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혼돈과 함께하는 나날
작가 : ghostS
작품등록일 : 2017.11.15

[현대판타지]

혼탁한 시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어설픈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작품 소개 :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도 끊임없이 기괴하면서 위험천만한 사건사고들이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러한 혼탁한 시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어설픈 그들이 움직인다.
아직 제대로 배운 것도 없는 초짜 ‘퇴마사’ 지망생 '선우명'.
그에게 빌붙어 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 '아애'.

그 둘이 많은 이들과 만나 우역곡절 끝에 힘을 합쳐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괴상한 일들을 해결하고, 세상을 혼탁하게 만드는 존재들과 맞서 싸워 퇴치하는 이야기.

 
#13. 의문의 결계 파괴자
작성일 : 17-12-14 17:25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716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Chapter 3. 혼(魂)과 백(魄)의 안내자

 

 #13. 의문의 결계 파괴자

 

  선우명은 홍란과의 전화를 끊자마자, 고개를 돌려 아애와 홍단이 밥을 먹고 있는 쪽을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기, 홍단……님? 레드오어키드님이랑 통화로 합의…랄까, 뭐, 이야기를 잘 마무리 지었는데요. 역시 저희 집에서 오전, 오후 동안 편하게 지내시다가 어두워지면 그쪽으로 출근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하하.”

 

  “깔깔깔깔깔. 지랄하고 자빠졌네. 크킄큭. 야, 역시 돈이 좋긴 좋은 가봐? 그리 썩은 얼굴을 하고 있다가 돈 준다니까 그렇게 표정이 밝아지는 걸 보니까 말이지. 크크크크큭.”

 

  아애의 놀림에 선우명의 얼굴빛이 홍당무로 변했다. 물론 지극히 계산적이고 부끄러운 결정이긴 했다. 하지만, 당장 김삼재 노인에게 받은 돈을 진짜로 고스란히 다시 돌려줘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결국 장우진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제대로 찾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홍란의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거부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선우명도 처음에 홍란이 백만 원을 말했을 때에도 금액이 너무 많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적당한 금액이 얼마일까를 고민하다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더니, 겨우 몇 분 만에 금액은 처음 부른 것보다 무려 3배가 되어있었다.

 

  “크크킄큭. 야, 야. 니 사부가 너 이러고 있는 걸 알면 뭐라고 말할까 몰라? 크킄큭.”

 

  거의 밥벌레로 빌붙어 살고 있는 아애야 여러모로 걱정이긴 하지만, 홍단은 월 삼백을 고정으로 벌 수 있게 해주는 존재가 아닌가. 그것도 성스런 용님이었다. 그런 홍단을 집에 잠시 동안 머물게 하는 거라면 사부님이라도 별 말씀 안 하실 것도 같았다. 아니, 사부님이 그렇게 너그러이 받아주시길, 선우명은 빌고 빌 수밖에는 없었다.

 

  “미친, 넌 좀 헛소리 하지 말고 입 다물어! 아, 홍단님에게 한 말은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시고요. 하하핫.”

 

  “크킄킄크. 근데, 왜 나는 그냥 이름이고, 얜 ‘님’자를 붙이는 거야?”

 

  “시끄러워. 제발 넌 좀 가만히 있어.”

 

  아애를 째려보며, 선우명은 속으로 수호신 급인 ‘용님’과 그저 요괴 중 최강인 것 정도로 보여 지는 아애를 똑같이 취급할 수 없다고 다짐했다.

  용이란 원래 그저 강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태생 자체가 성스런 존재가 아닌가. 마음 같아선 홍단의 용 본체의 사진도 찍어보고 싶고 거기다 홍단의 사인까지 받아두고 싶을 정도였다. 선우명의 못 말리는 ‘용’덕후 기질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왔다.

 

  “웃겨~. 큭크크큭. 내가 이 자식 팔 잘라 먹었다니까? 내가 쟤보다 훨씬 강한데? 크크큭. 그러니까~, 나한테도 예전처럼 다시 아애님이라고 불러야지? 크크큭.”

 

  물론 석 달 전에는 선우명도 아애를 깍듯하게 대했었다. 아애가 그저 먹고 놀고 자고 성질만 부려대는 ‘밥충이’, ‘밥벌레’라는 걸 파악하기 전 까지는 말이다.

