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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장미의 이름
작가 : 홍단
작품등록일 : 2017.12.14

꿈을 꿔.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의 꿈을.

알레테아의 혼잣말에 그가 묻는다.

...돌아가고 싶은 건가요?

대답은 생각보다 빠르고, 분명하게 돌아왔다.

돌아가고 싶다고 한 적은 없어. 기억 속에서 긁어내고 싶을 뿐이야.



알레테아도 한때는, 미치도록 돌아가고 싶었다.
그녀의 부모와, 형제와, 이웃들의 몸을 양분으로 피어난 그 혐오스러운 붉은 꽃들의 꿈을 꾸기 전까지는.

 
4화 - 알레테아(4)
작성일 : 17-12-14 16:23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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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레테아가 머물던 건물은 평화의 신을 모시는 이 도시의 영주가 알레테아의 길드를 위해 특별히 하사한 건물이었다. 알레테아가 죄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쫓아내도 죄가 안 될 판에 엄청난 대우였다. 모독자를 잡는다는 고마운 일을 해 주는 분들이다 하여 하사받은 건물인 만큼, 좀 낡긴 했다만 방도 수십 개요, 건물 자체도 매우 컸다.

 

  문제는 지금 도망치는 상황에서는 건물 크기 따위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는 데 있었다. 아니, 오히려 방해만 된다. 알레테아는 건물 문의 위치를 생각하며 지금 어느 루트로 도망을 쳐야 가장 빠르게 이 건물에서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머리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사실 쥐어짜 본다 해도 건물의 통로가 너무나도 전형적이라,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지만 말이다. 건물은 'ㄷ‘자형으로 되어 있었으며 자신의 방은 2층에다 디귿 자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었다. 현재 2층이고, 2층에서 내려갈 방법이라곤 건물 중앙의 로비에 연결된 계단뿐이었다.

 

  로비의 계단을 무사히 내려가면 건물 사이의 정원을 가로질러 대로변이 나왔다. 이런 한밤중에도 문을 여는 상점 따위는 없으므로 유일하게 몸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신전밖에 없는데, 다행히 건물 대문부터 도시의 신전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물론 너무 정식적인 루트라 저 괴물이 그녀도 아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금방 따라잡힐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끝까지 밀려왔지만... 현재로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알레테아는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며 복도를 쿵쾅쿵쾅 뛰어갔다.

 

  ‘젠장, 복도가 너무 길어!’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데 로비는 아직도 멀었다. 뛰는 데 익숙지 않은 것도 아닌데도 숨이 턱턱 막혔다. 건물이 워낙 크고, 한 면마다 방이 수십 개가 넘게 죽 늘어져 있어서 그런가 싶었다.

 

  아니면 마음은 급한데 몸이 풀리지 않아 제대로 뛰어지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라키샤가 언제 다시 자신을 쫓아올지 모르는 일이니까...

 

  “길드장님! 라키샤가 드디어 미쳤습니다! 이리로 도망치세요!”

 

  그렇게 한창을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가 뛰어 나왔다. 알레테아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을 뻔했지만, 간신히 참아 냈다.

 

  문을 연 자는 자신의 심복 중 한명인 리이였다.

 

  리이는 오래 전부터 알레테아와 뜻을 함께 해 온 남자였다. 이 도시에서 길드를 세울 때부터 함께해 왔던 자이자, 알레테아가 진정으로 믿을 수 있고, 투정을 부릴 수 있는 남자였다.

 

  그 온화한 성정 덕인지 평화의 신께 선택받아 평화의 신께서 주시는 권능을 부리며, 알레테아를 무시무시한 사지에서도 구원해 왔던 그런 남자이기도 했다.

 

  평화의 신께 선택받은 자의 경우, 선택받은 백성이라면 공통적으로 얻는 능력 외에도 웬만한 창이나 칼은 다 막아 내는 하얀 날개를 어디서나 펼 수 있는 권능을 하사받는 게 전통이었다. 리이는 신께 선택받았다는 징표인 그 날개를 펴 알레테아를 감싸 안으며 모독자와의 싸움에서 알레테아를 지켜 내 왔었다. 누구보다도 알레테아의 안위를 걱정하고, 함께하는 이...

 

  “뭐, 뭐야? 놀랐잖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도망가시면 위험해요. 저와 함께 가세요!”

