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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픽미! 허그미! 키스미!
작가 : 하다온
작품등록일 : 2017.11.16

가수지망생 하린은 도망친 그(그놈?)가 돌아올때까지 슈퍼스타 도현에게 사로 잡히게 된다. 그런데 오히려 하린에게 마음을 사로 잡히게 된 도현은 하린을 놓아주려 하질 않는데. 알콩달콩 사랑의 하모니를 쌓아가는 하린과 도현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34. 이것은 음주측정.
작성일 : 17-12-14 21:15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6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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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 이것은 음주측정.

 

 

 “음주 금지, 기억 안나?”

 

 하린의 당당한 말에 도현은 어이가 없었다. 곧잘 술을 먹고 사고 아닌 사고를 쳐대는 하린이었다. 대부분의 사고 친 그 기억은 고스란히 도현의 몫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하린보다 자신이 더 걱정이었다. 여기서 술을 더 마신다면 하린 뿐만 아니라 자신도 사고를 칠 것 같았다.

 

 “그게 뭔데요? 그것도 먹는 건가요?”

 

 하린은 기분에 취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 세상이 아름다울 뿐이었다.

 

 하린은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거실에 철퍼덕 앉았다. 탁자에 능숙하게 술을 좌르륵 펼치고 잔을 꺼내왔다. 소주잔 2개, 맥주잔 2개, 샴페인잔 2개가 줄지어 섰다.

 

 “뭐해요? 어서 앉아요.”

 

 도현이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서 있자, 하린은 어깨를 으쓱하곤 혼자 술을 따랐다. 소주를 따르고 맥주를 따르고 다 같이 회오리! 방울들이 보글보글 올라오며 터지는 것을 보자 하린의 침이 꼴깍 삼켜졌다. 역시 사오길 잘했다.

 

 “역시 시작은 소맥이죠?”

 

 하린이 도현에게 잔을 들었다. 하지만 도현은 여전히 가만히 서 있기만 할 뿐 같이 할 의사가 보이지 않았다. 이래도 안 넘어와?

 

 “축하는 같이 해야 좋은 건데. 기쁨은 나눠야 제 맛인데. 오늘은 나 혼자 쓸쓸히, 외롭게 해야 하는 것인가…….”

 

 하린은 일부로 가련한 척, 불쌍한 척, 외로운 척을 시전했다.

 

 하린이 한 마디를 더 꺼내기도 전에 한숨을 후- 몰아 쉰 도현이 뚜벅뚜벅 걸어와 그녀에게서 잔을 뺏어 단숨에 마셔버렸다.

 

 그의 입으로 채 다 들어가지 못한 달콤한 술 방울이 그의 입술을 지나 목을 타고 흘렀다. 술 방울을 따라 옮기던 하린의 시선이 아름답게 움직이는 도현의 아담스애플에서 멈췄다.

 

 저 남자는 전생에 요염수를 마셨거나 치명치명 열매를 먹은 게 분명했다.

 

 ‘왜 저리 섹시해.’

 그가 팬들에게 사랑받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치명적인 섹시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그에게 섹시함으로 어택 당할 때마다 하린의 심장은 난리법석을 부렸다. 게다가 오늘은 그 어택의 강도가 심하게 반복되었다.

 

 한 번은 그와 키스신을 찍었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하린은 숨을 삼켰다.

 

 아직 술 한 방울도 목으로 넘기지 못했는데 너무 더웠다. 하린은 파닥파닥 손부채질을 하며 열기를 날렸다. 그럼에도 열기는 쉬이 사라지지 않고 하린의 숨까지 뜨겁게 만들었다.

 

 도현은 맥주 거품이 아직 없어지지 않은 잔을 탁, 소리가 나도록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던 하린이 잔을 내려놓는 소리에 화들짝 정신이 돌아왔다.

 

 “오! 목 마르셨구나.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게 빨리 앉으시지요!”

 

 하린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혼자 마시는 것보다는 둘이 좋았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술 마시는 재미도 좋았지만 섹시한 그와 함께 마시는 것은 더욱 좋을 것이다.