 

  “시끄러. 니가 평소대로 다 찢어발겨서 꾸역꾸역 먹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홍단님이 대단하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거든.”

 

  “콜록, 콜록, 콜록. 음음, 그런데 클럽 쪽 상황은 어떻데?”

 

  먹성 좋게 고기 덩어리를 급하게 씹다가 사래에 걸린 듯 재채기를 급하게 한 후에야 홍단이 겨우 말을 할 수 있었다.

 

  클럽 [RED]는 무기한 영업 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비록 미리 예측할 수 없었던 불의의 사고였지만, 그 정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다친 것이 분명하므로 정전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할 때 까지 클럽의 정상적인 영업은 불가능했다.

  물론 [RED] 뿐만 아니라 근처의 여러 다른 클럽들과 유흥업체에도 정전으로 인한 자잘한 사고들이 있었지만, 유독 클럽 [RED] 에서만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또 이상한 목격 진술들이 많이 있었던지라 [RED]에 한해서만 집중 조사를 더 추가할 계획인 모양이었다.

  무엇보다도 정전 원인의 시작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많은 사람들의 제보대로 [RED]의 옥상에 떨어진 마른번개가 가장 유력한 가능성이었다.

 

  “흐음, 그럼 오늘은 홍대 쪽은 안 가겠네? 어디로 가려나?”

 

  당장 오늘 밤에는 홍란이 홍탁을 데리고 어디서 ‘순결한’ 혼백을 사냥 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홍단이라면 그 곳이 어디든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였다. 홍란의 말로는 그 집안에서 운영하는 클럽이 [RED] 말고도 몇 개가 더 있다고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홍단님? 원래의 본 이름은 어떻게 되시는지? 아, 저기, 혹시 홍단은 아니……죠? 하하…하하하.”

 

  선우명의 물음에 아애는 배를 잡고 깔깔거렸고, 홍단은 눈을 찌푸렸다.

 

  “고 기집애가 정한거야. 무슨 홍란 동생이니까 홍단이라나?”

 

  “크크크크큭. 깔깔깔깔깔.”

 

  선우명은 자신이 처음 그녀를 홍란님이라고 불렀을 때, 엄청 정색하던 여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신의 본명은 올드한 느낌이라 싫다며 자신을 레드 오어키드라고 불러달라고 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용님에게 홍단이라는 이름을 지어 준 건, 절대로 호의로 한 행동은 아닌 것 같았다.

 

  “홍탁이도 걔가 지은 거야. 나름 붉은 수탉이라고. 아무리 그래도 홍탁이 뭐냐, 홍탁이. 이름에서 냄새 날 것 같잖아.”

 

  홍란의 작명 센스에 선우명도 홍단도 고개를 흔들흔들 가로지었고, 아애의 웃음은 끝나지 않았다.

 

 *

 

  선우명과의 극적 타결을 마치고 통화를 끝내자마자, 홍란은 다시 눈앞의 모니터에 집중 했다.

  사고 조사반이 클럽 [RED]의 모든 CCTV영상을 요구하자, 이에 홍란은 집에 있는 자신에게 먼저 모든 영상의 원본을 보내라고 클럽 총책임자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일일이 거기에 뭐가 찍혔는지를 직접 확인하기로 한 것이다.

  클럽 내외에 설치해둔 대부분의 CCTV 영상은 정전이 되는 동시에 끊어졌다. 하지만 자체 배터리가 들어있는 초소형 CCTV 카메라가 몇 개 있다는 것을 홍란은 알고 있었다.

 

  초소형 CCTV 카메라들은 각 층으로 오르내리는 나선 계단의 중앙 기둥에 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여겨보지 않았다. 클럽의 좁은 계단에서 낙상사고가 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정확한 사고경위를 확인 할 수 있도록 360도 회전까지 하는 신식 카메라를 설치했었다.

  홍란은 사고 조사단에 넘기기 전에 그 카메라 영상들을 직접 확인해보려 한 것이다. 그리고 영상을 보자마자 홍란은 미리 확인 해두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런 걸 밖으로 잘못 유출 되었다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잘 살아가던 인간들의 세상이 진짜 발칵 뒤집힐 수도 있었다.

