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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BONDSMAN
작가 : 어름산이
작품등록일 : 2017.12.9

마법과 도술 그리고 괴물들이 나타난 가까운 미래의 지구.
괴물들을 비롯해 돈이 되는 것들이라면 해결해주는 ‘선수’들이 생겨났다.
선수로 생활하는 이리에게 오랜 친구 페이가 갑자기 나타나고,
기꺼이 그녀의 일을 돕지만 점점 위험한 일에 휘말려 가는데.

 
본즈맨 14화
작성일 : 17-12-14 16:14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8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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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

 

 

 사람 냄새나는 돗가비 장터에도 그늘진 곳은 있었다. 왁자지껄한 구역을 벗어나 구석으로 갈수록 소음이 줄어들었다. 거리의 사람들은 저마다 까마귀의 탈을 쓰고 어두운 계열의 옷과 장신구로 자신을 가렸다.

 

 “아까 말했던 장물아비들입니다. 다루는 물건 때문이더라도 자신들의 얼굴을 숨기고 다니죠.”

 

 꼭 서양의 역병의사들과 비슷한 이들이다. 그들이 거리를 지나가는 일행을 천천히 쳐다봤다. 어딘가 모르게 괴기하다.

 

 “묘한 곳이네.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아.”

 

 페이의 말에 녹호가 탄성을 뱉었다.

 

 “잘 맞추셨습니다. 여기는 위험한 물건을 다루는 이들이 넘쳐납니다. 괜히 저희가 숨어사는 것이 아니죠.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인종들도 많은 곳이 여기 돗가비 장터니까요. 거리를 보시면 알겠지만 여기는 일반 주민들이 잘 다니지 않습니다.”

 “왜?”

 

 이리가 물었다. 아까의 거리와는 전혀 다른 곳이라 기분이 나쁘다.

 

 “귀신을 믿으십니까?”

 느닷없이 귀신? 페이가 이상한 눈초리로 녹호를 쳐다봤다.

 

 “여기 뭐 귀신 나오고 그래요? 난 귀신 안 믿는데.”

 “글쎄요. 이리 씨는 귀신을 믿습니까?”

 “안 믿어!”

 

 그녀가 소리를 빽 질렀다. 의외의 반응이다.

 

 “얘 또 이러네.”

 

 페이가 피식 웃었다. 예전에 놀이공원에 가서 싸웠던 이유가 아마 귀신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기억으론 그랬다.

 

 ‘도대체 왜 싫다는 거야? 귀신의 집이 무서워?’

 ‘아니야.’

 ‘아니! 그럼 왜 싫다는 거야!’

 ‘싫어!’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았었다. 기억을 떠올린 페이가 어이가 없어 웃었다.

 

 “아직도 귀신이 그렇게 무서워? 귀신들이 널 무서워하게 생겼는데. 정말 이상한 애야.”

 

 페이의 말에 이리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녹호도 의외라는 듯 반응을 보였다.

 

 “도술과 마법 같은 힘들이 다시 세상에 나타났는데 귀신이 없다고 하는 것도 이상한일입니다. 아주 옛날에는 귀신을 다루는 이들도 많았다고 합니다만. 지금은 맥이 거의 끊겼죠. 그래도 그 맥을 간간히 이어오는 사람들이 이곳에 남아있습니다.”

 “거짓말이야.”

 

 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마구잡이로 흔들렸다. 페이가 이리의 목덜미를 건드리니 그녀가 화들짝 놀란다.

 

 이리의 눈동자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렀다.

 

 “얘 울어요! 으아, 이 귀여운 년!”

 “아, 아무튼─ 귀신이 꼭 이리 씨가 생각하는 그런 귀신은 아닙니다. 원념이나 사념 따위의 것들로 불리는 에너지를 구속해두는 것이니까요. 거기에 사용되는 재료와 재물 따위의 것들을 다루는 곳이 바로 여깁니다.”

 “들었지? 우리가 생각하는 귀신은 아니래!”

 

 페이가 이리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겁에 질린 이리의 움직임이 버벅인다.

