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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 나의 결혼
작가 : channi
작품등록일 : 2017.11.27

장장 10년의 연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게 된 연수와 호현. 결혼 3년 차, 꺼지지 않는 잔잔한 불꽃처럼 사랑했던 두 사람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점점 호현은 연수에게서 멀어져가고, 결국 그의 입에선 이혼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연수는 절대 이혼할 수 없었다. 아직 그를 많이 사랑하기에. 그런 그녀는 우연히 '졸혼'에 대해 알게 되고. 이혼을 말하는 호현에게, 당당히 졸혼을 선언한다. 이 결혼, 과연 어떻게 되는 걸까? 결혼, 나아가 진짜 사랑에 대해 깨달아가는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9. 기분 좋은 바람이 불 때
작성일 : 17-12-14 22:13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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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호현, 바람피웠거든.”

 

 연수의 한 마디가 끝나고, 세 사람 사이엔 어떠한 말소리도 심지어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저 무겁디무거운 공기 속, 각자는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못하며 어색한 채로 자리를 지켰다.

 

 “설마, 그때 그 여자애냐?”

 

 우찬은 담이를 떠올린 듯 물었다. 말을 건네는 우찬의 눈빛이 그리 곱지 못했다.

 

 “...”

 

 호현은 아무 대답하지 못하고, 살짝 고개를 떨구곤 테이블만 바라보고 있다.

 

 “이연수, 네가 아는 여자야?”

 “응, 알아. 한담.”

 “..하.”

 

 연수의 대답에 우찬은 자신이 생각한 것이 맞았다는 듯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저기요.”

 

 우찬은 뜬금없이 점원을 불렀다.

 

 “여기, 와인 한 병만 가져다주실래요?”

 “네,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점원이 테이블을 떠나고, 우찬은 연수와 호현을 차례대로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미안하다, 너무 목이 타네. 술 좀 마시자.”

 

 아무래도 맨정신으로 듣기엔 어려운 이야기들이었다. 연수는 우찬의 그런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도 술이 고팠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술독에 빠져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금세 와인이 눈앞에 놓였고, 호현은 각자의 잔을 하나씩 가져와 따라주었다.

 

 “알아서들 마셔.”

 

 기분 좋게 짠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그 누구 하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각자의 목을 축였다. 연수는 지금 이 상황이 마냥 웃겼다. 졸혼을 밝혔고, 호현의 바람을 밝혔다. 그리고 마주 앉아 셋이서 와인을 먹고 있다니.

 

 “권호현. 바람 핀 자는 말이 없다 그거냐?”“..”

 “나한테 변명하는 것도 웃기긴 하지만, 뭐라고 말이라도 해봐.”

 

 우찬은 다시금 자신의 잔에 와인을 따랐다. 어째 이번에는 양이 조금 많다. 우찬이 와인을 자신의 잔에 다 따를 때까지, 호현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우찬은 잔에 가득히 채우곤, 들고 있던 와인병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잔을 들어 호현의 얼굴을 향해 부어버렸다. 적색의 물들이 호현의 얼굴을 적셨고, 그가 입고 있던 흰 와이셔츠는 빨갛게 물들어갔다.

 

 “...”

 

 우찬의 이런 행동을 상상하지 못했던 연수는 너무 놀라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나름 복수를 해준 건데, 마구 기쁘거나 신나지 않았다. 당황스럽고 무서웠다.

 

 “연수는 너한테 이런 거 못 했지? 얘가 퍽이나 그랬겠니? 그래서 내가 대신해주는 거야. 권호현.”

 “...”

 “너, 내가 귀국하고 가장 먼저 널 찾아갔을 때. 밥 먹는 자리에 그 여자애 왜 굳이 데리고 나왔어?”

 “..”“너 나 엿 먹인 거냐? 나 네 친구이기도 하지만 이연수 친구이기도 해. 내 앞에 바람 피우는 여자애 데리고 나와서 하하 호호거려?”

 “..”

 “이 미친 새끼. 너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애였구나. 세상에 할 짓과 못 할 짓을 구분할 줄도 모르는 정신 나간 자식이었냐고!”

