꿇었다.

 

 이미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심장이 날아갔는데도 즉사하지 않은 건 오로지 그녀의 정신력이 아직까지 전투

 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몸은 만신창이. 더는 움직일 수 없다.

 

 “마지막으로…… 묻지…… 대체 네놈은…… 뭐냐…….”

 

 힘겹게 말을 꺼냈지만 목안에서 토해낸 피로인해 더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괴물은 피범벅이 된 팔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습다는 건가. 하긴 이래서는 할 말이 없긴 하네.’

 

 라이나는 자조적인 미소를 띠었다. 어차피 이미 부하들은 후퇴했다.

 

 할 일은 했다. 남은 건 저 괴물이 후퇴한 부하들을 쫒길 않길 바랄뿐인가.

 

 ‘아니, 그게 아니야.’

 

 라이나는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

 

 ‘할일은 단하나 뿐.’

 

 그녀는 억지로 팔을 움직이려했다. 하다못해 최후까지 힘을 짜내려 했다. 그러나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저 희미하게 경련할 뿐이다.

 

 분하다.

 

 자기 자신의 실력의 한계가 원통했다.

 

 적어도 자신이 더 강했다면. 이런 결과는 없었을텐데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의식도 대부분 날아가고. 몸이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겨우 이거 밖에 안 되는 거냐! 라이나 폴브레트!’

 

 적에게 단하나의 검상도 입히지 못한 채 이렇게 패배해도 되는가.

 

 단 한순간 가물거리던 의식을 억지로 부여잡고 라이나는 외쳤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완전히 몸이 쓰러지기 전 순간. 기합이 아닌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어느 샌가 자신의 오른손에 들린 적색의 검이 괴물의 머리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다.

 

 검술도 뭣도 아닌 그저 검을 내질렀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만들었다.

 

 라이나가 갑자기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 라이나가 뻗은 검은 괴물의 머리에 가느다란 상처를 입혔다.

 

 그래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의외로 하면 되잖아.’

 

 라이나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이번에야말로 바닥에 쓰러졌다.

 

 괴물은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라이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착가인지 안개 같은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설마 분노하는 건가.

 

 ‘그래, 박살을 내던지 말든지 마음 대로 해.’

 

 어차피 자신은 죽는다.

 

 미련은…… 없다고는 못하지만. 그래도 저 감당할 수 없는 괴물에게 자그마한 상처라도 입힌걸 위안삼아 눈을 감는것정도는 괜찮겠지.

 

 괴물이 손을 들어올렸다. 검붉은 빛이 모여들더니 구체를 이룬다.

 

 이내 검은 구체는 괴물의 덩치의 몇 십 배나 부풀어 올랐다.

 

 무엇을 하려는지 명백했다.

 

 괴물의 단 하나뿐인 눈동자는 오로지 라이나를 노려보고 있으니까.

 

 이래서야 나중에 묘에 묻히지도 못하겠군. 라이나는 마지막으로 그런 농담 같은 생각을 했다.

 

 괴물은 만들어난 검붉은 빛을 라이나를 형해 던졌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검붉은 빛은 라이나의 쓰러진 곳의 일대를 지층까지 파내어 날려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몸 역시 파괴적인 힘에 떠밀려 어디론가 날려갔다.

 

 더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는 최후를 맞이했다.

 

 

 ***

 

 

 결국엔 지고 말았나.

 

 라이나는 한숨을 쉬었다.

 

 ‘하다못해 좀 더 실력을 쌓았다면…… 내가 좀 더 강했다면 지지 않았을려나‘

 

 새까만 어둠속에서 라이나는 생각했다.

 

 후회하기보다는 아쉽다는 감정.

 

 죽는 게 두렵다는 건 아니었다.

 

 기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이상. 늘 전쟁과 혹은 위험한 마수들과 대치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어디서든 자신이 쓰러지더라도 이상할건 없다고 각오는 하고 있다.

 

 그렇다고 죽고 싶다는 것도 아니지만.

 

 다만 라이나가 아쉬워하는 건 삶의 집착보다는 다른 것이었다.

 

 그저 이리도 허망하게 패배한 것을. 지금까지 수련한 것은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조금 허망해하고 있다.

 

 그래도 의미 없는 죽음은 아니려나. 하고 생각했다.

 

 후퇴한 병사들이 괴물의 존재를 보고했을 것이다. 왕국에선 조사를 할 테고 대응책을 마련하겠지.

 

 그리고 언젠가 동료들이 원수 정도는 값아 줄려나.

 

 ‘그럼 된 걸까.’

 

 라이나는 새까만 의식 속에서 중얼거렸다.