 

 “흠흠. 마침 화월 씨도 오고 계시는군요.”

 

 멀리서 화월이 다가온다. 헤어지기 전보다 더 초췌한 모습이다.

 

 “여러분은 얼굴색이 많이 좋아지셨네요? 하기야, 더 나빠졌으면 그건 송장이지. 맛있는 거라도 좀 먹었어요?”

 “괜찮습니까?”

 “아니. 지금껏 밥은커녕 욕만 잔뜩 먹고 나왔네. 더러워서 때려 치던가 해야지! 뭐 그래도 좋게 끝나서 다행이야.”

 

 말을 쏟아내던 화월이 두 여자를 쳐다봤다.

 

 “어서 들어가죠. 나도 빨리 쉬고 싶거든요. 하루가 너무 기네요. 노조라도 만들던 해야지. 바로 뒤에 있는 곳으로 들어가면 돼요.”

 

 그녀가 뒤를 가리켰다. 건물은 오래 되었는지 기와의 색이 다 바랬다. 기와의 밑으로 거미줄을 치는 거미가 사람의 손바닥만 한 것이 괜스레 을씨년스럽다.

 

 “와, 귀신의 집 체험이에요? 만난다는 사람이 꽤 가난한가봐.”

 

 페이가 너스레를 떨며 말했지만 이리의 표정이 굳어졌다.

 

 “안 돼.”

 “안 되기는 뭐가 안 돼요. 시간 없으니 빨리 들어가요.”

 

 이리에게 쏘아붙인 화월이 먼저 건물로 향했다. 군말 말고 따라오는 뜻이다. 이리가 망연자실해 건물을 올려다봤다.

 

 이건 미친 짓이야. 그녀가 들어가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뒤로 돌았다. 그러나 페이가 그녀의 팔을 잡아 끌었다.

 

 “또 그런다. 귀신이 도대체 뭐가 무섭다고 그래? 나타나면 이 언니가 혼쭐을 내줄 테니까 어서 들어가자.”

 

 나만 믿으라구! 그녀가 웃어보였다. 이리가 마지못해 쭈뼛거리며 그녀의 뒤를 졸졸 쫒았다. 그 모습이 꽤나 사랑스러워 페이의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이쯤에서 미안하다고 할까. 벌벌 떨고 있는 이리의 얼굴을 천천히 뜯어봤다. 아니야. 새삼스레 무슨 미안하다는 말을 해.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제대로 된 대화는 못하게 생겼다.

 

 페이가 까치발을 들어 이리의 머리를 마구 헝클였다. 그녀의 반응이 더디다. 이거면 됐지 뭐.

 

 “빨리 들어와요!”

 

 독촉하는 화월의 목소리에 두 여자가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

 

 

 건물의 내부는 의외로 깔끔했다. 밝은 조명등 아래에 온갖 물건들이 벽면에 걸려있었다. 기괴한 모양의 탈들이 걸려있다. 모두 특정한 부분이 크게 뒤틀려있어 불쾌감을 자아냈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을 걸어놓는 거람. 페이가 감상을 마치고 화월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복도를 따라서 전시용 탁자의 앞에는 비쩍 마른 생물체의 신체들로 가득했다. 주술 따위에 사용되겠거니, 페이가 그것들을 천천히 눈에 담았다.

 

 겁을 먹었던 이리도 건물 내부가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평범하자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갔다. 그들은 복도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서 계속 걸었다.

 

 “그분을 만나기전에 몇 가지 당부할 말들이 있어요.”

 

 두 여자가 화월을 쳐다봤다.

 

 “예의를 차리라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다만 조금 불쾌할 수도 있는데 그건 감안을 해줘야 할 것 같네요. 어떤 식으로도 정보는 말해줄 수 있을 테니까.”

 “불쾌?”

 “네. 유쾌한 만남은 아닐 거예요. 아! 그리고 어지간해서 그분 눈은 보지 않는 것이 좋아요. 좀 그렇거든.”

