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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그 꽃은 아직 지지 않았네
작가 : 강서진
작품등록일 : 2016.8.22

평범하게 일제 시대를 살아간 못난 한 여자 아이. 자신은 최선을 다해 살았으나 국가와 나라에 해가 되었던 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전재산은 교육을 위해서 쓰였던 그런 이야기.

 
입궁(3)
작성일 : 16-09-05 01:30     조회 : 352     추천 : 1     분량 : 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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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영이 남달리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그 욕망들이 공부를 하는 동안에 잊혀지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들의 아귀다툼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글씨를 쓰다보면 사람들의 아우성이 잊혀지고 글을 읽는 동안에 몰두할 수 있었다. 선영에게 있어 배운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남달리 출세욕이 강하고 영리한 아이들은 선영이 미래에 왕의 가까이에 머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가까이 두려고 접근하는 일도 있었다. 다들 살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공부는 하지 않고 유혹에 취미를 붙이는 아이들도 있었다. 왕의 성은을 입으면 궁녀 중 가장 천대받는 무수리도 상궁을 뛰어넘는 후궁이 될 수 있었기에 일반적인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보다 실속이 있었다. 그러나 성은을 입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 왕이 부리는 부서인 지밀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었고 다른 곳에서 일하게 된다면 주상의 용안을 보는 것마저 쉽지 않은 판국이었다. 얼굴을 마주하여야 기회라도 생기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왕의 은총을 받지 않을 것이 틀림없는 엄선영이 필요했다.

 선영의 실력은 지밀의 아이들 중에서 왕과 가까운 곳으로 배정받기에 부족하지 않았으나 얼굴은 성은을 받기에 부족함이 틀림없다고 모두들 생각하였다. 두툼한 얼굴, 두툼한 입술에 고집스럽게 축 내려간 입술. 그 모든 게 보통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었다.

 은총을 받기 위해서 엄선영을 가까이하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손해가 나는 일이 아니었다. 선영의 성격도 그들의 그런 의도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 대범함이 있었다. 때문에 선영은 인기가 있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선영은 생을 맬 수 있었다. 생을 맨다는 것은 아기나인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했다. 생을 매는 것은 4, 5세에 입궁하는 지밀과 6, 7세에 입궁하는 침방, 수방의 소녀나인만의 특권이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생각시라 불렀다.

 선영이 생을 매고 난 이후에는 그녀에게 함부로 말하는 이가 없었다. 지밀의 생각시였기 때문이다. 지밀의 사람은 곧 임금이 쓰는 사람이었다. 궐 안 사람 중에서 임금의 사람인 그들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선영은 궁궐에서 생각시로 지내는 동안 친구 세 명을 사귀었다.

 소정금, 정숙양, 신지소지가 그들이었다. 두 명은 자신과 같은 지밀의 생각시였으며 한 명은 다른 분야로 갓 입궁한 신출이었다.

 소씨 가문의 정금은 중인출신의 집안으로 집도 잘살았으나 어릴 때부터 가족의 미움을 받았다고 스스로 말하고는 했다. 정금이 그렇게 말하는 것치고는 정금의 방안에 매번 먹을 것이 들어오는 것을 보아 그 것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궁궐에 들어왔다는 것은 어떠한 사연이 있었음은 틀림없다.

 정숙양은 역시 중인의 집안이었는데 집이 몰락하여 입에 풀칠조차 하기 어려워 숙양이 궁에 들어와 받게 된 월급으로 가족들이 먹고 사는 모양이었다. 신지소지는 기생의 딸로 궁녀를 모집하는 내명부관원에게 붙잡히다시피하여 입궁하였다고 했다. 본래 정해진 구역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궁녀이고 보니 신지소지는 특별한 계기로 만나게 되었는데 신분의 차이는 있었으나 마음이 잘 통해 선영은 그녀와 가까이 지냈다.

 구역이 엄격히 정해져 정해진 구역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소녀나인들이었다. 선영이 지소지를 본 것은 그런 구역을 침범하여 지엄한 대조전에 그녀가 서있던 때였다. 대조전은 창덕궁 안에 왕비가 머무는 곳으로 지밀의 사람이 아니면 쉽게 출입할 수 없었다. 선영은 지밀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대조전에 자주 청소를 하러 오고는 했다.

