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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강렬한 순정
작가 : 박이다
작품등록일 : 2017.11.23

"난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귀신을 보는 여자, 구영채. 평범하게 살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만큼 괴로운 어느 날.
그녀의 눈 앞에 동시에 나타난 청년 윤도하와 귀신 오순정!

6.25전쟁을 겪었다는 구세대 귀신 순정이 이 세상을 떠나기 전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고 한다. 그 소원만 이룬다면 그 동안 영채를 괴롭히던 모든 귀신들을 데리고 떠나줄테니.
그녀의 소원이 이루어지면 평범하게 살고 싶은 영채의 소원도 이룰 수 있다.

임무 수행을 위해 만나게 된 청년 윤도하.
남자는 '애' 아니면 '개'로 구분하며 남자라면 치를 떨던 그녀였는데......

알면 알수록 이 남자, 너무 멋있다......

 
그와 그녀의 거리
작성일 : 17-12-15 09:41     조회 : 186     추천 : 0     분량 : 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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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하와 순정은 다시 시장 통로를 나란히 걸었다. 그러다 통로의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도하가 먼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쪽으로 가보겠습니다.”

 

 도하가 영도다리 방향을 가리키며 순정에게 말했다. 그의 얼굴은 좀 전보다도 웃음기가 사라져있었다.

 

 “네. 오늘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순정의 인사에 도하는 옅은 미소를 한번 지어 보이고 뒤돌아서 걸음을 옮겼다. 그런 도하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순정도 도하가 가는 방향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가 지나면 돌아가야 할 그 장소로 다시 가보기로 했다.

 

 도하와는 널찍이 거리를 둔 채 순정은 천천히 걸었다. 차도에서 빠르게 지나다니는 자동차 구경도 하고 가지런히 정돈된 보도블록을 발로 툭툭 건드려도 보고 피난길에 쳐다볼 여유도 없었던 푸른 하늘도 올려다보았다. 그렇게 나름대로 그 순간을 누리기기 시작했다.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이 믿기지 않았지만 어차피 주어진 하루라면 단 하루만이라도 전쟁이 준 고통에서 벗어나 있고 싶었다. 하루 동안 순정은 돌아갈 곳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보기로 했다.

 

 

 영도다리 아래를 거닐면서 순정은 푸르게 넘실대는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하루 만에 가로질러 온 64년 전의 바닷물도 지금과 똑같은 색으로 비추고 있었을까. 두고 떠나온 어머니와 남동생 그리고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던 언니 순옥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순정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다리 아래를 지나던 중 난간 앞에 서 있는 한 남자가 순정의 시선에 들어왔다.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던 그는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놓고는 손으로 난간을 잡았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다리 아래로 뛰어내리려는 듯 한발 한발을 앞으로 옮겨놓았다.

 

 “잠깐만요!”

 

 순정은 들고 있던 보따리를 내팽개치고 빠른 속도로 그를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그의 옷자락을 힘껏 잡아당겼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그녀는 난간 위에 올라가 있던 그를 한 번에 끌어당겼고 그는 바닥으로 떨어져 주저앉았다. 그러면서 순정도 꽈당 하고 넘어졌다.

 

 “괜찮으세요?”

 

 그의 얼굴을 살피던 순정이 이내 소스라쳤다. 그는 좀 전에 순정과 함께 있었던 도하였다.

 

 “아니…아니 그쪽이 왜…여기 있어요?”

 

 순정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도하를 바라보았다. 도하는 아무런 대꾸 없이 바다를 내다보다가 조용히 일어나 바지를 털었다. 순정도 따라 일어나 도하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아까 멀리 간다는 게…이런 거였어요?”

 “왜 다시 이쪽으로 오셨어요?”

 

 도하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순정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나 그냥 두지 그랬어요.”

 “뭐라고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그럼 그쪽은 바닷물에 뛰어 드려는 사람 봐도 그냥 지나칠 거예요?”

 “그러게 왜 여기 다시 와서 안 봐도 될 꼴을 봐요.”

 “…….”

 “신경 써준 건 고마워요. 근데 난 이미 마음을 굳혔어요. 죽으려고 시도하는 것 보다 살려고 바둥거리는 게 훨씬 더 숨 막히고 못 견디겠다는 걸 알아버렸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그러면 안 되죠......”

 “미안해요. 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도하는 순정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이내 뒤돌아섰다. 순정은 다짜고짜 도하를 뒤따라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가족이 없으세요?”

 “…있어요.”

 “그런데 왜 이런 생각을 해요? 죽어서 후회하면 어쩌려고?”

 “죽으면…끝이겠죠.”

 “그쪽은 끝일지 몰라도 가족에겐 살아있는 지옥일 거예요.”

 “…….”

 “가족들에게 씻지 못 할 죄를 지을 뻔 하신 거라고요.”

 “내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잖아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 만큼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하루하루 얼마나 지옥처럼 시달리고 있었는지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맞아요. 그거까지 난 몰라요. 그런데 그쪽이 지금 얼마나 큰 실수를 할 뻔 했는지는 알거 같아요.”