 

 사람이랑 대화하면서 눈을 보지 않는 경우가 있나. 결국 눈은 마주치게 되어 있다. 페이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까딱였다.

 

 “알게 될 거예요. 자, 다 왔네요.”

 

 허름한 문 앞에서 화월이 멈췄다. 건물의 벽이 아닌 동굴의 벽면에 문이 달려있다. 그 앞에 건장한 사내 둘이서 무표정하게 경비를 서다가 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공터가 보인다. 작은 동굴이다. 온통 어둡고 습하다. 주변에 동그랗게 나 있는 화로의 가운데에 한 사람이 앉아있었다.

 

 거적때기를 두르고 있는 사람이 그들을 맞이했다. 모습이 영락없는 넝마주이다. 몸을 두르고 있는 천에 가려져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손을 까딱이며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희미한 불빛에 비친 그의 팔은 마른 나뭇가지처럼 앙상하다.

 

 화월이 가보라는 듯 턱짓을 하고서 녹호와 함께 문 밖으로 나갔다.

 

 “끌끌끌─”

 

 건조한 웃음소리가 메아리치며 울렸다. 웃음소리에 이리가 눈을 찌푸렸다. 단지 목소리만 들었을 뿐인데 불쾌함이 느껴졌다.

 

 “기다리고 있었다. 더 가까이 오거라.”

 

 그가 의자 옆으로 세워 둔 지팡이를 쿵 바닥에 내리쳤다.

 

 “영 기분 나쁜 늙은이야. 그치?”

 

 페이가 이리에게 속닥였으나 의자에 앉아있던 늙은이가 다시 웃었다.

 

 “다들 본인을 기분 나쁘다고 표현하더군.”

 “귀도 밝으셔.”

 

 두 여자가 더 가까이 다가가자 늙은이가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거적때기를 올렸다. 불빛에 미라처럼 앙상한 손이 드러나고, 늙은이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러자 페이가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이리도 눈을 크게 뜨고 늙은이를 쳐다봤다.

 

 미라처럼 앙상하게 마른 얼굴이 흉측하다. 그러나 그녀들이 놀란 것은 단순히 흉측하게 생긴 외모만이 아니었다.

 

 이마에 비정상적으로 커다랗게 박힌 눈동자가 꿈틀거리며 그녀들을 주시했다.

 

 “당신 사람 맞아?”

 “그러는 이리 그대는 사람인가? 사람이란 무엇인가?”

 

 이리의 물음에 늙은이가 답했다. 아리송한 질문에 페이가 다시 이리의 옆으로 섰다.

 

 “하! 살다보니 신기한 것들을 다 보네. 영감님은 도대체 누구에요?”

 

 페이의 질문에 늙은이가 검게 빛바랜 이를 보이며 웃었다.

 

 “오. 인간들은 본인을 많은 이름으로 불렀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난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어. 그랬지. 지금은 삼목이라고 불린다. 늙은이 보다는 영감님이라 불리니 좀 낫군, 페이.”

 

 삼목의 이마에 박힌 눈이 계속 두 여자를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징그럽다. 혐오감이 솟아나는 것을 간신히 누른 이리가 그 눈을 마주했다.

 

 “그래. 그대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본인은 인간이 아니야. 도깨비, 야차는 더더욱 아니지. 옛날에는 요괴에 분류되어 있었다.”

 “정보를 찾고 있어.”

 

 이리가 곧장 말했다. 삼목의 눈이 다시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렇지. 그래. 그 전에 자네들의 손을 잡아 봐도 되겠는가?”

 “왜?”

 “그대들이 쌓아온 업보를 보고 미래를 보여줄 수 있다. 그렇게 실마리를 찾아 다른 것들과 맞추면 하나의 커다란 실타래가 완성이 되는 것이야.”

 

 페이가 이리를 쳐다봤다. 영 꺼림칙하다는 표정이지만 이리는 손을 건넸다. 삼목의 앙상한 손이 그녀의 손을 매만졌다.

 

 “끌끌, 좋은 냄새가 나는군.”

 “뭐?”

 “아무것도 아니다.”