 

 “나 오늘 정말 기분 좋거든요. 발가벗고 머리에 꽃 단채로 거리에 쫓겨나도 뛰어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완전 행복해요. 거지꼴로 쫓겨났다가 금의환향한 기분이에요.”

 

 하린의 눈이 행복감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눈 안 가득 초롱초롱한 빛이 도현에게까지도 보일 정도였다.

 

 “다 도현 씨 덕분이에요. 고마워요.”

 

 도현은 한숨을 한 번 더 내쉬고 하린의 맞은편에 앉았다. 자신도 그랬던 적이 있으니 하린의 기분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날은 보통 강훈이랑, 아니면 강훈 놈이랑, 아니면 강훈 자식이랑 꼭 축하를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강훈이가 애인이랑 홀라당 달아나 버렸잖아요.”

 

 강훈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도현의 얼굴이 굳었다. 하린은 행복한 추억을 말하는 딱 그 표정이었지만 도현은 강훈의 이름에 사로잡혀 그것까지는 판단하지 못했다.

 

 너무 그립고 행복했던 순간이 다시 오기 힘들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자마자 흐려지는 하린의 얼굴까지. 그녀의 감정이 도현에게 넘어와 콕콕 찔러댔다.

 

 최강훈의 연인.

 

 마음이 아렸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에게 흐르는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의 기분이 곤두박질쳤다.

 

 도현은 그에게 키스하던 하린을 떠올렸다. 오로지 그에게만 집중하며 보여줬던 자잘한 떨림을 가지고 있던 그 눈을, 부드러운 그 입술을, 순수하면서도 청초하면서도 표현 못할 정도로 섹시했던 그녀의 모습을.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강훈이 대신 도현씨랑 같이 술을 마실 수 있어서 오히려 저는 더 좋아요. 제가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 건 다 도현씨 덕분이잖아요. 그러니 이 기쁨은 도현씨랑 나누는 게 맞아요.”

 

 하린은 반짝이는 두 눈으로 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그런 의미에서 한 잔 하실까요?”

 

 하린은 능숙하게 소맥을 제조해 도현에게 내밀었다. 도현이 피식 웃으며 잔을 들자 그녀는 짠, 하고 잔을 부딪쳐왔다.

 

 하린은 부지런히 술 공장을 돌리 듯 술을 제조하고 푸드파이터처럼 술을 들이 부었다.

 

 “어라, 없네?”

 

 얼마 마시지 않은 것 같은데 금세 소주 2병이 비워졌다. 하린은 빈병을 거꾸로 뒤집어 흔들며 털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병 안을 들여다봤다.

 

 “진짜 없네. 누가 다 마신거야? 범인은 이 방 안에 있소이다.”

 

 하린이 정색하며 도현을 쳐다보았다.

 

 “박하린 말인가?”

 

 “어? 한 번에 맞췄네.”

 

 하린은 기분이 좋은지 깔깔거렸다. 하린은 그냥 모든 것이 다 재밌고 즐거웠다. 그녀가 들고 있는 술잔도 재미있게 생겼고 꿀꺽 마시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마주 앉아 있는 것도 재미있었다.

 

 “취했군.”

 

 “어? 안 취했어요!”

 

 두 주먹 불끈 쥐고 말하는 폼이 딱 취객스타일이었다. 도현이 생각했던 것보다 하린은 쉽게 취했다. 평소보다 크게 웃는 것이 그랬고, 제스처가 큰 것이 그렇고,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것이 그랬다.

 

 “취객의 레퍼토리가 나오는 건가?”

 

 도현은 술을 즐기지 않았지만 오늘은 더 천천히 마셨다. 마지막 이성을 붙잡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본능을 탓하는 비겁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기든 다 도현의 의지가 담겼으면 했다.

 

 “아니라니까요. 자 보세요. 나 여기서 거기까지 일자로 걸을 수도 있어요.”