 “…….”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런 말 할 자격 사실 없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주신 목숨이잖아요. 죽는 게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가족이 있으니까.”

 

 가족이란 단어를 입에 담으며 순정은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점점 격앙되었고 엉엉 소리 내며 목 놓아 울었다. 그녀의 눈물에 도하는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저절로 그녀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나는 다 잃고 아무도 없어요.”

 

 겨우 울음을 진정시킨 순정이 말했다.

 

 “그래도 이렇게…살아 있어요.”

 “…….”

 “혼자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죄책감도 드는데… 그래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내 목숨을 지키는 거 밖에 없잖아요. 가족들 몫까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사는 거 밖에.”

 

 울먹이는 순정의 말을 도하는 묵묵히 듣고 있었다. 의지와 상관없이 봇물같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쏟아내며 순정은 가슴 속에 쌓여있던 묵은 한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말 못할 사정이야 있겠지만 좋은 분이시잖아요. 귀한 목숨 함부로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좋거나 나쁘거나 항상 주변 상황이 똑같지 만은 않아요. 언젠가는 변할 거예요. 누구나 그런 희망으로 살잖아요. 나도 그래요.”

 “…….”

 “지금이 아무리 힘들어도 이 순간이 영원하진 않을 거라고요. 꼭 변할 거예요.”

 

 

 눈가가 촉촉이 젖어든 순정이 도하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도하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순정에게 내밀었다. 가장자리에 수가 놓인 갈색 손수건이었다. 순정은 손수건을 받아들고 눈물을 닦아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떠나온 두 달이란 시간 동안 혼자 많이 울기도 했지만 살아남아야 했기에 이 악물고 견딘 시간이 더 많았다.

 

 자살을 기도하려던 낯선 사람 앞에서 엄하게 흘린 눈물이었지만 그렇게 쏟아내 놓고 나니 이상하게 후련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굳어 있던 응어리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위로받는 기분까지 들었다.

 

 순정은 보따리를 챙겨 들고 걸음을 옮겼다. 도하도 순정을 뒤따라 걷다가 두 사람은 다시 나란히 걸었다. 자갈치 시장까지 함께 갈 때보다 두 사람 사이에 띄워진 거리는 한 뼘 더 가까워져 있었다.

 

 “저기…고맙습니다.”

 

 도하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고맙긴요.”

 “처음이에요. 그렇게 진지하고 진심어린 충고.”

 “충고라기 보단… 안타까워서요.”

 “어쨌든 고마워요.”

 “아니에요. 저도 그쪽한테 도움 받았잖아요. 밥도 사주시고.”

 

 순정이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며 말했다. 도하도 어느새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제 이름은 윤도하라고 해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오순정이에요.”

 “이름 예쁘네요. 오순정.”

 “고마워요.”

 “이제 어디로 가실 거예요?”

 “글쎄요,”

 

 별다른 목적지 없이 도하와 순정은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신기하네요.”

 

 도하가 말을 꺼냈다.

 

 “뭐가요?”

 “사실 아무한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긴데… 순정씨한테는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아서요. 내가 방금 전까지 다리 앞에 서있었던 이유.”

 “…….”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도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순정은 그의 옆에서 그가 말을 꺼낼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땅바닥을 내려다보는 도하의 얼굴이 사뭇 어두웠다.

 

 어렵게 말문을 열기 시작한 도하는 제법 덤덤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도하의 눈을 보면서 순정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죽음을 결정하기까지 혼자 얼마나 고난과 고뇌의 시간을 거쳤을 지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마워요.”

 

 순정이 말했고 도하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꺼내기 힘든 말이었을 텐데 나한테 얘기해줘서요.”

 “왠지 순정씨는 이 말을 듣고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네. 이상하게 생각 안 해요. 나쁜 것도 아니고.“

 

 순정의 말에 도하가 베시시 웃었다.

 

 “아, 혹시 가보고 싶은 데라도 있으세요?”

 

 도하가 물었다.

 

 “글쎄요. 제가 부산은 잘 몰라서요.”

 “오늘 일정 딱히 없으시면 제가 부산 구경 시켜드릴까요? 저 영도에 6년 정도 살아서 근처 지리 꽤 잘 알아요.”

 “그래 주실 수 있어요?”

 “제 생명의 은인이신데 더 한 것도 못해드리겠어요?”

 “은인은요. 제가 뭘 한 게 있다고.”

 “저한테는 엄청 큰일을 해 주신 거죠. 누군가에 의해 생각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그렇게 말해주시니 제가 더 고맙네요.”

 “한번 생각해봐요. 가보고 싶은 데나 하고 싶은 거.”

 “그럼 이 근처에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모이는 곳으로 가볼 수 있을까요?”

 “그럼요. 이 근처에서 사람이 많은 데면… 남포동으로 모실게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좀 전보다 눈에 띄게 밝아진 표정으로 도하가 말했다. 그의 밝은 표정을 보면서 순정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

 

 “헐. 대박. 남포동?”

 

 영채가 경악을 금치 못한 얼굴로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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