 

 웃고 있던 삼목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변태 같은 늙은이다. 그가 손을 마주잡은 채로 눈을 감았다. 이마에 달린 눈이 연신 떨려왔다.

 

 “오호라. 그래. 보인다. 그대가 걸었던 길이 보여. 끌끌, 피로 범벅이 된 길을 걷고 있군. 눈을 감아 보아라.”

 

 이리의 눈이 감기자 삼목의 세 번째 눈도 감겼다.

 

 눈을 감았던 이리의 시야에 이미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주변으로 시체들이 쌓여있다.

 

 “이것이 그대가 걸어온 과거.”

 

 시체들이 조각나며 사라진다. 그들과 관련한 기억들이 영상을 보듯 재생되었다. 그들과 나눴던 대화와 얼굴과 표정 모든 것이 생생하다.

 

 그리운 얼굴들도 보였다. 그러나 빠르게 사라졌다. 이리가 천천히 걸었다. 기억의 파편에서 한 남자가 자신을 부른다.

 

 “이리야. 이제 그만 둘 때가 되지 않았니?”

 “구삼 아저씨.”

 

 기억 속의 구삼은 옛날의 이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녀는 고개를 젓는다. 기억의 파편이 다시 깨져나갔다.

 

 깨져나간 파편들이 흩날려 다른 조각들을 만들어 냈다.

 

 “요즘 윗선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이리 너도 조심해. 구삼 어르신이 걱정이네.”

 

 달콤한 목소리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얼굴.

 

 “도현이 너도.”

 

 페이가 나타났다. 어두운 반지하의 창고에서 그녀가 이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꼴이 말이 아니네? 이 일대를 한바탕 뒤집어놓더니. 자, 이제 너를 어쩐담.”

 

 지난날의 이리가 상처투성이가 된 채 페이를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네가 죽는 건 좀 아쉬워. 내 라이벌이 사라지는 셈이잖아. 널 팔아넘기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너랑 친해지면 재밌을 것 같거든.”

 “친구는 필요 없어.”“난 친구가 많거든. 너도 그 중 하나가 될 거야.”

 

 페이가 웃으며 손을 건넸다. 그녀의 손을 잡자 다시 기억들이 흩어졌다.

 

 두 여자가 페이와 대립하던 갱들과 전투를 벌인다. 그녀의 팔에서, 하늘과 땅에서 사방으로 번개가 튀며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다. 이리가 페이를 덮치고 그 자리로 폭발이 일어났다.

 

 두 여자가 서로를 마주보고 웃었다. 이것도 오래된 기억이다. 기억의 조각들이 스르르 사라졌다.

 

 이리의 몸이 붕 떴다. 그녀의 주위로 수천만 개의 파편들이 둘러싼다. 대다수는 피를 흘리고 죽어있는 모습들이다.

 

 자신을 걱정하던 구삼은 배에 무수히 많은 칼을 맞고 눈을 감지도 못하고 죽었다. 그녀가 알던 많은 이들이 그 자리에서 죽었다. 도현 역시 죽었다는 소식만 전해졌다.

 

 그 옆으로 무수히 많은 시체들의 모습이 생겨났다. 모두 자신이 아는 사람들이다. 이리 그녀가 죽인 사람들이다.

 

 그들의 눈동자가 모두 이리를 향해있다. 그녀는 무심히 그들의 눈동자를 마주치고 지나쳤다.

 

 “기괴한 길을 걷고 있구나.”

 

 삼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리의 시야에서 기억의 파편들이, 시체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녀의 옆에 페이가 있다.

 

 하지만 장난스럽게 웃던 페이도 이내 사라지고 검은 정적만이 남았다.

 

 “그리고 이것이 그대의 미래다.”

 

 사방으로 시체들의 산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위에 이리, 자신이 서있다. 그녀의 주위에 있는 것은 시체 뿐, 살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 느끼는가?”

 

 페이. 페이가 보이지 않았다.

 

 “복녀는 어딨어?”

 

 그러나 삼목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리가 크게 외쳤으나 돌아오는 것은 자신의 메아리뿐이다.