 

 하린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섰다. 그리고는 양팔을 벌리고 섰다. 하지만 시작도 안하고 서 있을 뿐인데도 그녀는 호랑나비 춤이라도 추는 듯 온몸은 휘청거리고 있었다.

 

 “갈지자(之)를 일자(一)로 잘못 알고 있군.”

 

 도현은 해보라는 듯 그녀 앞에 버티고 섰다. 그의 얼굴이 비웃음을 달고 있었다.

 

 “내가 일자로 걸으면 어떻게 할 건데요?”

 

 “박하린 소원 하나 들어주지.”

 

 하린이 눈을 또르르 굴렸다. 뭐든 빚지는 장사는 아닐 것 같았다.

 

 “일자로 못 걸으면.”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는 거죠? 좋아요. 어차피 난 일자로 걸을 거니까.”

 

 하린에게서 도현까지 거리는 다섯 발짝 정도였다. 그가 결승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린은 심호흡을 하고 호기롭게 시작했다.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다. 오늘따라 술이 달고 잘 받았을 뿐, 주량을 넘길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약간은 취기가 올랐는지 휘청거렸다.

 

 “포긴가?”

 

 “거기서 딱 기다려요. 금방 갈 테니까.”

 

 하린은 다시 양팔을 벌리고 천천히 걸었다. 약간씩 계속 흔들리기는 했지만 갈지자로 보기엔 11자에 가까웠다.

 

 “도착.”

 

 하린이 상큼한 웃음을 달고서 그를 올려다봤다.

 

 겨우 한 뼘 정도의 거리에 하린이 있었다. 당장이라도 와락 안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미소를 보이면서. 도현은 대답 없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이 무척이나 뜨거웠다.

 

 ‘위험해.’

 

 하린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와 얽힌 시선이 풀어지지가 않았다.

 

 “음, 음주 측정은 통과인가요?”

 

 “아니.”

 

 “왜요? 나 분명, 방금 일자로 걸어왔는데.”

 

 “그거 말고, 음주 측정은 다른 걸로 해야 할 것 같아.”

 

 “네?”

 

 “이렇게.”

 

 도현이 입술을 겹쳐왔다. 그의 입술이 닿자 하린이 숨을 멈췄다. 다시 닿을 일 없다고 생각했던 입술이 닿았다.

 

 “숨 쉬어.”

 

 도현은 그녀의 입술에 닿은 채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시작은 그가 했지만, 기다렸다. 그녀가 스스로 그녀의 입술을 열어주기를, 그를 향해 마음을 열어주기를.

 

 베이비키스처럼 입술을 맞대기만 한 상태인데도 하린의 심장은 격렬한 박동을 하고 있었다. 움직임이 멈춘 그들 사이에 심장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는 여전히 그녀의 입술에 닿아있기만 한 채였다. 이성은 그를 밀어내야 한다고 끊임없이 그녀에게 말했다. 살짝 움직이기만 해도 바로 몸을 뗄 사람이었다.

 

 그러나, 본능은 다시 한 번 그를 맛보고 싶었다. 그녀를 그토록 흥분케 했던 것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하린이 그의 입술을 핥았다. 그의 입에서 달콤한 소맥 맛이 났다. 하린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하린의 작은 행동에 도현이 적극적으로 변했다. 하린의 모든 것을 삼킬 듯이 입을 크게 벌렸다. 생각보다 커다란 욕망에 움찔하며 피하는 그녀를 집요하게 쫓아갔다. 피하던 그녀를 어르고 달랬다.

 

 하린의 입에서 열기 가득한 숨이 토해져 나왔다. 그 숨마저도 그가 머금었다. 격렬한 숨이 오랫동안 오갔다. 작은 불씨였던 것이 조금씩 그들을 감싸고 아예 삼켜버릴 듯 크게 번져갔다.

 

 압도적인 그의 움직임에 하린의 멀어지는 이성이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깨우고 있었다. 이제는 그만 해야 한다고, 정신 차리라고.