 

 우찬이 호현에게 미친 듯이 화를 냈다. 욕을 했고, 비아냥댔다. 순간, 연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하나였다. 같이 함께 즐겁게 웃고 울던 세 사람. 친구라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될 정도로 서로를 아꼈던, 가족 같았던 우리. 그런데 그 관계가 이렇게 깨져버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우찬과 이런 상황 속에 놓여 있다는 게 불편했다. 돈독했던 세 사람의 우정에 금이 가는 이 상황을 견뎌낼 수가 없었다.

 

 “..갈게.”

 

 연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쳤다. 우찬에게 그만하라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우찬이 자신을 대신해 호현에게 벌을 내려주길 바랐다. 연수는 세 사람의 관계가 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호현을 아프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런 자신이 치졸하고 악랄하게 느껴졌지만, 그만하라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이 아픈 만큼 호현도 그만큼 아프길 바랐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뛰쳐나왔다. 입구를 나와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그때, 신발 굽이 와드득- 하고 꺾여 넘어지고 말았다.

 

 “악!”

 

 바닥에 쓸린 무릎이 너무나 아팠다. 무릎은 꽤 넓게 상처가 나 새빨간 피가 철철 흘렀다. 눈물이 났다. 무릎이 아파서 눈물이 나는 건지,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수군수군하며 쳐다봤지만, 그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미친 듯이 울었다.

 

 고인 눈물이 시야를 가려 앞이 불투명하게 보였다. 하지만 불투명한 시야 속, 누군가가 자신의 앞에 서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뭔가를 자신에게 내밀었다. 눈을 한번 꾹 감았다가 떴다. 고여 있던 눈물들이 뺨을 타고 흐르고, 눈앞엔 하늘색 손수건이 보였다.

 

 “...?”

 

 올려다보자,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이거, 눈물 닦으세요.”

 “..감사합니다.”

 

 손수건을 건네받고, 눈물을 닦았다. 기분 좋은 비누 향이 코끝에 전해졌다.

 

 “손수건은 가져다 쓰세요. 그럼.”

 

 그는 연수를 향해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다시금 식당 안으로 들어서려 했다. 한 다섯 걸음 걸었을까? 그는 가던 길을 멈추고, 연수를 향해 뒤를 돌아봤다.

 

 “..울지 마세요.”

 

 들려오는 목소리에 연수는 다시금 뒤를 돌아보았고, 이미 그는 뒤돌아 식당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의 허리춤에는 검은 앞치마가 둘러있었다.

 

 

 #그날 밤, 연수의 집

 

 세수를 했다. 이 퉁퉁 부은 눈이 모두 가라앉기를 바라면서. 더는 울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이 세수를 통해 호현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모두 씻겨나가기를. 얼마 전까지 온 마음에서 피어오르던 사랑이란 감정이 모두 다 사라지기를.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 묻어있는 물기를 수건으로 닦았다. 물기를 닦아내자마자 호현이 생각났다. 와인을 뒤집어쓴 얼굴, 적색으로 물든 그의 하얀 와이셔츠. 고개를 미친 듯이 흔들었다. 억지로라도 그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지워내기 위해 몸부림쳤다. 우찬에게 한담을 데려다 보인 나쁜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

 

 “..바보같다. 진짜.”

 

 십 년이 넘는 세월은 연수를 그저 호현 그 자체로 만들어버렸다.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벗어나기 싫었다. 이상하고 묘한 마음. 그 굴레 안에 빠져버린 이연수.

 

 욕실을 나왔다.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집 안. 이 적막이 연수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침실로 들어섰다. 화장대 위에 놓인 하늘색 손수건이 보였다.

 

 “..가져다 줘야겠지?”

 

 그가 매고 있던 검정 앞치마가 생각났다.

 

 “주방에서 일하는 건가?”

 

 다시금 그 식당에 발길을 닿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걸 자신이 가지고 있기엔 손수건이 참 예뻤다. 왠지 줘야 할 것만 같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다시금 그 식당에 문을 두드려 보기로 다짐했다.

 

 그때, 무릎의 상처가 쓰라렸다.

 

 “..아, 아프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무릎이 아픈 줄도 몰랐다. 호현을 생각하느라, 그 생각에 마음이 아파져 와 몸이 상하는 줄도 몰랐다.

 

 “이 상처가 다 나으면 내 마음도 많이 나아질 수 있을까.”