 

  그를 보니 잠시 진정이 되는 것도 같아서, 알레테아는 괜히 투정을 부려 보았다. 그의 초콜릿 색 머리카락과, 반짝이는 파란 눈을 보니 자기도 모르게 긴장 상태가 풀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아까 라키샤의 눈과는 전혀 다른, 부드럽고 편안한 눈동자였다. 지옥 같은 까만 눈동자에서 도망쳐 파란 별빛 같은 눈을 보고 있노라니 알레테아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진정 상태가 오래 갈 리가 없었다. 알레테아가 무심코 손을 내밀어 리이의 손을 잡으려 했을 때, 손가락 대신 꺼끌꺼끌한 천의 감촉만이 느껴졌던 것이었다. 길드원들이 다칠 때마다 항상 보는, 하얗고 기다란 물건. 바로 붕대의 감촉이었다.

 

  그것도 새빨갛게 푹 젖은 붕대의 감촉이. 알레테아는 소스라치게 놀라 손을 떼어 냈다. 손가락 마디 사이로 빨간 핏물이 진득하니 묻어 나와 있었다. 알레테아는 저도 모르게 헛구역질을 했다.

 

  불행히도 리이는 이미 손가락 하나를 잃은 상태였다. 새빨갛게 물든 붕대로 칭칭 감긴 손. 그리고 네 개 밖에 남지 않은 손가락...

 

  자기도 모르게 헉 소리가 절로 나오고,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절로 몸서리가 쳐지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헛구역질을 오늘 밤 벌써 몇 번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질리지도 않고 계속 나왔다.

 

  리이도 당했구나... 아까 그 녀석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난 더 험한 꼴을 봤겠지. 심장이 보이지 않는 칼로 난도질당하는 것 마냥 절로 아려 왔다. 자신의 방패이자 기사인 리이마저 아픈 꼴을 보았다고 생각하니 절로 두렵고 소름이 끼쳤다. 얼마 전 모독자를 잡을 때조차 겪지 않았던, 참을 수 없는 공포가 다시금 온몸을 덮쳤다.

 

  하지만 완전히 패닉에 빠진 알레테아와는 달리 리이의 얼굴은 상당히 평온해 보였다.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닐 터다. 아마 알레테아를 달래 주고자 일부러 그런 얼굴로 맞이하고, 애써 힘을 내 보는 것이겠지.

 

  리이는 온전한 손으로 헛구역질을 하며 눈물까지 흘리는 알레테아의 등을 두드려 주며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긴 2층입니다. 내려가는 방법은 2층 로비에 있는 계단뿐인데, 라키샤도 그걸 알고 있으니 분명 거기로 쫓아 올 겁니다. 그년 달리기 속도가 얼마나 빠른데, 안이하게 그 쪽으로 갔다가는 잡히시고 맙니다.”

 

  “...그렇다고 이 방에서 손이나 빨고 있을 수는 없잖아.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거야?”

 

  알레테아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여전히 속이 메슥거리기는 하지만 아까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리이의 온화한 목소리를 들어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라키샤 녀석은 이 방에 아가씨께서 있으시리라 생각하기 보단 계단으로 도망쳤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 녀석이 2층 로비 계단으로 간 사이에 창문으로 탈출하시는 게 나을 겁니다. 제 방 창문은 건물 뒤쪽의 상점가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그런 방법이 있었네! 같이 도망치면 되겠어. 날개로 날 수 있으니까... 그 방법을 미처 생각을 못 했어.”

 

  “...”

 

  “같이 도망치자. 나랑 같이 날아갈 수 있잖아.”

 

  “...”

 

  “리이?”

 

  리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함께 날아가자는 알레테아의 제안에, 리이는 쉽사리 동조하지 못한 채로, 대답하는 것을 머뭇거리기만 할 따름이었다. 마치 무언가 말해야 하는데, 차마 말할 수 없다는 것처럼...

 

  설마. 아닐 거야. 아닐 거라고. 알레테아는 무시무시한 예감이 자신을 지배하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 않기만을 빌었는데, 손가락을 보고 나서 어렴풋이 직감한 그런 상황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는데... 설마, 그럴 리가 없어.

 

  아무리 그래도 리이의 날개는 뭐든지 막아 내는데-.

 

  그러나 불행히도 알레테아의 예감은 완벽하게 적중하고 말았다.