 

 반쯤 체념한 탓인지 눈앞에서 그가 아는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주홍빛 머리카락의 한 소년의 얼굴이 떠올랐다.

 

 ‘제실…….’

 

 자신이 키우던 제자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출전 전에. 돌아오면 그의 검술을 봐주기로 했던가.

 

 결국 약속은 지키지 못하게 됐다. 못난 스승이 되고 말았다.

 

 ‘역시…… 죽긴 싫을지도.’

 

 기사로서 각오를 다진 자로선 한심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기회라도 있었으면…….’

 

 이미 죽은 자신이 또 다른 기회를 원하는 건 얼토당토않은 소리다.

 

 다시 검을 잡을 수 있다면.

 

 이번에는 저런 정체불명의 괴물 따위에게 지지 않도록 더욱 단련할 것 이다.

 

 더 큰 힘을 손에 넣어 지키고자 할 것이다.

 

 라이나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무언가 잡혔다.

 

 검?

 

 ‘……그런 게 있을 리가.’

 

 착각이다. 이미 죽은 자신이 만들어낸 허상.

 

 그렇게 라이나의 의식은 완전히 끊겨버렸다.

 

 

 ***

 

 

 의식 속에서 누군가가 말을 거는 것 같았다.

 

 [--------------------------]

 

 무어라 말하는지는 모른다. 애초에 언어인지 조차 확신이 서지 않는다.

 

 머릿속 깊숙이 부터 심장까지 전해지는 듯한 묘한 목소리.

 

 누구지?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그다음 변화가 찾아왔다.

 

 감긴 눈 꺼풀 바깥으로 강렬한 빛이 쏟아졌다.

 

 “으아아아아앗?!”

 

 라이나는 온몸을 버둥거리며 눈을 떴다. 몸을 일으킨 그녀는 두리번거렸다.

 

 “여, 여긴?!”

 

 눈앞에 비친 건 나무들과 잡초들이 우거진 숲속의 풍경이었다. 고개를 돌리니 커다란 호수도 보였다.

 

 왜 자신이 이런 곳에서 자고 있었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으나. 잠시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자 점차 하나둘 떠올랐다.

 

 전장에서 정체불명의 괴물이 튀어나온 일.

 

 부하들을 후퇴시키기 위해 자신이 괴물과 맞서 싸우나 처참하게 패배한일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죽음도. 전부 떠올랐다.

 

 의문이 들었다.

 

 분명 자신은 죽었을 터. 그런데 왜 숲속에서 눈을 뜬 걸까.

 

 “설마…… 여기가 저세상은 아니지?”

 

 루안 왕국의 국교. 여신 페실을 모시는 교단의 성전에는 저세상이 있다곤 하지만 독실한 신자가 아닌 그녀는 정말로 그것이 존재한다고는 믿진 않았다.

 

 있다고 해도 저세상이 이렇게 평범한 곳일까?

 

 “하지만 내가 살아있는게 더 이상한데…….”

 

 라이나는 확신하지 못해 힘없이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지?

 

 몸을 움직이며 라이나는 위화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게 시야가 낮다.

 

 평소의 자신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손에 이상한 감촉이 느껴져 보니 자신은 처음 보는 검을 들고 있었다.

 

 새까만 금속으로 되어있는 검이었다.

 

 “이거 내 검이 아닌데…….”

 

 왜자신이 이런 검을 들고 있지. 도통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아니 그보다 더 이해가안가는건.

 

 검을 쥐고 있는 자신의 손.

 

 새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

 

 “어?”

 

 20년 평생 검을 휘두르느라 여성답지 않게 굳은살과 흉터가 가득한 손이 아니었다.

 

 거기에 이상하게 손이 작다. 말랑거린다. 꼭 어린아이의 손이 아닌가. 이래서야 검을 쥘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다른 사람의 손 같아서 움직여봤는데 역시 자신의 손이 맞다.

 

 위화감에 라이나는 자신의 몸도 내려다보았다.

 

 “…….”

 

 문득 말도 안 되는 상상이 머릿속을 스쳤다.

 

 “설마…… 설마, 설마?!”

 

 라이나는 호수로 달려갔다.

 

 목도 마르긴하지만. 지금 그녀를 다급한 게 하는 건 그런 것 따위가 아니다.

 

 라이나는 호수에 상반신을 담글 기세로 들이밀고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려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금발. 앳된 얼굴과 자그마한 몸이 호수에 비쳤다.

 

 “말도 안 돼…….”

 

 라이나는 그 자리에서 망연자실해 주저앉았다.

 

 믿을 수 없었다.

 

 지금 그녀의 몸은 어린아이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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