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강렬한 순정
작가 : 박이다
작품등록일 : 2017.11.23

"난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귀신을 보는 여자, 구영채. 평범하게 살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만큼 괴로운 어느 날.
그녀의 눈 앞에 동시에 나타난 청년 윤도하와 귀신 오순정!

6.25전쟁을 겪었다는 구세대 귀신 순정이 이 세상을 떠나기 전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고 한다. 그 소원만 이룬다면 그 동안 영채를 괴롭히던 모든 귀신들을 데리고 떠나줄테니.
그녀의 소원이 이루어지면 평범하게 살고 싶은 영채의 소원도 이룰 수 있다.

임무 수행을 위해 만나게 된 청년 윤도하.
남자는 '애' 아니면 '개'로 구분하며 남자라면 치를 떨던 그녀였는데......

알면 알수록 이 남자, 너무 멋있다......

 
떠나기 전에
작성일 : 17-12-15 08:56     조회 : 190     추천 : 0     분량 : 409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근데 여기가 어디에요?”

 “영도요. 저기 영도다리.......”

 

 도하가 영도다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순정은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눈을 휘둥그레 뜨고 다시 놀란 기색을 했다.

 

 도하는 머리를 갸우뚱했다. 순정의 행색은 범상치 않아 보였다. 뒤로 질끈 동여맨 머리칼은 헝클어져있고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검은 치마에 회색 두루마기를 꽁꽁 싸매 입은 그녀는 도하의 눈에 신기하게 비추어졌다.

 

 “어디서…오셨어요?”

 “서울에서요.”

 “그래요? 저도 서울이 고향인데. 부산에는 어떻게 오신 거예요? 청학동에 가시는 길인가?”

 “기차 타고 왔는데.......”

 “아, 하하. 그러니까 무슨 일로........”

 “피난 왔는데요......”

 “피난이요?”

 “전쟁 중이잖아요. 영도다리에 오면 어머니와 남동생을 만날 수 있을 줄 알고.”

 “전쟁…….”

 “모르세요? 서울은 엄청 살벌한데.”

 “네……. 뭐, 서울이 살벌하긴 하죠. 사는 거 자체가 전쟁인데 뭐. 근데 여기도 비슷해요. 사는 게 살벌한 건 똑같아요.”

 “그래요? 그래도 몹시 평온해 보이는데.”

 “뭐 겉보기엔 그럴 수도 있죠. 어떤 전쟁터에 있다 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쪽도 만만찮게 힘드셨나 봐요.”

 “아, 네…….”

 “한참 쓰러져있었는데 진짜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근데 여기가 진짜 영도 맞나요?”

 “네. 맞아요.”

 

 도하가 손가락으로 영도대교라고 쓰인 글자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순정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글자가 새겨진 비석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한자로 영도대교라고 쓰인 글자 아래 한글로 영도다리의 연혁이 나와 있었다. 그 글자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읽어 내리는 순정의 손끝이 가늘게 떨려왔다.

 

 “2013년 11월 27일 영도대교 재개통.......”

 “왜 그러세요?”

 

 얼어붙어있는 순정을 보고 도하가 조심스레 물었다. 이번에는 순정이 도하의 얼굴과 차림새를 자세히 뜯어보았다. 짙은 눈썹에 부드러운 눈매와 오똑한 콧날을 가진 선명한 인상, 살짝 그을린 듯 하면서도 매끈한 피부가 빛이 났다.

 

 피난행렬에서 보았던 수척한 행색의 사람들과 다른 친숙하지 않은 옷차림에서도 그녀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쓰러졌을 당시의 모습과 너무도 상이한 영도다리의 풍경도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할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하루만이라도 이 고통 속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던 그 따뜻하던 목소리.

 

 하루. 단 하루.

 

 순정은 할머니의 말에 대한 의미와 함께 이 하루가 끝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게 될 거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지금 몇 시인지 알 수 있을까요?”

 “잠시만요.”

 

 도하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시계를 보여주었다.

 

 “1시 20분이요.”

 

 순정은 도하의 휴대전화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이게 시계에요?”

 “전화기…….”

 “전화기요???”

 

 순정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네…….”

 

 소스라치게 놀라는 순정을 보며 도하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그 시선을 의식하자 순정은 놀란 얼굴을 거두고 민망한 듯 웃었다.

 

 “벌써 그렇게 됐구나…….”