 

  홍란은 이맛살을 다시 찌푸리며, 영상을 확인 해 나갔다.

  1층과 2층 사이의 CCTV와 2층과 3층 사이에 있는 CCTV 영상에는, 귀신에 빙의되었던 문제의 사람들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몇 명은 네 발 짐승처럼 기어서 짐승처럼 뛰어 올라갔고, 몇 명은 비틀 비틀 좀비처럼 움직였으며, 어떤 사람은 뻣뻣한 강시마냥 경직 된 채 느릿느릿 움직였다. 어느 쪽이든 정상적인 사람들의 반응은 아니라는 거였다. 홍란은 2개의 CCTV 영상을 바로 삭제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층과 4층 사이의 CCTV 영상을 플레이 시켰다. 처음 선우명이 계단 끝에 서서 불검을 만들어내고선 카메라에는 찍히지 않은 귀신들을 향해 내휘두르는 장면부터 빙의된 사람들과의 대치 상황까지 고스란히 적외선 카메라에 선명하게 찍혀져 있었다. 또 선우명의 손에서 뭔가가 꾸역꾸역 튀어나와 뻗어나가는 장면까지 말이다.

  홍란은 짜증난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전부 다 카메라가 그쪽으로 회전했을 때네. 타이밍 한 번 죽이네요, 선우명씨. 아니, 그런데, 원래 도사들의 술법이 이런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혀도 되는 거야? 저런 건 막 증거 같은 거 남기지 않는, 뭐 그런 술법이어야 하는 거 아냐?”

 

  다음 장면은 카메라가 돌면서 빙의된 인간들의 몸이 나무뿌리에 감싸지는 모습과 그 뒤로 나무뿌리가 계단 아래쪽으로 끊임없이 뻗어 나가는 장면이었다.

 

  다행히도 그 뒤에 등장했던 홍탁은 영상에 찍히지 않았다. 그러나 홍란이 안심하기엔 너무 일렀다.

 

  “헉, 젠장.”

 

  끝까지 홍탁은 영상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는 공중으로 불덩어리가 혼자 날아오르는 장면이 카메라의 끝자락에 걸려버린 것이다.

 

  “미치겠네. 뭐가 이렇게 확실하게 찍힌 거야? 이래도 돼? 무슨 도사가 일을 이런 식으로 무식하게 처리하는 거야? 하긴, 아직 왕 초보 라고 하긴 했으니까 어쩔 수 없나?”

 

  한숨을 내쉬면서 홍란은 마지막 영상의 삭제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하지만 순간 이상한 장면 하나가 홍란의 눈을 사로잡았다.

  카메라가 다시 돌아 계단에 서있는 빙의된 인간들을 찍고 있었는데, 그 중 가장 뒤쪽 끝에 서 있던 하나가 갑자기 휘리릭, 마치 마술처럼 화면 속에서 사라진 것이다.

 

  “뭐야? 설마 이젠 혼백까지 CCTV에 찍힌 거야?”

 

  홍란은 눈을 몇 번이나 끔뻑여 보다가 다시 영상을 되돌려가며 찬찬히 확인했다. 분명히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곁에 있던 다른 빙의인간들과는 또 뭔가 달랐다. 악귀들에게 씐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기이하고 이상했다. 웃음 짓는 입매도 삐뚤었고 눈빛도 희번덕거리는 것이, 절대로 정상적인 상태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남자만은 달랐다.

 

  키가 크고 늘씬했으며 잘 생기기까지 한 남자였다. 나이도 30대 초중반 정도로 보였고, 게다가 옷차림도 홍대 클럽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을 말끔한 와이셔츠 차림이었다. 남자의 얼굴은 웃고 있었는데, 다른 이들처럼 비정상적인 형태의 미소가 아니었다. 지극히 정상적인, 뭔가 재미있는 것을 보는 표정, 흥미로운 것을 찾아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이상하네. 빙의되지 않은 상태라면, 보통 사람이 저런 이상한 상황을 저렇게 편하게 대할 수도 없을 테고.”

 

  그렇게 눈빛을 빛내며 미소 짓던 남자는 바로 다음 순간 거짓말처럼 휙 사라졌다. 그 몸을 칭칭 둘러싸고 있던, 선우명이 만들어낸 나무뿌리를 그대로 남겨놓고 말이다. 아마도 고통에 몸부림치던 홍탁이 사자후 같은 울음을 울기 시작한 시점 같았다.