 

 삼목이 손을 놓자 시야가 돌아왔다. 어두컴컴한 동굴의 아래에서 삼목이 웃었다.

 

 “본인이 보여주는 것들을 그대로 믿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확실한 것은 그대가 걸었던 과거의 흔적 뿐. 그 후로 보여주는 것은 그대만이 아는 것이다. 언제인지도 불확실하지.”

 

 그가 끌끌 웃었다. 이리가 삼목을 노려봤다. 그러나 그는 보여주기만 했을 뿐, 잘못이 없다.

 

 “그러나 그대가 걸을 길은 선명하다. 결국 모든 것을 무너트리고 말 것이야.”

 “헛소리.”

 

 이리가 말을 잘랐다. 상관없다는 듯 삼목의 눈동자가 페이를 향했다.

 

 “이번엔 그대의 차례다. 아마 정보를 원하는 것은 페이 그대일 터.”

 “맞아요. 정보의 뒤에는 돈이 가득 있겠지!”

 

 페이가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삼목이 다시 손을 잡고 두 사람 모두 눈을 감았다.

 

 “으음─”

 

 삼목의 몸이 떨려왔다. 그녀와 마주잡은 손이 부들거렸다. 페이의 관자놀이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페이의 시야에서 기억의 조각들이 그녀의 주변을 빠른 속도로 돌았다. 대다수의 이미지가 일그러져 보기가 어려웠다.

 

 “무언가가 잘못됐도다.”

 

 파편들이 돌아가는 속도가 빨라지자 페이가 신음을 내뱉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와장창 깨지며 몇 개의 파편들만이 천천히 부양했다.

 

 “이것이 전부다.”

 

 그 파편은 최근에 있었던 일들이었다. 어딘가를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 이리를 찾아가는 페이의 기억들.

 

 그러나 이것은 페이가 원하는 정보가 아니다. 삼목도 이것을 알고 있는지 잠깐 뜸을 들이다 말했다.

 

 “찾고자 하는 것의 실마리를 얻을 것이다. 고통이 동반되겠지.”

 “상관없으니까 잘 찾아봐요. 중요하단 말이야.”

 “끌끌, 좋다.”

 

 삼목의 말이 끝나자 페이의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지만 현실이 아니다. 그가 만들어낸 공간 속에서 페이가 몸을 비틀었다.

 

 머릿속을 열어 손을 집어넣고 마구 헤집는 것만 같다. 페이가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갑자기 소리가 막혀 나오지 않았다.

 

 “조용히.”

 

 삼목의 세 번째 눈이 꿈틀거렸다. 기억의 파편을 하나씩 뜯어 들추었다. 그러나 화들짝 놀라며 떨어트렸다. 그의 실수가 페이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그가 기억을 드러내는 것을 멈췄다. 미래를 보려 했으나 미래에 비추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상하군.”

 

 곧 몇 초 후에 죽는다고 하더라도 미래의 모습이 보여야 한다. 그러나 페이 이 여자에겐 그런 것이 없었다. 과거 역시 베일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삼목과 페이가 동시에 눈을 떴다. 페이가 헉헉거리며 자리에 누웠다.

 

 “그대의 인과가 다 흩어졌다. 그대는 사람인가?”

 “으아, 내 머리 안 쪼개졌나 좀 봐봐 이리야!”

 “괜찮아. 다친 곳 없어.”

 

 삼목이 손가락을 연신 까딱거리며 의자의 팔걸이를 두드렸다.

 

 “인과가 흩어졌다는 말은 무슨 소리지?”

 

 페이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던 이리가 삼목에게 물었다.

 

 “간단하다. 이 세상에 있어선 안 될 것이라는 말이다. 모든 것에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운명은 아니야.”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될 것? 무슨 말을 저따위로 하지. 불신의 감정이 커졌다.

 

 “그대들은 중천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알고 있는가?”

 “중천?”