 

 이곳에서의 시간이 언제까지 그녀에게 주어질지 모른다. 순정은 마음이 급해졌다. 이 하루가 정말 할머니가 준 선물이라면 하루가 지나가기 전까지 소중하게 그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처한 이 낯선 환경에서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그녀에게는 막막한 일이었다.

 

 “부산에 처음 오셨어요?”

 

 도하가 물었다.

 

 “네.”

 “그래서 그렇게 생소해하시는 건가. 그래도 사람 사는 데가 별반 다를 건 없을 텐데.”

 “제가 살던 데랑은 많이 달라서요. 그래서 낯서네요.”

 “영도다리 도개하는 거 보면 완전 입이 딱 벌어지시겠는데?”

 “도개요?”

 “12시 되면 도개 행사하거든요. 저 다리가 반으로 딱 두 동강이가 나면서 하늘 위로 우뚝 솟아요. 그거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고요. 오늘은 시간 지났으니까 도개 행사 보시려면 내일이나 다시 오셔야겠네.”

 “아…….”

 “이제 어디로 가세요? 어머니랑 동생 분 만나러 가시는 거예요?”

 “아, 그게…….”

 “부산이 처음이시면 길도 잘 모르실 텐데. 가실 데 말씀하시면 제가 길 알려드리고 갈게요.”

 “아, 안 그러셔도 되요. 갈 데도 아직 안 정했고.”

 “그러시구나. 그럼 조심히 가세요.”

 

 도하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난 뒤 자갈치 시장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하가 몇 발작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순정이 아직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잠깐 망설이다가 도하는 다시 순정에게로 발길을 돌렸다.

 

 “저기… 혹시 식사는 하셨어요?”

 “아니요. 아직…….”

 “저도 그런데. 그럼 자갈치 시장 같이 가보실래요?”

 “시장이요?”

 “괜찮으시면 밥만 같이 먹어요. 혼자 밥 먹으러 가던 길이었거든요.”

 “아…….”

 

 서글서글하게 웃는 도하의 인상이 순정은 나쁘지 않았다. 순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도하를 따라 쭈뼛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둘 사이에 사람 한 명이 넉넉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띄운 채 순정과 도하는 나란히 자갈치 시장으로 향했다.

 

 “뭐 좋아하세요?”

 “별로 가리는 거 없어요.”

 “그럼 돼지국밥 드실래요? 제가 자주 가는 돼지 국밥 집이 있거든요. 서울에는 돼지국밥 집이 잘 없으니까 오신 김에 드셔보세요.”

 “네…….”

 “자갈치 시장엔 횟집이 유명하긴 한데 제가 날 거는 잘 못 먹어서.”

 “아, 그러시구나.”

 

 10분 정도 걸은 뒤 자갈치 시장에 이르렀다. 싱싱해 보이는 해산물을 비롯해 갖가지 상품들이 풍성하게 깔려있는 시장 광경에 순정의 두 눈이 또 한 번 휘둥그레졌다. 그런 순정의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도하는 피식하고 혼자 웃음을 지었다.

 

 국밥 집에 도착했을 때 식당 주인이 도하를 보고 반색을 하며 다가왔다.

 

 “총각 오랜만에 왔네.”

 “네, 할머니. 잘 지내셨죠?”

 “내야 뭐 늘 똑같제. 근데 오늘은 친구랑 같이 왔네. 늘 혼자 오드마는.”

 “네. 국밥 두 개 맛있게 말아주세요.”

 “오야.”

 

 주인은 싱글벙글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국밥 집 안에서도 순정은 두리번거리며 식당 내부를 둘러보았다. 오래돼 보이고 허름한 식당 내부 안에 탁자는 다섯 개 정도가 놓여있었는데 도하와 순정이 앉은 자리 외에는 모두 빈자리였다.

 

 벽에 걸린 달력이 순정의 시선을 멈추게 했다. 달력은 2015년 2월이라고 표시되어있었다.

 

 “지금이 2015년도구나.”

 

 저도 모르게 순정이 혼자 중얼거렸다.

 

 “시간 진짜 빠르죠?”

 

 도하가 순정의 앞에 수저를 놓아주며 그녀의 말에 대꾸했다.

 

 “네. 그러네요…….”

 “바쁘게 사셨나 봐요. 여기엔 아주 오신 거예요?”

 “아니요. 다시 돌아가야 돼요.”

 “그렇구나. 오신 김에 구경 많이 하다 가세요.”

