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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23
작성일 : 17-12-14 23:04     조회 : 315     추천 : 1     분량 : 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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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능소니가 그르렁거리자 창을 던지던 자들이 오금을 접고 주저앉는다. 봄비가 손짓해 사냥꾼들을 물러나게 한다. 가만히 지켜보던 능소니가 그에게 묻는다.

 "네가 봄비니?"

 "그렇습니다."

 "너럭바우, 그 아이가 말해준 것보다는 못생겼구나."

 "그 아이가 저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더 많이 늙었습니다. 더 많이 다치고 들어야 할 짐도 늘었지요."

 능소니가 주저앉는다. 굳이 발톱을 감추지 않은 채로.

 "왜 이제야 오셨습니까."

 "이제야라니. 내가 얼마만에 돌아온 것이냐?"

 "제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께서 살아계실 때 떠났다고 들었습니다."

 "너희에게는 충분히 긴 시간이었겠구나."

 "너럭바우가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던가요?"

 능소니가 턱을 괸다.

 "아니. 굳이 듣지 않았다. 너에게서 직접 듣고 싶었거든."

 "무엇을 말입니까?"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 말이다."

 봄비가 허리춤의 돌칼을 움켜쥔다.

 "사과하고 싶지 않다면 차라리 변명이라도 하십시오. 아니면 저를 놀리려는 겁니까?"

 "내 변명이 듣고 싶었던 거라면 몇날 며칠을 떠들어줄 수 있단다."

 "필요없습니다. 이제 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래서 하지 않는 것이다."

 봄비가 일어나더니 돌칼을 버린다. 숨을 고르더니 등을 돌리고 말을 한다.

 "저는 어르신들을 짐승으로 여기고 창을 던지기로 했으나 별을 직접 만들기로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능소니가 갸웃거린다.

 "사람?"

 "우리는 더 이상 스스로를 검은머리검은눈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짐승들이 지어준 이름은 버렸으니까요."

 하늘에 여우비가 지난다.

 "가려던 길은 달랐지만 당신이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포기한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결국 만드는 법을 알아내지 못했나보구나."

 "애초에 알려주지도 않았지요."

 "알려주어도 하지 못했을 거다. 너희들이 하기에는 너무 고된 일이란다."

 "손놓고 얼어죽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쉬운 일입니까?"

 "내가 조금 늦더라도 어르신들이 땅을 내어줄 거라고 생각했단다."

 봄비가 넋을 놓고 그저 웃는다.

 "흑단들소들은 집을 짓고 밭을 가는 자들을 뿔로 받아 죽였습니다."

 "허락없이 영역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는 분들이니까."

 "이해합니다. 스물 세 씨족의 사람들을 모두 합치면 삼만 명이 넘습니다. 나무그늘이 넓다고는 하나 그들을 모두 받아들일 여력은 아니었지요."

 여우비가 어느새 장대비로 바뀌었는지 봄비의 옷이 흠뻑 젖어간다.

 "그 중에서 만 명 남짓한 사람들만이 별똥별을 볼 때까지 살아남았습니다. 우습게도, 이 곳까지 다다르고 나니 다들 굶어죽거나 얼어죽은 덕분에 땅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흡족하니?"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사람들은 다시 형편이 허락하는 한 무분별하게 잠자리를 갖고 아이를 낳아댈 겁니다. 나무그늘도 언젠가는 꽉 들어차겠지요."

 "그 때는 어찌 하려느냐?"

 "그래서 저도 별을 만드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각자 필요한 만큼의 땅을 밝힐 빛을 얻을 수 있도록."

 능소니가 고개를 젓는다.

 "욕심에 맞추어 땅을 넓힌다고? 어리석기 그지없다. 더 이상 별을 띄워올릴 땅이 남지 않는 지경이 된다면 그 때는?"

 "그렇게 되기 전에 깨닫기를 바랄 뿐입니다. 주어진 만큼만 욕망해야 함을."

 "나도 예전엔 그런 마음으로 너희에게 줄 별을 만들었다."

 

 44.

 빗속에서 한참을 서서 얘기하는 봄비를 지켜보던 나바재 씨가 걱정이 되었는지 도롱이를 가져와 입혀준다. 봄비가 그에게 만들고 있는 별의 씨앗을 가져오도록 시킨다.

 

 45.

 봄비가 별의 씨앗을 능소니에게 보인다.

 "맑은 술과 기름을 흙과 풀에 버무린 것입니다. 주먹 만하지만 불을 한 번 붙이면 아흐레는 족히 빛을 내며 탑니다."

