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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강렬한 순정
작가 : 박이다
작품등록일 : 2017.11.23

"난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귀신을 보는 여자, 구영채. 평범하게 살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만큼 괴로운 어느 날.
그녀의 눈 앞에 동시에 나타난 청년 윤도하와 귀신 오순정!

6.25전쟁을 겪었다는 구세대 귀신 순정이 이 세상을 떠나기 전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고 한다. 그 소원만 이룬다면 그 동안 영채를 괴롭히던 모든 귀신들을 데리고 떠나줄테니.
그녀의 소원이 이루어지면 평범하게 살고 싶은 영채의 소원도 이룰 수 있다.

임무 수행을 위해 만나게 된 청년 윤도하.
남자는 '애' 아니면 '개'로 구분하며 남자라면 치를 떨던 그녀였는데......

알면 알수록 이 남자, 너무 멋있다......

 
하루라는 선물
작성일 : 17-12-14 23:37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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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다 같이. 너 나 만난 이후로 다른 귀신들 본 적 있어?”

 “아니.”

 “내가 있는 동안은 아마 안 보일 거야.”

 “진짜? 그러고 보니 그러네. 시도 때도 없이 떼거지로도 나타나고 그랬는데.”

 “내가 그냥 가면 아마 다시 보이기 시작할 거고.”

 “안 돼!”

 “그치? 그나마 내가 말이 좀 통하는 편일 걸? 어떻게 할래?”

 “약속 지키는 거지? 몽땅 다 데리고 떠나는 거.”

 “난 한 입으로 두 말 하지 않아.”

 “나 죽을 때까지 다시는 안 보이는 거야? 절대? 아무도?”

 “그렇게 해 줄게. 내 소원만 완벽하게 들어준다면.”

 “알았어. 그렇게만 해준다면 뭔들 못해.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

 “일단 도하씨가 사진기를 분실해서 상심에 빠져있겠지? 찾아서 물건 돌려주고 친해져. 그 사람이랑.”

 “친해져?”

 “응. 영화감독이 되면 첫 시사회에 초대받아야 하니까. 그때까지 친분을 유지해야 하고.”

 “뭐, 알았어. 쉽진 않겠지만.”

 “그렇게 어렵지도 않을 거야. 서글서글하고 붙임성도 있고 호감 가는 사람이라.”

 “그…그래.”

 “우선 저 가방에 연락처라도 있는지 찾아봐.”

 “알았어.”

 

 영채가 얼른 일어나 카메라 가방 안을 구석구석 뒤졌다. 그런데 가방 안에는 카메라와 렌즈 말고는 아무것도 들어있는 게 없었다. 영채는 실망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큰일이네. 어떻게 다시 만나지? 진작 말했으면 연락처라도 땄을 텐데.”

 “웃겨. 네가 그때 내 말을 들으려고나 했니?”

 

 영채는 한숨을 푹 내쉬며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다 무언가 떠오른 듯 눈빛이 번뜩였다.

 

 “내 기타! 그 기타 가방 안에 내 신분증 있는데.”

 “그래? 그럼 도하씨가 너를 먼저 찾을 수도 있겠다. 근데 신분증을 그런데다 넣고 다녀?”

 “혹시 나 죽으면 신원 파악이 필요할 거니까. 일부러 넣어뒀지.”

 “장하다.”

 “근데 쪽팔려서 어떻게 다시 만나지?”

 “그게 중요해?”

 “하긴 이 마당에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 어차피 쪽팔리는 일은 그 동안 수도 없이 겪었어.”

 “그래. 그런 마음가짐 좋아.”

 “근데 내가 도둑년인 줄 알면 어떡하지? 조만간 경찰서에서 찾아오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

 

 1950년 12월, 한국전쟁 중에 순정과 그녀의 가족들은 부산으로 피난 갈 채비를 했다. 어머니는 삶은 옥수수와 감자 따위를 보따리에 싸서 순정과 순정의 두 살 터울인 언니 순옥의 손에 들려주었다.

 

 “너희들 먼저 가거라. 막내랑 곧 뒤따라 갈 테니.”

 “같이 가요.”

 “큰 게 마렵대. 다 누이고 얼른 따라가마.”

 

 8살배기 막내 동생 순만이가 천진한 표정으로 다리를 꼬며 똥이 급하다는 시늉을 했다.

 

 “부산에 도착하면 영도다리 앞에서 만나자. 영도다리 앞에서.”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순정과 순옥의 등을 떠밀었다. 순정은 어머니와 동생을 남겨두고 언니 순옥과 함께 먼저 집을 나섰다.

 

 아침에 출발해서 해가 질 때까지 철로를 따라 하염없이 걸었다. 행여나 어머니와 남동생의 모습이 보일까 몇 번을 뒤로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전쟁에 지쳐있는 낯선 얼굴들만 순정의 시야에 들어올 뿐이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총격, 포탄 소리에 그녀는 점점 움츠려들었다.

 

 총에 맞아 쓰러진 아이의 시체를 안고 절규하는 아낙네, 포탄에 맞아 숨을 거둔 엄마의 검게 탄 젖꼭지를 빨아대는 어린 아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처절한 광경에 순정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듯이 몸이 떨려왔다.