 

  리이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자신의 권능을 발현했다. 하얀 기운이 살랑이듯 그의 등에 일어나더니, 서서히 그의 등 언저리에서 빛을 발하며 뭉쳐져 갔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하얀 빛은 서서히 거대한 날개의 형태로 변해 갔다. 여기까지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알레테아의 눈앞에 등장한 날개의 모습은 평소의 눈부실 정도로 새하얀 날개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첫눈이 내렸을 때, 아무도 그 위를 밟지 않았을 때와도 같은 순백색의 날개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지 오래였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 무참히 찢기고 망가진,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날개였다. 날갯죽지는 이미 반대 방향으로 뒤틀렸으며, 날개 여기저기가 검은 색 금속으로 된 꼬챙이 같은 것으로 수도 없이 꿰뚫려 있었다. 꽂힌 곳마다 시뻘건 피가 흘러 나와 날개는 이미 순백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검게 말라붙고 빨간 피로 젖은 그런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등에 달린 그것을 날개라고 차마 부르기도 어려울 정도로, 리이의 것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사실상 커다란 고깃덩이 두 개가 붙어있다고 봐도 될 수준이었다. 저번에 잡았던 모독자처럼.

 

  알레테아는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목구멍 속으로 욱여넣었다. 그럼에도 낮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리이는 태연한 표정이었다. 오히려 리이는 괴로움에 떨고 있는 알레테아를 아픈 손을 사용해 가면서까지 부축하며, 언제든지 다시 뛰어갈 수 있도록 부축해 주었다. 손가락이 잘린 부분에서 피가 찌꺽찌꺽 흘러 얼마 남지도 않은 붕대의 하얀 부분을 마저 적셨지만, 리이는 상관도 하지 않는 듯했다.

 

  “아가씨. 저는 함께 갈 수 없습니다. 대신 커튼을 엮어 놓았으니, 이걸 타고 내려가세요. 타고 내려가셔서 어떻게든 살아남으시는 겁니다.”

 

  “리이는? 같이 가자!”

 

  “저는 이미 손가락을 기부했으니까요... 하하. 지금 이렇게 다쳐서야 몸의 온 힘을 재생에만 매진해도 힘들 겁니다. 짐만 될 뿐이죠.”

 

  “하지만...”

 

  “아가씨는 이 길드의 길드장이고, 영예로운 일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길드의 구심점인 당신이 다쳐서는 안 됩니다. 저런 미친 사람에게 다친다는 것은 더더욱.”

 

  리이는 애써 빙긋 웃어 보이며 대답해 보였다.

 

  그 말 이후로 리이는 말이 없었다. 커튼을 묶은 것이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가를 확인하면서, 알레테아에게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건 알레테아가 싫어서가 아니라, 알레테아의 마음을 더 이상 흔들고 싶지 않아서라 보는 것이 타당했다. 한 마디라도 더 했다가 알레테아가 결정을 지체하기라도 할까 봐 조심스러워하며, 그는 아무 말 없이 커튼이 튼튼하게 매여 있는지를 확인했다.

 

  커튼을 창문 밖으로 내리고, 리이는 알레테아가 커튼을 꽉 쥐는 것까지 확인했다. 알레테아가 커튼을 양손으로 꽉 쥐고 1층을 향하여 조심스레 발을 내딛는 모습을, 리이는 똑똑히 두 눈으로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발을 헛디뎌 떨어지기라도 할 까봐서.

 

  “리이, 고마워. 더 다치면 안 돼.”

 

  그리고 2층 창문으로 고개를 내민 리이를 향하여 알레테아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위기의 순간, 언제나 자기가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하여 구해 주는 리이... 알레테아는 어느새 눈에 살짝 눈물이 맺히는 걸 느끼며 애수어린 표정으로 리이를 바라보았다.

 

  “안전히 도망치셔야 합니다. 상황이 워낙 갑작스럽기는 하지만, 아가씨라면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제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알레테아의 발이 지면에 닿았을 때, 리이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민 채 마지막으로 격려의 말을 전했다.

 

  알레테아가 괴로워 할 까봐 무서워서 잠시 말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 말을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결국에는 하고 싶던 말을 토해 내며, 그는 알레테아를 부드러운 눈으로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도망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알레테아의 안전을 기도했다.

 

  “리이, 뭐해? 혹시 길드장님 어디 가셨는지 알아? 라쉬미가 길드장님의 심장을 먹고 싶대.”

 

  뒤에서 소름끼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작가의 말
 

 재미있게 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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