 능소니가 발톱으로 씨앗을 바숴버린다.

 "재료로 술을 쓴 것은 칭찬해주마. 그러나 불티 다루는 법도, 물기 다루는 법도 모르는 이가 만들면 별이 아닌 땔감이 될 뿐이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별을 만들지 못한 거군요."

 "안개를 모으고 구름을 부릴 줄은 알았지만 불길을 뿜어내는 재주는 없었으니까. 나도 '고기먹는 자'들에게서 불티 다루는 법을 따로 배우고 나서야 별을 완성할 수 있었다."

 봄비가 바스러진 별의 씨앗을 쳐다본다.

 "그런데, 너에게 물기 다루는 재주를 알려줄 어르신들이 이제는 한 분도 남지 않았구나."

 능소니가 갑자기 미친듯이 웃어제낀다. 비가 그친다.

 

 46.

 봄비는 능소니가 웃음을 멈출 때까지 잠자코 기다린다. 비 때문에 젖은 머리가 다 마르고 나서야 능소니는 웃음을 거두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곳에 돌아와서 어르신들을 고작 먹이와 가축삼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너를 찢어죽이고 싶었다."

 "찢어죽이다니요. 그런 말을 하는 어르신은 당신이 처음이군요."

 "어르신들은 되는대로 사는 분들이니까. 그래서 난 너희들과 지내는 게 더 즐거웠단다."

 "하지만..."

 "그래. 그 옛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네 덕분이다."

 능소니가 발톱을 눕혀 봄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직도 네가 밉기는 마찬가지야.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기까지 돌아오지 않은 내 책임이 어찌 적다 하겠느냐."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참입니까?"

 "이 땅을 영영 떠나야지. 너도 밉지만 널 따라 어르신들을 잡아먹은 모든 아이들도 마찬가지야. 떠나기 전에 너희들 손에 붙잡힌 어르신들을 모조리 데려갈테니 방해하지 말아라. 고작 목줄을 끊고 멍에를 부수는데 피를 흘릴 필요는 없으니."

 봄비가 도롱이를 벗어 나바재 씨에게 건넨다.

 "마지막까지 노을녘과 겨울밤의 땅에 남기로 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도 함께 데려가십시오."

 "너럭바우가 얘기해주더구나. 너를 따르지 않은 이들은 고작 다섯 씨족 뿐이라고. 당연히 데려갈 것이다."

 능소니가 봄비의 눈을 쳐다본다.

 "별의 수명이 다 하기 전까지 돌아오려고 했다. 하지만 겨울밤의 땅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재료를 찾아다니는 동안 이렇게나 긴 시간이 흐를 줄은 몰랐어. 미안하구나. 더 이상 별이 필요하지 않게 되어서야 돌아와서."

 이번에는 도롱이를 받아들고 있는 나바재 씨의 눈을 들여다본다.

 "그래. 너희들은 더 이상 별빛이 필요치 않지. 다음 별빛을 누릴 자격도 없고 그럴 준비도 되어있지 않아."

 능소니가 뒤돌아선다.

 "이번에 새로 만든 별의 씨앗은 너희에게 주지 않을거야. 다음 별똥별이 떨어질 때는 타죽거나 얼어죽는 이가 없어야 하지 않겠니."

 

 47.

 능소니가 떠나자 봄비는 연구실로 들어가 글자를 새긴 목판을 갈고 먹을 바른 가죽을 씻기 시작한다. 따라들어온 나바재 씨가 깜짝 놀라 소리친다.

 "봄비 씨! 무슨 짓입니까! 귀중한 실험 기록들을 이렇게 훼손시키면 안되죠!"

 "아니요. 다 쓸모가 없는 짓이었습니다. 능소니가 그러더군요. 별을 만들려면 불티와 물기를 모두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나바재 씨가 손으로 자기 이마를 짚는다.

 "어머니 나무에도 불티다루는 재주를 가진 자들이 있습니다."

 봄비가 목판을 갈아내다 말고 박살을 내버린다.

 "하지만 안개를 부를 줄 아는 자는 없습니다. 구름을 부릴 줄 아는 자도 없지요."

 "그렇더라도 이건 아닙니다. 그냥 우리 방식대로 다른 별을 만들어낼 수도 있잖아요."

 나바재 씨가 눈을 커다랗게 뜬다.

 "봄비 씨. 생각해보니 불티와 물기를 모두 다룰 줄 아는 자가 있긴 있습니다."

 "나도 지금 그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능소니보다 우리가 먼저 찾아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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