 “뉘요?”

 “에구머니나!”

 경기를 일으키듯 뒤집어지는 지소지에 선영도 같이 놀랄 지경이었다.

 “누구요?”

 “저, 저.”

 더듬거리는 모습이 상습범은 아닌 듯했다. 선영은 도둑년이구나, 생각하며 지소지를 보았다. 누군가 왕궁에 침입하여 노리개를 몇 개씩 빼돌려가는 소행이 가끔씩 일어나는 터였다. 선영이 쏘아보자 지소지는 와락 눈물을 쏟았다.

 “울지 말고 훔친 것을 돌려놓고 와! 봐줄 터이니.”

 “그게 아니라, 저…….”

 “저가 아니라 말을 해야 알 것 아녀. 아, 이리로 와. 여기 있다 무슨 경을 치려구.”

 지소지가 머뭇거리자 선영은 손을 잡아끌고 풀밭으로 숨었다. 이렇게 발각되면 더 경을 치겠다, 선영은 어리석은 자신에게 꿀밤을 때리고 싶었다.

 풀밭 안에서 지소지는 작게 사정을 말했고 선영은 그 사연을 들으며 계속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소지는 도둑이 아니었다. 왕의 남자를 넘본다는 의미에서는 도둑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상직소환(上直小宦). 그를 기다려 정표를 주고자 하였다고 하였는데, 상직소환이라 함은 견습내시였다.

 “어찌…… 들키면 경을 치지 않겠수.”

 선영은 놀랐지만 자주 듣던 이야기이기도 하였다. 궁녀와 내시가 사랑하는 것은 공공연한 이야기였으며 항아님들에게 주의를 받기도 하던 일이었다. 물론 네가 사랑을 하겠니, 하며 까르륵거리는 항아님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다. 선영은 지소지의 몸을 살폈다. 여린 몸에 얼굴은 약간 울상이었으나 꽃같은 자태를 지닌 사람이었다. 이른 나이였지만 여자의 태가 풍겼다.

 ‘참으로 사랑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 같구나.’

 선영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좋은 것을요…….”

 지소지는 나이가 선영보다 한 살 많다는 것을 밝히고도 계속 존대를 했다. 부서별로 차별이 있는 터. 선영이 지밀의 사람이라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언니, 구역에서 함부로 나오지 말고 정표를 나에게 전하우. 얼굴 자주 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들키면 태형이우. 그 몸으로 버텨나겠수? 내가 전달할테니 조심 좀 하우!”

 지소지와 선영은 그 이후로 자주 만나게 되었다. 지소지가 몰래 정표를 전달하면 선영이 지소지가 말한 내시가 다니는 길에 정표를 숨겨놓고 찾게 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새해가 밝았다. 서울의 뜰에는 코흘리개들이 코가 묻어 반질반질거리는 헌 옷 대신 새로 옷을 해 입고 사금바리풀을 먹인 연을 날리며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궁궐 안에서도 설날의 하루는 바빴다. 임금이 조선 팔도의 농민과 관리들에게 올 한 해도 농사에 힘쓸 것을 명하는 교서를 반포하고 조상신께 제사를 올리고 내명부에는 잔치가 벌어졌다.

 선영이 머무는 중궁전에도 잔치가 벌어졌다. 중궁전이라지만 아직 임금에게 중전은 없었다. 떡국을 한 그릇씩 받아 먹으며 나인들은 중궁전에 아직 오지 않은 중전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선영도 얇게 썬 계란지단이 떠있는 떡국 한 사발을 받아들고 정금, 숙양과 함께 국을 떠먹으며 왕비가 어떤 사람일지에 대한 예상을 분분하게 주고 받았다.