 

 밤이 되자 몸에 오한이 들면서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겨우 빈집을 찾아 어머니가 싸준 보따리를 풀었다. 식어빠져 딱딱한 옥수수 알을 깨물면서 순정은 가슴 속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엄마…엄마…….”

 

 두고 온 어머니와 막내 순만이의 생각에 밤새 잠을 설쳤다. 야속하게도 아침은 다시 밝아왔다. 머리 위로 지나가는 포탄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걸음을 재촉하는데 귀가 찢어질 듯이 ‘펑’하는 포탄 소리가 났다. 그리고 순정의 뒤에서 ‘털썩’하는 맥없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았을 때 순옥이 쓰러져있었다. 왼쪽 가슴에는 피가 분수처럼 솟아나오고 있었다. 준공군의 총알에 맞은 것이었다.

 

 “순정아......”

 

 순정은 얼른 순옥의 곁으로 다가가 언니의 손을 잡았다. 순옥의 가냘픈 손이 떨리고 있었다.

 

 “언니…언니!!!”

 

 헝겊으로 지혈을 했지만 순옥의 피는 멈추지 않았다. 순정은 목이 닳도록 울었다.

 

 “꼭 살아서……살아서 가야 돼…….”

 

 순옥이 힘겹게 말을 뱉었다. 그리고 곧 그녀의 눈동자에서 초점이 사라졌다. 아직 보지 못한 세상과 하지 못한 말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처럼 순옥은 눈과 입이 벌어진 채로 숨을 거두었다. 순정은 순옥의 창백한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맞대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흐느껴 울었다. 차갑게 식어가는 순옥의 몸뚱이가 순정의 눈물로 뜨겁게 젖어 들었다.

 

 어머니가 준 보따리를 품에 꼭 안고 순정은 다시 피난 행렬에 합류했다. 살아남기 위해 그녀도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인 부산으로 가면 어머니와 동생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순정은 지쳐서 느려지는 걸음을 바쁘게 재촉했다. 그렇게 많은 인파 속을 뚫고 부산으로 향하는 보통열차에 겨우 몸을 실었다. 순정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영도다리. 순정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불어 한기가 들었지만 해는 뜨겁게 바닷물을 비추고 있었다. 그곳에는 먼저 도착한 피난민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 중에는 잃어버린 가족을 찾기 위해 벽보를 붙이는 사람도 있었고 재회한 가족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울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영도다리 앞에 줄지어 있는 점바치에게 가족의 생사에 대해 점을 보는 광경도 눈에 들어왔다.

 

 순정은 도착하면 영도다리에서 다시 만나자는 어머니의 말을 곱씹으며 다리 가까이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런데 마음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발바닥이 땅에 붙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순정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눈이 스르르 감기면서 의식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잠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이미 시야는 하얗게 변해갔다. 분주하던 피난민들의 움직임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가위에 눌린 것처럼 의식은 있지만 마음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먼발치에서 고운 꽃신을 신은 두 발이 순정의 시야에 들어오더니 순정을 향해 사뿐사뿐 걸어왔다.

 

 “딱한 것. 불쌍하기도 하지.”

 

 낯익은 목소리. 꽃신의 주인은 순정의 곁에 앉아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생전에 그녀를 아꼈던 순정의 친할머니. 그는 동네에서 용하기로 유명한 무당이었다.

 

 “할머니.......”

 “많이 힘들지, 아가?”

 “너무 무서워요......”

 “그래도 장하다. 그 먼 길을 혼자 왔구나.”

 “엄마랑 순만이는요? 무사한가요?”

 

 할머니는 대답대신 순정의 볼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순정을 바라보며 그는 미소 짓고 있었지만 눈에는 그득하게 눈물이 고여 있었다.

 

 “설마…….”

 

 인정하기 싫었지만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눈에 그득히 눈물이 찬 할머니를 보고 순정은 할머니가 차마 대답하지 못한 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할미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구나, 아가.”

 

 순정의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그런 순정의 눈물을 닦아내 주면서 할머니가 다시 말을 이었다.

 

 “대신, 하루만이라도 이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새로운 하루를 선물해주마. 그 하루가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게 되겠지만 그땐 씩씩하게 잘 견뎌내야 한다. 알았지?”

 “…….”

 “지금이 아무리 힘들어도 이 순간이 영원하진 않을 거야. 꼭 변할 거야.”

 

 그는 시종일관 온화한 미소로 순정을 바라봐주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오는 동안 혼자서 추위와 눈물을 감당해내야 했던 순정에게 할머니의 따뜻한 미소는 뜻밖의 위안이 되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순정은 스르르 눈이 감겼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할머니는 그 자리에 없었다.

 

 

 “괜찮으세요?”

 

 할머니가 있던 자리에는 낯선 청년이 몸을 구부리고 선 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순정은 얼른 몸을 일으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할머니…….”

 

 순정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그 많던 피난민들은 온데간데없고 못 보던 건물과 도로가 쭉쭉 뻗어있는 생소한 광경이 그녀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녀는 근처를 왔다갔다 하며 눈을 꼭 감았다 뜨는 것을 반복했다. 그런 순정의 모습이 청년 도하의 눈에는 더 낯설게 보였다.

 

 “괜찮…으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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