 “네.”

 

 구수한 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하더니 주인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와 국밥을 두 사람의 앞에 하나씩 놓아주었다.

 

 “맛있게 많이 무라~”

 “잘 먹겠습니다.”

 

 뚝배기 안에서 팔팔 끓고 있는 뽀얀 국물과 부들부들한 살코기가 순정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였다. 순정은 김이 펄펄 나는 국밥을 허겁지겁 떠먹기 시작했다.

 

 “아이고, 뜨겁다. 천천히 무라.”

 “네.”

 

 얼마 만에 맛보는 밥의 온기였던가. 낯선 곳의 생소함도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지켜야 할 체면도 모두 잊어버린 채 순정은 오랫동안 굶주려온 뱃속을 따뜻하게 채웠다. 그런 순정의 모습을 잠시 동안 가만히 바라보다가 도하도 한술씩 밥을 뜨기 시작했다.

 

 순정은 순식간에 밥 한 그릇을 비웠다. 순정의 빈 뚝배기를 보고 도하는 놀란 기색을 감추었다.

 

 “여기 괜찮죠? 서울 다시 가도 한 번씩 생각 날 걸요. 저도 떠날 생각하니까 며칠 전부터 이게 계속 생각나서 마지막으로 들렸다 가려고 일부러 온 거예요.”

 “아니, 마지막이라니? 총각 니 어디 멀리가나?”

 

 도하의 말을 들은 주인이 말했다.

 

 “네, 할머니.”

 

 도하가 잠깐 멈칫하다가 이내 웃으며 대답했다.

 

 “어디 가는데? 서울에 다시 가는 기가?”

 “아니요. 그건 아니고…….”

 “멀리 가더라도 한 번씩 놀러 온나. 오랜만에 와가 마지막이라카고 섭섭하데이. 안 모자라나? 좀 더 줄까?”

 “진짜요?”

 “좀 기다려봐래이.”

 

 주인은 곧 큰 냄비 하나와 국자가 놓인 쟁반을 가지고 오더니 직접 도하와 순정의 빈 그릇에 크게 한 국자씩 떠다 주었다.

 

 “고맙습니다.”

 

 도하가 웃으며 다시 인사했다. 순정은 그런 도하의 웃는 얼굴에서 좀 전에는 보지 못했던 이유 모를 그늘을 어렴풋이 보았다.

 

 국밥 집에서 나와 순정과 도하는 다시 나란히 시장 길을 걸었다. 순정은 옆에서 본 도하의 표정이 왠지 모르게 어둡다고 느꼈지만 이유를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6 (완결) 반짝반짝 빛나는 햇살 아래 2017 / 12 / 18 201 0 4067   
25 마지막 인사 2017 / 12 / 18 215 0 4046   
24 시사회 2017 / 12 / 17 198 0 4047   
23 사랑해요 2017 / 12 / 17 206 0 4039   
22 영채의 생일 2017 / 12 / 17 195 0 4094   
21 복수 2017 / 12 / 16 202 0 4149   
20 불청객 2017 / 12 / 16 185 0 4868   
19 약속해요 2017 / 12 / 16 207 0 4130   
18 나도 모르게 2017 / 12 / 16 208 0 4084   
17 얼씨구 2017 / 12 / 16 200 0 4277   
16 다시 지옥 2017 / 12 / 16 200 0 4308   
15 그리운 순정 2017 / 12 / 16 218 0 4664   
14 돌아온 기억 2017 / 12 / 16 196 0 4018   
13 서로의 체온을 2017 / 12 / 16 206 0 4026   
12 무의식 중 기억 2017 / 12 / 16 192 0 4417   
11 응원할게요 2017 / 12 / 16 181 0 4258   
10 그와의 추억 2017 / 12 / 16 192 0 4084   
9 생각해볼게요 2017 / 12 / 16 180 0 4231   
8 술친구 2017 / 12 / 16 192 0 4030   
7 다행이다 2017 / 12 / 15 208 0 5147   
6 재회 2017 / 12 / 15 197 0 4275   
5 그와 그녀의 거리 2017 / 12 / 15 188 0 4131   
4 떠나기 전에 2017 / 12 / 15 191 0 4092   
3 하루라는 선물 2017 / 12 / 14 184 0 4015   
2 그녀의 소원 2017 / 12 / 14 198 0 4561   
1 첫만남 2017 / 12 / 14 329 0 401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