 매년 오는 새해였지만 1866년의 새해는 특별했다. 평범한 세자보다 늦게 궁생활을 시작하여 궁궐의 예법을 배우느라 정신없이 공부했던 익성대왕이 드디어 배우자를 맞이할 준비를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1866년은 조선의 국모를 선발하는 해였다. 임금의 결혼을 맞이하여 조선에는 전국적인 금혼령이 내렸다. 왕이 즉위한지 3년 되는 해, 16세가 된 왕은 아직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의 손아래에 있었다. 자식을 왕으로 세운 대원군은 솜씨 좋게 조선왕조 3대 동안 조선을 장악해온 안동 김씨 외척을 몰아내고 풍양 조씨는 물론 나이가 지긋한 조대비도 뒤로 물러나있도록 한 채 모든 실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사대부가에서는 처녀단자를 보내어 자신의 여식이 국모로 간택되기를 바랐다. 삼간택이라 하여 세 번의 심사를 거치고 마지막으로 남은 다섯 명의 소녀 중에 흥선대원군의 눈에 쏙 들어온 소녀는 여흥 민 씨 여성부원군 민치록의 여식이었다. 민치록과 한산 이 씨의 이규년의 사이에 태어난 민자영은 일찍이 부모를 여의어 불우하게 지내왔지만 흥선대원군의 부인인 여흥부대부인 민 씨의 천거로 15세의 어린 나이로 내명부를 손에 쥐게 된것이다.

 

 “엄가 선영, 소식은 들었어? 네가 소식은 빠릿빠릿하니까 모두들 목빼고 기다리고 있지 않겠니. 드디어 어떤 분인지 정해진다면서?”

 선영이 예비중전께서 입궁할 별궁에 이부자리를 정돈하고 나오자 정금이 언제 나와 있었는지 얼른 달려왔다. 선영은 상궁들의 총애를 받는만큼 왕가의 소식에도 다른 이들보다 빨랐다. 둔해 보이는 그녀의 몸집과 둔중하고 대담한 그녀의 성품 탓에 누구도 그녀가 소식이 빠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아기나인들 사이에서 대다수의 소식은 엄선영의 입을 통해 나오기 마련이었다.

 “간택령은 민 씨 가문에서 받을 모양이더라.”

 “내명부의 새 주인이 오시는가? 우리는 언제 맞이하면 되는지도 들었어? 얼굴을 빨리 뵙고 싶구먼.”

 “우리가 애기나인인데 맞이하거나 얼굴을 뵐 수 있겠어?”

 “어찌 안 될까? 우리가 썩 안 좋은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얼굴은 한 번 뵙고 싶다.”

 정금은 호기심이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으로 선영을 보았다.

 “응. 나도 보고싶은데.”

 선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저보다 3살이 많다하나 소녀일 것이 분명한 내명부의 주인이 궁금한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선영은 스승항아님께 달려갔다. 선영에게는 특별히 최상궁마마님이 스승으로 있었지만 아무래도 점잖고 바쁜 상궁의 직책이다보니 돌보아주는 선배항아님은 따로 있었다. 그는 선영이 뛰는 것을 보고 눈총을 주었다.

 “뜀박질은 왕가의 예법에 어긋난다고 말하였지. 늘 점잖던 애가 오늘은 어쩐 일이냐.”

 “스승항아님, 여쭐 것이 있사옵니다.”

 선영은 견습나인들이 중전마마의 입궁을 먼발치서나마 보고 싶어한다는 말을 전했다. 잠시 생각하던 나인은 “그리 예법에 어긋날 것은 없겠지.”라고 말하며 잠시 마마님께 다녀오겠노라하며 밖으로 나섰다. 상궁마마에게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돌아온 그녀는 선영에게 이번에 간택된 중전마마께서 중전이 되기 전 별궁에 입궁하는 때에 지밀의 나인들이 모여 인사를 드리는 것도 매우 기특한 일일 것이라 말했다.

 “지밀의 견습나인들은 모두 중전마마를 모시게 될테고 수족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니, 모여 인사드리면 귀엽겠구나.”

 그녀는 귀여워하며 선영의 볼을 잡아당겼다. 선영은 좋은 소식을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에 대해 뛸 듯이 기뻐하며 아이들에게 그 말을 전했고 소식을 전해들은 정금과 다른 아이들은 설레어하며 잠이 들었다.

 

 1866년 1월 16일. 왕실에서는 별궁을 운현궁(雲峴宮)으로 하라는 교지를 내리고 운현궁을 수리하라는 전교를 내렸다. 중전이 될 여인은 왕실예법을 익히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책봉식이 있기 이전 몇 년간 별궁에서 지내고는 하였다.

 마침내 그 날. 15세의 소녀가 가마를 타고 나타났다. 견습나인인 생각시들은 한 줄로 양 쪽에 서서 가마에서 내리는 인물을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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