 

 하린이 눈을 뜨고 그의 가슴에 손을 대었다. 그녀만큼이나 격렬하게 뛰는 심장이 느껴졌다. 살짝 힘을 주어 밀자 그가 순순히 물러났다. 하지만 입술만 떼었을 뿐, 솜털까지도 보일만큼 가까운 거리에 그가 있었다.

 

 하린은 손을 올렸다. 그녀는 마치 그가 앞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듯 이마를 지나쳐 이지적인 눈썹을 손끝으로 톡톡 두드렸다. 남자치고 풍성하고 긴 속눈썹도, 날카로우면서도 오똑한 코도, 잘생긴 인중도 그녀의 손이 훑고 지나갔다.

 

 티 하나 없이 맑은 볼로 내려온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도현의 입술에 멈췄다. 하린의 시선도 거기에서 멈췄다.

 

 하린의 호흡이 다시 뜨거워졌다. 그녀의 입술을 머금던 그때의 그의 시선이 떠오르고, 그의 손길이 떠오르고, 그의 입술이 떠올라 하린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도현의 이성이 툭,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최강훈의 연인이라는 사실도, 그것 때문에 그가 괴로워하던 방금 전 상황도 사라져버렸다. 그의 눈에는 오로지 그녀만 보였다.

 

 환한 웃음을 달고 있는 눈꼬리도, 터질 듯이 발그레한 볼도, 도현의 얼굴을 휘젓고 다니는 손도, 오로지 도현만을 담고 있는 저 눈도, 오물거리는 입술도, 박하린의 모든 것이 너무나 예뻤다. 확 끌어안아버리고 싶고 그녀의 숨을 다 들이마시고 싶은 만큼 너무나 예뻤다.

 

 “이건 고백이야.”

 

 “읍…….”

 

 ‘고백’이란 단어에 놀라 하린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다가왔다. 거친 맹수처럼 그녀의 얼굴을 커다란 손으로 감싸고는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삼켰다. 도현은 하린이 놀라 내쉬는 숨결을 삼키며 입술을 파고 들었다.

 

 부드럽게 윗입술을 머금고는 이내 틈을 벌려 혀끝을 밀어 넣었다. 여린 살들을 훑으며 고른 치열을 두드렸다. 더욱 깊이 얽혀드는 호흡으로 하린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입술을 살짝 떼려 하면 다시 집어 삼키는 그 때문에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녀의 심장은 미친 듯이 내달렸다. 황홀한 감각이 발끝부터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좋다.’

 

 너무 좋았다. 너무 좋은데. 가만?!! 잠깐!!!

 

 “도, 도현씨.”

 

 하린이 입술을 떼고 멀어지자 도현이 바로 입술을 겹쳐왔다.

 

 “도현씨, 잠깐만요.”

 

 하린이 도현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입술을 떼자 도현이 아쉬운 듯 촉- 가볍게 입술을 맞춰왔다.

 

 “왜 나한테 키스했어요?”

 

 “하고 싶으니까.”

 

 “아니, 그러니까 왜 나한테 키스 하냐고요?”

 

 “고백하면서 하는 키스에 다른 이유가 있나?”

 

 “고, 고백이요?”

 

 이 남자 지금 뭐라는 거야? 설마, 지금 나를 좋아한다는 거야? 그의 정직한 말이 그녀의 가슴을 두드렸다.

 

 고백이란 그의 말이 하린의 마음을 빼앗아버렸다. 하지만 하린을 정신을 차리기 위해 머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당신은 게이잖아요!”

 

 남자를 사랑하는 동시에 다른 여자를 좋아할 수 있는 건가?

 

 하지만 이미 하린은 마성의 게이에게 마음을 뺏겨 버린 상태였다. 키스를 하던 순간만큼은 그가 게이라는 사실이 삭제된 상태였다. 떠올릴 수조차 없었다. 갈구하는 그 눈빛은, 애타는 그 몸짓은 정말 그녀를 원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뭐? 게이?”

 

 한껏 두둥실 구름 뒤에 떠있던 도현이 바닥에 고꾸라지는 것 같았다. 장난이라고 하기엔 하린의 표정은 진지 그 자체였다.

 

 “아니면 바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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