 

  “역시 혼백인가 보네.”

 

  홍란은 홍탁의 관리자로써 어쩔 수 없이 이계의 일에 한 발 들여놓기는 했지만, 선우명처럼 영안이 밝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 동안, 홍탁이 혼백을 먹어 정화시킨다는 것을 알 뿐, 그 홍탁이 먹는다는 혼백이나 귀신의 모습을 직접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다하다 이제 나도 혼백을 다 보게 되네. 하긴 오늘 새벽에는 온갖 이상 한 걸 다 목격한 셈이니까 말이지.”

 

  결국 홍란은 마지막 영상 까지 다 삭제했다.

 

  *

 

  “뭐야? 너희들이 클럽의 결계를 깬 게 아니었어?”

 

  홍단의 미성이 높아졌다.

 

  “깔깔깔깔깔. 뭐래? 크크크. 처음부터 결계는 다 망가져 있었다고. 크크큭.”

 

  “음, 저도 확실히 결계 같은 걸 느끼지는 못했습니다만.”

 

  선우명이 끼어들자, 홍단은 ‘니까짓게 뭐라고, 왜? 어째서?’ 라는 표정으로 선우명을 바라보았다.

 

  “아, 저기, 제가, 그나마 좀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게, 좀 예민하다는 건데요. 특히 그 빌어먹을 잡귀들의 기운을 제일 잘 느끼긴 하지만,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결계도 좀 느끼거든요. 만약 저희들이 클럽 안으로 들어갈 때 그 결계라는 게 있었다면, 아마도 조금이라도 저도 눈치 챌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긴, 니가 엄청 예민한 인간이란 건 잘 알겠더라. 설마 내가 홍탁이를 입에 넣는 장면까지, 니가 다 볼 수 있었다니 말이야.”

 

  “하하하…, 네에.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왜 닭을 삼키신 건가요?”

 

  “바보냐? 삼키긴 누가 삼켜? 삼킨 거 아냐. 니가 반쯤 통닭구이를 만들어 놓은 걸, 내가 다시 산 닭으로 되돌려 놓은 거지. 나같이 정기 충만한 영수(靈獸)의 체액은 일종의 영약이거든. 너도 다치면, 내 침으로 낫게 해줄 수 있어.”

 

  아무리 용을 좋아해도, 그건 좀 아니라고 선우명은 생각했다.

 

  “쳇, 그나저나 당연히 아애 너 녀석 짓인 줄 알았는데? 내가 클럽으로 왔을 땐, 니 녀석 기운만 엄청나게 풍겨 나오고 있었거든.”

 

  “크크큭크큭, 그럼 옥상에 있던 그 녀석들 짓 아냐?”

 

  “옥상? 옥상은 왜? 아애, 니가 옥상에 간 거였어?”

 

  “그런 저렙 괴물 따위가 풍의 결계를 그리 쉽게 깰 순 없어. 그 녀석도 결국은 결계가 깨지고 나서야 거기에 들어온 걸 테니까. 역시 이상하네. 그때 거기서 결계를 부술 만큼 강한 요괴의 기운을 가진 건 너 밖에 없었다고.”

 

  “깔갈깔깔깔, 난 아냐. 우리 선우명씨도 아니고. 크크큭.”

 

  “아니, 옥상에서 아애 너 도대체 뭐했냐고?”

  “크큭, 뭘 하긴? 저 녀석이랑 한 판 붙었지. 내가 저 녀석 팔 뜯어 먹었다니까? 아, 그전에 애피타이저로 지네인가 노래기 인가 하는 괴물 녀석도 좀 먹고. 크크큭큭.”

 

  실제로 아애와 홍단이 나름의 결투를 위해 건물의 초고층 옥상, 루프 탑 스테이지로 올라갔을 땐 이미 기다랗고 징그럽고 괴상한 괴물 벌레들이 우글거리며 그곳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 대부분이 아애의 뱃속으로 들어갔다고, 홍단은 담담히 말해주었다.