 

 페이가 머리를 부여잡고 묻자 삼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중천. 과거 요괴라 불리던 이들이 살았던 세상이다. 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작은 세상이었지. 그리고 두 세상의 틈으로 아주 작은 균열이 있었다.”

 

 목이 텁텁하군. 삼목이 발아래의 생수를 들어 목을 적셨다.

 

 “아주 작은 균열이었다. 그곳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 존재했지. 차원이라고도 할 수 있고 길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우리는 그곳을 명도라 불렀다. 삶과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곳.”

 “그게 무슨 상관인데?”

 “있어서는 안 되는 곳이다. 이유가 있으나 존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염이 번지는 곳이다. 하지만 결국 중천이 무너지면서 명도의 틈도 닫히고 말았지. 그것으로 끝이라 생각했다.”

 

 삼목이 손을 들어 페이를 가리켰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 오염된 기운과 흔적이 저자에게서 느껴지는가?”

 

 이리가 걱정스레 페이를 쳐다봤다. 복녀, 도대체 뭘 하고 다닌 거야.

 

 정작 페이는 아무렇지 않게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삼목을 마주봤다.

 

 “시답잖은 얘기네. 뭐 그래서 정보는 찾았어요? 명도니 뭐니 내 알 바 아니잖아. 정보를 얻으려고 이 고생을 한 거지 쓸 데 없는 이야기를 듣자고 구른 거 아니야.”

 “볼 수 없었다.”

 

 삼목의 말에 페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다 부질없는 고생이었다.

 

 “영감, 수지타산이 안 맞잖아요. 나도 얻어 가는 것이 있어야 보람차겠지. 그치?”

 

 페이의 손끝에서 미약하게 전기가 튀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니 성질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복녀.”

 

 이리가 페이의 허리를 꼬집자 그녀의 몸이 비비 꼬였다.

 

 “끌끌, 그깟 하찮은 도술로 본인을 위협하지 말라. 본인은 그것보다 더 끔찍한 도술의 향연 앞에서 살아왔으니. 대신 그대가 지닌 물건에 대한 실마리는 알고 있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페이가 웃으며 화월에게 보여줬던 주화를 다시 꺼냈다.

 

 “오. 하지만 지금은 보여줄 수 없으니. 그대들이 나를 도와야 한다.”

 “와씨, 장난해요? 사람을 가지고 막 들었다 놨다 하시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가?”

 

 삼목의 세 번째 눈이 간헐적으로 발작하듯 움찔거렸다.

 

 “돈을 줄게.”

 

 이리가 삼목을 보며 말했다. 삼목이 다시 빙그레 웃었다.

 

 “본인에게 재화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

 “여기 사람들은 만날 때마다 자기 일을 도우라네. 내가 전문 도우미야 뭐야?”

 

 생각해보니 화월이 아직 보상금도 주지 않았어! 기억해낸 페이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운명은 그대들이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또 무슨 소리야. 들어보고 할게요.”

 

 이리가 페이의 옷깃을 잡았다.

 

 “예감이 좋지 않아.”

 “이년아, 걱정 마. 들어보기만 하자. 나도 마음에 들지 않거든.”

 

 기구한 두 만남이구나. 삼목이 두 여자를 바라봤다.

 

 “그럼 자리를 옮겨볼까.”

 

 삼목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구부정하게 앉아있던 그가 일어났다. 두 여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지팡이를 가볍게 툭, 바닥에 내리쳤다.

 

 “가자면서요.”

 

 페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삼목과 두 여자의 주변으로 검은 연기들이 그녀들을 감쌌다. 연기로 인해 시야가 막혔다.

 

 “이미 도달했다.”

 

 삼목의 말과 함께 감싸고 있던 연기가 바닥으로 흘러내리며 흩어졌다. 그리고 그녀들의 눈앞에 동굴보다는 조금 더 밝은 공간이 나타났다. 희미하게 술 내음이 맡아진다.

 

 “환영합니다. 삼목 어르신. 그리고 이리 씨와 페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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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본즈맨 1화 2017 / 12 / 10 275 0 4866   
1 프롤로그 2017 / 12 / 10 404 0 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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