 

 약 상자를 꺼내 소독을 하고, 연고를 발랐다. 그리고 그 위에 밴드를 붙였다. 얼른 상처가 아물기를 마음속으로 바라면서.

 

 

 #다음 날, 점심시간 레스토랑 앞

 

 

 “..후.”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심호흡을 했다. 이제 이 식당은 불행한 일들의 집합체가 되어 연수에겐 그저 무서운 곳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혼을 들었고, 졸혼을 선언했다. 이번엔 친한 친구에게 호현의 외도까지 밝힌 곳. 입구에 들어서니, 이 모든 일이 다시금 떠올라 도저히 발길을 앞으로 내디딜 수 없었다.

 

 “..손수건 그냥 주지 말까?”

 

 한참을 문 앞에 서서 고민했다. 그냥 문 앞에 손수건을 두고 갈까? 아니면 아예 내가 가져버릴까?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서 요동쳤다.

 

 “그래. 지금은 들어서기 어려우니까. 내 생각이 좀 정리되면 그때. 그래, 그때 돌려주자.”

 

 드디어 결심했다. 방향을 틀어 뒤돌아서려던 그때. 갑자기 1층의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나왔다. 손수건을 건네준 그 남자였다. 연수는 갑작스러운 남자의 등장에 놀란 토끼 눈이 되어 그를 바라보았고, 곧이어 손수건의 남자도 연수와 눈이 마주쳤다. 그도 연수의 등장을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놀란 눈을 해 보였다.

 

 “..아?”

 “저, 손수건!”

 

 연수는 대뜸 가방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밀었다.

 

 “무릎은 괜찮으세요?”

 

 남자는 손수건을 건네받곤, 바로 연수의 다친 다리를 보았다.

 

 “..아, 네! 많이 다친 것도 아닌걸요. 괜찮아요.”

 “다행이네요. 어제 크게 넘어지신 것 같아서.”

 “어제는 감사했습니다. 손수건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연수의 말에 남자는 손을 들어 머리를 긁적였다. 귀여웠다. 쑥스러움에 머리를 긁적이는 남자, 참 오랜만이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고작 손수건 하나였는데, 도움이 됐다니 뿌듯해요.”

 

 작은 것에 고마워하고 좋아하는 저 남자가 참 순수해 보였다.

 

 “아, 제 이름은 나혁이에요.”

 

 혁이는 갑작스레 자신의 이름을 말해왔다. 아주 당차게. 그의 눈은 선하고 맑았다.

 

 “..나혁씨요?”

 “아뇨! 나.혁.이.”

 “아, 혁이 씨네요 그럼.”

 “네, 이름이 좀 특이하죠?”

 

 혁인 자신의 이름이 부끄러운 듯 살짝 웃어 보였다.

 

 “아니에요, 예뻐요. 이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아, 저는 이연수에요.”

 “이름이 참 예뻐요, 연수 씨.”

 

 혁이는 꾸밈없이 웃었다. 그 미소를 바라보고 있는 연수의 기분이 왠지 모르게 좋아졌다. 자신도 함께 밝아지는 느낌. 환했다. 그의 미소가.

 

 “쉐프님!”

 

 1층 안쪽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고, 혁이는 아차 싶었다는 듯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저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여기 주방에서 일해요. 언제 한번 음식 대접할게요. 꼭 오세요!”

 “아, 네..”

 

 혁이는 급하게 뒤를 돌아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갑작스레 나타나, 갑작스레 떠나간 혁이를 보며 연수는 왠지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주 기분 좋은 꿈.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레스토랑의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던 자신이 조금은 바보 같았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아닌데, 괜히 쫄았어.’

 

 무엇보다 레스토랑에 오지 않았다면, 참 많이 후회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맑게 빛나는 한 사람을 만나 자신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한 걸음 한 걸음, 다시금 일터를 향해 걸어갔다. 기분 좋은 바람이 살랑하고 불었다.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다. 오늘은 왠지 봄날 같은 선율의 노래가 듣고 싶은 날이었다. 그런 연수가 골목의 코너를 돌 때, 혁이가 문을 열고 헐레벌떡 나왔다.

 

 “연수 씨!”

 

 하지만 이미 연수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몇 걸음 더 앞으로 나와 주변을 살폈지만, 연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쉬웠다. 왠지 또 보고 싶었다. 그녀가.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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