 

  “아오, 이 미친! 결국 옥상에서의 그 천둥번개는 다 너 때문 인거네? 너 때문에 정전이 생긴 게 맞네, 맞아! 그렇지? 아으, 진짜,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친 건 줄 아냐?”

 

  “깔깔깔깔깔, 그게 왜에? 왜 나 때문이야? 난 아닌데. 홍단인지 청단인지 쟤가 그런 건데, 킄큭.”

 

  “어휴, 홍단 청단은 또 어디서 듣고 온 거냐, 정말이지. 하아.”

 

 아애가 장난질을 치는 동안에도 홍단의 표정은 내내 어두웠다.

 

  “홍단님?”

 

  “아니, 분명히 거기엔 풍의 결계를 깰 만한 요괴는 나와 아애 둘 뿐이었어. 그렇지만 아애는 아니라고 했으니까.”

 

  “아애는 아니에요. 입장할 때 저랑 같이 움직였으니까요.”

 

  “남은 가능성은 너…….”

 

  “아니, 아니. 저도 아닙니다. 전 아직 간단한 결계를 만들지도 못하고, 더더구나 남이 만든 결계를 깨는 건 아예 못한다고요.”

 

  선우명은 두 손을 내저으며 강력하게 부정했다.

 

  “아니, 너 같은 예민한 인간일 수도 있다는 거야.”

 

  “네에?”

 

  “어차피 그 결계도 인간인 풍이 만들어 놓은 거였어. 만약 너처럼 삼라만상의 기운에 예민한 어떤 자가, 결계를 만들고 푸는 법까지 배운 상태라면 …….”

 

  “크크큭크큭. 뭐, 너 만큼이나 맛있는 냄새가 나는 인간이 하나 있긴 있었지만 말이야. 금세 기운을 숨기긴 했지만.”

 

  “아니, 인간이 그 결계를 깼다는 건가요? 그런데 왜요? 산 사람이라면 그냥 들어오면 되는데?”

 

  처음으로 선우명과 아애와 홍단의 눈이 동시에 마주쳤다.

  하지만 그때 다시 선우명의 요란한 벨소리가 울려 퍼져 집중을 깨트렸다. 다시 홍란이었다.

 

  “아, 레드오어키드님?”

 

  “선우명씨! 내가 장우진이라는 남자의 얼굴을 본 것 같아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20. 산 자의 정의, 죽은 자의 정의 2017 / 12 / 18 216 0 8723   
20 #19. 멍청한 남자 2017 / 12 / 18 218 0 8675   
19 #18. 억울한 남자 2017 / 12 / 18 230 0 8051   
18 #17. 너의 목소리가 들려 2017 / 12 / 18 237 0 5719   
17 #16. 마천루 2017 / 12 / 18 231 0 9445   
16 #15. 혼魂. 백魄. 귀鬼. 정精 2017 / 12 / 18 246 0 8726   
15 #14. 우연이 겹치면 우연이 아니다. 2017 / 12 / 18 230 0 7881   
14 #13. 의문의 결계 파괴자 2017 / 12 / 14 231 0 7169   
13 #12. 홍탁, 날다. 2017 / 12 / 14 228 0 8266   
12 #11. 혼백(魂魄)이나 귀신(鬼神)이나 그게 그거… 2017 / 12 / 7 241 0 6854   
11 #10. 수상한 의뢰인 2017 / 12 / 7 256 0 6816   
10 #9.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2017 / 12 / 1 218 0 5938   
9 #8. 레드 오어키드 red orchid 2017 / 12 / 1 219 0 6993   
8 #7. 수상한 고액 알바 2017 / 11 / 30 233 0 6446   
7 #6. 장마가 끝나던 날 2017 / 11 / 30 238 0 6558   
6 #5. 요괴가 괴물을 낚는 법 2017 / 11 / 22 244 0 6838   
5 #4. 귀신을 상대하는 여러 가지 방법 2017 / 11 / 22 260 0 6282   
4 #3. 어설픈 제자의 유능한 사부 2017 / 11 / 17 241 0 6514   
3 #2. 제자가 매일 해야 하는 일 2017 / 11 / 16 236 0 7558   
2 #1. 나쁜 꿈과 재수 없는 나날 2017 / 11 / 15 244 0 6261   
1 PROLOGUE - #0. 6개월 전 2017 / 11 / 15 415 0 621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